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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작성자	최준
ㆍ작성일	개국630(2021)년 2월 25일 (목) 22:30 [해시(亥時):이경(二更)]

ㆍ추천: 0 ㆍ열람: 163

[문학회지] 제124호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제124호 - 개국630(2021)년 2월 25일


시편_01		시편_02

하얀 발걸음 새하얀 눈이 내리고 그 눈길 위로 발걸음이 내려앉는다 하얀 발걸음이 내려앉은 곳에는 또 다른 발걸음이 내려앉아 눈에 찍힌 발자국의 깊이는 더 깊어져 간다 그렇게 돌고 돌아 발걸음은 저만치 길게 늘여져 있어 또다시 새하얀 눈길 속을 가로질러 나있다		고향 요즘 아이들의 고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고향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을까? 어느 영화의 대사에 본 것처럼 아이들의 고향은 차가운 시멘트로 둘러 싸여있는 곳이 바로 그들의 고향일지 모르겠다. 고향의 정겨움 보다는 새장 속 작은 공간에 갇혀 살아가는 그 곳이 그들의 고향일지라 고향에만 있는 흙 길과 갖가지 나무로 우거진 산이 아닌 차가운 도시 속 매연으로 가득차버린 곳 그 곳이 요즘 아이들의 고향일지도 모르겠다.


시편_03		시편_04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너에게 그렇게 찾아온 하루 우리는 그 하루를 소중히 보내고 있는가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찾아온 소중한 하루 삶과 죽음 역시 오늘은 나에게 찾아온다면 내일은 너에게도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찾아온 오늘의 하루를		끝자락에 서서 어느덧 세월의 끝자락에 서서 그동안의 시간들을 내려다보며 희노애락의 인생을 다시 곱씹어 본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 처럼 나의 머리카락과 눈썹은 어느새 햐얗게 내려앉은 눈송이 처럼 내려앉아있다 적당한 바람과 함께 어디에 도착할지도 모르는 나의 세월의 끝자락을 향해 지금 여기에 서서 그렇게 바라보며 서 있다 끝자락에 서서


시편_05		시편_06

나뭇잎 없는 나무 잎 하나 없는 앙상한 나무 수 많은 가지만 항상하게 서있는 나무 그 한 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나와 같은 처지라 여기며 그저 그렇게 우둑커니 서있는 나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와 같은 나의 모습 오늘 같은 날, 웃음을 지어도, 마음 한 켠에는 왜 나뭇잎 하나 없는 저 나무의 심정을 알고 있는 것 처럼 그렇게 서있을까 오늘 그리고 내일 나뭇잎 하나 없는 나무를 바라보며 서있을 나에게		흘러가는 것 모든 사물의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싫어하는 이들. 누구에게는 그 시간이 더디기를 또 누구에게는 빨리 가길 그렇게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 흘러가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각자의 주장 만을 내세우며 흘러가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내놓는다. 하지만 결국 흘러가는 것. 모든 상황은 흘러가고 또 흘러가 결국 어느 시점 다시 만나 흘러가는 것 그렇게 우리는 모두 그런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부정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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