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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27(2018)년 4월 13일 (금) 16:18  [신시(申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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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회지] 제103호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103호 - 개국627(2018)년 4월 13일
 
 
시편_01
 
너 금 넘지마!
- 보덕

사람 하나도 아니고
둘이 한 책상을
앞에 두고 서로 금줄을
그어댔다.

너 여기 넘으면
내가 너거 가져간다

지금도 그 얘기를
들어보면 우스갯소리로
들릴련지 모르나
그때는 진실로 고지식했었다. 
 
 
소설_01
 
청년들이여 제45화
- 선안 작

안대치네 집에는 부인이 홀로 있기는 했으나, 이미 안대치 영감과 합의한 탓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때문에 안대치의 사후에 사돈하고 같이 살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신신당부하시는 태도에 자옥은 제 고집을 꺾고 안국동 시댁으로 양친을 모시게 되었다. 이로부터 며칠 뒤에 사랑방에서 안대치 영감은 세상을 하직했다. 조국의 광복조차 바라보지 못한 채.
하지만 조국보다는 연평의 일가가 안정되기를 바란 안대치 영감의 눈물겨운 염원을 이룰 수 있었기에 망자로서는 한치의 미련을 버릴 수 있게 되어 여한이 없었다. 편안히 숨을 거두었다.
흐느끼는 상주도 없었다. 생전에 절에 수시로 드나들던 까닭에 안대치의 상은 불교식으로 치렀다. 때문에 스님의 구슬픈 기도가 들리기만 할 뿐이었다. 목탁 치며 망자를 기리는 기도를 조용히 연평 부부는 기도를 드렸다.
안대치 영감의 상을 치른 지 4년 뒤, 일제는 가혹하리만치 온갖 수탈을 자행했다. 쇳조각 하나 훔치는 것에 성이 차지 않아, 졸지에는 조선 청년들을 모조리 대동아 전쟁의 소용돌이에 내던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연평 부부는 이란성 쌍둥이를 낳았다. 현옥과 현석 두 남매는 험한 세상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험악한 세상 속에서도 두 사람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아무리 배급제 체제 아래에 갇혀 있다손 치더라도 먹을 수 있는 여유는 건질 수 있게 되어 더 없이 다행이었다. 성은희가 낳았던 딸은 이제 네 살이 되었다. 부부는 근심 끝에 이 딸을 안씨 성을 따서 연희라는 이름을 지어주어 안씨 집안에 양녀로 맞아들였다.
연평 내외가 안국동에서 행복을 보내는 모습을 그 집 담장 너머에서 지켜보는 행색이 초라한 여인이 있었다. 그 여인은 연희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배 아파 낳은 딸이 별탈없이 지낸다는 사실에 안도한 나머지 한손으로 입을 막은 채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연희의 생모 성은희였다.
이듬해에 총독부로부터 연평은 연락을 받았다. 청년단을 해산하라는 것이었다. 생각하다 못해 연평은 중대한 선택이라는 기로에 서 있음을 알게 되어 청년단 간부와 회원들에게 부영회관에 소집하도록 연락하였다. 청년회에 모여든 회원들은 일제히 안연평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년들이여, 마침내 우리에게 총칼을 겨누었습니다. 왜놈들이 우리들에게 해산을 강요하였습니다."
시작부터 가슴 아픈 해산 이야기를 하려니 연평의 목소리에는 울컥하는 마음이 묻어나왔다. 연평이 하고자 한 말의 요지는 이러했다. 총독부 당국에서 일제가 대륙진출에 대한 야망을 품고 만주를 공략하고, 그것도 모자라 조선을 병참기지화 시킴으로써 조선을 자신들의 전쟁도구로 이용하고자 하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선 청년들이 오직 일본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 청년회를 압박하였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청년회 단체들은 반 강제로 해산을 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일부 임원들은 일본의 앞잡이로 나서서 조선 청년들로 하여금 전쟁터로 내몬다는 것이다. 이를 구실로 하여 청년회에게도, 청년회의 명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무조건 일본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이 순리라고 종용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청년단 회원들은 모두들 분노하다가 못해 치를 떨었다. 일부에서는 울음을 터뜨리는 청년들도 있었다. 비분강개할 지경이다.
