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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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31호 - 개국623(2014)년 1월 11일 | | | | | | 보덕 정병욱 작 고향집 제12화 | | |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겠소?”
“소인이 송구스럽습니다만 제 딸을 양녀로 삼아만 주신다면.”
“그대의 성씨가 궁씨인가.”
고개를 든 나그네는 고일화의 눈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울부짖었다.
“참으로 비정한 아비구려. 일개 딸을 팔아먹으려는 그 야만적인 모습이 어떻게 보이던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구려.”
그리고서 하는 고일화의 말이 나그네의 가슴에 치명타를 가했다.
“그대의 딸을 일단 내게 주시오. 나는 양녀로 들일 자격이 없소. 내 아랫것을 시킬 터이니 궁씨 일가라면 그에 대한 연줄이 어떻게 되는지 상세히 알려주시면 되오.”
순간 일말의 허탈함이 있었으나 일화의 한 마디에 순응하여 하인을 시켜 그 나그네의 뒤를 따라가서 그 집에 가 자세히 내용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가던 길을 마저 갔다. 더군다나 지금은 겨울 한 철이다. 선사국의 영화는 이런 영화가 되는 것도 모르지 않겠으나 일화는 덧없음을 느낀다. 고태수의 막내딸인 그녀에게 고태수는 무엇이었는가. 그녀는 한때 선사국의 영토였던 일봉도 출신의 지주였다. 그녀의 어린 시절은 선사국의 수도 안에서 이루어진 셈이었다. 그녀에게는 오라비인 남노가 있었지만 남노는 그런 그녀를 쉽게 친해질 존재가 아니었다. 더욱이나 자신보다 실력이 월등한 오라비에게 어찌하여 친히 대한 단 말인가. 그녀에게 오라비는 괴로운 존재였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향길의 며느리로 들어가게 한 오라버니의 노력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그녀에게 신분을 고귀하게 하기 위한 오라버니의 뜻이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남노는 멀리 지방의 長官(장관)으로 갔지만 어김없이 오라버니가 서찰을 보내주고는 하였기에 그녀로서는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이다. 이렇기에 방금 도움을 청한 나그네의 청을 들어주는 센스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조정에서는 後嗣(후사)를 논하는 것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에 왕이 말하길,
“차차 낳으면 될 것이 아니요.”
하였지만 신하들은 완강한 고집을 꺾을 길이 없었다. 한편 다음날 일화부인은 궁씨 일가의 親族(친족)이라는 그 나그네의 정보를 알아내었다. 그 내용의 글이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일개 궁봉화의 후손으로 夫(부)인 길억이 죽음을 맞이하자 다른 식솔 중에 있는 남자가 궁 정승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 內通(내통)하여 아이를 낳아 궁씨의 일가로 대를 잇게 하였으며 그 길억의 아우에게 후사를 잇도록 하여 자신의 그 아이를 궁씨 일가라고 하도록 하였음’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우나 고일화의 얼굴에서는 순간 일그러진 표정이었다. 그 일그러진 표정을 주체할 길이 없는 고일화가 말하길,
“壬娘(임랑)이 게 있느냐.”
하자 어떤 계집하인이 달려왔다.
“네, 마님.”
하자 고일화가 말하였다.
“나리를 모셔라.”
하인이 달려가 지아비인 향랑을 불러들였다. 향랑이 당황하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
“부인. 무슨 일인데 얼굴이 그 모양이오?”
이윽고 그녀는 향랑을 보며 말하길,
“서방님. 소첩이 말할 길이 없나이다.”
“그게 무슨 소리오?”
“나리, 잘 들으십시오. 방금 궁봉화의 후손이 절 찾아왔었나이다.”
그러나 향랑이 놀라는 것이 없었다.
“한데 소첩에게 자기 딸을 양녀로 삼아달라고 했더이다.”
“그래서요?”
“그래서 하인을 시켜 물어서 쓴 것을 본 바가 참 어처구니가 없더이다.”
이렇게 말하며 일화부인은 향랑에게 그 서찰을 건넨다. 이를 보던 향랑은 놀라면서 말하길,
“이것은 아버님과 긴히 이야기할 일이오. 그러니 부인은 비밀로 해주시구려.”
