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일보] 제0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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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도 백성 정병욱 발행 - 개인 발행 소식지 제013호 - 개국619(2010)년 5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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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일보 어느덧 13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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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일보는 그동안 아조 여러분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음과 동시에 해동신문과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지 어느덧 2년이 되는 듯 합니다. 그 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많은 성원과 관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면서 앞으로 조민일보는 다음과 같은 사훈을 내세워 아조민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밝힐 것을 거듭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모든 사조 백성들의 대변인
이는 우리 조민일보의 역사를 바꿀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훈 아래 社是(사시)를 내세우고자 합니다. 사시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共存同生 = 아조의 대변인과 같은 삶을 살아감을 상징
求同存異 = 같은 것을 구하되 다른 것이 존재함을 알아감을 상징
이 내용 그대로 우리 조민일보는 아조민들의 언론정신을 잃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바이며 자유롭게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조민일보에 연재해주신다면 성심성의껏 감사의 보답을 드릴 것을 거듭 약속합니다. 그리고 조민일보에서도 잡지가 새로 거듭 태어납니다. 오늘 자로 조민일보는 아조 최초의 잡지로 자부하는 <국민일간>과 합하여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실 것을 제창하는 바입니다.
이제는 앞으로 아조 백성들의 소통을 함과 동시에 존중해주는 태도로 대하여 맹렬히 남을 비난하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으로서 그 본분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아조의 여러분들. 조민일보에 언제든지 기고해주십시오. 강요가 아닌 부탁으로 말입니다. 제 부탁을 들어주시겠지요? 하하하하.
의지가 있으시다면 기꺼이 저희 신문에 연락해주십시오, 간찰로 주문을 주십시오. 그 주문을 받는 대신에 제가 기고료를 10냥을 드릴 예정이니 아조 백성들의 짐을 덜어드릴 요량이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제 어느덧 2년이라는 긴 세월의 조민일보. 이제 제2의 조민일보가 거듭 태어나기를 빌며 신뢰가 쌓아지기를 간절히 빌고 빕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바라면서 이 글을 줄이고자 합니다.
개국 619년 5월 28일
조민일보 사장 보덕 정병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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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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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일보의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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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민일보 최초의 만평]
이 만평이 기억나시지요? 이 만평은 여론의 파장을 일으키는데 충분하다고 사료됩니다. 그러나 이 만평을 그려주실 분들이 한 분도 안 계신 것에 대해 뭐라 말할 도리가 아니건대 이렇게 간절히 청합니다. 그림판으로 간단하게 그릴 수 있는데 왜 그리시지 못하세요? 실력이 모자라서요? NO! NO!
한 번 해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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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일보는 그동안 진보를 거듭했습니다. 시도 말했지요, 논평, 연재, 말 등도 했지요 심지어는 만평까지. 다재다능한 조민일보의 역사. 그 역사는 풍파를 이겨내는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그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 여러분들의 손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나약하지 마시고 바로 신문에 명성을 떨치세요! 부담 갖지 마시고! 천천히!
자, 제가 여러 개의 예시를 통해 조민일보의 참맛을 느끼세요~!
617년 12월 20일자 <본보 創刊號(창간호) 코너 ‘시’>
제가 고등학교 문학 시간에 배웠던 시를 써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의 비참한 현실을 대변해주는 시 바로 김수영 시인의 '눈'입니다.
눈은 살아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 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 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618년 6월 24일 <본보 논평>
최근 민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국민들은 눈시울을 적셔야만 했다. 그날 왜 노 대통령이 돌연 서거했는지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이나 다름이 없었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돈을 준 것에 대해 MB정권이 개입하여 대대적인 수사를 벌여야만 했고 극우세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계란을 내던지는 진풍경이 있었다. 한데 왜 노무현 대통령은 聖人으로 대접을 받아야만 했을까? 장례를 불교식으로 치르기도 했지만 그는 엄연히 말하자면 가톨릭으로부터 세례를 받은 사람이었는데 교리 상으로 자살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결국 스스로 주님의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민주주의에 무참히 짓밟힌 독재정권에 항거한 최초의 변호사이고 민주화의 상징이 되는 인물이 이렇게 자살을 하다니 국민들이 분노하였지만 스스로 민주주의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나와서 이 민주주의 운동에 투신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거듭나기를 바라며 이상으로 논평을 마친다.
