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예림
[승정원/가주서] 승정원일기 : 개국624(2015)년 4월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승정원에서 주관하여 8일까지 제167차 윤대(輪對)를 진행하였다. * 1일,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아뢰기를, "공조에서는 금월 시전세 징수를 비롯한 평시 업무를 처리하고 있사옵니다. 성균관에서는 20기 학기 진행과 더불어 왕세자입학례 의정을 진행하고 있사옵니다. 지난 3월 21일에는 석전대제를 거행하였사옵니다. 신이 제례유사와 대축관을, 동부승지 한명회가 초헌, 봉상시정 이다행이 아헌, 전옥서제거 이운이 종헌을 각각 맡았사옵니다. 왕세자입학례 의정은 빈청에서의 논의를 참조하고 문헌과 전례를 상고하여 재차 마련하여 추후에 계본으로 올리고자 하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아뢰기를, "현재 호조에서는 어제부로 아조 활성화 빈청 논의가 종료되어 결과를 취합하여 금주 내로 계본을 올리겠습니다. 이어 각 지방감영의 호구조사 협조를 요청하여 진행 중에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아뢰기를, "대과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금월에 시행되는 제53차 대과 참시관은 전례에 따라 병조에서 맡기로 하였으며 일정은 민국 학생들의 시험 일정을 고려하여 4월 12일부터 4월 19일까지 시행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신다면 이때에 시행하겠사옵니다. 아울러 시관은 신을 비롯하여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으로 인선하고자 하옵니다. 시제는 조만간 아뢰도록 하겠사옵니다. 대과 무과 직부 대상자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이번 대과에 무과 직부 대상자를 탐문하여 본 결과 훈련원에 정병으로 복무중인 최성원을 추천하옵니다. 최성원은 지난 2월 25일부터 복무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성실한 근무태도로 복무하여 3월 우수 정병으로 선정된 바 무과 직부 대상자로 추천하기에 무리가 없을 줄로 사료되옵니다. 오위 관원의 면직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과의교위 행호분위사과 정정균이 오위에 사령된 지 3개월에 이르렀습니다. 출사 여부에 대해 알아본 결과 민국의 학사 일정이 너무 바쁜 관계로 출사할 여력이 없다는 의견을 보내와 정정균을 행호분의사과에서 면직하고자 하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봉상시정 이다행이 아뢰기를, "대리청정절목에 관하여 아룁니다. 현재 전임 수장들이 작성해온 청정 절목의 수정 절차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오른 것 같습니다. 하오나 한 번 발의되어 공포되면 수정하기 어려운 것이 또 법이므로 계속 국조실록과 국조오례의 등을 참고하여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사무를 빠르게 진행하여 속히 반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사옵고 어람용 청정절목을 신이 따로 올린 계본에 첨부하였사오니 혜량하여 주옵소서. 제53차 대과에 대해 아룁니다. 아직 시일은 정해지지 아니하였지만 대과 시관으로는 봉상시정 신 이다행을 비롯한 공조참의 서민교, 동부승지 한명회가 어떨까 합니다. 신을 제외한 2명은 오랜 기간 봉직하며 시관의 직임을 훌륭히 역임했을 뿐 아니라, 가장 활발히 봉사하는 관리 중 하나이므로 시관을 맡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더불어 시제는 일정이 재가된 후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행좌랑 심기열에 대해 아룁니다. 현재 행좌랑의 체력이 좋지 아니한 상황으로 더이상 봉사를 강요하는 것은 수장된 신이 보기로 민망하다 사료됩니다. 이에 그를 오위로 체직하시어 그가 편히 민국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 마지막으로 예조는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사오며 전일 前도사 윤강이 천거한 백성에 대한 천거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관리를 들이는 중요한 일이므로 만전을 기하여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이 아뢰기를, "사헌부에서는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따로 아뢸 사항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가 아뢰기를, "승정원에서는 작년 2월 일기 작성을 완료하였으며, 4월 관보 작성을 시작하고 이와 관련하여 각 관청에 협조를 요청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사옹원정 김관이 아뢰기를, "각 관청 수장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승정원에는 동부승지 한명회가, 사헌부에는 행집의 김시습이, 이조에는 신이, 예조에는 봉상시정 이다행이, 병조에는 행병조정랑 겸훈련원첨정 윤강이, 형조와 호조에는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공조와 성균관에는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있사옵니다. 현재 4월 제1차 평정기간이오니, 신과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의 평정을 내려주옵소서. 행예조좌랑 심기열의 거취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행좌랑 심기열이 무사히 사직제례를 마친 뒤 업무수행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간찰로 의견을 물었사옵니다. 그러나 현재 민국의 사정으로 업무수행을 지속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1,2개월 후에는 다시 전하와 조정을 위하여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사옵니다. 하여 행좌랑 심기열을 용양위부사직으로 체직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현재 이조에서는 전하께서 하명하신대로 전현직 품관의 재출사 독려와 인재 천거를 위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외에 상시업무를 진행하고 있사옵니다."라고 하였다. * 3일,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이조에 명한다. 행예조좌랑 심기열을 오위에 의망한 관직으로 체직하라. 예조에 명한다. 문과 시관 인선을 재가한다. 문과 직부 대상자가 있으면 즉시 계하고, 생원과 진사의 대과 응시를 독려하기 바란다. 천거로 등용할 인재가 있으면 속히 절차를 집행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고, 조정 관원 부족이 매우 심각하니 천거권자가 천거하기에 앞서 예조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조처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병조에 명한다. 대과 일정과 무과 시관 인선을 재가한다. 직부 계청도 허락하니, 응시자 증대에 가능한 노력을 다하도록 하라. 오위 관원 면직 역시 재가한다. 성균관에 명한다. 대제 진행에 노고가 적지 않았다. 석전례 헌관에게 종묘, 사직 제례 헌관에 준하여 혜택이 주어진 전례가 있는가. 상고하여 계하라. 입학례 등의 계본은 며칠 더 살펴본 후에 전교하겠다."라고 하였다. * 4일,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이 아뢰기를, "석전대제는 종묘대제나 사직대제와 달리 별도의 계품(啓稟)없이 자체에서 봉행하였사옵고, 헌관 수행에 대한 급부는 그와 같은 사정 때문인지 오늘날까지 전례가 없었사옵니다. 두 대제와 같이 석전대제 봉행에도 그와 같은 혜택이 베풀어진다면 참으로 큰 성은이 아니겠사옵니까."라고 하였다. * 6일,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본조(本朝)에서 문묘(文廟)가 가지는 위상이 종묘나 사직과 비교할 때 결코 가볍지 않고, 모든 제례에는 제관과 헌관의 노고가 수반되므로 적절한 혜택을 시행하는 것이 타당하겠다. 그러나 제례에 유생이 참여할 경우는 어떻게 하겠으며, 종사(宗社) 제례의 경우와 어느 정도 차등을 두는 것이 마땅하겠는가. 예조는 이에 관한 의견을 계하라."라고 하였다. * 같은 날,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아뢰기를, "4월 제1차 무관 평정 결과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이번 평정으로 신이 보공장군에서 건공장군으로 가계되었사옵니다. 이 밖에는 상시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따로 아뢸 사항은 없사옵니다."라고 하였다. * 7일, 봉상시정 이다행이 아뢰기를, "신이 생각컨대, 아조에서 문묘는 우리 조선의 정치와 풍습의 도(道)를 바로잡는 길잡이이라 사료됩니다. 이러한 곳의 제례에 노고를 아끼지 아니한 제신(祭臣)들을 어찌 치하하지 아니할 수 있겠습니까. 