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 2014 세월호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참담한 일이었다. 어느 정도 시일이 지난 지금도 참담하다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참담하다. 많이 울었다. 심리에 조예가 있는 사람들이 전 국민의 건강을 염려할 정도로 너나 할 것 없이 큰 아픔을 겪어냈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보다도 더 아프고 아팠을 가족들에게 죄스럽지 않고서는 한 글자의 글도 적을 수 없었다. 이제야 입을 열어 말을 꺼내지만 어디까지가 옳은 글인지 알 수가 없이 그저 아무에게라도 누가 되지 않기를 속으로 바랄 뿐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진도 앞바다에서 여객선이 침몰한다는 속보에도 사람들은 서로를 믿었다. 전원 구조라는 말에 다들 안심하고 기다렸었다. 하지만 낮이 채 지나기 전에 속보의 문구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유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이 타고 있다는 소식에 다들 숨죽였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모두가 무사히 돌아오리라 여겼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사고가 두 달이 가까이 된 지금도 계속 기적만을 기다리고 있다.

6월 9일,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첫 공판이 있었다. 유가족들과 다른 모든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판 절차에 따라 선원들은 혐의에 대해 부인하기도 했다. 그들이 그들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권리를 행사하기 전에 그들은 자신들이 많은 아이들의 삶의 권리를 얼마나 쉽게 팽개쳤는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작은 권리나마 팽개치지 않기 위하여 얼마나 피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생각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는 선원들과 해운사의 직무 유기는 물론이요, 많은 문제가 복합되어 일어난 안타까운 인재(人災)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노력이나,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유 모를 잡는데만 혈안이 될 것이 아니다. 우리가 SNS를 통해 수없이 되풀이한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어낸다는 글귀 속에 길이 열려 있다. 세월호를 망각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우리들의 다짐이 한때의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늘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편집장)

TODAY'S VERSUS | 인터넷 최대 난제를 파헤친다

탕수육 부먹이 진리인가 찍먹이 진리인가

볶먹과 가장 유사한 맛은 부먹,
정통에서 벗어난 찍먹은 사문난적 지정해야

이벽손
부먹진흥위원장

한때 인터넷을 달궜던 탕평(糖平,주석참조)의 바람은 이론을 정립하기 이전의 혼란에 불과하였으며, 소스와 튀긴 고기를 볶아먹도록 만들어진 탕수육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으로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 한국기술자격검정원 중식조리사자격증 실기시험에서는 볶아먹기 힘든 배달 탕수육의 경우, 부어먹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다.

1인 1식으로 규정되어 있는 짜장면, 짬뽕 등의 메뉴와는 달리 대부분의 중식당에서 요리류로 분류되어 한 접시를 시켜 여럿이 나누어 먹을 수밖에 없는 탕수육을 주문함에 있어 각자가 부먹이니 찍먹이니 서로의 취향을 보장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 튀김옷이 다 불어터질 때까지 논쟁을 일삼는 폐습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흐트러진 원칙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기도 하다.

한때 뭇 초등학생들의 선호 외식으로 굳건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중식당이 피자, 치킨, 햄버거 같은 거센 양풍(洋風)에 밀려나가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모두가 일치 단결하여 아름다운 옛 문화를 지키지는 못할망정, 부먹이냐 찍먹이냐 하는 소모적 논쟁에 역량을 소진해서는 아니될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찍어먹자며 소스를 고기에 들이붓는 확고한 손놀림에 방해를 가하는 자들을 색출하여 가차없이 처단하여야 할 것이다. 사문난적에게 관용은 없다.

부먹은 개인의 취향에 제약 가하는 습관적 폭력,
이제 소스의 자유 보장할 때

이벽
찍먹당 대변인

자유란 무엇인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먹고 싶지 않을 것을 먹지 않는 것을 우리는 자유라고 부른다. 만일 누군가 내게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단호하게 거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저 간악한 부먹충들은 타인이 취향을 가질 자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것처럼 말이다. 이제 다른 접시에 덜어서 일부는 찍어 먹고, 일부는 부어 먹는 합의안조차 거들떠보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합의안에 따르는 순간 부먹의 원칙은 기반을 잃어버리고 무너지고 말 것임을 그들 자신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찍어먹으면 소스의 분량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초등학생 정도의 두뇌만 갖추어도 어느 쪽이 옳은 길인지는 분명하다.

그들에게 부먹은 취향을 넘어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도달하고 말았다. 똘레랑스에 입각하여 '반은 부먹, 반은 찍먹'이라는 합의안을 내놓았지만 엥똘레랑스로 일관하는 부먹충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은 없어야 한다. 소스의 자유를 관철하기 위해 우리도 일어설 때이다. 부장님이 짜장면을 외치는 순간, 모두가 짜장면으로 대동단결하는 암흑의 시대를 지나 메뉴 선택의 자유를 획득했던 예전의 영광된 역사를 되돌아볼 시점이다.