연재 <만강 中 - 618년 6월 24일자>
……자신의 아들은 후처의 소생으로 만날 기방에서 개판으로 노는 타락한 존재처럼 살아오는 것에 대해서 송 대감은 부자의 인연을 끊겠노라고 협박했으나 아비를 만만히 보곤 하였다. 특히 무엇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마누라의 복과 아들의 복이 없다는 점이었다. ……
618년 12월 1일자 <본보 말>
개국618년 마지막 한 달이 남았다. 그동안 사조 여러분들은 고비고비 넘었을 것이다. 그동안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그 지난 2009년을 돌이켜본다. 나는 그동안 토관으로 일하면서 힘든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세상 사는 게 엄청 힘들고 고달펐다. 그러나 지금 사조를 통해 돌이켜보면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대학에 합격하고 여기저기 사조에 기웃거리면서 놀았던 그 시절이 무척이나 좋았다. 정말 좋았다. 나는 그 시절을 돌이키며 트로트 가수 주현미가 부른 ‘정말 좋았네’라는 노랫 말을 통해서 느낄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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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
보덕 정병욱 작 소설 근대
나는 근대의 부친을 찾아보기 위해서 전차에 몸을 싣고서 총독부 정류장에 내리던 사람들이 와르르 나가고 전차는 다시 출발했다. 다음 정류장이 종로1정목이다. 전차를 타고서 드디어 종로1정목에 내렸다. 계속 직진하여 걸어보니 정말 한옥인 건물이 하나 있었고 그 건물에 걸린 요산옥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그곳으로 나는 들어갔다. 내가 그곳으로 들어가고 보니 祖父喪(조부상)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근대의 조부가 돌아가신 것임을 눈치를 챘다. 상주의 통곡소리는 마치 조선의 하늘이 통곡하는 것과 같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상주는 근대의 부친 용태요, 정식부인 김씨가 조상의 위패를 지키고 있었고 증조부 되는 근대의 이복여동생인 모양인지 하는 여자가 한 명 있었는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동생도 마찬가지다.
"아니 자네는 누군가."
용태가 나를 보더니 반가워하며 말하자,
"소인은 심근대의 친구입니다."
하며 정중히 인사하였는데 정실과 같이 반겨주었다.
"어서 오시게. A군."
나는 그와 마룻바닥에 올라가 맞절하였다.
"자네가 A군이라 했는가."
"네, 아버님."
심용태 씨는 이내 웃는다.
"그러지를 마십시오. 조상님께서 노하시겠습니다."
"거 참, 착하디착하구먼. 노하시라지. 그 조부께서 등을 지셨으니 A군. 내 방으로 같이 갑세."
나는 근대의 부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요산옥과 그의 인연이 궁금해 그것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근대 부친이 말하시길,
"이 가게는 사실 우리 정실부인이 운영하는 것이오. 있는 자본금으로 마련한 이 요산옥을 내 집처럼 살고 있으니 말이오. 한데 종로에 왜놈들이 상권을 장악해 이리 파리가 날아다니는 걸 보면 대강 얼마나 심각한지 알 것이오."
그러고는 근대 부친은 하인이 들어와 안주상을 차렸다. 그리고 근대 부친은 내게 잔을 주면서 술을 따른다. 나는 얼른 받아 정중히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부친은 말을 꺼내셨다.
"사실 몇 개월 전, 그러니까 四月(사월)에 조부께서 화병에 걸리셨소. 그런데 병은 점점 악화되어 돌아가셨는데 심근대, 내 귀하디귀한 자식을 한번 보는 것이 여한이 없다고 하시면서 기다리시라고 연신 말했지만 하인들을 동원해서라도 그 아이를 보고프시다고 그러시다보니 한숨을 돌릴 겨를이 없다고 하더군. 그러니까 근대를 얻은 계기가 된 것이 운양호사건이 일어난 이후였소. 강화도조약이 맺어지고 문호가 개방되는 과정에서 내가 장원급제하였는데 내 그 나이가 이팔청춘이었소. 그래서 급제하고 벼슬길에 나아가는데 구중궁궐에 거닐다가 어느 궁녀를 보았소. 한데 그 궁녀가 내 마음에 들어와 사모했는데 그 궁녀의 이름이 夏姸(하연)이고 천하의 곱디고운 절세미인이었소. 그런데 내가 갑신년정변을 거쳐 을미년에 이르니 내가 그 여인을 흠모하다 상사병에 걸려 졸지에 순간의 欲情(욕정)으로 아이를 배고야 말았소. 그래서 그 궁녀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나 내쫓김을 당하였고 그 어머님께 뵈고 그랬으나 근대를 낳을 제 나한테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그 궁녀는 어디론가 사라져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고 난 그 소식을 듣고 좌절하여 통곡하였소. 그래서 나는 그 아기를 친인척이 되는 집안에 양자로 보냈소. 종종 그 인척이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지만 그 편지를 이미 끊은 지도 몇 십 년이 되었소. 심근대, 그 아이를 알다니 얼마나 다행이오."
