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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준
작성일 개국629(2020)년 8월 30일 (일) 12:17  [오시(午時)]
ㆍ추천: 0  ㆍ열람: 19      
[문학회지] 제119호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119호 - 개국629(2020)년 8월 30일

시편_01시편_02
여름바람

길고 긴 장마가 끝나고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창문 사이사이 불어오는 바람속에
내 마음이 다 시원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 역시 알지 못하지만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비구름을 머금고 있었던 구름은 걷히고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방 곳곳에 불어오는 바람속에
온 세상이 다 시원해지는 까닭은 무엇인가
나 역시 알지 못하지만
여름바람이 불어온다.

지금 여기, 그곳에도 여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마음 속 갈대

갈대라는 존재는 바람이 하라는대로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산다
인간의 마음 속 갈대 역시
불어오는 인풍으로 인해 하라는대로
그렇게 살아가는가 보다
그렇게 원치 않은 세상 속에서
군중들의 소리에 맞춰서
고개를 좌우로 저울질 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내 마음 속 갈대처럼
그렇게 삶을 살아가고 또 살아가고 있다.


시편_03시편_04
죽음

모든 생명은 시작과 끝이 공존한다.
그러나 그런 삶 속에서 잊고 사는 것이 많다.
언젠가 한 번은 겪게될 일에 대해
우리는 지금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언젠가는 한 번쯤 겪게 될 일에 대해서

모든 생명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다.
그러나 그런 삶 속에서 잊고 사는 것이 많다.
언젠가 한 번은 겪게될 일에 대해
우리는 지금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언젠가는 한 번쯤 겪어야 할 일에 대해서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땀(汗)

한 여름, 얼굴에 흐르는 땀
땀줄기를 따라 어느덧 턱에 도착한 땀 한 방울
어떻게든지 떨어지지 않으려 하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땀 한방울의 모습처럼 우리 내 모습도 같지 않을까
개인사회보다 집단에 속해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처럼 땀 한 방울도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무더위가 기승인 한 여름, 이마에 흐르는 땀
땀줄기를 따라 어느덧 코 끝에 도착한 땀 한 방울
어떻게든지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지만
좀처럼 쉽지 않다.
땀 한방울의 모습처럼 우리 내 삶 역시 같지 않을까
혼자이기 보다 여럿이 모여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처럼 땀 한 방울도 우리와 다를바 없다는 것을


시편_05시편_06
남은 시간

나에게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남짓
남은 시간 나에게 쓸지, 남에게 쓸지
고민 중이다.
단 1시간 동안 남은 시간, 뭘 해야하나
창 밖은 비가 내리고, 나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보며
나는 고민 중이다.
단 1시간 동안 남은 시간, 뭘 해야하나

나에게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남짓
어두운 방

나는 항상 어두운 방안에 갇혀있다.
그 방 그 어둡고 축축한 습한 내음을
머금고 있는 그 어두운 방안에서
나는 그렇게 홀로 갇혀
타인의 신호를 기다린다.
어둡고 음산한 기운이 넘치는 그 방안에서
나는 기다린다.

나는 항상 어두운 방안에 갇혀있다.
그 방 빛 한 점들지 않는 그 방
나는 그렇게 홀로 갇혀
타인의 신호를 기다린다.
온 통 검은 그림자로 가려져 있는
그 방안에서
나는 기다린다.
기운님 시편_01기운님 시편_02
나비


나비, 담벼락 위에서
이쪽과 저쪽을 물고 노래하는
엄마 잃은 아이에게만 보이는
애인 잃은 애인에게만 보이는
저 나비
길 잃은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이승보다 가벼운 홑이불 하나 덮고
엄동설한을
나는
저 나비

겨울 햇살을 풀어 집을 짓고
가끔은 이쪽 길에 저쪽 사물을 옮겨다 놓고
좋아서 춤을 추다
얼어 죽는
아이 잃은 엄마나
애인을 두고 먼저 간 애인처럼
하나도 가릴 것 없는
투명하게 제 몸이 제 무덤인
저 나비
돌멩이를 던져요


