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0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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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043호 - 개국624(2015)년 12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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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이여 휴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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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작 <청년들이여>는 개인적 사정으로 금일자로 휴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구독하시는 분들의 양해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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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혜공왕 제03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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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혜공왕 제03화
- 봉당(奉堂) 작
그러나 성골들의 의견에는 옳기도 했다. 신라는 그야말로 황제국으로 칭하지 않던가. 하지만 당나라에게 조공할 수밖에 없는 나름대로의 이유도 있을 뿐이었다. 즉, 신라는 통일이 되었으나, 정부에 반기를 들을 수 있는 고구려와 백제 백성들이 신라의 관제를 받아들이는 데에 대해 오히려 반발을 살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당나라의 관제를 수용하는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한 처사라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하는 수 없이 왕은 자신의 뜻을 고집하여 당나라의 관제를 수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윽고 왕의 말씀이 내려지니 신하들은 반발할 새도 없이 당나라의 관제를 본받아 신라의 관리제도를 정비해나갔다.
뒤이어 황상은 태후의 엄명으로 자신의 본부인인 김순정의 딸을 왕후 자리에서 내치게 되었다. 자신이 태후에게 짓밟힌 심경을 어이 말로 형언하랴.
“아이구, 아씨도 얼굴이 고와라.”
경주 반월 한복판에 자리한 서불한 의충의 집에는 잔치 분위기가 풍겨오는 모양인지 만월의 방에서는 하인의 좋은 말소리가 들려온다. 만월의 혼사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에 의충이 직접 자신의 집에서 잔치를 베풀겠다고 장담하던 터인지라 신료들을 불러모아 잔치를 베풀었던 것이다.
한편 의충네 집 사랑방에서는 술자리가 절정에 달했다.
“오늘 금상의 태도가 영 시원찮습니다.”
“그럴테지. 신라가 아무리 통일을 이루었다고는 하나 아직 차별이 심하기는 하니. 무어라 말할 수 있겠나.”
그러나 의충은 사실 성골의 보수적인 입장에 서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정말로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태후의 간택으로 자신의 딸을 계비로 삼겠다고 이야기할 적에 처음에는 이에 반대를 하고 나섰어야 했다. 워낙에 진보적으로 나아가는 왕의 성미를 딸에게 왕비로 삼는 것 자체로는 안좋은 쪽으로 나아갈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리한 것인데. 불가피하게 왕비로 자신의 딸을 맞이하게 하니, 막대한 태후의 명을 거역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 왕비마마께선 언제쯤 궁으로 들어가신답니까?”
“모레쯤에.”
“금상께선 바쁘신가 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해가 떠오를 때까지 잔치가 무르익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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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제06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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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제06화
- 보덕 작
어김없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박 처사는 도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 쏟아진 폭우로 많은 백성들이 혼란에 빠져 죽음을 맞이한 사건을 생생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딸 朴小姐(박소저)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박 처사는 늙어갔다. 이즈음이면 박 처사는 하직할 나이가 되려면 한참이 될 법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며칠 뒤에 박 처사는 딸을 시집보내게 된다. 그러나 마음은 바쁘다. 왜냐면 버팀목이 되었던 딸이 시집을 간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달 전에 부인은 이 세상을 이미 떴고 끈질기게 혼사를 성사시키고자 고군분투하는 심정으로 살아온 박 처사의 끈질긴 생명력에서 비롯된 인내는 드디어 시백의 성사로 인함으로 결혼을 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끝내 잠을 자지도 못한 박 처사가 딸에게 당부한 것이 있었다.
“너는 이제 세속과 부딪치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네가 눈 여겨서 본 세속은 아닐 게야. 그렇지만 네가 그 세상과 적응을 할 수는 있으나 적응하면서도 부딪치는 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라는 것을 명심토록 해라.”
그 말에 박소저는 고개를 끄덕였다. 죽은 부인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순박하면서도 또, 얼굴이 그다지 잘 생기는 것은 아니라 평범한 사람 그 자체이지만 마음씨가 곱기로 소문이 날 정도이니 박소저도 그러하였을 것이다.
이틀이 지난 어느 날 대낮에, 그것도 매미가 몸부림치듯 울부짖던 날에 수박 한 덩이를 들고 어떤 누추한 옷차림의 사내가 박 처사네 집 문간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사내는 짐짓 박 처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이미 세속에 몸을 담근 지 오래된 상태다.
“형님, 소인 왔습니다.”
“들게.”
사내는 바로 박 처사의 먼 친척동생이었다.
“그래, 그간 잘 지냈는가.”
“형수께서 돌아가셨다고 그랬습니다만.”
“그렇게 되었지.”
“대체 어떤 사내이기에 조카딸을 무시하다뇨?”
“으허허허, 그 사내는 대장부라 그러는지 너무 강직하게 신경을 썼구먼.”
피식 웃던 박 처사는 아우에게 청을 하였다.
“내 아이가 시집을 가는 대로 이 움막집을 떠날 참일세.”
사내가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떠나다니요?”
“절에서 있다가 하직할 참일세.”
사실 박 처사의 병은 꽤 깊었다.
“하, 하지만.”
“마누라도 죽은 마당에 이내 몸이 산다한들 무슨 소용이던가. 가서 편히 쉬다 하직하면 끝일세. 허허허허.”
가래끓는 소리로 웃던 박 처사의 눈에선 눈물이 핑돌았다.
나흘이 지난 날 박소저는 이 판서의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이시백에게 윤씨라는 정처가 있었다. 그러나 정처가 결혼을 앞둔 지 얼마 안되어 마을에 퍼진 돌림병으로 죽게 되었으니 이번이 두 번째 혼사인 셈이다. 한때 반대하던 시어머니도 고개를 내저을 뿐. 이 판서의 고집은 꺾을 길이 없다.
‘아버지는 어떻게 잘 계실까. 행여나 몸이 성치 않으시면.’
그렇지만 그 기대를 저버릴 줄 알았던 아버지는 먼 친척동생에게 부탁했던 절에 가서 정양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금강산을 하산하고 찾아간 곳이 머나먼 고을 濟州(제주)였다. 이곳에 이른 그는 山房山(산방산) 아래에 있는 촌락에 이르러 세속과의 인연을 다시 시작하였다. 이 소식은 딸인 소저에게도 전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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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만한 며느리가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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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시어머니의 엄한 성품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보다 더 정직한 모습으로 시어머니의 시중을 드는 모습에 감탄하여 끝내 며느리로 인정하였다. 시어머니 張氏夫人(장씨부인)은,
“너만한 며느리가 없구나.”
하며 격려하였다. 그리고나서 시어머니가 집안 사정에 대해 상세히 알려달라고 청하자 박소저는 말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비록 양반 출신이라고 해도 겉으로 천박하게 보이기도 했을 법하련만 끝끝내 장씨부인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억울함이라는 올가미에 얽매인 박 처사의 처참함을 목격하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무리 반역자로 낙인이 찍혔다고는 하나 박 처사의 품행이 보통이 아니면서도 성인의 경지에 이를 줄을 그 누가 알았다던가. 처음부터 박 처사가 타고난 일은 없었다. 세상의 풍파에 부딪치면서, 박 처사의 말처럼 자연의 섭리로 몸소 살았던 모습을 윤씨부인은 비록 아녀자라고 할 지라도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버텨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눈물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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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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