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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44차 대과 문과 응시
: 최근 민국(民國:대한민국)의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응시자는 새로 대통령이 될 박근혜 당선인이 향후 5년간의 집권 기간 동안 추진해야 할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또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2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답안 내용 : 최근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혼란상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원인은 대개 만인(萬人)에게 모두 공평무사한 ‘법치(法治)의 확립’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서부터 비롯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즉, 법이 사회구성원들의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데 가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부의 법은 그 태생부터가 사회구성원 다수의 보호보다는 일부 특정계급의 이익창출이라는 목적에서부터 비롯되어, 법치의 근간을 뒤흔들고 사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최우선의 국정과제는 단연 ‘법치의 확립’이 되어야한다. 박근혜 당선인 또한 ‘법치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해오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박근혜 당선인이 추구하는 법치가 무엇인지를 아직 자세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박근혜 당선인이 말하는 법치의 기준이 무엇인지, 또 그 방향은 어디를 향하고 있는 지가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법치의 확립’이 중요하다는 말만 해서는 곤란하다. 무엇인가 분명한 행동으로 보여 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법치’란 무엇인가. 사실 그 해답은 매우 간단하다. ‘정의(正義)’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하버드대학(Harvard University)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교수는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강좌를 개설하고 책까지 출판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정의는 매우 단순하다. 사회구성원들이 스스로가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며, 또한 스스로가 억울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 곧 정의이다. 그리고 그것이 법이 추구해야 할 제일의 가치인 것이다. 여기에서 필자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또한 정책당국자들에게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의 대표적인 법가(法家) 사상가의 한 사람인 상앙(商鞅)의 가르침에 주목할 것을 제안해보고 싶다. 물론 상앙의 사상 일체를 그대로 받아들여 적용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사상의 요체만큼은 현대에도 시사하고 있는 바가 적지 않다. 따라서 ‘법치의 확립’을 위한 참고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의 후반부에서는 상앙사상의 요체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설명하여 보고자 한다. 상앙의 사상을 집대성으로 것으로 알려진 『상군서(商君書)』에서는, 인간을 자신의 이익[利]을 추구하는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부정적인 묘사인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인민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民之於利也, 若水於下也]”라고 하여, 인간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치자(治者)는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적극 이해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 『상군서』의 핵심이다. 즉, “인민의 본성은 길이를 재어서 긴 것을 취하고, 무게를 달아서 무거운 것을 취하며, 득실을 헤아려서 이익을 추구한다. 영명한 임금이 이 세 가지를 신중하게 관찰한다면, 국가를 다스리는 원칙을 확립할 수 있고 인민의 능력도 얻을 수 있다.[民之性, 度而取長, 稱而取重, 權而索利. 明君愼觀三者, 則國治可立, 而民能可得.]”라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상군서』는 먼저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을 국가를 다스리는 원칙을 확립하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의 마음을 적절히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해 『상군서』는 어떠한 방책을 제시하고 있을까. 그것은 ‘일상(壹賞)’과 ‘일형(壹刑)’, ‘일교(壹敎)’라는 세 가지로 정리되어 질 수 있다. 여기에서 ‘일(壹)’은 ‘하나’라는 의미에서, ‘일관되게 하다.’ 정도로 풀어 해석할 수 있다. 즉, 여기서 말하는 ‘일상(壹賞)’과 ‘일형(壹刑)’, ‘일교(壹敎)’란 ‘상(賞)’을 일관되게 하고, ‘형(刑)’을 일관되게 하고, ‘교(敎)’를 일관되게 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필자는 위의 세 가지 중, ‘일형(壹刑)’이야말로 지금 우리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방책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상군서』에서 설명하는 ‘일형(壹刑)’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상군서』에 따르면, “‘일형(壹刑)’이라 함은 형벌을 시행하는 데에 신분의 격차를 따지지 않는 것으로, 재상·장군으로부터 대부·평민에 이르기까지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국가의 금령을 어기거나 왕의 제도를 어지럽히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하고 사면하지 않는다.[所謂壹刑者, 刑無等級, 自卿相將軍以至大夫庶人, 有不從王令, 犯國禁，亂上制者, 罪死不赦.]”라는 문장에서 잘 설명되어지고 있다. 즉, 형벌은 친소(親疏)나 귀천(貴賤)을 따지지 않고 공평하고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벌에 있어서의 공평무사함의 추구는, 상앙이 공자건(公子虔)을 처벌한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 사례를 『사기(史記)』에서는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범하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태자를 벌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태자는 군주 뒤를 이을 사람이므로 처벌하지 못하고, 그 사부인 공자건을 처벌하고 스승인 공손가(公孫賈)의 얼굴에 묵형[入墨]을 가하였다.[衞鞅曰: 「法之不行，自上犯之.」 將法太子. 太子, 君嗣也, 不可施刑, 刑其傅公子虔, 黥其師公孫賈.]” 『상군서』에는 이처럼 포상과 형벌의 제대로 된 사용을 강조하는 문장이 다수 나타나는데, “임금이 비리를 금하고 신하와 백성을 부리는 방법은 포상과 형벌이다. 포상은 공에 따라 시행하고 형벌은 죄에 따라 집행한다. 그러므로 공을 심사하고 죄를 고찰하는 것은 신중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공을 세운 자는 포상하고 죄를 지은 자는 처벌해야 하는데, 만약 임금이 그러한 원칙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원칙이 없는 것과 같다.[人主之所以禁使者, 賞罰也. 賞隨功, 罰隨罪, 故論功察罪, 不可不審也. 夫賞高罰下, 而上無必知其道也, 與無道同也.]”와 같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법의 심판·집행과 관련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의 관행이 마치 '관습법'으로 자리라도 잡은 듯하다. 배고픈 자식을 위해 빵을 훔친 가장은 부끄러운 죄인으로 얼굴조차 들지 못하는데, 수십억을 훔친 권략자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가해자에게 적절한 법의 심판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피해자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경우마저 심심치 않게 보인다. 돈도 없고 힘도 없는 이들은 어디가서 하소연할 곳도 없다. 이와 같은 모든 악습은 “공을 세운 자는 포상하고 죄를 지은 자는 처벌해야 한다.”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가 당연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사회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자신들을 보호하려고 만든 법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는 자신들의 이웃마저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다. 비단 박근혜 당선인만이 아니다. 정부, 여당, 야당이 모두 시종일관 통합과 민주화의 가치를 소리 높여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것은 우리사회의 약속이며 당연한 이치를 수호해야 할 법이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법을 다시 일으켜 세워 법치를 확립하고 우리사회에 신뢰의 불씨를 다시금 살려내지 못한다면 과연 국민대통합이니 경제민주화라느니 하는 것들이 실현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법치의 확립'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가 정의로워지는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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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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