문묘에서 행하는 제례가 어찌 종사 제례와 같을 수 있겠삽나이까만은 두 제례가 비슷한 유형을 취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그렇지만 문묘제례는 전하께서 성재하지 아니하셔도 시행되는 성균관 고유의 행사이므로 참가한 제신들에 평점을 가산하는 것은 무리일 듯 하오니 금전으로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종사에서는 제례유사, 대축관을 2회 역임하면 1점을 감산해주는데 문묘에서는 제례유사, 대축관을 2회 역임하면 100냥을, 종사에서 헌관을 3회 역임하면 1점을 감산해주는데 문묘에서는 헌관을 3회 역임하면 100냥의 규모로 치하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또한 제례에 유생이 참여할 경우에는 참여한 유생들에 각 30냥씩을 별급하여 노고를 치하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문묘제례가 종사의 제례와는 달라 해마다 있는 행사이지만 매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되지 못하므로 별급하는 금전의 량이 많아져도 상관이 없다 여겨 금전의 량을 책정하였습니다."라고 하였다. * 8일,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제관, 헌관 몇 회 수행에 100냥을 별급하는 것은 참하관 녹봉, 군관이나 관속의 수당 수준에 비해 과한 듯 하다. 또 의례에 참여하는 것을 금전으로 보장하는 것도 합당하지 않은 듯 하니, 종사(宗社) 제례에 준하여 평점을 가산하여 주도록 하고, 성균관 유생은 원점(圓點)을 올려주거나 물품, 금전 등을 특별히 별급하여 주는 형식으로 하라. 이외에 각 관청에서 계한 바는 잘 알았다. 이만 윤대를 마친다. 12일부터 시행되는 대과 과거와 각 지역의 식목, 모내기 사업 등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유의하기 바란다."라고 하였다. ○ 봉상시정 이다행이 대리청정절목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대리청정의 발단에 여러 원인이나 사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제1조의 청정 사유를 더 넓게 고쳐 '연로하거나 중병 등으로 인해'로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 제5조의 '최대 1년'을 삭제하고 제5조 1항은 '전교에 따라 종료한다'로 고치며, 제14조 역시 '청정의 원인이 되는'부터 '종료할 수도 있다'까지를 삭제한다. 제6조 2항의 '세자익위사'는 세자시강원으로 고친다. 익위사는 선전관청에 가깝고 시강원이 승정원에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각 조문의 연결성을 위해 제7조부터 제11조까지를 제4조 '청정의 범위' 아래로 옮겨 붙이고 이하 조문의 번호를 수정한다. 청정절목의 개정을 세자가 결단하면 절목 효력이나 범위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각 절목(節目), 사목(事目)의 제정이나 개정 역시 국왕의 전교를 얻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제4조의 단서조항으로 추가하라. 절목의 명칭은 예조에서 제안한 대청절목의 전례가 없으니, 고례에 따라 '왕세자청정절목(王世子聽政節目)'으로 확정한다. 서경을 거쳐 반포하라. 미흡한 부분은 추후 시행될 때에 적절히 개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절목 마련에 여러 달의 시간이 지났으나 관계한 관원의 수고가 적지 않았다."라고 하니, 봉상시정 이다행이 덧붙여 아뢰기를, "성재하신 왕세자청정절목에 관해 아룁니다. 청정 하례는 어찌 하오리까? 자세하게 청정 하례 부분을 언급하지 않고 그대로 예하 항목으로 두는 것이 가하겠나이까? 청정 하례는 실상 예식이 될 것이온데, 그대로 둔다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바라옵건데 이 또한 전교하여 주소서, 전하. "라고 하였으나 비답을 내리지 않으셨다. ○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아조 활성화 방안 논의 결과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먼저, 당초 논의 기한은 3월 6일 부터 3월 20일까지 였으나 전임 수장이었던 성삼문이 논의 기한이 촉박하고 일부 관원들의 참여가 저조하여 연장을 한다는 안내글을 올렸고 이에 신이 부임 직후 곧바로 덧붙여 3월 31일까지 논의 기한을 연장하였습니다. 작년 8월 호조의 아조 활성화 계본에서는 5가지 항목을 제시하였고 금번 빈청 논의를 하면서 관원들의 중론은 2번과 3번 두 항목으로 모아졌습니다. - 2번 항목에서는 신규 백성을 위한 전담 도우미를 배정하는 것인데 전담 도우미를 도입하는 것에는 조정 관원들 모두 긍정적이었으며 도우미 선발에 있어 몇 가지 의견이 나왔습니다. * 일정 기간(6개월~1년)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호조에 지원하면 지원자를 살펴 호조에서 임명하고 본조안내센터(가칭)에 소속시켜 신규 입조민에 대한 질의문답과 기초적이 아조 시스템 교육을 시행함. * 호조 소속으로 하여 정기적으로 일정한 자격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지원서를 받고 호조에서 자격 심사 후 임용하는 방식으로 운영함. 중부, 남부, 북부 각 3인으로 편성해 관할구역에 신규 백성을 돕도록 함. 유향소 기능을 일부 적용하여 지방행정 자문에도 응하고 관속에 준하여 봉급을 지급함. * 유향소 제도를 활용하여 좌수(座首), 별감(別監), 권농(勸農), 풍헌(風憲) 등 향임이나 면임(面任), 이임(里任)과 같은 직함을 띠게 함. 신규 입조자의 안내와 지도를 전담하고 지방행정에 자문하는 등의 활동에 대하여 소정의 봉급을 지급함. * 유향소를 활용할 경우 이를 통제할 경재소를 설치하여 유향소를 관리감독케 함. * 각 지방관아에 향청(鄕廳) 공간을 신설하여 지방관 업무에 배속시키고 신규 백성들의 궁금한 점이나 아조 활동을 안내해주는 역할을 수행함. * 별도의 도우미를 선발하지 않고 호조 관원이 신규 백성을 조력하도록 업무를 추가함. * 호조에서 취재를 시행하여 도우미를 선발함. - 3번 항목에서는 기존 백성을 위한 보완조치로 사면령과 아조 소식지 서찰 발송 등이 있었습니다. - 2번, 3번 외에도 관리단과 협의 후 특별물품 중 서책과 운검 등 기존에 매매할 수 없었던 일반물품의 매매를 허용하며 단, 물품은 기간을 정해 소멸시키고 각종 행사시 지급할 수 있도록 하며 특별물품을 추가하자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신이 2번에 개진된 의견을 살펴보며 생각해 보건데 다들 일리있는 의견이나 따로 도우미를 선발하기 위한 새로운 절차 내지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사료됩니다. 절차나 제도는 간결해야 관원과 백성 모두 이를 숙지하고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은 사옹원정 김관이 제안한 지방관이 향청을 통해 신규백성을 교육하는 방안과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이 제안한 호조 관원이 전담하여 도움을 주는 방안과 같이 관원의 업무 중 하나로 배속시켜 도우미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 현실성 있다 여겨 집니다. 먼저 지방관의 업무로 하는 방안입니다. 각 지방관아에 향청 공간을 신설하고 지방관 업무로 배속시켜 향청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할 수 있게 하며 또한 아조 활동에 대하여 정병, 관속, 과거 제도, 농사, 지역 및 모임 활동, 상소문 등 신규 백성이 처음 마주하는 것들을 위주로 내용을 채워 각 지방관이나 관속(지방관 부재 혹은 위임 받을 경우)이 향청에서 교육을 진행케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교육의 분량이나 수준은 초입사 관원 교육 양식을 토대로 하고 교육 내용 마련은 하교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 옳다 여겨집니다. 다음으로 호조 업무로 하는 방안입니다. 매분기마다 진행되는 녹봉 산정 업무를 제외하고는 평상시 호조의 업무가 과중한 편이 아닙니다. 반면 지방감영은 관속이 전무한 경우가 많아 자칫 지방관의 업무 과다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전담 도우미의 업무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습니다. 관속의 유무에 상관없이 전담 도우미 업무가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면과 아조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면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호조에서 호조 관원이 그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살펴보니 사옹원정 김관과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이 낸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사료되니 이 두 의견을 중심으로 신규 백성 전담 도우미에 관하여 추가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3번의 경우 삭탈이나 문외출송을 당한 백성들의 사면령에 대하여 의견이 많았사온데 다수의 관원이 사면령에 대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모든 이들을 사면하는 것이 아니라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당시 어심을 어지럽혔거나 혹은 조정과의 마찰을 빚는 행동을 보였으나, 그러한 일들이 개인의 과실이거나 일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진실로 종묘사직를 위한 것인 경우에 한하여 선별적으로 사면을 진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논의에 참여한 다수 관원들의 의견도 그러하거니와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오니 다시 한번 청컨데 조정 관원들에게 형조를 중심으로 하여 사면 대상자 선별을 위한 논의를 명하여 주시옵소서. 