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선생은 수업시간에 나갈 진도를 찾기라도 하듯 교과서를 펼쳐들었다. 그러고서 칠판을 적어대며 수업내용을 알려대기 시작하였다. 시간은 이십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등 뒤에서 누군가가 무언가를 던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아무렇지 않겠거니 생각하고 그냥 스쳐지나갔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다시 등 뒤에 무언가를 던져대는 것이었다. 주형은 괘씸하기 그지 없었다.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난 채 뒤돌아본 주형은 그 자리를 알기라도 하듯 뒤를 돌아 걸어가더니

"너!"

하며 다가가서는 대뜸 멱살을 잡기 시작한 것이었다. 순간 상대방이

"야, 나 나 아냐!"

하며 두려워하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말이 귀에 들어갈 리 없었다. 자신에게 혼나보지 못해서 안달이 난 사람으로 치부한 주형은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주먹으로 그 얼굴을 후려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인가 신들린 것처럼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망각하고 얼굴에 피범벅이 되도록 패대는 것이었다. 때리는 아픔을 모르는지 그의 표정은 무서우리만큼 무덤덤하였다. 이 광경을 지켜본 선생이 그 앞에 가고자 하였지만 말릴 새도 없이 이미 학생은 숨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후안무치한 그의 본능이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터벅터벅 제 자리로 걸어가는 사이에 주위 학생들 사이에는 비명과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양 손에 피범벅이 되어 버린 것도 모르는지 무덤덤하게 자신이 마저 공부하고 마치는 것이었다. 물론 제아무리 고지식하다고는 해도 이렇게 낯이 두껍지 않는 것이 오늘날의 상식이라고 보는 세상이건만 주형이에게는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되었다. 주형의 손아귀에서 죽음을 맞은 학생이 공교롭게도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학생과 각별한 인연이 있었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이후에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