"왜놈들의 총알받이로 살아야 한다고 하니 이 치 떨리는 참상을 청년들이 직접 보았더라면 그들을 죽이고도 열 번은 더 죽였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미성숙할 법한 청년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아! 이 청년들이 이런 기세를 몰아 삼각산 아래에 자리한 총독부를 쳐부술 수 있으련만. 그런 발칙한 생각을 하니 연평의 속은 후련하기만 했다.
막바지에 연평은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외치며 회의를 파하였다. 결론은 이러했다. 해산은 있을 수도 없다는 결론이었다.
할 테면 해라 하는 배짱으로 일관하기로 한 것이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청년회의 태도에 총독부 당국은 말할 것도 없고, 종로경찰서와 서대문경찰서에 있는 경부들까지 모두 다 치를 떨었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잡아들일 수 있을까 궁리를 하였다. 연평의 해산 불가침 선언이 있고서 두 달 뒤에 부영회관 지배인 하나를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잡아다가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빠가!"
짐승이라 욕해대며 경부들은 일제히 고문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기로 지지는 고문이었다. 비명 소리가 터져나오고, 얼굴은 그야말로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고문은 계속 되었다. 나는 모른다고만 뻗댕기는 와중에 고문에 지친 나머지 지배인이 고꾸라졌다. 밤새도록 자행된 고문은 오히려 경부들조차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그런데 다음날. 다시 시작된 고문에서
"차라리 날 죽여라!"
하며 악다구니를 쳤다. 그러자 고문이 다시 가해졌고, 오히려 비명을 지르기는커녕 낄낄 웃어대는 것이었다.
"아니 이놈이 미쳤나?"
낄낄거리며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 대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이내 피 섞인 침을 퉤 뱉는 거다. 경부의 눈이 그가 심상치 않다는 걸 보인 순간 이미 끝나버렸다.
"죽었습니다."
죽었다는 말에 경부는 낙담하였다.
지배인의 죽음은 연평에게도 전해졌다. 처자식이 있는 그 지배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야 할텐데. 그러면서 아랫것에게 시켜 가족에게 돈을 대주도록하며 위로금으로 보냈다. 어차피 청년단 해산은 불가항력으로 막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일주일 후에 열린 청년단 회의에서 연평은 조국의 독립이 오거든 다시 뭉치며 모이자고 눈물 섞인 말을 남기며 해산을 선언했다.
이 회의를 끝으로 연평이 일군 청년단은 해산되고 말았다. 해산 후에 연평은 사업에 전념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의 군수용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큰 실의를 겪었다. 그렇다고 회사마저 문을 닫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총독부와 교섭을 해보고자 생각한 끝에 생각해낸 게 오영범을 통해 연결하는 것이었다. 한때 제 집안에서 일하던 논산댁의 아들이기도 하고, 사적으로는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던 동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영범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결고리 역할을 할 논산댁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오 서방이 울먹이며 영범이 왜놈의 앞잡이가 되고 나서 화병이 들어 세상을 버렸다는 것이다.
연평이 이 일로 5년 동안을 고민하던 끝에 도중에 회사를 문 닫고 세 아이와 자옥과 함께 집에서 칩거하다시피 하였다.
그리고 조국에 광복이 찾아왔다. 그토록 연락 안닿아서 애먹던 영범이 소식이 닿았다. 하지만 영범은 암 선고를 받았다. 후두암 말기. 암 선고 받고 나서 영범이 자신이 두 달 밖에 살지 않는다는 시한부를 듣고 낙담하더라는 거다. 게다가 목소리도 잘 안 나와서 바깥 출입도 못한다 했다.
자옥은 이 소식을 듣고 잠시 간호해주었으나 소생도 못하고 죽었다. 일부에서는 오영범에게 천벌이 가해진 탓이라고 했고, 골칫거리 버리게 되서 후련하다고 했다.
상주도 없이 치른 영범의 장례를 연평이 손수 치렀다. 이후 연평은 청년회를 다시 세우기로 마음 먹었다. 순풍에 돛 단듯 항해하는 청년회의 새 모습을 떠올리면서.
"청년들이여 일어나라!"
외치는 젊음을 되새기면서.