이는 작게는 개인의 광영일 것이고 크게는 조야가 번성하여 종묘사직을 굳건히 하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니 전하의 하해와 같으신 성은에 뭇백성들은 이를 알고 실로 감읍하여 아조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더하여 전하께오서 즉위하신지 11년이 된 그간 여러 경사스러운 일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적절한 은전을 베푸셨으나 조종조의 예와 같이 처벌 받은 아조 백성을 대상으로 한 사면의 예가 없었습니다. 전하의 자애로움으로 죄인들을 품으시어 전하의 따스한 손길이 미치는 곳으로 불러 들이소서. 모두가 전하의 보살핌을 필요로 하는 백성들이니 마땅히 전하께서 거두시어 보듬고 다독여 주셔야 함이 옳은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신이 이번 아조 활성화 논의에 참여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면 아조 활성화에 대한 방안 마련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고 신을 비롯한 모든 관원이 알고 있는 기본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을 알았으니 더욱 박차를 가하여 업무에 매진하여 신 등은 위로는 전하와 아래로는 억조창생(億兆蒼生)의 아조 활성화 염원에 어긋나지 않고 부응하도록 진력을 다할 것 입니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지방관이 여러 지역을 관할하고 있고 지역에 따라 호적을 얻는 백성의 수에 큰 차이가 있으므로 신규 호적자에 대한 안내나 정착 사무를 감영 사무로 맡겨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지방 교육기관의 운영조차 넉넉하지 못한 데 여러 지역에서 중복된 교육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 듯 하고 매번 같은 내용이 교육될 것이므로 자료의 중첩 역시 적지 않을 것이다. 중앙 관청에서 집중하여 담당하는 것이 좋을듯하니, 호조에서 전담하는 방향으로 후속 조치를 추진해 보도록 하라. 해당 업무에 서리, 녹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공로가 있는 백성은 정기 포상시 훈포장 등으로 치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무분별한 사면, 복권을 시행하지 않는 것이 본조와 민국이 가장 차별되는 것이니, 사면 문제는 지난달에 한 차례 하교한 것처럼 이조, 병조의 재출사 독려 행정에 의거할 일이다."라고 하였다. ○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왕세자입학례 의정 결과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친림(親臨)하는 종묘제례, 사직제례처럼 궁궐에서 문묘(文廟)까지 호종하는 행차는 생략하여도 될 듯 하므로 관원이 장위를 진열하고 군사가 정위치에 도달하는 절차 부분은 삭제하여도 무리가 없겠다. 이외에는 계본대로 확정하여 시행하는 것으로 한다. 의례 제정에 노고가 적지 않았다. 다음 성균관 학기가 언제 진행될 것인지 모르겠으나, 입학례가 적절한 때에 맞춰 진행될 수 있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이조와 병조는 세 계본, 즉 예조의 왕세자청정절목, 호조의 활성화 논의, 성균관의 왕세자입학례 의정 등에 참여한 여러 관원의 기여도를 살펴 정기 포상시에 그 수고로움이 반영될 수 있게 하라. 주무 관원의 의견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4월 2일 무신(戊申)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3일 기유(己酉)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4일 경술(庚戌)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5일 신해(辛亥)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제53차 대과 무과 시제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었다. ○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개국624년 1분기 호구조사 결과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개국624년 3월 1일을 조사기준일로 하여 개국624년 1분기 호구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한성부, 경기도, 강원도의 호구조사는 前여주목사 겸광주진과병마동첨절제사 김관이,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호구조사는 행전라도도사 황석이,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의 호구조사는 행평안도도사 이성필이 수행하였습니다. 팔도 전체 인구에 대해 아뢰옵니다. 전체인구는 총1543인으로 남성 1164인, 여성 379인, 그 중 유효인구는 총68인으로 남성 63인, 여성 5인이옵고 개국623년 4분기 전체인구의 1527(남 1150인, 여 377인)인에 비하여 16(남 14인, 여 2인)인이 증가하였고 지난 4분기 유효인구의 총59인(남 56인, 여 3인)에 비하여 9인(남 7인, 여 2인)이 증가하였습니다. 지역별 인구 현황을 아뢰옵니다. 중부지역의 경우, 한성부가 585인(남성 404인, 여성 181인)으로 전분기 대비 3인이 증가하였으며, 경기도는 249인(남성 184인, 여성 65인)으로 전분기 대비 3인이 증가하였으며, 강원도는 45인(남성 37인, 여성 8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증가하였습니다. 하삼도에서는 경상도가 285인(남성 224인, 여성 61인)으로 전분기 대비 2인이 증가하였으며 전라도는 155인(남성 129인, 여성 26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증가하였으며, 충청도는 143인(남성 119인, 여성 24인)으로 전분기 대비 5인이 증가하였습니다. 북삼도에서는 황해도가 28인(남성 22인, 여성 6인)으로 전분기와 같으며 평안도는 23인(남성 18인, 여성 5인)으로 전분기와 같으며 함경도는 30인(남성 27인, 여성 3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증가하였습니다. 지역별 유효인구에 대해 아뢰옵니다. 한성부의 유효인구는 16인(남성 15인, 여성 1인)으로 전분기 대비 4인이 증가하였습니다. 경기도의 유효인구는 9인(남성 9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와 같으며 강원도의 유효인구는 5인(남성 5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증가하였습니다. 충청도의 유효인구는 5인(남성 5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 대비 2인이 증가하였으며 전라도의 유효인구는 9인(남성 9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감소하였습니다. 경상도는 유효인구는 13인(남성 9인, 여성 4인)으로 전분기 대비 2인이 감소하였습니다. 황해도의 유효인구는 5인(남성 5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 대비 4인이 증가하였으며 평안도의 유효인구는 4인(남성 4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 대비 1인이 증가하였고 함경도의 유효인구 2인(남성 2인, 여성 0인)으로 전분기와 같습니다. 특히, 이번 분기 호구조사 결과를 살피면서 유효인구의 수가 전분기에 비해 나아졌음을 확인하였고 아조 활성화 논의에 걸맞게 더욱 분발할 것 입니다. 아울러, 호구조사를 하며 각 지방관에게 호구증대에 공이 있는자를 추천 받았사온데 행도사 황석이 충청도이방 하유를 추천하였습니다. 관속으로서 관내 신규 백성의 안내를 잘 한다 하였는데 신이 보기에도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잘 이행하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 입니다. 이에 정기 포상 시 반영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조사 결과를 잘 알았다. 직전 분기에 비해 다소 인구가 늘었다고 하므로 다행한 일이라 여긴다. 추천된 백성은 경상감영의 장계에 천거자로 이름을 올랐던 자이니 지금 같은 시기에 특별한 노고를 보인 것이라고 하겠다. 정기 포상시에 반드시 반영될 수 있도록 조처하라."라고 하였다. 4월 6일 임자(壬子)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7일 계축(癸丑)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8일 갑인(甲寅)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9일 을묘(乙卯)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경상도 생원 정예림이 상소를 올려 아뢰기를, "석전(釋奠)은 국가적 차원에서 봉행하는 의식으로써 오례 중에 길례에 해당하는 대제(大祭)입니다. 