하며 향랑이 바깥을 나섰다. 향랑은 아버지 향길이 머무는 곳에 이르러 말했다.
“아버님 주무시고 계십니까?”
하자 안에서,
“무슨 일이냐.”
“긴히 말씀드릴 일이 있나이다.”
하자,
“들어오너라.”
는 소리에 향랑은 들어갔다. | | |
| | | “궁봉화라는 조상을 아는가?” | | | “問候(문후)를 여쭐 겸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무슨 일이냐.”
“소인이 이 서찰을 보았습니다만.”
하며 그 가져온 서찰을 보여준다.
“이것이 무엇이냐.”
하는 향길의 말에 머뭇거리는 향랑을 보고,
“어허, 말을 못하겠느냐.”
하며 嚴命(엄명)을 내렸다.
“그 서찰이 바로 궁봉화의 후손이라고 말하는 이한테서 얻은 것이옵니다.”
그러나 험악하게 변할 줄 알았던 향길은 그 서찰의 내용을 읽으면서 ‘허허허’ 하며 웃고 말았다.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겠지만 아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니 더욱 어처구니 없던 거다.
“이놈아, 어찌 이런 일을 가지고 기겁을 하는 게냐?”
하며 향길이 말하길,
“이 아비도 한때 그랬더랬다. 나는 본래 향길이란 이름을 만을 가졌으나 향이라는 성씨를 가지는 수밖에 없었더랬다. 그래서 이것을 보고 있노라니 선왕의 왕비를 사통한 일이 있었더랬다. 선사국이란 곳은 이런 곳이다.”
이윽고 향랑이 놀라자,
“흐흐흐, 그건 비밀로 해야하는 것이지만 대를 이으려고 한다면 끈질기게 생명력을 가져야 하는 것이 선사국의 정치다.”
하며 향길은 正義(정의)를 내렸다.
그리하여 다음날 이른 아침에 며느리인 일화부인가 문후를 여쭈러 오는 것을 맞이하며 말하였다.
“아가야. 그것은 결코 큰일이 아니란다. 그 궁봉화의 후손이란 이를 불러들이어라. 내 그 자를 만나 긴히 이야기할 터이니.”
이에 일화부인은 놀랬다. 그런 시아버님의 태도에 당황하였던 것이다. 이에 몸종 임랑을 불러내어 그 나그네를 불러들이게 하고 항길의 앞에 앉히게 하였다.
해가 중천이 될 무렵 아들에게 조정에 심부름하게 하여 벼슬을 신청토록 하였다. 아들 향랑이 科擧(과거)에 급제하여 벼슬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경사는 곧 집안의 자랑이기도 하였다.
“나, 나리.”
“앉으시오.”
나그네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미소하며 향길이 앉으라고 하였다.
“그래, 내 그간의 이야기를 잘 들었소만.”
하며 수염을 만지고 말하였다.
“내 우리 집안에 양녀로 들이지 않아도 되오.”
“네?”
나그네는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궁씨 집안에 아는 이가 있으니 그분을 부탁하도록 하겠소. 그러니 따님을 이곳에 일단 불러오시구려. 그 연후에 차차 서찰로 알려드릴 터이니 염려는 마시오.”
이에 나그네는 눈물을 감출 길이 없었다.
나그네는 눈물을 훔치며 물러나가고 심부름을 하였던 임랑을 불러내었다.
“임랑아.”
“네, 나리.”
“일단 궁태화를 불러내시게.”
도성 안에 궁태화를 모르는 이들은 결코 없을 터였다. 궁소동의 次男(차남) 궁태화는 거드름을 피우며 향길에게 절하였다.
“아이고, 나리께서 무슨 일로 이 궁태화를 찾으셨나이까?”
奸臣(간신)처럼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이 향길에게 통할 길이 없다.
“허허허허.”
“왜 웃으십니까?”
“자네 그 모습이 여전하구먼.”
하며 향길이 혀를 끌끌 찬다. 그리하여 태화를 안으로 불러들였다.