- 끝.
 
 
소설_02
 
독재자獨裁者_19
- 봉당 작​

김부동이에 대한 국민의 신임이 땅에 떨어진 걸 간파한 신두종은 서둘러서 아들에게 연락하였다. 군수권을 틀어쥔 것이다. 마치 김부동의 든든한 파수꾼으로 자처하듯 저자세로 갔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신두종의 세상이 도래하기 시작하였다. 아침이 동트기도 전에 신두종은 수행원 몇 명을 데리고 새로이 아들이 있다는 군 부대로 향했다.
이번 군 출동으로 인해 김부동이의 정권은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군 간부들의 90프로의 지지율을 받아 김부동이의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에 찬동하였다. 이것은 특정인들에게 세력이 팽배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셈이며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대다수가 등을 돌린 위정자는 필요 없다는 자각에서부터도 비롯된 사건이었다.
이를 모르는 채 김부동은 태평스럽게 잠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이른 아침에 전화가 울려왔다.
"음 나일세."
휘하의 전화인 것이다. 그런데 신이 정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알리자마자 그는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서둘러 처자와 함께 짐을 꾸리고 나섰으나 문 밖에 나가기도 전에 신의 비호를 받은 군인들이 그들 앞에 들이닥쳤다. 그러고는 일제히 총을 들이 쏴서 이들 일가를 죽였다.
순식간에 당한 죽음이라 김부동과 부인 한씨가 눈을 부릅 뜬 채 죽고 말았다.
한편, 신의 당부로 주렴을 제거하는데 앞장을 선 A는 우선 주렴의 거처와 사무실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자 주렴이 기다렸다는 듯이 제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옳다구나 하고 주렴이 먼저 총을 들어 A를 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A는 총을 무사히 피하였다.
"이 간나새끼!"
하며 주렴이 A를 향하여 뒤쫓았다. 뒤쫓으며 총을 쏘아대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A가 주렴의 어깨를 쐈다. 그러자 주렴이 쓰러졌다. 이윽고 총격전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총알이 다 떨어져서 나오지 않는 총을 버리고 새로 품 안에서 총알을 꺼내들었다. 그 총은 나머지 두 방을 쏘아댔다. 그러자 A는 쓰러지고 말았다.
이를 발견한 사람이 재빨리 A라는 사람의 품으로 다가갔다.
황주형이었다.
제가 죽어가면서도 황주형의 모습을 뚜렷하게 알아보았다.
"황!"
쓴웃음을 지으며 A가 황주형을 알아보았다.
"A!"
울부짖는 주형에게 A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부디 좋은 나라 만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주시오. 부탁이오. 이 부패한 나라를 버리고…… 새 나라를 만드시오."
이 말을 남기고 A는 숨을 거두었다. 하나 밖에 없는 동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형이 벌떡 일어나 다가가는 주렴을 향해 기관총을 겨누었다. 그리고는 마구잡이로 쏴 대었다.
"간나새끼야……!"
하지만 주형이가 기관총을 가지고 다발을 쏴 댄 까닭에 손써 볼 여력도 없이 즉사하고 말았다. 주렴의 눈은 저주당한 한 마리의 어린 양처럼 눈을 부릅 떠져 있었다. 대관절 권세란 무엇이건대.
김부동과 주렴의 세상은 막을 내렸다. 불과 5개월 만이었다.
이를 계기로 신두길은 마침내 정권을 잡을 수 있었다. 이에 신두길은 황주형을 자신의 직속 비서로서 무한한 신뢰를 가지도록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 신두길이 손수 마련한 연회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그때 신두길의 큰아들 곁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 여자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았던 주형은 어딘가 낯익은 여자라는 걸 알았다. 보았다. 보니 주형이 자신과 사귀었던 옛 애인이었다. 옆에 비서관에게 저 여자가 누군지를 물어보니 신두길의 큰아들 애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형은 큰 배신감에 빠져 있었다.

 
 