INTERVIEW | 역사 속의 인물을 만나다 (1)

조선시대 가상인터뷰 (1): 조선 건국에 '도전'하다, 정도전

600여 년의 조선 역사에서 우리는 수없이 명멸해 간 많은 사람들을 책으로 접해 왔다. 하지만 역사 속의 그들은 우리의 실제 삶과 유리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 속에서 고뇌하던 현실인이었을 것이다. 짧고 뚝뚝 끊어진 텍스트 속에서 그들의 인간상을 복원하기 위해 인터뷰라는 형식을 택했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요즘 KBS 대하사극 '정도전'을 통해 새로운 인간형을 제시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정도전을 만나 보았다. (글-이벽손)

정도전 초상

이름이 '도전'이다. 실제로 도전하는 치열한 삶을 택했는데 이름 덕분인가?  하하. 재미있는 질문이다. 개그를 다큐로 받아 보자면 내 이름인 도전(道傳)은 길 도에 전할 전을 쓴다. 새로운 길을 내어 후세에 전했다는 점에서는 통한다고 할 수 있겠지.

그것도 괜찮은 해석인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의 뒤를 이어 조선을 다스린 사람들은 정몽주를 더 높이 평가했다. 기분이 어떤가?  맞다.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고려를 뒤엎고 조선의 개국공신이 된 것은 득보다 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니 그래도 여기서 몽주 형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형의 학통에서 재상이 나올 때마다 술을 샀으니 아직도 빈털터리 신세다.(웃음)

그래도 자신의 뜻을 계승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건 참 씁쓸한 일일 것 같다.  뭐, 다 지난 일이니까. 조선도 결국 망하지 않았나. 영원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시스템은 없다. 다만 그걸 만들고 유지하는 사람이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시스템의 노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 혼자 고민해서는 일이 안 된다. 아무리 천재라도 말이다. 꼭 내 뜻을 계승하지 않았더라도 많은 후배들이 조선을 위해, 아니 조선의 백성을 위해 진력하지 않았나.

당신에게 이성계란 어떤 사람인가.  어허, 휘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이제 그런 세상이 아니란 것쯤은 안다만 그래도 옛날 사람 앞이니 조금은 조심해 주기 바란다. 나에게 전하는 왕이자 뜻이 맞는 친구요, 신뢰관계가 확실히 다져진 러닝메이트다. 내가 가진 생각도 그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것이고, 그 사람의 힘도 나의 머리가 없었으면 쓸 곳이 없었을 테지. 그리고 하필이면 그 때가 난세였던 것이고. 난세에는 천명이 주인을 찾아 헤맨다. 그걸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만한 자신감 없이 나라를 세울 수 있겠나. 당연한 것이다.

당신은 군약신강의 나라를 꿈꿨다. 이성계에게 미안하지도 않았나?  알 만한 사람이 참. 어쨌든 내가 나의 구상을 모두 말해주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걸 알았다면 그가 그 일을 하려 했겠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까지 했어도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왕의 칼이 당신에게 미치지 않을 것이라 여긴 건 당신의 오판이었다. 더 할 말이 있는가?  권력이라는 건 그런 거다. 나에게도 결국 그 날이 향할 것이란 것을 알면서도 내 손에 자루가 있을 때는 휘둘러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진 싸움이 되고 말았지만, 내 이름 석 자는 후세에 남기지 않았나. 이방원의 후예들이 나를 폄하하려 애써도 결국 나의 선견지명은 드러났다. 나에겐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드라마는 잘 보고 있나?  초반에는 나를 설익고 덜 여문 유자(儒者)로만 묘사하는 것 같아 유쾌하진 않았지만 강적을 만나 각성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극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은 그럴 듯 했다. 나 이외의 다른 이들을 맡은 연기자들도 모두 뛰어나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드라마를 만들어 주어 고맙다.

그런가? 인터뷰에 응해 주어 나도 고맙다. 이 인터뷰는 다음 인터뷰를 그 전의 인터뷰이가 고르게 할 예정이다. 누구를 지목하고 싶나?  아. 그런가? 글쎄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다. 꼭 시대 순서대로 해야 한다면 김종서는 어떻겠는가? 내가 이방원한테 당한 것처럼 그도 수양에게 당한 것이 있어 얘깃거리가 많을 것 같다.

