[국왕] 비망기(備忘記)

주요 관청의 위기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하고, 국정 혼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비변사(備邊司)를 개청하고자 한다. 이에, 대략의 내용을 초(草)하여 승정원에 내리니, 주서는 '경외관 현직 관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과를 아뢰도록 한다.  


-. 규례(規例)에 의하면 비변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도제조(都提調:정1품) : 전현직 의정(議政)이 겸임.
2) 제조(提調:2품) : 판서를 비롯한 2품 당상관이 겸임. 제조 가운데 4인은 유사당상(有司堂上:중앙사무 관장)을, 8인은 팔도구관당상(八道句管堂上:지방사무 관장)을 맡음.  
3) 부제조(副提調:정3품 당하관) 1인.
4) 낭청(郎廳:종6품) 12인.

-. 본조(本朝)의 형편과 인력 구성이 이에 미치지 못하므로, 다음과 같이 제도를 일부 고쳐 구성한다(전원 겸직으로 구성).
1) 유사당상(有司堂上) : 현직 당상관 중에서 겸임으로 임명한다.
2) 구관당상(句管堂上) : 현직 지방관(당상관) 중에서 겸임으로 임명한다.  
3) 유사당하(有司堂下) : 현직 3품 당하관 및 4품관 중에서 겸임으로 임명한다.
4) 구관당하(句管堂下) : 현직 지방관(3품 당하관 및 4품관) 중에서 겸임으로 임명한다.
5) 낭청(郎廳) : 현직 5품관과 6품관 중에서 겸임으로 임명한다.
* 비변사 수장은 통상적으로 선임자가 맡되, 관직별 정원(定員)은 따로 정하지 않는다. 유사(有司)와 구관(句管)의 직무도 별도로 구분하지 않는다.
* 삼사(三司: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관리는 비변사 관직을 겸임할 수 없다.  
* 최초 비변사 구성시 유사당하 2인 이내와 낭청 3인 이내로 개청하되, 이후 사정에 따라 인원을 증감(增減)한다.    

-. 비변사 개청에 따른 국정(國政) 운영은 다음의 절차를 따른다.
1) 중앙관청과 지방관청은 각각의 사무(기존 계본, 계목과 장계에 해당)를 비변사로 보고한다.
2) 보고를 접수한 비변사에서는 자체 논의를 통해 비변사 공론(公論)을 정한다.
3) 비변사 공론에 따라 가벼운 사안은 비변사 수장이 직접 처결하고, 통상적으로 국왕의 재가를 득해야 하는 사안은 별도로 계본한다. 다만, 해당 관청에서 보고한 내용(원문)을 별단으로 첨부한다.
4) 이후, 과인의 전교가 내려지면 결과를 해당 관청에 통보하고, 시행 여부를 감독한다.

-. 다음 사무는 비변사를 통하지 않고 각 관청에서 어전에 직계(直啓)한다.
1) 4품 이상관의 인사 및 외직 임명에 따른 계목
2) 전조(銓曹:이조와 병조) 수장의 평정
3) 삼사(三司)의 통상적인 사무
4) 개명, 휴가
5) 기타 어명으로 특별히 지시한 사무

-. 다음 사무는 비변사를 통하지 않고 해당 관청에서 직접 처결한다.
1) 전조에서 행하는 문무관 평정과 5품 이하관의 인사
2) 성균관에서 통상적으로 행하는 사무
3) 형옥(刑獄) 2개월 이하에 해당하는 사건

-. 비변사에 다음의 제청(提請) 권한을 부여한다.
1) 관리 또는 백성의 포상 : 훈포장 수여 및 추서, 승진과 승품, 근무일수 가산, 금전 등
2) 관리 또는 백성의 징계 : 파직, 면직, 근무일수 감산, 형옥, 벌금 등
3) 4품 이상 당하관의 임명 : 삼사 제외
4) 법령(法令) 제정 및 개정
5) 사면(赦免) 및 감형(減刑)
6) 관청 예산(금전) 지급 및 회수 : 행사용 포함
7) 참하관의 참상관 탁용(擢用)
8) 천거(薦擧) 및 소과 입격자 등용  
9) 소과 미입격자에 대한 대과 직부 추천

-. 국왕이 장기간(만7일 이상) 어전에 들어 정무를 볼 수 없게 될 경우에는 비변사에서 4품 이상 당하관의 인사권을 행사한다(이후 보고한다). 또한, 승정원이 공석인 경우에는 비변사에서 왕명(王命) 출납을 대행한다.


개국613년 9월 초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