“내 자네에게 다름이 아니라.”
향길의 눈이 태화를 응시하였다. 그러자 태화는 말했다.
“그래, 무슨 일인가 궁금하니 말씀해주십시오.”
茶床(차상)이 한가운데 놓인 것을 두고 태화는 차를 마시며 들을 차비를 취했다.
“궁봉화라는 조상을 아는가?”
순간 태화는 기겁하며 차를 마시다 그만 체하고 말았다. 사래가 들리며 기침을 하고 말았다.
“그, 그래서요.”
향길이 그간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이야기하자 태화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웃으면서 향길은 끄덕였다. | | |
| | | “자네를 궁씨 일가의 한 집안에 양녀로 가게 될 것일세.” | | | 이에 응해 궁태화는 아무 일이 없다는 듯 향길의 집을 나섰다. 그 이튿날 일화부인의 또다른 식솔이 그 나그네의 딸을 불러내었다. 그 나그네의 용모는 아름다웠다.
“들게.”
향길이 그녀를 보고 들어오라고 이르니 그녀는 하인들의 부축을 받아 들어갔다.
“앉게.”
그녀는 거침없이 자리에 앉았다.
“그래, 자네 어버이가 이곳에 찾아 오셨더랬다.”
“네.”
한참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향길은 말했다.
“내 자네에게 말하는 것을 잘 들으시게.”
“……”
“자네를 궁씨 일가의 한 집안에 양녀로 가게 될 것일세.”
이에 그녀의 눈에선 놀라움과 어리둥절함이 교차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집안의 판단에 달려있다는 것임을 명심하시게.”
하며 자신의 몸종을 불러들여
“태화대감을 불러오시게.”
이에 태화가 지화자 좋다는 식으로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이고, 나리!”
“태화 자네 왜 호들갑인고. 허허허허.”
향길이 그녀에게 태화를 소개시켰다.
“이이가 자네 仲父(중부) 쯤 될 걸세.”
그녀의 눈에선 신기함이 만감했다.
“아이고, 이런 귀한 여식을 어떻게 팔아먹으려고 그랬나?”
하며 태화는 혀를 끌끌 찼다.
“편안히 잘 있으시게.”
향길은 그 여자를 태화에게 데려가 살게 하고 집에서 正坐(정좌)하여 책을 읽어대기 시작한다.
“허허허허.”
그 생각이 난 나머지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 태화의 양녀로 정식으로 입적한 그녀는 現王(현왕) 운왕 15세의 후궁으로 揀擇(간택)되어 瓦妃(와비)란 이름으로 궁중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런 공로로 궁태화는 소오 겸 대오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향길의 아들 향랑은 일길찬 겸 대나마에 임명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조정은 점차 새롭게 진보되어갔다.
그리하여 박천보를 공영판사로 임명하여 덤으로 길용호를 길사로 임명하였다. 구영성을 중중정 겸 소중정으로 관직을 올리고 고남노를 왕내대신으로 임명되었다. 고태박을 주자학장에 봉하니 이들의 대대적인 분배를 끝마친 셈이었다.
그렇지만 관직을 이동해야하는 조정신료들의 고민은 쉽사리 그칠 줄 모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대적으로 관직을 이동하는 이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고로 온하수를 3개의 중정(대중정, 중중정, 소중정)으로, 천어를 중정대대신과 총리참의를 맡게 하고, 박천보의 아들 朴英(박영)을 사지에 봉했다. | | |
| | | 소인이 말하건대 후사 문제는 곧 선사국의 흥망에 달려있나이다. | | | 이런 대대적인 관리체계의 개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왕이 무엇보다 근심한 일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후사 문제였다. 이런 후사 문제에 대한 것에 왕은 반발할 근본이 없었다. 이에 조재가 말했다.
“전하. 소인이 말하건대 후사 문제는 곧 선사국의 흥망에 달려있나이다. 그러한지라 후사를 두어야함이옵니다. 예컨대 덕의여왕의 선대가 후사를 낳으려고 했으나 덕의공주가 왕위를 찬탈한 것으로 인하여 덕의공주를 왕위에서 폐하고 죽음을 맞이한 연후에 후사를 두었사온대 그러한 수난을 당한단 말씀이옵니까? 엄연히 왕위를 찬탈하는 격이 되오니 부디 소인의 訴(소)를 들어주시옵소서.”