태조대왕께서 성균관과 문묘(文廟)를 처음으로 세우신 이래 역대 대왕들께서는 모두 석전을 친행(親行)하시거나 섭행(攝行)하셨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사제례는 섭행하시면서도 석전만은 친행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석전은 단순히 유생들로 하여금 앞서간 성현들을 본받고 제례의식을 익히라는 교육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성균관의 행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은 유학을 국시(國是)로 삼는 나라입니다. 석전은 유교 이념을 널리 알리고 풍속을 교정하며 예로써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 담긴 통치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조(本朝)에서 문묘가 가지는 위상이 종묘나 사직과 비교할 때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아조(我朝)에서 석전은 조선시대의 형식을 이어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종사제례는 때가 되면 반드시 시행하는 제례이지만 석전은 성균관의 개설 여부와 상황에 따라 시행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사전에 전하의 재가를 득한 후 시행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 3월에 시행된 석전을 포함하여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석전례의 위상이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조선시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상 공간이라는 아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전하께서 달리 관원들을 치죄(治罪)하지 아니하시고 하해와 같으신 은혜로 조정의 상황을 살펴 너그러이 넘어가셨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석전례 헌관에게 종사제례 헌관에 준하여 은전(恩典)을 베풀고자 해조(該曹)에 명을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진작에 시행되어야 할 일이었으나 그렇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전하께서 혜안으로 살피시어 이제라도 틀린 것을 바르게 고치고자 명을 내리시니 소신은 전하의 영명(英明)하심에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다만 이번을 기회로 하여 앞으로는 석전례도 종사제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대제로써 이어질 수 있도록 종사제례와 차등을 두지 마시고 관원들을 독려하여 주십시요. 또한 성균관이 조정의 형편으로 폐청이 되면 모르되 개청이 되었음에도 석전례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종사제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히 꾸짖어 일벌백계로 삼아주십시요. 소신이 생각하기로 석전례는 나라의 대사(大事)이고 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한 일인지라 충심(忠心)으로 붓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개 미천한 백성의 신분으로 어전에서 논의되는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도에 지나친 일이라고 하신다면 소신을 벌하여 주십시요."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문묘종사(文廟從祀)를 종묘배향(宗廟配享)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으므로 석전제의 중요성이 작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종묘제례와 사직제례가 길례(吉禮)의 대사(大祀), 문묘제례가 중사(中祀)로 구분되어 있고, 문묘제례가 시행되는 성균관은 유학(儒學)을 기반으로 하는 학업의 전당이므로 조정 및 조관(朝官)이 중심이 되는 종묘제례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 성균관이 기능하고 있지 못하면 예조에서 석전례를 주관토록 규례를 정하였을 뿐 아니라, 문묘제례 제관, 헌관에 대한 혜택을 종사제례에 준하여 시행토록 명하였으므로 차차 그 격이 이전과는 달라질 것이라 여긴다."라고 하였다. 4월 10일 병진(丙辰)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봉상시정 이다행이 제53차 대과 문과 시제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었다. 4월 11일 정사(丁巳)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2일 무오(戊午)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3일 기미(己未)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4일 경신(庚申)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사옹원정 김관이 문관 휴가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문관휴가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학업 및 일신상의 이유로 금일인 4월 14일부터 4월 30일까지인 17일간의 휴가를 신청하였사옵니다. 그간 쉬지않고 조정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다는 점을 참작하시어 윤허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계한 바를 알았다. 해당 관청의 정기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잘 독려하기 바란다."라고 하였다. 4월 15일 신유(辛酉)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6일 임술(壬戌)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승정원에서 주관하여 19일까지 제168차 윤대(輪對)를 진행하였다. * 16일,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아뢰기를, "형조 업무에 대하여 아룁니다. 상시업무 외 특이사항 없습니다. 호조 업무에 대하여 아룁니다. 아조 활성화 방안 논의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로 입조 도우미를 경아전으로 채용하는 것과 신규백성 교육안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공조 업무 대행에 대하여 아룁니다. 공조참의 서민교가 휴가를 감에 따라 공조의 업무는 수교등록에 따르면 호조에서 대행하는게 맞으나 이러한 경우가 많지 않아 바로 대행을 하는 것인지 재가를 득한 연후에 시행해야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아 하교하여 주시길 청합니다."라고 하였다. * 17일,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이 아뢰기를, "사헌부에서는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따로 아뢸 사항은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아뢰기를, "각 관청 수장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승정원에는 동부승지 한명회가, 사헌부에는 행집의 김시습이, 이조에는 사옹원정 김관이, 예조에는 봉상시정 이다행이, 병조에는 신이, 형조와 호조에는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이, 공조와 성균관에는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있사옵니다. 현재 4월 제2차 평정기간이오니, 신과 사옹원정 김관의 평정을 내려주시옵소서. 병조에서는 현재 4월 제2차 무관 평정을 진행하고 있사오며, 유품자 및 품계몰수자에 대한 출사 독려업무를 진행하고자 하옵니다. 이후 유품자 및 품계몰수자 출사 독려업무에 대한 소기의 결과가 도출되오면 바로 아뢰도록 하겠사옵니다. 이밖에 병조에서는 상시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따로 아뢸 사항은 없사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사옹원정 김관이 아뢰기를, "능직업무 점검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현재 문관 중에서 능직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인원 3인 중 이조지침에 의거 6개월이 지난 관원은 행열릉참봉을 맡고 있는 이현성 1인이었사옵니다. 하여 지난 7일 간찰을 통하여 업무수행 및 현직전환 등에 대하여 의견을 물었으며, 당장은 실직으로의 업무활동은 수행할 수 없으나 능직업무를 조금 더 수행하면서 사정이 나아지면 바로 실직으로 나와 조정에 봉사할 뜻을 내비쳤사옵니다. 하여 행참봉 이현성을 유임코자옵니다. 