그러다 근대 부친은 침묵을 지켰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이미 혼인은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생부를 찾기는커녕 생모가 누구냐고 나에게 캐묻더군요. 게다가 하인들이 도련님이라고 부르자 그가 기피하는 겁니다."
그 순간 근대 부친은 고개를 끄덕이며 곰방대를 꺼내 담배를 피우면서,
"기피를 했다."
"죄송스런 말씀입니다."
"괜찮소."
하고는 근대 부친께서 눈물을 보이셨다. 그리고 울분을 토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내게 이런 부탁을 하셨다.
"A군! 나는 근대를 보고 싶소! 정말이오! 나는 그 아이를 보지 못한 게 일생동안 한이 맺혔소! 제발 그 아이만을 제발! 제발!"
하고는 근대 부친이 이내 혼절하셨다. 그 혼절한 모습에 나는 당황스러웠다.
"정신 차리세요! 정신 차리세요!"
하는 소리에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바깥에 있던 김씨부인이 문을 열어 대감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했지만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하인들을 불러 병원에 데리고 가보라고 일장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병원에 가보니 단순한 쇼크라고 진단하여 강장제를 처방해 주어 다시 집에 들어와 자리에 들게 하고 김씨부인의 마중을 받으며 집을 나왔다. 그리고 발걸음을 얼마나 걸었을까. 내 집에 들어와 마누라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으면서 멍하니 있는 내게 불행케도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아닌가.
"여보."
"무슨 일이오."
"근대 씨가 며칠 전에 이혼했데요."
"이혼을 해."
"네. 이혼을 한 이유가 뭐라나."
"누가 이혼하라고 했는가."
"근대 씨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데요."
"왜 요구를 하나."
"근대 씨의 옛 애인을 만났다나 봐요. 자기 자신이 미국인과 사귀고 있었다고 하고."
"미국인이라는 사람이 누군가."
"W라는 사람이라던가?"
아내의 말로 W라고 하는 미국인은 본래 대대로 건설업을 운영하는 집안이요, 둘째가라면 갑부보다 부럽지 않는 집안이고 학벌이 센 집안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필리핀에 산다고 한다. 근대와 인연이 각별하단다.
"근데 양육권은 어쩌고."
"양육권은 근대 씨한테 넘어간 상태고."
그때 근대의 목소리가 내 집 뒤에서 들려왔다.
그때 근대가 문을 두드리자 내가 얼른 바깥을 나오면서,
"자네 또 술을 마셨나."
하며 문을 열어주었다.
"아버지! 아버지!"
연신 소리치는 근대의 목소리를 듣는 나는 멍하니 있었다.
"아버지, 아버지! 어디 계십니까! 아버지, 한이 많소이다!"
동네 떠나가라 소리치는 근대를 보고,
"왜 이러는가!"
하며 나는 화를 내었다.
"아, A군. 자네 반가우이. 자네 마누라가 있는데 어쩌누."
"입 닥쳐!"
결국 나는 화를 내었다.
그때 근대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취한 사람이 이렇게 이성을 되찾을 줄은 그 누가 알았으랴. 그런 내게 근대가 슬며시 말을 꺼내었다.
"아니 A군, 자네가 한이 많았나보군. 한풀이를 해야 하겠군. 그러니 하하하하."
그러고서 근대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많은 조선 백성들아, 鴨綠江(압록강)을 가로질러 두만강을 가로지르니 오랑캐가 떡하니 지키고 있겠구나. 하하하."
나는 화를 참는 심정으로 냉정히 명령했다.
"입을 닥치란 말이 들리지 않은가."
"하하하하, A군. 내 실례하이."
결국 나는 근대를 부축해줄 수밖에 없었다. 근대의 이런 모습은 나에게 일종의 재앙처럼 다가왔다.
"이보게, 근대."