때로 돌멩이를 주워 던져요 나무와 나무의 사이를 날아가던 돌멩이가 다른 세계에 떨어지지 않을까, 두근두근 나는 하얀 물고기를 기르고 창문 너머 새벽의 텅 빈 거리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과학자나 스포츠스타, 의자를 잘 만드는 목수일지도 모르죠 집으로 돌아와 돌멩이를 던진 손을 씻고 낮선 세계들에서 날아온 돌멩이들 속에 누워요 나무 그림자가 시냇물에 닿아 물고기로 변한 이야기를 생각해요 한 번도 잠든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뇌까리면서 내가 날아온 돌멩이라는 걸 기억하고 예감해요 따뜻함은 얼마나 단순한가요 확실한 건 돌멩이를 던지지 않았던 세계와는 다른 세계에 산다는 거죠

소설

대령원의 겨울 2화
그들이 떠난 자리. 펄럭. 펄럭. 펄럭. 눈이 깃발처럼 휘날린다. 말과 사람의 흔적이 지워진다. 이내 눈이 모든 흔적을 뒤덮고 풍경은 오로지 하얗다.
한식경(30분) 후.
삿갓을 쓰고 나귀를 탄 약관의 청년 하나가 등장한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매는 서늘하다. 나귀의 퉁퉁한 배는 눈밭에 쓸린다. 어둡고 음산한 날씨다. 그러나 청년도 나귀도 봄의 꽃길을 거닐 듯 편안하고 즐거운 얼굴이다. 청년은 당나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수고했다. 저기가 대령원이야.” 히이잉-. 당나귀는 세차게 울어 대꾸했다. “저곳에 내가 쫓는 요괴가 있을 거야.”
청년을 태운 당나귀는 눈밭을 온 몸으로 헤치고 나간다. 요란하게 엉덩이를 흔들지만 놀랍게도 지친 기색이 없다. 약 1각이 지나 이윽고 대령원의 담장 아래 이르렀다. 후드득. 소나무 가지에서 쌓인 눈이 떨어졌다. 까마귀 한 마리가 날개를 접고 앉았다. 까마귀는 입에 은으로 된 함을 물고 있다.
“함을 문 까마귀네. 신라 소지왕 때였지, 아마.”
청년은 예언이 담긴 함을 입에 문 까마귀에 대한 기록을 되살렸다. 함을 문 까마귀를 위해 신라 소지왕이 준 음식이 약밥이었다.
푸드득. 까마귀가 검은 눈알을 번쩍이더니 날개를 펼쳐 날아올랐다. 그러더니 툭. 입에 문 은함을 청년의 품에 떨어뜨렸다. 까마귀는 하늘로 날아올라 검은 점으로 변하더니, 녹은 눈송이처럼 잿빛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청년은 손에 든 함을 내려다봤다. 소나무가 투각된 은 함이었다. 이야기 속에서처럼 함 위에 경고의 글이 붙어있었다.
‘不開’.
열지 말라는 뜻이었다. 문을 열면 그 안의 예언이 이뤄진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그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뚜껑을 열었다. 노을처럼 붉은 주단이 깔렸고 그 위에 새하얀 설화지 한 장이 놓였다. 설화지에 적힌 예언은 한 글자다.
‘死’.
청년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출입문의 굵은 통나무 틈 사이로 대령원의 안을 훔쳐봤다. 일꾼 둘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치워 길을 닦고 있었다. 오가는 장사치, 검을 가진 무사, 관리를 따라온 기생, 직업을 알 수 없는 사내도 몇 보였다. 그리고 해괴망측한 요괴들도.
히잉-. 당나귀가 불길하지 않냐는 듯 울었다.
“괜찮아. 이미 알고 있었잖아.”
청년은 다시 함 속의 글자를 들여다보며 대꾸했다.