하옵고 신이 현재 대행하고 있는 중부지역은 지방관업무지침에 의거 대행기간이 만료되고 있사옵니다. 전직 및 유품자들에게 출사독려를 진행하고 있사오나, 아직 출사여건이 되는 인원을 찾지 못하였옵니다. 하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천거업무가 마무리되어 업무수행을 할 인력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신이 계속 대행 대행하여 지방공백을 메우심이 어떠하겠습니까. 신 역시 현재 대행지역에서 이루어져야 할 사업 및 업무 등이 차질없이 이루어져 백성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신 김관 천거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현재 조정에는 총체적으로 관원부족으로 인한 인사난을 겪고 있사옵니다. 이에 전하께서는 천거업무를 어느 사안보다도 중시 여기고 천거 등이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당관원들에게 당부를 하셨사옵니다. 현재 성균관 유생들이 졸업을 하였고, 지난 7일 천거에 대한 대상자가 해당관청으로 통보된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또한 사헌부에서 13일 천거업무처리에 대한 후속조치를 진행하라는 통보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현재 천거업무에 대하여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신 어찌 편안한 마음으로 전하의 신하라고 할 수 있겠사옵니까. 예조수장은 그간 왕세자청정절목 등의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였사옵니다. 하오나 현재 천거업무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어떠한 사정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조수장의 처지는 이해하나 현재 본조의 인사난이 심하오니 임시로라도 조정에서 경력이 풍부하고 접속체력이 좋은 관원을 예조를 겸하게 하여 천거업무를 속행하게 하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라고 하였다. * 같은 날, 봉상시정 이다행이 아뢰기를, "예조에서는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사오며 제53차 대과의 협조 관청으로서 대과의 진행에 차질없도록 신경쓰고 있으며, 성균관에서 천거한 유생들과 지방 향리의 천거 사무도 함께 병행중에 있습니다. 그들의 접속체력, 인덕, 학식을 두루 검토하고 있으며 곧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앞서 사옹원정이 아뢴 것 중에 접속체력은 괜찮지만 신의 능력이 비루해 관련된 자들의 근심이 되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또한 전하께서 전교로서 윤음하신 바도 있었으나, 전하께서도 아시겠으나 특채로 관리를 들이는 일을 어찌 쉽게 진행하겠습니까. 또한 신은 일전에 천거가 쉽게 진행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도 있으니, 신은 신의 소견대로 일을 진행한 것일 뿐인데 그를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여 채근(採根)하니 신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다. 또 그들에 대한 검토가 마무리된 후에 일을 진행하려던 것이 너무 길어져 지금에까지 왔으니 그 또한 신의 귀책(歸責)이니 이조의 원대로 하심이 옳은 줄로 아룁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이조에 명한다. 능참봉 유임, 지방관 업무 대행에 관한 건은 계청대로 진행하라. 예조 차관(次官)을 겸관(兼官)으로 인선하는 것 역시 적임자를 조회하여 보도록 하라. 예조에 명한다. 처음 천거가 제기된 지 두 달이 다 되어 가고 있고 시정이 부임한 지 한 달에 이르렀으므로, 인사를 담당하는 관청에서 염려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천거 사무는 신속히 진행한다면 사나흘에 완료할 수 있는 것인데 이처럼 지체되어서야 되겠는가. 한두 달이라는 시간은, 피천거자가 천거를 통해 관직에 진출할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조정의 처분만을 기다린 끝에 낙심하여 스스로 포기하는 마음이 들기에 충분한 시일이다. 속히 진행하라. 호조에 명한다. 휴가는 공석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 18일, 사옹원정 김관이 아뢰기를, "하명하신 예조 차관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현재 예조차관으로 차출할 수 있는 관원이 마땅치 않사옵니다. 현재 조정에서 정3품 당하 관직이하 관원으로는 신과 예조수장을 맡고 있는 봉상시정 뿐이옵니다. 전하, 예조의 업무는 타 관청보다 중하고, 또한 업무량이 많으므로 조정의 실무경력이 많은 관원도 힘든 것이 사실이옵니다. 하오나 현재 봉상시정을 보좌할 차관이 없으니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관원이자 전하의 신하로써 이 불충을 어찌 말로 담을 수 있겠사옵니까. 하오나 현재 당상관으로 조정의 업무를 보고 있는 관원들이 있으므로 이를 예조의 수장으로 삼고, 봉상시정이 이를 보좌한다면 중요한 업무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으며, 봉상시정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옵니다. 하여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를 예조참의 겸성균관사성으로, 봉상시정 이다행을 봉상시정 겸선공감정으로 명하심이 어떠하겠사옵니까. 현재 봉상시정의 접속체력에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하니 천거업무를 마무리 짓게 하시옵고,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이 휴가에서 복귀하는대로 예조수장으로 하여 원활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시옵소서. 또한 봉상시정을 겸선공감정으로 명하시어 현재 공조에서 진행하여야 할 업무를 진행케 하여 각 지역의 사업 및 공조 업무의 공백을 메우게 하심이 옳은 줄로 아뢰옵니다. 윤허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 같은 날,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가 아뢰기를, "사정으로 인하여 휴가중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체직을 운운함이 전조로부터 나오게 되니,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어 삼가 아뢰옵니다. 민국에서 신은 재작년까지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면서, 작년 한해는 직장을 오가면서, 올해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다시금 학업에 종사하고 있사옵니다. 여러가지로 경황이 없는 와중에서도 조정의 한 가지 일이라도 맡아 있었던 것은, 신이 여유롭고 한가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고 다만 국가에 충성하려는 뜻으로 한 것이옵니다. 학업을 다시 시작하여 더욱 열중하여야 할 오늘날, 두 가지 직분을 지고 있으면서도 산직으로 옮기기를 바라거나 감히 사직을 계청하지 아니한 것도 다만 부족한 소신이라도 자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조정의 구색을 갖추고 조금이나마 일을 하여, 사(私)를 덜어 공(公)을 두텁게 하기 위해서였사옵니다. 신이 지금 휴가를 청한 것도 사직하기에는 온당한 시기가 아니니 이렇게 바쁜 중에라도 잠시 휴가를 청함으로써 조정의 염려를 줄이려 함이었사옵니다. 그러나 감히 조정의 일을 근심하는 못난 마음에 휴가중임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소관 업무가 잘못되었으려나 무슨 일이 또 생겼으려나 자꾸만 기웃거렸사옵니다. 그러나 이는 조정의 큰일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신이 한가해서 이겠사옵니까. 물론 다른 관원들도 모두 현실에서는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도 여유가 없을 것이나 소신이라고 다를 바 있겠사옵니까. 지금 전조에서 전하께 신을 공조에서 예조로 옮기게 하시라 주청하옵니다. 불충을 무릅쓰고 삼가 아뢰오니, 그것은 불감당(不敢當)이옵니다. 신을 예조 장관으로 앉히고, 봉상시정을 예조 차관이자 겸관으로 두어 신을 보좌하게 한다고는 하나, 업무를 주도하여 처리하는 것은 그 관청의 장관인 신일 것이옵니다. 신이 제때에 공무를 돌보지 못한다면 신은 징벌을 면키 어려울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일거리가 모두 차관에게 돌아갈텐데, 그렇게 된다면 오히려 봉상시정의 부담을 덜어주기는 커녕 더 가중시키게 될 것이니, 위로는 주상께 죄를 짓는 일이고 아래로는 뭇 관원들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 될 것이옵니다. 삼가 혜량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였다. * 19일,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가 아뢰기를, "승정원에서는 관보를 발행하고 일기를 작성중이며 이밖의 상시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 같은 날, 상(上)께서 전교(傳敎)하시기를, "이조의 인사에 관한 계청은 허락하지 않는다. 