이에 왕은 조재의 말대로 왕비와 정을 통했으나 회임이 되지 못하였다. 어의를 불러보아 진맥을 해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더러 그 방책을 간구해야만 했다. 그것은 양자를 들이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왕은 사자를 보내어 자신과 촌수가 먼 친척동생들을 수색하며 찾으라고 일러 궁에 불러들이니 그 중에 단 한 명의 사나이가 궁에 들어오자 이름이 없는 것을 알고 그를 義俊(의준)이라 이름하여 황궁에 있게 하고 태자로 책봉하였다. 이에 고조선에서는 노발대발하였으나 선사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방안이었노라고 아뢰자 고조선의 왕은 잠자코 있었다.
하지만 의준이라는 이 사람은 결혼하려는 여인과 동거하여 아이를 낳았으나 결국 사별을 하고 어린 자식과 같이 궁에 들어왔다.
그러나 행복은 얼마가지 못하고 의준은 궁에서 돌연히 죽었는데 일부 궁인들에 의하면 궁씨 집안에서 독살하였다느니 다른 세력가들에게 죽임을 당했다는 망언이 온 궁안을 싸돌았다. 그러한 상황이 이어지자 왕은 격노하여 다시 그 태자의 친동생을 불러들여 다시 태자 책봉하였는데 고조선의 왕 혁서가 칙사를 보내어 말했다.
“왜 태자를 이랬다 저랬다 책봉시키느냐!”
그러한 고로 왕은 정확한 사인을 알아내라고 어의에게 으름장을 놓자 어의가 공포증으로 인한 돌연사라 판정하여 왕에게 보고하였다. 그러하자 왕이 하루종일 통곡하고 말았다.
그러하지만 이미 선사국의 별들은 지고야 말았다. 온의가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그 후임을 각각 태정대신에 봉용서와 총리대신에 온연방을 임명케했지만 그 뒤에 봉용서의 죽음으로 온연방이 태정대신에 봉했다. 궁궐에서는 후궁이었던 와비가 성병으로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왕이 그 병독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연태후는 한덕사에서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 이에 옥장화는 궁 정승을 비롯하여 바로 그 선대왕의 왕과 왕비의 위패가 안치된 곳에서 仁壽太后(인수태후)로 책봉되었다. 한편 고조선에서도 혁서의 태자였던 古是利(고시리)가 왕위에 올라 혁서가 태상왕이 되었다. 이리하여 죽서궁과 낙선궁에 교육기관을 세워 태학으로 승격시키고 괸직화하여 문적원 산하로 승격했는데 죽서와 낙선태학에 대로, 대형, 소형이라는 벼슬을 각각 두게 하였고 外交部(외교부)와 計略部(계략부)라는 기구를 세워 각각 이벌찬과 이찬의 산하로 설치하여 외교부상 아래에 角干(각간)을, 계략부상 아래에 蘇判(소판)을 두게 하였다. 그 마지막으로 장군태학과 온군태학을 죽서와 낙선에 흡수케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이 두 태학이 고조선의 영토 안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거둔다고 한 것이었다.
이러한 대대적인 개편에 힘입어 조재를 총리판서로 임명하였는데 조재가 군사기관의 설립과 수도에서 병사훈련을 벌이며 태후의 섭정을 거둘 것을 주장하였다. 게다가 동방봉우를 중정대판사로 임명하여 공영판사의 지시 아래에 농장 1단을 만들 것을 주장하였다. 이에 왕은 처결을 내리게 되어 태후의 섭정을 거두고 왕이 친정하게 되었다. 그 첫째로 왕비를 옥상의 딸로 간택하여 옥씨 가문을 권력의 한 중심으로 득세하게 하였다. 그 여파로 조지파의 궁규상의 딸을 혜비라 칭하여 후궁으로 삼게 하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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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