부디 좋은 나라 만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주시오
 
애인을 잃었던 주형은 갑작스럽게 만난 옛 애인을 보고 큰 충격과 실망감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여인으로 인해 자신의 미래가 산산조각 난 것을 생각하고서 깊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자신은 사리사욕(私利私慾)에 얽매이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달려온 주형이었다. 그런 주형이기에 이번 만남은 더 없는 절망으로 다가갔다.
제게 상처를 받았으면서도 다른 남자와 태연히 팔짱을 끼고 앉아 있는 전 애인의 모습은 주형에게 더할 나위 없이 시샘과 질투로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저 여자는 내 여자란 말인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내 여자였더란 말인가?’
순간 주형의 눈에서는 배신을 당한 박탈에 젖은 저주스러움이 엿보였다. 내 유일한 동지 A가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털어놓았더라면 어땠을까. 그가 이 세상에 없고 보니 허무함만 더해갔다.
“형님, 왜 그렇게 뚫어지게 보슈?”
주형의 곁에 동료인 하연(河演)이 물어본다. 그는 같은 경호실에서 동고동락하는 사이였다.
“아, 아무것도 아닐세.”
기척을 느낀 주형은 애써 동료에게 시선을 돌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주형은 동료에게
“우리 다른 자리로 가지.”
하며 다른 곳으로 옮겨가기에 바쁘고 영문도 모르게 하연은 주형의 팔에 질질 끌리듯 가버리고 말았다. 동료의 팔을 잡고 끌던 주형은 다시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짐을 하였다.
‘오냐, 언젠가 너 같은 계집을 차지하고 말리라.’
믿었던 옛 애인의 배신으로 뼈에 사무칠 대로 사무친 그의 눈에서는 복수라는 핏기가 서려 있었다. 한때 고등학교 동창으로 자신의 편을 항상 들어줄 것 같았던 사랑이 이렇게 뒤통수를 얻어맞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래, 기어이 나를 잊어라. 잊어다오!”
동료와 나온 황주형은 이후 오늘 만난 옛 연인 윤미령을 바라보았다. 전보다 미모는 더 돋보였다. 그래서 신씨의 세도에 취한 채, 신의 장남을 연인으로 삼아 연회에 참석한 거다. 그래, 그래 너는 그예 권력의 맛에 길들였구나.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와 뒤도 돌아볼 수 없었다마는 언젠가는 신의 세도를 갈기갈기 찢어서 망하게 한다면 너는 무슨 반응을 보일까. 그러면 너는 자연스럽게 내게 차지될 수 있을까? 스스로 미령의 심정으로 삼아 되묻는 것이었다.
신씨가 집권을 한 지 삼 년이 지날 즈음. 주형은 신의 비서 노릇을 그만두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 측근들을 모두 아들들과 조카들로 심어놓고 요직들을 모두 내놓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황주형의 입지는 더욱 좁아져가고, 주위에 불만분자들만 차고 넘칠 정도였다. 한 번 정권을 잡으면 제 입맛에 길들이려고 하는 것이 권력인가보다. 그래선지 신두종은 장차 독재자로서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일련의 과정을 황주형은 지켜보았고 과감하게 비서직을 그만두고자 사직서를 내놓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부디 좋은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가 되어주시오.’
죽어가면서 남긴 A의 마지막 한 마디는 주형의 가슴 한복판을 울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굽히면 굽힐수록 약점만 잡혀갈 뿐. 제게 충족할만한 길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진실로, 진실로 황주형은 고뇌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더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터벅터벅 걸어서 비서실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그러자,
“아니, 황 비서 자네가 왜 그만두려고 하는가.”
하며 물어보았지만 주형은 일신상(一身上)의 이유로 사직한다는 것을 말한 뒤에 비서실을 나섰다. 아니 제 손으로 사직을 한 뒤 네놈들의 씨를 말리는 힘을 키울 때가 올 것을 기다릴 것이라는 다짐을 하였다.
자, 기어코 일이 터졌다!
황이 물러간 지 5년 지난 뒤에 신두종의 신변(身邊)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갑작스럽게 신두종이 대병(大病)이 들어 몸져눕고 말았던 거다. 이에 자식들이 이후에 벌어질 권력구도에 촉각을 곤두세운 나머지 신씨네 형제들이 자기네들 권력싸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사병(私兵)을 따로 두어 날이면 날마다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맞서고 있었다. 이에 국민들의 동요가 갈수록 증가되었고 결국은 신두종에 대한 지지율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하였던 거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기다렸던 황주형은 행방이 묘연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였다.
세상은 변할 대로 변하였다. 서울에 이른 주형의 눈에 포착된 것은 모두 신씨네 독재정권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리고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경찰들과 시위자들의 몸싸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어수선한 시국(時局)에 옛 애인이었던 여자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신정재의 애첩이 되어버린 그 여자. 어디로 갔을까.
서울의 모처에서 황주형은 은신(隱身)하였다. 그리고 은신한 지 이틀인가 한 달인가 신두종이 세상을 떠났다는 기사와 함께 그 후계자로 장남인 신정재의 세습이 이루어졌다는 특보가 신문지에 실렸다. 이때 기회를 엿보던 동료 하나가 황주형에게 찾아가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교활한 작자들을 봤나? 뭐가 잘났다고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세습을 한단 말인가.”
치가 떨리게 얘기하던 그는, 현 정세가 괘씸하다는 듯이 피우다 끈 담배꽁초가 수북이 쌓여 있는 재떨이를 내동댕이쳐대기 시작하였다.
절호의 기회였다.
황주형은 제 동료들을 꾀어 불만을 가진 군인들을 포섭할 것을 제안했다. 한때 권력의 속성을 맛본 황주형이었다. 그는 A와 함께 습득하였던 권모술수(權謀術數)를 드러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이 나라의 군대는 총 369개의 부대가 포진해 있었다. 그런데 이중 300개 부대가 황주형의 의사에 따라 정변을 일으킬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소식이 신씨네 정권 하에 있는 중앙군(中央軍) 사령부(司令部)에까지 연락이 닿아졌고, 결국 신정재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뭣이? 이 건방진 놈들이 감히 나를 죽이려고 들어?”
씩씩거리며 정변의 조짐을 눈치 챈 그는 즉시로,
“우리도 소집령(召集令)을 내려야겠다. 중앙군 사령부를 통해서 소집령을 내려!”
하며 수석비서에게 지시한다.
“네, 각하!”
수석비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중앙군 사령부에다 군사 소집을 지시하고, 각 부 장관과 군 장성들을 불러다가 긴급회의를 소집하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가. 장관은 고사하고 다른 장성들이 대다수 오지 않은 것이었다. 어째서일까.​
 
 
 
[알림]다음 호(제104호)를 끝으로 '문학회지'는 폐간 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의 성원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했습니다.

개국627년 4월 13일
조선문학회 대표 올림.
 
 
 
[광고]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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