"응?"
하며 근대가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를 바라본다.
"인력거꾼으로 변장할 텐가?"
"흥, 인력거꾼임은 대수던가?"
"하하하하."
"헤헤, A군. 나는 자네를 좋아해. 내 벗이니까."
"친구니까."
"글 친구랄까? 문우랄까?"
나와 근대는 실컷 웃었다. 미안하네. 자네, 하고 내가 용서를 빌듯이 근대의 웃음은 매우 좋았다. 몇 시간이 흐른 때다.
"근대."
"왜, A군."
"내가 자네 아버지를 만났다네."
순간 근대는 놀란 듯 걸음을 멈추었다.
"뭐라고!"
"거짓말이지. 아암, 거짓말이고말고."
"거짓말이 아닐세."
"정말일까?"
"응."
근대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정말로……그게……진정인가."
아니라고 부정하기 힘들었다. 아니 그것조차 싫었다.
"내가 왜 인력거꾼이 되려고 했는지 이제 알겠는가."
근대는 아무런 말도 못한다.
"그건 바로 자네 부친 심용태, 그 사람을 만났지. 만났으이."
감정이 폭발한 나머지 근대는 내 멱살을 잡았다.
"그 사람은 어디 있는가!"
"총독부 근처에 있는 요산옥이라는 곳이라네. 그곳이 자네 부친의 집이지."
나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서 근대는 멱살을 놓은 후 쓸쓸히 인사하지 않고 멀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 다음날 후지모토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곧바로 교수님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교수님 얼굴이 좋지 않으신 모양이다. 얼굴이 통통하지만 날씬한 모던 보이를 자랑했던 교수님. 그 교수님이 이제 정년퇴임을 앞두시고 긴장이 되셨는지 나를 노려보듯 바라보시는 게 아닌가.
"교수님,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얼굴이 좋지 않으시군요."
"아하하하, 그건 아닐세."
후지모토 교수님은 근대에 대해 안부를 물으셨다.
"근대는 지금 집에 있는가?"
"네. 곧 제 방으로 올 겁니다."
"자네 방에?"
"네."
"한데 A, 자네가 근대 졸업장을 주었는가?"
"아니오."
"그러면!"
교수님이 결국 놀라시고 말았다.
"나중에 주렵니다."
"그러실 테지. 내 명치대학에서 교수노릇을 한 지 삼십여 년이 되건만 그런 제자는 처음일세. 아마 조선서 삼척동자도 잘 알 테지."
하시고서 후지모토 교수님은 웃으신다.
"저 교수님."
"음, 말해보게."
"놀라지 마시고 들어주십시오. 사실 근대에게 生父(생부)가 있습니다."
순간 후지모토 교수님이 놀라신다.
"뭣이!"
"사실입니다."
"아니 근대에게 아버지가, 아니 생부가 계시다니."
"제가 미리 그분을 뵈었습니다."
"정말인가."
"네."
후지모토 교수님은 마음을 진정시키시고 창밖을 여셨다. 그리고 바람이 솔솔 들어오면서 마음을 진정시키신다. 날이 쾌청한데 야속하게도 춥게만 느껴진다. 이제 점점 여름으로 들어갈 무렵에 말이다.
그날 밤, 근대는 맨 정신으로 우리 집에 와 잠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근대는 잠들면서 연신 이런 말을 하였다.
"아니야! 아니야!"
그리고 그의 귀에서 환청이 들려왔다.
‘당신 지금 무슨 생각을 했어요! 나 왜 당신과 결혼했는지 정말 궁금해요! 당신이 무수리 아들이란 것도 알고요! 네! 알고말고요!’
결국 소리치고 벌떡 일어섰던 근대는 말없이 방을 나섰다. 그때가 해가 중천이기 직전이었다. 오전 일곱 시 후지모토 교수님은 우리 집에 오셨다.
근대의 몰골이 말이 아닌 것을 보신 교수님은,
"근대 군. 자네 많이 힘든가 보구먼. 자네 몰골이 말이 아니야."
근대가,
"선생님, 절 받으십시오."
근대는 눈물을 거두고 교수님께 큰절을 한다.
"그만하게, 근대 군."
하며 교수님은 근대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며 오열하였다. 그리고 오열하면서 소식을 전해주었다.
"자네 외조부께서 돌아가셨다네."
근대의 외조부와 교수님은 잘 알고 계시었다. 교수님 집 근처에 그 외조부가 집사로 일하고 있었기에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네?"