CRITIQUE | 말 말 말

막걸리 보안법의 망령

글-이벽손

직접 경험한 일은 없지만, 옛날 '막걸리 보안법'이라는 것이 있었다. 주막에서 막걸리 한 잔 걸치며 무심코 한 대통령 욕 때문에 경찰서로 끌려 가 곤욕을 치르던 서슬 푸른 유신 시대의 '국가원수모독죄'를 비양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옛날이라 하니 아주 오래된 일인 것 같아도 이 조항이 수명을 다 한 것이 1988년이었다. 지난 일이라고 마냥 웃고 넘어갈 일만은 아니다.

얘기인즉 대통령 욕을 하게 두면 기강이 흐트러지고, 기강이 흐트러지면 사회가 어지러워지고, 사회가 어지러워지면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원인이 낳는 최악의 결과를 추려 내어 억지를 쓰는 확대 해석의 오류도 오류지만, 나라가 어떻게 망하는지 제대로 알려 줄 생각도 않는 태도도 문제다. 그저 '그렇다면 좀 그런 줄 알으라'고 을러댈 뿐이다. 이 불호령에 무지렁이뿐 아니라 내로라 하는 판검사, 교수들도 이 법의 위헌성을 감히 지적하지 못했다.

논어 자로편에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라는 말이 있다. 쉽게 풀이하면, 도량이 넓은 사람일수록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되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를 바라지 않으며 속좁은 사람일수록 상대방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기만을 바라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 역사에는 자신의 길이 무조건 옳다고 여기고 다른 이들이 군말 없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지도자들이 더 많았다. 이들은 단 한 마디의 뒷말도 질색을 하며 막으려고 했다. 입으로는 정의구현이니 치안 제고이니 그럴 듯한 구호를 덧붙이지만, 그게 정말로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바로 다른 생각을 끌어안는 불편부당(不偏不黨)이 아니라, 다른 생각은 하지 못하게 하는 멸편멸당(滅偏滅黨)이다.

지금도 벽보에 쥐를 그렸다는 이유로 백성을 잡아다 취조하는 일이 있고 보면 복고풍이 어지간히 유행이긴 한가 보다. 3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여전히 '막걸리 보안법'의 망령은 여전하다. 필요하기만 하다면 조선시대로 돌아가 삼족을 멸하는 벌이라도 부활시킬 기세다. 시시비비를 떠나 그러한 패기만큼은 존경스럽다 하려니와, 이 꼬락서니를 보고 지하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고 계실 누군가를 떠올리면 통탄하지 않을 수도 없다.

FORTUNE | 이달의 운세

이달의 운세를 점쳐 드리리다.

뻥인 걸 알면서도 한 주의 시작, 한 달의 시작마다 어김없이 펼쳐보게 되는 운세. 아니면 말고 식의 애매모호한 운세는 재미가 없다. 삼국지 인물을 통해 그야말로 핵직구로 쏘아 주는 이 달의 운세.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글-이벽손)

子 쥐띠-황호 간신은 간신답게 아부만큼 좋은 처세술도 없다. 아부가 빛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의심하지 말라.	丑 소띠-하후무 나 자신을 알라 무능력을 아는 것도 능력. 내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급적 벗어나는 일에 도전하지 말라.	寅 호랑이띠-잠혼 아따 거시기 중요 부위에 부상운이 있으니 각종 공놀이를 멀리하는 게 좋을듯.	卯 토끼띠-유선 안정지향성 이번 달은 별 탈 없이 안정감 있는 한 달이 될 듯. 대신 자존심은 개나 줘 버리세요.	辰 용띠-양송 존재감 제로 양송이 누구 부하더라? 아무튼 운세에 양송이 있으니 버섯찌개를 조심할 것.	巳 뱀띠-원술 Have a dream 난 꿈이 있어요. 나를 지켜 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벽. 벽이다. 벽밖에 안 보인다.
午 말띠-하묘 hey bro. 그러니까 잊고 살았던 형제자매에게 카톡이라도 날려보자 '누구?...' 이런 대참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未 양띠-예형 혀는 몸을 베는 칼 자나 깨나 입조심. 이번 달은 말을 조심하자. 미성년자라고? 그럼 닥치고 공부나 하세요.	辛 원숭이띠-등무 첫끗발이 개끗발 주인공은 원래 뒤에 등장하는 것. 웬만하면 나서지 말고 뒤에서 간이나 보자.	酉 닭띠-손호 폭군간지리얼마초 리더십 폭발. 늦지 않았으니 스터디 모임이라도 만들어보자. 치킨동아리도 좋고.	戌 개띠-장개 이름도 '개'인만큼 하는 짓도 개. 팔자에 '개'가 있다. 술먹고 개 될 유력한 징조가 보인다.	亥 돼지띠-미방 부사인 찾기 파트너에게 최선을 다하라. 당신이 부사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제갈량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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