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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2차 증광소과 생원시 응시
: 조선왕조 정조 임금의 치세 기간을 응시자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또 그렇게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3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응시 과목 : 생원시 답안 내용 : 정조의 치세는 대개 태평성대로 평가되어 왔다. 조선시대를 두 시기로 구분하면 조선전기에는 세종이, 조선후기에는 정조를 당대의 성군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종이 성군이라는 사실에는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없지만, 세종과 같은 반열의 임금으로 추켜 세우는 정조에 대해서는 과연 세종과 같은 왕이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정조의 왕에 대한 이미지는 동양보다는 주로 서양에서 많이 찾아진다. 왜냐하면 세종과는 다르게 중세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이행기에 있었던 왕이었으므로 중세사회와는 다른 면모를 찾아야 하며 근대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실마리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세종과 비교해서는 정조를 평가하는데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서양에서 중세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진행하는 이행기에 절대군주시대가 있었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나 영국의 헨리 7세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 왕의 특징은 서양의 중세 봉건제 사회에서 근대 중앙집권 국가로 발돋음하는데 기초를 세운 인물로 평가받는다. 즉 권력이 지방에 각자 나뉘어져 있는 사회에서 중앙정부가 출현하면서 중앙정부를 통치하는 왕이 지방의 곳곳을 장악하는 사회를 가리킨다. 이때부터 현대국가의 모태가 나타나게 된다고 역사가들은 해석한다. 그러므로 서양에서는 현대국가를 살펴보기위한 기원으로 절대군주시대 어떻게 국가와 중앙정부가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정조의 이미지는 그렇게 형성되었다. 숙종과 영조를 거치면서 붕당의 폐해가 점차 심하게 나타나면서 국왕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붕당을 형성한 신하들만 남아 있게 되었다.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신하였지, 왕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숙종과 영조대 시행된 대부분의 정책들은 모두 신하들의 머리 속에서 나온 것으로 신하의 산물이지 왕의 의지가 아니게 된다. 그러나 정조는 달랐다. 정조는 의욕적으로 정책을 시행했다. 물론 자신의 생부인 사도세자에 대한 문제로 인하여 발단이 되긴 하지만 결국 그것은 정조의 왕권을 강화하는데 긍극적인 목적을 두고 있었다.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규장각과 장용영이었다. 규장각은 정조의 왕권을 뒷받침해줄 문신 양성소였으며 장용영은 정조의 든든하게 지켜줄 중앙군사기관이었다. 이러한 규장각과 장용영은 바로 절대군주시대의 프랑스 루이 14세와 비슷한 양상을 지니고 있었다. 정조의 규장각은 루이 14세의 중앙공무원들과, 정조의 장용영은 루이 14세의 강력한 중앙 직업군인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정조를 가리켜 루이 14세의 그것과 똑같은 절대계몽군주라고 하여도 하등 이상할 것은 없다. 정조 치세 아래의 조선은 바로 중세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절대 계몽주의 시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정말 그럴까. 우리가 잘 주목하지 못하는 것중 하나는 바로 정조 사후의 순조시대에 대한 해석이다. 19세기는 보통 세도시대라고 부른다. 세도시대는 몇몇 가문이 정권을 좌지우지하는 시대를 말한다. 정조는 절대계몽군주인데 그가 갑자기 죽자 세도시대가 된다는 것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정조는 다시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9세기가 세도시대가 된 것은 무엇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정조에게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즉 19세기 왕이 어떠한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정조의 정책은 대개 정조 자신을 위한 정책이지 국가나 정부를 위한 정책이 아니었다. 루이 14세의 그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규장각은 정조의 문신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고, 장용영은 정조의 호위를 위한 중앙군이었다. 즉 조선의 문신 양성이나 조선의 강력한 중앙군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순조 2년에 장용영이 바로 해체되고 19세기 내내 규장각의 기능이 쇠퇴한 것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에 반하여 루이 14세에 만들어진 중앙집권 국가 체제는 루이 14세 이후에도 그대로 이어졌으며 오히려 더욱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하면서 중앙의 명령이 지방 곳곳에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며 현대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조의 그것은 19세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조의 정책은 당대에는 크게 빛나 보일 수 있었지만 후대로 이어져 계승 발전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그것이 곧 필요한 정책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용영의 혁파는 그렇게 나타났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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