"진정 돌아가셨다네."
근대는 멍한 사람처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대가 충격을 먹지 아니하였으면 하는 것을 누구나 바라는 바가 있으리라. 순간 근대의 눈에서는 외할머니의 모습이 선선하다.
"장례식을 언제 치른답니까?"
근대가 교수님에게 물어본다.
"4일장으로 치른다는구먼. 자네를 기다리려고."
그래서 후지모토 교수님과 근대는 자신의 외조부의 장례식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근대는 조부에게 절을 하고는 돌연히 바깥을 나서고야 말았다.
칼에 찔리는 그 심정이 되어버린 근대의 가슴은 만신창이가 되고도 찢겨지고도 남았으리라.
며칠 후 근대에게 어떤 이가 찾아왔다. 이름이 Q라는 이였는데 후지모토 교수님의 제자였다. 그런데 그의 곁에 한 여자도 있었는데 그 여자가 알고 보니 근대의 첫사랑인 경이라는 여자였다. 순간 근대는 그녀를 보고서 고개를 돌리고야 말았다. 기피하였다.
"근대 씨. 저 기억하시겠지요?"
하며 경이가 근대에게 말을 걸었다.
"근대, 자네 나를 알겠는가?"
"오, Q군. 오래간만일세."
"한데 왜 저 여인을 데려왔는가."
"저 여자가 자네를 보고 싶어 했다네."
경이, 그는 지금 평양에 시집을 갔지만 남편의 무능함을 깨닫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그 시어머니에게 도움을 받아 피신하여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주도하였다. 그리하여 조선에 대한 정조를 꺾지 않고 독립군의 여장으로 투신하여 일본군을 소탕하는 임무를 하는데 큰 공헌을 새우게 되었다. 심지어는 사회주의에 가담하여 六十萬歲運動(육십만세운동)에 가담해 형무소에 갇히게 되어 구속되었다. 하지만 병보석으로 풀려난 그녀는 官立學校(관립학교)에서 조선어를 가르치고 몇 개월 전 임시교사로 있다 대전에서 야채장사를 하였다. 다시 독립운동에 가담해 독립자금 운송에도 뛰어들어 잠시 미국으로 망명하여 구미위원부에서 비서로 일하다 그만두어 조선에 돌아왔다.
"근대 씨."
"응."
"부인하고 헤어졌다고 들었어요."
"나는 너를 좋아했다."
"고마워요."
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쓸쓸하다고 느꼈다.
"아, 전차가 지나가는구나."
경이는 서울에서 본 전차를 오래간만에 본 것에 대해 감개무량하게 느낀 모양이다.
그러나 길 한 켠 지나가는 한 젊은 여자가 근대에게 다가가더니 전처였던 이향자의 친구라 하면서 접근하였다. 그러는 과정에서 이향자가 지금 현재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결국 근대는 이 여자와 헤어지고 난 후 환청이 들려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경이가 지켜보는 앞에서 실신하였다. 하여 근대를 의원에 데려다 진찰을 받으니 단순한 쇼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강장제를 처방해주어 며칠 동안 쉬게 하였다.
이튿날 저녁이 될 무렵 근대는 눈을 떴다. 근대가 내게 건넨 첫 한마디.
"의사가 뭐라고 하던가."
그러자 내가 말해주었다.
"의사가 아무런 걱정하지 마라더구먼."
근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내 의사가 걱정스런 말을 하였다.
"이 환자가 자주 쇼크를 일으킬 지 의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의학으로서는 완전한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한의학이라도 받아들여야할 지도 모릅니다."
이런 말을 듣던 나는 용한 한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볼 요량으로 근대에게 말하였다.
"자네 병세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그러네만 한의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보지 않겠는가. 아는 데가 있는데 그리로 갈까?"
"맘대로 하시게."
"그럼 다음날에 가도록 합세."
"응."
그러다 근대가,
"잠깐."
하며 내게 말을 걸었다.
"응."
"나 연옥이란 아이를 봐야만 한다네."
연옥이란 아이는 내 사촌여동생을 말한다. 지금 현재 사범학교에서 국어를 전공하고 있다.
"아, 연옥이. 알지. 연옥일 데리고 올까?"
