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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제42차 소과 진사시 응시 : 장원
2) 진사시 시제 : 2009년부터 서울시에 특성화 중학교인 국제중학교 두 곳이 들어서게 된다. 국제중 설립은 '세계화 시대의 능력 있는 인재를 육성하고 학교의 다양화를 통해 교육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그 취지로 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국제중 설립의 결과로 교육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교육 시장이 과열된다.'라는 등의 이유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국제중 설립 취지와 반대 주장에 대해 어느 쪽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가. 또 그 이유는 무엇인가. 응시자 본인의 의견을 기술하라. (200자 이상으로 답안 작성) ---------------------------------------------------------------------------------- 응시 과목 : 진사시 답안 내용 : 지금 민국(民國; 대한민국)은 바야흐로 무한 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교육 정책에 있어 이 사실은 더욱 두드러진다. 전국일제고사 실시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등 자유경쟁의 논리에 입각한 교육 정책이 속속들이 선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그 중에서도 서울시에서 두 곳의 국제중학교를 신설, 오는 2009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모집키로 한 것을 두고 뒤늦게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교육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소위 입시지옥이라 불리는 비정상적인 교육 열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가 대부분이다. 많은 이들이 이미 온 사회에 만연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을 예비 중학생까지 확대 적용하는 조치나 다름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의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애초의 취지와는 사뭇 다르게 대다수의 학부모들로부터 명문대 입시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비판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학원가에서는 명문대 입시반과 함께 특목고 대비반의 존재 여부가 학원의 성공 여부를 가름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이라도 하듯,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를 방불케 하는 경제 위기의 된서리 속에서도 가정경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 출범 이전부터 공약(公約)으로 내세웠던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의 대의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오히려 사교육 시장의 덩치를 불리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으며 문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둔갑하고 말았다. 이에 대통령은 우려의 뜻을 표명하며 조속히 그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당국에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색책(塞責)에 불과한 말 한 마디로 지금의 사교육 열풍은 쉬이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죽이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공언하나, 국민들로서는 현 교육이 나아가고 있는 길이 과연 ‘공교육’을 살리고자 하는 것인지 ‘사교육’을 살리고자 하는 것인지 도대체 그 진의(眞意)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짐작컨대, 그들은 한정된 교육의 기회를 경쟁을 통해 제공하는 것만이 자유경쟁의 시장 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민국의 지배 이념에 부합하는 미덕이 아니냐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먼저 먹이를 먹는다.’며 이른 나이에 경쟁의 의미를 체득(體得)하는 것도 이를테면 큰 교육적 성과라고 여기는 듯이 말이다. 입후보 당시부터 기업가 정신을 전면에 내세우고 국가 CEO를 자처했던 이명박 정부의 출신성분으로 미루어 볼 때, 이러한 추측도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인다. 백번 양보해서 개인과 개인 간의 경쟁의 견지에서는 이러한 주장도 수긍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당국에서 이러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그것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 세상이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기본 구조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지상목표로 삼고 항상 강자의 입장에 설 것을 종용(慫慂)하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며, 승리자와 낙오자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은 목민(牧民)하는 위정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국제중학교 사태만 해도 그러하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선 후보가 서울시 교육감으로 당선된 것은 타 지역에 비해 부유층에 가까운 강남권 학부모들의 몰표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한다. 이는 '다양한 교육 기회를 보장'하려던 국제중학교 설립이 실은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심화하고 수직적 계층 구조를 암암리에 더욱 고착시킬 초래할 가능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스타트라인이 서로 다른 트랙에 선수들을 두고 '자유경쟁'하라는 말과 같다. 마치 그들은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고식지계(姑息之計)로 문제를 대강 덮어 두려는 것처럼 보인다. 진실로 교육 당국에서 특성화 학교를 설립을 통해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지금의 성적과 입시 위주의 풍조를 개선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러지 않고서는 무엇을 시도하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진통(陣痛)을 피하기 어렵다. 학벌 위주로 사람을 평가하는 대기업의 공개 채용 정책, 수능 점수로 줄을 세우고 좋은 대학과 나쁜 대학으로 편을 갈라 일렬로 입장시키는 입시 제도 등과 같은 병증(病症)들을 우선 치유하고 난 후에야 진정한 의미의 교육 저변 확대와 서비스 다양화도 무리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케냐 출신 대통령의 당선에 힘입어 케냐어에 흥미를 갖고 외국어고의 문을 두드리거나, 차세대 농업 기술을 연마하려는 학생들이 농업특성화 학교로 진학하는 진정한 의미의 교육 다양화가 현실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과연 백면서생(白面書生)의 허황한 꿈일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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