문무관 인사가 이조, 병조의 소관이라고는 하지만, 해당 관원의 의사나 여건을 조회하고 참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전직 또는 오위, 능전(陵殿) 관원의 정직(正職) 진출을 독려해 보는 것이 좋겠다. 승지까지 참석하여 발언하였으니, 이것으로 윤대를 마친다."라고 하였다. 4월 17일 계해(癸亥)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8일 갑자(甲子)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19일 을축(乙丑)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0일 병인(丙寅)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1일 정묘(丁卯)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제53차 대과 시행 결과 등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제53차 대과가 지난 4월 12일부터 19일까지 8일간 시행되어 문과에는 응시자가 없었사옵고, 무과에는 1인이 응시하였사옵니다. 그 후 20일에 모든 채점이 완료되어 무과에 직부 대상자인 최성원이 병과 제1인으로 급제하여 현재 효력부위로 초수 사령 하였사옵니다. 무과 시관은 신을 비롯하여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 행사헌부집의 김시습이 맡았사오며 참시관은 신이 맡았사옵니다. 이번 제53차 대과 은영연은 급제자가 1인이므로 차후 대소과 합동으로 시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4월 제2차 무관 평정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금번 평정으로 행평안도도사 이성필이 정5품 통덕랑에서 정5품 통덕랑으로 가계되었사옵니다. 무록관 정직 전환에 대하여 아뢰옵니다. 금일 평정 결과에 따라 전옥서제거 겸군자감제거 이운를 녹관으로 전환코자 하옵니다. 병조 업무지침 중 '무록관이 최근 3회 평정에서 하점 없이 상점이 2회 이상을 받으면 재가를 얻어 녹관으로 전환한다.'를 근거로 이운은 3월 2차 평정부터 금번 평정에서 상점을 3회 받았기에 자격은 충분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이에 이운을 형조정랑 겸군자감정으로 의망하옵니다."라고 하고, 또 덧붙이기를, "이번 4월 제2차 무관 평정으로 행평안도도사 이성필이 정5품 통선랑에서 정5품 통덕랑으로 가계되었사옵니다. 미처 어전에 올리는 글에 실수가 있는 것을 미리 살피지 못한 죄 신을 벌하시어 일벌백계로 삼아주시옵소서."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청죄(請罪)하지 말라. 시관 혜택 등은 규례대로 시행하라. 정직 전환 역시 재가한다."라고 하였다. 4월 22일 무진(戊辰)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봉상시정 이다행이 천거의 일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일전 前경상도사, 현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의 백성 천거와 성균관 졸업자들중 천거자 총 4명의 천거를 진행하였습니다. 신이 지난 제127차 윤대에서 아뢴 바와 지난 윤대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천거는 절대 가벼이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의 소견대로 약 15~30일의 시간 동안 그들의 활동력과 출사 의지를 확인하였사오며 최근 어명을 내리셨던 17일에 대상자들에 간찰을 발송하여 그들의 의사를 탐문한 결과를 아뢰고자 하옵니다. 먼저 부정 윤강의 천거자는 전라도 나주목 백성 하유입니다. 그는 현재 호서(湖西:충청도)의 이방으로 봉사하고 있사오며 그 활동이 다른 이들과 다르게 활발하고 감영의 관속으로서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므로 신이 생각할 때에 그가 관리로 입사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흠결이 있다면 아직 과거에 입격한 전력이 없다는 것인데 신이 판단할 때에 조정다운 조정을 만들고,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중차대한 일이니 소과에 입격한 후에 천거를 다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합니다. 신이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함이 아니오라 전례가 그러하니 조심하여 나쁠 것이 없다는 소견을 아뢰는 것입니다. 그저 활동력만을 믿고 입사를 시켰다가 전처럼 혹여 잠적이라도 한다면 조정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의 문학적 자질과 활동력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의 능력을 확실히하여 동량(棟梁)임을 재확인하고 천거 절차를 진행한다면 그가 틀림없이 좋은 관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더불어 그가 출사를 원하고 있으며 동반(東班:문관)으로의 입사를 바라고 있습니다. 충청 이방 하유의 천거에 관한 어명을 내리시면 받들겠습니다. 다음으로는 성균관에서 알려온 제20기 졸업생 정예림, 강건, 진의 3명의 결과입니다. 먼저 앞서 아뢴 3명 중 정예림만이 천거 출사를 원하고 있사오며 강건과 진의는 조정의 제의(提議)를 정중하게 사양하니 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을 듯 합니다. 이에 정예림의 활동력 탐문 결과에 대해서만 아룁니다. 경상도 동래현 백성 정예림은 영남(嶺南:경상도)의 예방을 시작으로 읍내시전 마담증권, 전라도의 해동문화재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지금도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89차 생원시, 제90차 훈련원시, 제91차 진사시에 입격하여 삼시 입격을 달성하였으며 제90차 원시에서는 장원으로 입격하여 재능이 뛰어남을 입증하였습니다. 또한 훈련원 정병으로 최선을 다한 결과 갑사로 진급하여 최근 훈련원을 전역하였고, 성균관에 입학하여 과반수가 넘는 득표율로 제20기 재회 장의에 당선되어 그들을 대표하여 성균관운영절목의 변정(辨正)을 주재하고, 성균관운영절목을 고쳐 현행에 맞게끔 개정(改定)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올 상반기 정기 포상에서 지역활성화 포상을 받아 활동력과 문학적 자질을 동시에 입증받았으니, 이러한 그의 재능이 조정에서 쓰인다면 조정의 모습이 예와 같지 아니할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그는 모든 능력을 입증받았으니 조정에 들이는 일에 하등(何等)의 문제가 없고 신의 판단도 이와 같사옵니다. 이에 그를 조정에서 봉공(奉公)하게 하심이 옳다 사료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동반(東班)으로의 입사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처럼 2명의 천거 절차 결과를 아뢰오니 하교하여 주옵소서. 따르겠나이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급제자 출사 이외에 천거 출사 제도를 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피천거 자격을 급제자나 입격자로 한정하였더다면 무엇 때문에 거듭 천거 출사를 독려하였겠는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재만을 기다린 후에 등용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미 많은 시일이 소요되었으니, 두 백성에 대한 천거 절차를 즉시 진행하라."라고 하였다. 4월 23일 기사(己巳)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경상도 생원 정예림이 상소를 올려 아뢰기를, "이미 전하께서 매 해 연두교서에서 그리고 윤대에서 여러 번 하교하셨듯이 작금의 조정은 관원이 부족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조정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탄식만 할 뿐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누차 천거나 직부 등에 대해 때로는 엄히 때로는 망극하게도 간절히 하교를 하셨으나 이를 제대로 받들어 이행한 신료는 몇 없었습니다. 천거방목의 기록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목과 지침 등에 천거에 대해 명시가 되어 있으나 현재 천거제는 몇 년 간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정에서는 궤(櫃) 속에 숨겨진 진주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뜻이 있는 재야의 선비들이 과거장으로 몰려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의 조정의 모습은 그간의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조정의 형편이 한가롭게 대과 급제자만 기다려 인력을 충원할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 어찌 인재를 구함에 과거(科擧)에만 의존할 수 있겠습니까. 