근대가 끄덕이는 것을 보면 보고 싶어 했나보다,
연옥인 사실 안국동에 살고 있다. 女專(여전)을 마치고 자신이 교사가 되겠노라고 옹고집을 부려 사범학교에 들어가 공부하는 명석한 아이였다. 이 아이를 근대에게 소개시켜주었더니 그가 내 아내가 될 사람이라고 점찍어두기도 했다. 이런 인연으로 근대를 사모하게 되었고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친구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까닭에 근대가 경성부청에 가보고자 했으나 몸이 좋지 않으므로 내가 대신 그곳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府廳(부청) 건물에서 만난 연옥이 내게 근대 오라버니가 어디 있느냐고 그러자 내가 오라버니는 편찮으셔서 여기에 오지를 않으신다고 말했다. 근대의 전처 이향자하고는 자신의 언니가 그 여자와 여고보 시절 때 친구라고 하여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럼 오라버니, 저랑 같이 가요."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근대가 있는 병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옥이 들어서면서 근대에게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근대가 위안이 된 모양인지 연옥의 손을 잡으면서,
"우리 향자에게 가서 내 건강하고 또 보고 싶다고 전해주시구려."
하며 부탁하였다.
"네. 제가 대신 안부를 전할게요."
그런 연옥이 근대에게는 고맙게 느껴졌다. 그렇게 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1927년 新幹會(신간회)가 조직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기사가 실려 있는 신문을 읽고 있던 나는 잠시 중국에서 출장 차 호텔에 머물며 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문득 근대가 생각이 나 편지지를 들고 만년필을 잡았다. 그 만년필을 잡은 나는 근대에게 이렇게 편지하였다.
근대군, 이 편지 전하고자 했다네. 그동안 잘 지냈는가. 내가 이미 처자도 얻고 나는 이미 출장차 중국서 있는 다네. 자네 잘 지내고 있는가. 정말 자네가 보고 싶다네. 오래간만에 만나 보고픈데 어찌할 수 있으랴. 아무튼 오래간만이네. 어떻게 지내는지 이 글을 보거든 내게 편지해주길.
추신 : 정말, 내 진심이라네.
>근대, 자네 친구 A.
> 다음날 오후에 답장이 날아왔다.
A군! 자네를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아는가. 아무튼 자네 조선에 온 것을 환영한다네. 나는 이미 홀몸조차 아니라네. 경이랑 행복하게 잘 살아가고 있다네. 자네 중국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얼마나 기쁜지 한번 보았으면 하네. 한데 무엇보다 고민인 것은 있다네. 그게 무엇인지 아는가. 내 생부모를 찾는 것이라네. 자네, 내 생모를 찾아주게. 물론 내 생부를 찾았으니.
>A군의 친구 근대가 쓴다.
> 근대의 모습을 나는 돌이켜보았다. 내가 중국에서 서울로 올라온 Q라 하던 동창과 술자리를 마련하는 와중에 내게 소식을 전해주었다.
"근대, 그 사람이 지금 어디론가 사라졌다네. 평양에 갔는지, 함흥에 갔는지, 아니면 장생포로 갔다든가. 그럴 텐데. 자세히는 잘 모른다네. 明沙十里(명사십리), 아니면 금강산에 갔나. 하여튼 함흥차사나 다름이 없다네."
"하하하하, 그러지 말게."
나는 그만 얼굴을 찡그리고야 말았다.
"허허, 아니 자네 얼굴을 왜 찡그리는가?"
"아니."
"오호라, 자네 며칠 전에 근대 편지를 받은 게로구먼."
"그렇다네, 근대군, 그놈에게 내가 편지를 보냈다마는."
"헌데 이를 어쩌누. 심근대 그 사람, 지금 서울에서 울산으로 갔나봐."
"장생포라 하더니."
"울산에 장생포라는 데가 있다는 게야."
"진작."
조선의 모습은 아직도 그대로요 수도 서울, 아니 경성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서울에는 화신백화점이 생겨나게 되었고, 전차가 이리저리 구석구석 다니고, 차가 많이 있는 듯 차들이 지나가기를 여러 번하였다. 종로거리도 변함이 없지만 광교 아래도 그대로다. 청계천의 정기도 그대로다. 청계천의 맑은 물을 며칠 전에 무슨 사업을 한답시고 자금을 모아댄다던 소문만 무성히 들려왔고 이에 참다못한 채 府廳(부청) 앞에서 항의를 하였다. 그런 다음 근대의 숙소에 들어섰는데 근대가 난데없이 내게 사람을 증오하는 나그네의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꺼내었다. 근대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나그네가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네. 네 어미가 무수리라고."