담으로 둘러친 대령원 안의 건물들은 땅의 형세에 따라 지어졌다. 동쪽에는 솟을대문과 평평한 뜰과 다듬은 층계, 행랑, 보도 등을 갖춘 격식 있는 기와집 두 채가 마련되어 있었다. 단청을 칠한 집으로 옷 갈아입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대청과 부엌이 있었다. 나라의 높은 관리나 부자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서쪽에는 담과 마당을 가진 초가집 세 채가 고즈넉하게 놓였다. 나머지는 대령원 이곳저곳에 흩어진 초가행랑들이었다. 어떤 행랑은 ㅡ자로, 어떤 곳에서는 ㄱ자로 섰는데 모두 길에 면해 방이 쭉 늘어섰고, 방과 길 사이에 툇마루가 덜렁 놓였다.
대령원으로 들어서면 제일 눈에 띄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한가운데의 2층 누각이다. 술과 음식을 제공하는 객점이었다. 아흔아홉 구비 험준한 대관령을 오가는 자들이 살아있음을 기뻐하며 한 잔 술로 목을 축이고, 다시 살아서 목적지에 도달하기를 빌며 마지막으로 편안한 식사를 즐기는 곳이었다.
객점 앞에는 덩치가 곰처럼 큰 스님이 비질을 하고 있다. 우스운 것은 그의 비질이 눈이 쌓이는 속도와 같다는 점이다. 눈이 내리면 비질을 하고, 비질을 하고 나면 눈이 쌓인다. 그러니 방금 내린 눈만 치울 뿐, 오전부터 쌓인 눈을 다 치우지는 못할 것이다.
“자초 스님. 공양을 준비했습니다.”
객점 안에서 10대 중반의 소녀가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토끼처럼 발랄하고, 얼굴이 둥글고, 큰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들명이란 이름의 소녀는 어릴 때 부모에게 버려져 보현사의 스님들이 맡아 키운 아이였다. 두뇌가 명석하고 언변이 능하며 셈이 빨라 언제부턴가 자초를 대신해 대령원의 살림을 도맡아했다.
스님 자초는 비질을 멈추고 되묻는다.
“반찬은?”
“스님이 먹을 걸 탐하는 게 어딨어요? 부처님은 일일일식(一日一食)과 오후불식(午後不食)을 철석같이 지켰다고요!”
들명은 발끈, 목소리를 높였다.
“들명아. 이 자초도 부처님이 되면 그럴 거야.” 자초는 유들유들하게 대꾸했다. “내가 부처님이 아닌데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남들이 부처도 아닌 땡중이 부처를 흉내 낸다고 욕할 거 아니야?”
“어머? 그것도 그러네요.”
“암, 그렇지. 내가 고기반찬을 찾는 것도 다 겸손하고자 하는 이유니라.”
자초는 아무렴, 깊이 머리를 숙였다 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요. 오늘 횡계역에서 오기로 한 물자가 눈 때문에 당분간 오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눈으로 발이 묶인 상인과 여행자며, 새로운 무사들까지 대령원에 손님이 넘쳐난다니까요. 아무리 스님이 대령원을 다스린다 해도 은병을 내놓지 않는다면 고기는 기대도 하지 말아요.”
“활을 메고 나가봐야겠다. 눈밭에 빠진 꿩이라도 잡아서 탕이라도 끓여야지.”
자초 스님이 눈알에 바짝 힘을 주었다.
“아이고, 겁쟁이 스님이 잘도… 이런 날은 요괴가 판을 친다니까요. 참, 방금 도착한 무사 일행 봤어요?”
“아니.”
“세상에! 이런 날씨에 대관령을 올라온 거 같아요. 다섯 마리 말 중에 두 마리나 숨이 넘어갔다니까요.”
“나무석가모니불~.” 덩치 큰 스님은 손을 모아 말의 극락왕생을 빌더니 이어 말한다. “살을 잘 발라라. 허투루 버리는 부분이 없도록.”
“기대 마세요. 그들 몫이라고요.”
소녀는 인상을 썼다.
“요리를 해줄 게 아니냐? 요리를 하다보면 이래저래 남는 게 있는 법이지. 쩝.”
자초가 입맛을 다셨다.
“체, 스님, 그 머리 깎은 게 아니죠? 원래부터 대머리죠? 공짜 좋아하는 거 보니 뻔해요.”
“큼큼, 하여튼 당장 고기가 없다니 나는 지금 배가 고프지 않구나.”
자초는 그리 말하며 호박잎처럼 넓적한 손을 품안에 집어넣어 만두를 꺼내 한입 베어 물었다.
“앗! 부엌에서 훔쳤죠?”
“보시라고 생각하렴.”
스님은 쿵쿵 길을 걸어 서쪽으로 사라졌다.
“여하튼간에.”
들명은 인상을 찌푸리다 막 대령원으로 들어서는 청년과 당나귀를 발견했다.
“어머. 어제 오늘 잘 생긴 오빠가 연달아 나타나네.” 들명의 얼굴이 진달래처럼 화사해졌다. 그녀는 그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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