인재는 과거가 아니라 천거(薦擧)로도 등용할 수 있습니다. 아조(我朝)에서 과거는 그저 문필(文筆)을 검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문필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장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하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량한 글재주만 믿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보다는 글재주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언행이 일치하여 정직하고 강직하며 실천궁행(實踐躬行)에 힘쓰는 사람이 오히려 더 조정에 필요한 인재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상사회라는 아조의 특성상 정말 중요한 활동력이나 행정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 등은 시권을 통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과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천거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 천거를 담당하는 주무관청인 예조에서는 피천거자 하유에 대하여 관리로 입사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뢰면서도 조정다운 조정을 만들고,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중차대한 일이니 소과에 입격한 후 천거를 다시 진행하자고 합니다. 신은 조정다운 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또 다른 중차대한 일인 과거는 문필 이외에 다른 능력은 검증할 수가 없는 제도임에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시권에 대한 채점과 감시가 끝납니다. 홍패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품행이나 자질은 살펴보지 않고 급제자를 조정에 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반면 천거는 과거제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오랜 시일을 소모합니다. 백성들의 활동 의욕과 관련된 업무이기에 시관이 일주일 이내에 채점을 완료하지 않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파직되는 과거제와 대비됩니다. 천거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피천거자의 문필과 더불어 그 외에 다른 능력들을 살펴볼 수 있음에도 피천거자를 조정에 들이는데 저어합니다.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일은 천거뿐만 아니라 과거 또한 역시 중요한 것이고 백성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는 과거뿐만 아니라 천거도 중요한 업무인데 이 두 제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신은 도무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또 예조에서는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함이 아니라 전례가 그러하니 조심하자고 합니다. 그저 활동력만을 믿고 입사를 시켰다가 전처럼 혹여 잠적이라도 한다면 조정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며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경험적으로 증명된 주장이 맞는 것입니까. 소과에 입격하고 잠적한 선비들이 부지기수이며 심지어 대과까지 급제했음에도 출사하지 않거나 도중에 물러난 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소과에 입격한 것을 천거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예만 하더라도 지금 조정을 떠받치고 있는 두 당상인 동부승지와 공조참의는 각각 소과에 입격하기 전에 천거를 받아 출사하였고 소과에 입격하기 전 활동 내역만으로 은생원(恩生員)의 자격을 얻었으며 이후 문필을 증명하였습니다. 지금의 예조에서 내세우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오늘날의 두 당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문필은 출사 이후에 증명을 하게 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또 일단 등용한 후에 교육을 시키면 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면 그 뿐입니다. 예조의 예단과 염려가 시세(時勢)를 앞서는 듯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피천거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떨어질 조정의 위신보다 관료가 없어 현직 관원들의 사직은 생각할 수조차 없고, 겸직이 빈번한 것이 별 일이 아니며, 중앙에서 지방관조차 제대로 차송하지 못하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조정의 위신을 염려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재주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쓰는 것도 위정자가 할 일입니다. 준마는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어도 밭을 갈 때는 소보다 못합니다.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인사(人事)가 이러할진대 피천거자 하유는 이미 다른 방면에서 특출남이 입증되었고 출사의 의지가 있음에도 문필이 증명되지 않아 쓰이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소신은 문필이 관료의 자격에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천거에 관한 조문에 소과 입격은 천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그저 피천거자의 관직과 품계를 결정하는 데에 참고할만한 자격이나 경력 중의 하나로 명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여 소신 감히 예조의 계본을 가납하지 마시고 소신 이외의 다른 피천거자도 전하께서 다시 살펴봐주시기를 청합니다. 특히 피천거자 하유는 지난 2월 27일에 천거를 받았으나 그간 예조의 사정으로 지금까지 일이 미루어졌으니 더욱 늦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관계 관청이 천거 업무를 조속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여 주십시오. 소신이 일개 미천한 백성에 불과하지만 사사로이 다른 뜻을 품은 바는 없고 그저 조정의 안위가 염려되어 아뢰는 것이니 부디 소신의 상소를 물리치지 말아주십시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상소한 뜻은 잘 알았다. 이러한 사안에 대한 처분은 따로 염려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라고 하였다. 4월 24일 경오(庚午)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5일 신미(辛未)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6일 임신(壬申)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7일 계유(癸酉)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4월 28일 갑술(甲戌)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군기시부정 겸훈련원부정 윤강이 무관 인사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제53차 무과 대과에 병과 제1인으로 급제한 효력부위 최성원이 작일 관직신청서를 제출하였사옵니다. 이에 규례에 따라 병조 속아문인 군기시의 권지참봉에 임명하여 초입사 관원으로서의 업무를 수행케 하고자 하옵니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재가한다. 초입사 기간을 거쳐 정식 관원으로 안착할 수 있게 병조에서 잘 이끌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4월 29일 을해(乙亥)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사옹원정 김관이 문관 인사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조봉대부 이정언이 관직신청을 하였사옵니다. 이정언은 개국622년 출사하여 예조와 호조, 형조, 지방관 등을 거치며 조정의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승정원주서로서 약7개월 간 근속하며 전하의 곁을 지켰사옵니다. 특히 지난해 의궤 및 책례도감 낭청직을 수행하며 그의 능력을 충분히 입증하였사옵니다. 다만, 인사평정으로 인하여 파직되었으므로 공조 행상의원별좌로 의망하옵니다. 