그리고서는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하였다.
칼에 무서운 사람처럼 근대는 집에 들어서서 웅크리고 있었다.
"경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하는 소리에 나는 당황했다. 사실 경이에게 예기치 않은 사고가 생긴 바람에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근대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말하였다.
"병원에 입원했다네. 사고가 나서."
"어떤데."
"괜찮다고 하였다네."
이제 근대는 새 출발을 해야만 한다. 그 새 출발을 어렵게 생각할 지. 잘 모르겠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근대의 생부가 내게 다방에 오라는 편지를 받아보고 다방에 갔다. 그 다방에 들어선 하이칼라인 나의 자리에 앉는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말없이 종이 두 장을 내게 건넸다. 그것은 호적등본이었다. 그 호적등본을 바라본 나는 근대의 이름이 있음을 알고 충격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근대의 부친이 말하였다.
"A군. 내가 근대 그 아이를 내 아들로 입적했소."
그런데 근대가 충격을 먹지 않을까 염려한 마음으로 말을 꺼내었다.
"선생님. 선생님이 근대를 아이로 입적한 것을 근대가 알고 있습니까?"
점점 식어가는 커피 잔을 머금어 마신 근대의 부친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근대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그리고 잡담을 나누고서 근대의 부친을 뒤로하고 얼른 근대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이르니 신음소리가 온 사방에 들리어온다. 그 방에 들어가 보니 근대는 신음소리를 내며 이런 소리를 내었다.
"아, 아, 아니야! 아니야!"
신음소리를 계속 내는 근대를 보는 나는 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근대의 꿈은 알 길이 없었지만 잠시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기도를 해주었다. 드디어 근대는 눈을 떴고 근대가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이렇게 눈빛으로 말하였다.
‘Oh, Where Can I buy in? (아, 나는 어디에 살까?)’
하고는
‘아, 나는 어디에 살까?’
……
‘내가 어떻게 살까?’
……그런 말을 왜 하는가.
‘하는 말이 왜, 불편해서?’
……요상한 꿈을 꾸었다네.
근대의 음성이 들리어온다.
‘요상한 꿈?’
……
‘정말인가?’
……그렇다네.
‘그렇다면 그 꿈이 뭔지도 궁금해지겠구먼.’
……응, 부친과 모친이 나를 낳았다는 줄을 알았는데, 심씨 가문이 그것도 내 아버지가 큰아버지라는 게 정말 끔찍했어. 내가 진작 독립운동에 투신해서 불란서의 잔 다르크나 나폴레옹처럼 몸 하나를 헌신했더라면 해방이 되거든 당당히 國祿(국록)을 받아먹으며 떵떵거리며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우리 집안은 보잘 것 없는 집안일세. 오죽하면 衡平社(형평사)를 일으켰던 천민들의 그 뼈아픈 사연을 들을 길이 있으랴. 나는 한 번 사고 쳐 보는 게 소원인 사람이라네. 그런 기고만장한 삶을 살았으면. 朴烈(박열)처럼 의롭게 살다 감옥에 갇혀 불귀의 객이 되고 싶은 그런 정열적인 마음.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네. 신분의 굴레? 그까짓 것이 뭐기에 이 심근대를 만만히 보더란 말인가.
‘아, 나는 근대 군을 존경한다네.’
……정말인가?
‘응.’
……하하하하, 나는 부친을 보고파하지도 아니하였지만, 그 부친을 보고파 어쩌누.
‘근대 군, 참으로 발칙하구먼.’
……어허! 발칙하다니? 그 말은 삼가게, 하하하하. 내 생부가 정녕 있더란 말인가. 감히 내게 생부가 있더라는 말은 금시초문이요, 그 말만 한다면야 죽을 테니 하인들이라는 놈은 보려야 볼 수가 없도다!
그렇게 근대의 목소리는 사라졌다. 사흘 후 나는 근대의 생부를 다시 만났다. 나는 근대의 부친을 직접 뵈었다.
"무슨 일로 왔는가."
"저는 근대 군에 대한 것을 말할까 해서 왔습니다."
그러고 난 후 근대의 근황과 더불어 생부를 그리워하고 있노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근대가 생부를 증오하고 있다고 말해주자 생부는 울부짖었다.
