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거리에서 “일반적인 한국인”보다 피부가 조금 검은 사람들을 보는 것이 생소하지 않습니다. 웬만한 식당에 가면 조금 낯선 이북 사투리를 쓰는 아주머니들이 식사를 가져다 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한국에는 이주노동자*가 더 이상 적지 않습니다. 중국의 조선족 교포를 비롯하여 네팔, 부탄, 필리핀, 방글라데시, 몽골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노동자**들의 수가 수십만에 달한다고 합니다. 유난히 한민족임을 강조해온 대한민국에도 이렇게 많은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있는 걸 보니 세계화라는 말이 과연 허투른 말은 아닌 듯 합니다.

이들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들에 대한 적개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 논리는 대략 이러합니다. 가뜩이나 국내에 일자리가 없는데, 저들이 한국인이 고용되어야 할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므로 저들을 모두 추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에 언론에서 선정적으로 보도되는 이주노동자의 범죄 때문에 이주노동자 전체는 범죄 최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야기에는 과연 이주노동자를 한국으로 데려온 사람이 누구인지는 나타나있지 않습니다. 최저임금도 아까워서 좀 더 싼값에 사람을 부리기 위해 이들을 고용한 공장과 이들에게 비싼 돈을 받고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해준 브로커는 한국인의 이름으로 용서가 됩니다. 원인은 간데없고, 결과만 욕을 먹는 세상입니다. 삼성을 비롯한 자본의 세계화는 찬양하면서 그에 따라 당연히 파급되는 효과인 노동자의 다국적화는 차별하고 욕하는 세상이 바로 한국입니다.

과거 한국은 수 많은 이들을 하와이 농장으로. 독일 광부와 간호사로, 중동 건설노동자로, 일본 일용직으로 남미로, 미국으로, 리비아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그곳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차별받고, 괄시받고, 노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가족을 위하여 참고 적은 돈을 푼푼이 송금하였습니다. 이러한 역사를 기억한다면, 역시 자신의 나라에 있을 가족을 위해 단지 열심히 일할 뿐인 그들을 멸시하는 것이 곧 한국의 근현대사를 멸시하는 것임을 깨달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인종주의의 광풍이 전세계를 뒤덮고 있는 오늘입니다. 독일의 네오나치, 프랑스의 국민전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 일본의 신군국주의, 미국의 신KKK단... 부디 한국에서만큼은 이들과 같은 전처를 밟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보통 외국인근로자라고 하지만 유엔인권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국적, 민족적 차별을 없애기 위해 이주노동자라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희한하게도 영어 강사 등의 직업을 가진 서구 외국인들(특히 백인)을 외국인근로자로 부르는 언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김민승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