하옵고 전하, 지난 168차 윤대에서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이 민국의 사정이 좋지 않음을 고하였사옵니다. 본조의 당상관으로서 본조를 위해 사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겸직이라는 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작게는 조정신료들을, 크게는 본조의 만 백성의 어버이이신 전하의 어심에 그늘이 생기셨다는 것을 신 어찌 전하의 신하로서 모를 수가 있겠사옵니까. 하여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의 업무를 덜어주고, 또한 공조의 업무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공조참의 겸성균관사성 서민교를 성균관사성으로 의망하옵니다. 이 역시 공조수장과 협의가 된 사안이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재출사 독려에 이렇듯 실효가 있으므로 크게 다행한 일이다. 계목대로 즉시 사령하라. 참의의 면직 역시 재가한다."라고 하였다. ○ 봉상시정 이다행이 천거의 후속 조치에 대하여 계본을 올려 아뢰기를, "앞서 아뢴 천거자 2명에 대한 이조와 사헌부의 관직 문의와 서경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결과를 아뢰옵고 윤허하여 주실 시에 이조로 이첩하여 조속하게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전라도 나주목 백성 하유의 품계와 관직에 대해 아룁니다. 하유는 호서의 이방으로서 3개월 이상을 근무하였고 성균관 유생으로 원점 3점 이상을 획득한 전력이 있사오며 하삼도에서 지방의 활성화를 위해 기여한 노고가 큽니다. 이에 예조업무지침 천거심사조에 의거하여 종8품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종8품에 봉하고 권지교서관정자에 명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상도 동래현 백성 정예림의 품계와 관직에 대하여 아룁니다. 정예림은 경상감영에서 예방으로 3개월 이상을 근무하고 훈련원 정병으로 2개월 이상을 근무하여 갑사로 승진하였으며 우수 정병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소과 삼시 입격한 바 있으며 원시의 장원이 된 바 있습니다. 지역활성화 포상과 더불어 읍내시전을 운영하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에 예조업무지침 천거심사조에 의거하여 정7품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 정7품에 봉하고 권지승문원저작에 명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다만 이조에서 의견을 더하길 경상도 백성 정예림은 그 능력이 탁월하고 조정에서 쓰임이 많을 것이라 사료되니 종6품으로 봉하여 인재를 유능히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였는데 신의 의견도 천조(天曺:이조)의 의견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합니다. 이제 첫 입사하는 그를 처음부터 높은 품계에 봉하는 것이 전례에 남을까 저어되나 전하께서 그의 능력을 귀히 여기셨고 문관 인사를 주관하는 이조에서 이와 같은 의견을 제시한 것이 백성들에게 활동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되니 그를 종6품에 봉하는 것이 나쁜 방안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천거자들에 대한 품계와 관직에 대해 아뢰오니 윤허하여 주옵소서."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각각 종8품, 정7품으로 등용하라. 창국 이래 지금까지 천거를 통해 7품으로 등용된 전례가 없으므로, 종7품이 아닌 정7품 초입사이면 특별한 사례가 되기에 충분할 것으로 여긴다. 조정 안팎에서 인재를 갈구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곧바로 6품 참상관 품계에 명하는 것은 산림(山林)으로 칭송될 정도의 재능과 신망을 갖춘 경우가 아니고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하였다. 4월 30일 병자(丙子) 승정원동부승지 한명회 근무함(坐) ○ 상(上)께서 경복궁에 계신다. ○ 경상도 생원 정예림이 상소를 올려 아뢰기를, "신은 본래 포의지사로 재야에서 논밭이나 갈고 책이나 읽으면서 겨우 목숨이나 부지하여 학문에만 전념하고자 하였을 뿐 출사하여 천하에 이름을 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하오나 전하께서 신을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출사를 권하셨으며, 신이 두 번이나 소를 올려 천총(天寵)을 모독하였으나 죄를 주시기는커녕 거듭하여 신의 처지를 살펴주시고 성균관에서 수학하는 것을 윤허하셨습니다. 더하여 입사의 증표까지 내리는 은전을 베푸시니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전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그 뜻에 응하였습니다. 옛말에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였습니다. 아조의 부흥과 전하의 성세를 위하여 신을 부리십시오.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라 하시어도 전하와 아조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명을 받들 것입니다. 만약 신이 태만하고 부족하여 녹봉만 축내면서 조정에 누가 된다면 신의 죄를 엄히 다스려 일벌백계로 삼아주십시오.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았는데 몸이 가루가 된다 한들 어찌 보답하겠으며 뼈에 새긴들 감히 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이 받은 크나큰 은혜에 감격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이 나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엎드려 생각하건대 요즘과 같이 조정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더욱더 재야에 은거한 인재들의 출사가 절실합니다. 흔히들 현량한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한 나라는 흥하고 소인을 가까이하고 현량한 신하를 멀리하는 나라는 난망(亂亡)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이 생각하기로 사람은 제각기 장단점이 있으니 인사를 잘못하면 군자라도 일을 그르칠 수 있고 반대로 소인이라도 적소(適所)에 기용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여남은 집이 있는 작은 고을에도 반드시 충신(忠信)한 사람이 있고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도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였는데 아조에는 일말의 재주도 없는 자들만 있겠습니까. 신이 재야에서 살펴보건데 능히 조정의 한 축을 맡을 만하나 다만 출사의 때가 맞지 않아 아깝게 그 재주를 썩히고 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조정이 합심하여 인재를 구함에 힘을 아끼지 않고 주저하지 않도록 관원들을 끊임없이 먼저 권면하여주십시오. 또한 임금과 신하의 사이는 소원(疏遠)하지 아니하며 미더워야 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순 임금이 성군으로 불리는 까닭은 묻기를 좋아하며 이언(邇言)이라도 개의치 않고 살피셨기 때문입니다. 천근(淺近)한 말이라도 살펴야 하는 것인데 신하들의 말이야 이를 것이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귀담아 들어주신다면 백관들은 모두 감격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뜻을 털어놓고 아뢰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질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더불어 사방의 일을 두루 알게 될 것이니 이를 꺼려하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군신 간에 생각과 뜻이 서로 통해 일치단결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마땅히 헤아리시어 후대에 길이 남는 성군이 되십시오. 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은 오직 이 뿐이니 소신은 그저 그런 전하의 곁에서 미력하나마 말석을 차지하고 있어도 일생에 더없는 광영일 것입니다."라고 하니, 전하께서 답하시기를, "상소한 바를 잘 알았다. 주요 관원 외에는 다른 인재를 천거할 권한이 공식적으로 부여되어 있지는 않지만, 출사를 마다하고 재야에서 있는 동안 널리 보고 들은 것이 있을 것이므로 등용하기에 마땅한 백성이 있으면 상관에게 추천하는 방식으로라도 조정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라고 하였다. 선교랑 행한성부참군 겸승정원가주서 정예림이 쓰다. 개국624(2015)년 06월 23일 기록 : 선교랑 행한성부참군 겸승정원가주서 정예림 |
http://www.1392.org/bbs?sajor11:691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