"내가 죄인이오! 죄인이오! 내가! 내가 죄인이오! 근대 내 아들이 나를 모르다니! 하늘이 무심하지 않을 수 없구려! 조선 오백년 역사 이래 내가 간통을 저질렀소! 무수리하고 간통을 저질렀소! 간통죄로 나를 데려가시구려!"
연신 울분을 토하는 근대의 부친 심용태. 그는 아들을 몹시 그리워하는 모양이었다. 그의 죄의식을 잠재울 이가 오직 근대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칼바람이 날리는 그의 집안의 분위기에 적응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생부의 집을 나선 나의 발길은 점점 무겁기만 하였다. 부친이 알려준 대로 근대의 외할머니를 만나보라고 하여 정확한 주소를 알아왔다. 근대의 외할머니가 사시는 곳은 경기도 退村(퇴촌)이라는 곳이었다. 그곳에 이른 나는 그 집에 다다랐다. 그 집은 초가지붕을 얹은 황토 집이었다.
"계십니까."
그러자 방문이 열리고 사투리가 나왔다.
"누구랑가. 시방 뉘기에 왜 여기에 와서 난리라다냐?"
전라도 말씨를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어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서 놀란 듯,
"헌디 총각이 누구시랑가요? 시방 누구시기에."
"저는 심근대 씨의 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이름은 A입니다."
그 순간 아주머니는 나를 알아보신 듯,
"아이고, 어서 오구려. 근대 외할미 되는 사람이오."
하며 반기기 시작하였다.
그러는 내내 근대의 외할머니는 그동안 무수리인 근대의 생모가 살아왔던 행적을 낱낱이 토하였다. 그러는 동안 외할머니의 눈에선 눈물이 나왔다. 그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을 근대의 생모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였다. 美人薄命(미인박명)일까, 楊貴妃(양귀비)일까. 한참 망설여지고 있었다.
다음날 그분의 말씀에 따라 근대의 생모가 기거하는 곳을 알아내었다. 서울에 있는 모 성당의 근처라고 하여 그 집에 이르렀는데 그곳에 살던 하인이 말해주기를,
"근대의 생모께서 내일 모 다방에서 보자고 하십니다."
라며 나에게 슬며시 전해주었다.
그 다음날 나는 근대의 생모를 만나고자 그 다방에 갔다. 다방에 이르니 파란 저고리를 차려입은 비녀를 꽂은 여자 하나가 있었다. 그 여인을 보아하니 갓 마흔을 먹은 여자인 듯한데. 가서 슬며시 근대 군의 생모냐고 물으니 놀라며 일어선 순간 그 생모는 내 손을 잡으며 오열하였다.
나는 그분을 자리에 앉히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생모는 독실한 불교신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생부를 만난 것은 구중궁궐에서였어요. 그곳에서 우연히 사모를 하는데 그때는 신분제가 폐지되기 직전이었겠지요. 그래서 가끔가다 그 사람의 집이 세력가이다 보니 그 집에 가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래서 그 집에 드나드는 과정에서 근대 생부가 나에게 청혼을 하더랍니다. 일개 무수리가 그런 유혹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물론 알고 있는 바였지만 아직 총각이었고 궁에서 나와 달라고 청하기를 수십 차례. 난 그 사람에게 정조를 바쳤지요. 나에게 서양에서 나온 포도주를 따르더니 마시자고 해서 마신 것뿐인데 갑자기 제 앞에서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면서 저를 품에 안기어 가로채더랍니다. 그래서 내게 사랑을 주고 순간의 욕정으로 통정하게 되었던 겁니다. 나에게 권위 있는 도련님한테 시집을 가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그땐 궁궐에 있는 몸이었고 이를 들통 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상궁 마마님이 제게 궁궐을 나가라고 하여 나갔는데 시댁 부모님이 반대하시는 지라 은밀히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아이가 심씨 핏줄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때가 늦었고 그래서 숙부의 자식으로 들어갔던 겁니다."
"……"
"그러고서 나는 그 죄책감에 사로잡혀 낮이고 밤이고 사흘이고 나흘이고 울분을 토하며 살았습니다! 그 괴로움을 잊으려 청량사에서 도를 닦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절에 있다고 근대 생부에게는 말씀해주지 마세요."
그 여인의 말을 듣던 나는 순간 연민을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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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신문을 만든다고 게을리한다고 비난하실까봐 지금 겁먹고 있답니다. 죄송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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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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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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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