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지] 제1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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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151호 - 개국634(2025)년 9월 13일 |
| | 산문_01 | | 산문_02 | | |
일단깊은공감으로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 키큰 아이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느끼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저 깊은 곳에 자리한 죽음의
계곡은 그 아이로서는 거기에 가기
는 싫지만 거기서 죽음과 맞서서 싸
우고 돌아오는 화랑과 낭도들이 얻
어오는 진귀한 물품을 갖고 싶다며
땡깡부리는 것 밖에는 되지 않았다.
그 죽음의 골짜기에서 싸우고 돌아
오는 화랑과 낭도들끼리의 유대감
과 충성심 그리고 조직력에 그 키큰
아이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 했다.그
러나 화랑은 그 키큰 아이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죽음을 맛
본다면 깊은 공감을 하게 될 것이기
에. 죽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처럼값
어치 없는 시시한 삶보다는 시도해
볼만한 일일 것이었다. 그아이가 죽
음을 맛보게 바퀴는 구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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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
<山穿박준혁(朴俊奕)>
싱그러운 풀잎들 위로
새하얀 갈대를 친다.
희끗하게 우뚝우뚝한
80년대 아파트 면전에,
쏴아아아.
시원모호한 서정(抒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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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군가
유리창 너머 감탄하고 있을 때,
어느 누군가
이제는 힘이 빠져,
이제는 휘몰아쳐,
이제는 축축히도 듬뿍 잠겨선,
이만 가노라. 하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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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_03 | | 산문_04 | | |
단역(端役)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 삐에로의 구애는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더는 상품
가치가 없어진 삐에로에게 서
커스에서 더이상 남아있을 자
리는 없었다 단장은 즉각삐에
로의 자리를 빼라고 지시했고
유랑단이 없는 삐에로의 공연
은 삐에로홀로 관객과 염탐과
단장과 유랑을 계속되며 그가
죽을때까지 쓸쓸히 그리고 찬
란히 재미있게 펼쳐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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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無知)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 남자는 이상했다.
그 여자는 이미 죽었는데.
죽은 여자와 통화를 한다
고 하고, 죽은 여자와 사랑
을 한다고 하고, 죽은 여자
와 여행을 간다고 했다.
주변에서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그에게 차마 그 여자
는 이미 죽었다고 말 하지
못 했다. 그도 그 여자가 죽
었을 때 잠시 괴로워했지만
그런 일이 없었다고 스스로
믿기로 속인 것을 공감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남자
는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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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_05 | | 산문_06 | | |
낙상(落傷)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는 한번 떨어졌더랬다.
나는 미처 그걸 몰랐다.
가끔씩 그는 그때 생각을
했는데도 나는 미처 그걸
몰랐다.
도박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 그는 그때 기억을
하곤 했는데도 나는 미처
그걸 몰랐다.
그의 부고 소식을 접했을
때도 나는 미처 그걸 몰랐
다. 미처 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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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凍結)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 나라의 중앙은행 수장은
금리 결정을 당구에 비유하곤
했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3구
혹은 4구에서 각을 재서 절묘
하게 쳐야 하는 책임이 그에게
있었다
항상 그랬지만 유독 이번 시장
은 위험한 신호를 확연히 보이고
있었다 가계 부채는 유난히 아마
실수요 이상으로 증가하고 있었
고 기업은 대출 금리의 인하를 바
라고 있었지만 그로서는 쉽사리
들어줄 수가 없었다 적절한 부채
의식은 경제통제적 측면에서 필
요악이긴 했기 때문에 일단 이유
는 그랬다
결국 그는 또다시 동결을 결정
했다 잠시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좀 더 시장의 결정에 따른
후과(後果)를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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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문_07 | | 산문_08 | | |
덮어두기
<山穿박준혁(朴俊奕)>
이윽고 가을이 소리쳐 불렀다.
『내가 젖는다. 내가 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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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부(請負)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그는 한때 유망한 청부자였다.
실적도 제법 차곡차곡 쌓였고
머지 않아 크게 성공할것 같았다.
그러다 들이받고야 말았다.
그리고 통보된 계약 해지. 그때
부터 그는 음주 운전을 시작했다.
돈이 되는거라면 뭐든 했다.
옛 친구도 서슴치 않고 죽였고
돈만 된다면 죽은 친구의 시체
마저 토막질 했다.
그러나 왜인지 그는 점점 눈에
힘을 잃고 있었다. 막대한 돈을
거머쥐고 있었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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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문_09 | | 산문_10 | | |
살제(殺弟)
<조휴(朝休)김애당(金愛當)>
아아, 살려달라는 너의 외침과
벽을 두들기는 너의 다급함이
아직도 귀에 선명한데, 그렇게
너는 가버렸구나.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권력에
위협이 되면 어린 동생도 쪄죽
이기 마련이니 그렇게 확보한
권력이 어찌 아니 무상하랴.
아아, 그날의 너의 살려달라는
다급한 외침이 아직도 귀에 선
명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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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하지 않기
<愚巖최준(崔峻)>
무엇인가 나를 괴롭히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아무 행동도,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입을 열고, 몸짓을 함으로서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쏘아붙이기에
나는 아무 행동도, 말도 하지 않는다.
무엇인가 나를 힘들게 할지라도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아무 행동도,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입을 열고, 몸짓을 함으로서
오히려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향해 비난할지라도
나는 아무 행동도, 말도 하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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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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