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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27(2018)년 4월 12일 (목) 20:53  [술시(戌時):초경(初更)]
ㆍ추천: 0  ㆍ열람: 113      
[문학회지] 제102호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102호 - 개국627(2018)년 4월 12일
 
 
소설_01
 
청년들이여 제44화
- 선안 작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본다면 자옥에게는 옳은 처사이기도 했다. 지아비도 버린 자식을 손수 키우겠다고 한 자옥의 의지가 오히려 연평을 감동시켰다.
마침내 중대결심하였다. 자옥과 합하기로. 연평은 자옥에게 흔쾌히 결혼하자고 하였다. 자신이 울자 아기는 아기대로 자기 엄마가 우는 모양으로 제껴울었다. 그걸 어르는 중에 튀어나온 한마디에 자옥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생각하면 할수록 숙향이한테 별 도움을 받아보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오. 그이는 걸핏하면 시부모를 공양하지 않고 오직 제게 지아비 사랑만을 갈구하던 여자였소. 오직 아랫것들을 시시때때로 부려먹는 것만 할 줄 알고."
그러자 자옥은 풋 하고 웃음보가 터졌다. 그러면서
"이를 어쩌죠? 제 손두 헤픈데."
자옥이 말하고 그러자 연평이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그래도 자옥씨는 묘한 재주가 있어요. 숙향이보단 훨 낫소."
호탕하게 웃으며 연평이 자옥이 칭찬했다. 그는 자옥의 면면을 줄곧 지켜보았다. 청년단에서 줄곧 수련회나 야유회에 가고 하면 줄곧 자옥이 일용할 양식을 챙겨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을 볼라치면 너도 나도 음식솜씨가 뛰어나다고 추켜세우는 것이 아닌가. 연평이도 그걸 맛보고 즐기기도 했다. 자옥의 음식 솜씨는 마치 어머니의 손맛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연평은 자신의 배우자가 된다는 말에 싱글벙글 웃음이 떠나지 않았던 거다.
"그래요?"
이를 안다는 듯 자옥은 미소를 지었다. 자옥의 이번 폭탄 선언은 그로부터 한달 뒤에 정식으로 안연평의 집안과 박자옥의 집안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다.
어찌보면 두 사람은 모두 이혼을 겪었기 때문에 이혼했다는 사실이 흠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두 집안 모두 불가피한 사정에 의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굳이 흠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두 사람은 가족들의 축복 속에 결혼을 올리게 되었다. Y청년회관에서 진행된 결혼식에는 신영빈 등 청년단 출신의 젊은 여자와 오영범을 제외한 모든 청년단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주었다.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이 결혼식을 마친 두 사람은 사전에 약속한 바대로 안국동 안대치의 집에서 신접살이를 시작했다. 안대치는 병을 앓고 있었기에 자리보전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연평의 마누라가 된 박자옥이 직접 시아버지의 수발을 들어주면서 극진히 모시자 안대치 영감의 병세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역시 효부는 효부구먼.'
 
주위에서 이런 말이 오갔다.
'역시 효부는 효부구먼.'
박자옥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안국동 일대를 주름잡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안대치의 병세는 갑작스럽게 위중해지기 시작했다. 박자옥이 다시 며느리로 들어온다는 말에 한낱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참하고 어진 며느리감을 버리고 기생 출신을 며느리로 삼았다는 죄책감이 안대치 영감으로 하여금 사로잡았던 거다. 그런데 그런 며느리가 공교롭게도 박자옥의 전남편과 눈이 맞아 만주로 건너갔다는 소문이 나돌자 안대치 영감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하며 살아야만 했다. 왜일까. 그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까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덤비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을 원수로 맞이해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나 괴로웠다. 그랬는데 박자옥과 연평이 다시 결혼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이 들었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자옥이가 제 며느리로 들어오면서 호전될 듯 하던 건강이 한순간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갔다.
아무리 극진히 돌보아주었다고는 해도 그 병은 쉽사리 나을 병이 아니었음을 왜 몰랐을까. 자옥은 한참을 괴로워하며 밤이면 밤마다 울분을 토했다.
다음날 아침. 연평을 불러들인 안대치는
"자옥의 부모님은 모두 잘 계시는가."
하며 물어보았다. 병석에 누운 상태에서 말이다.
"네, 양친 모두 무탈하십니다."
연평의 대답을 들은 대치 영감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죽거든 말이다. 연평아."
순간 연평의 귀에서 아버지가 죽는다는 말을 듣고는 당황하여 말을 못 하다가 이내
"네."
하고 대답했다.
"내가 죽거든 이 집을 네가 물려받고 자옥의 부모님을 내 부모님처럼 극진히 모셔야 하느니라. 알았느냐."
이제는 오영범 일가의 인연이 다했다고 생각한 나머지 안대치 영감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박자옥의 양친을 모두 데려와 살아도 좋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승낙한 연평은 서둘러 박자옥에게 이를 알렸다. 그러자 박자옥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나오는 것이다.
 
 
소설_02
 
독재자獨裁者_18
- 봉당 작
다음날 저녁, 그는 약속대로 신을 죽이는 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날 군 장성들과 경호원, 그리고 비서들과 참모진까지 모여들었다.
장성의 옷차림으로 김부동은 다음과 같이 선포하였다.
"오늘은 내가 말한 바로 디데이요. 이날 우리는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고 조국의 새 아침을 맞이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소. 이제 우리가 새 시대를 열어야 할 때요! 그런 의미로 내 뒤를 따르시겠소."
이때 물어보기가 무섭게 네, 각하! 하며 소리쳤다. 드디어 행동개시가 이루어졌다. 이윽고 신속한 움직임으로 신두종의 집을 포위한 군부 세력은 곧바로 작전개시하였다. 이때다. 한 발의 총소리가 들리더니 사방팔방에서 총소리가 요란하다. 여자들의 처절한 비명소리에는 아랑곳 않고 총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동이 튼 새벽이 되어서야 군은 철수했다.
그때 신씨네 일가는 모두 죽임을 당했다. 슬하에 두 아들을 두었는데 두 아들은 피가 낭자해진 채 숨들이 끊기고, 부인과 남편은(신두종의 내외는) 모두 두 눈을 부릅뜬 채 숨이 끊기고 말았다. 이날 두고 언론에서는 사인을 집단 자살로 위장하여 보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김부동은 장군 출신답게 군수권을 장악하고 동방순의 전례를 따랐으며 2인자의 자리를 신두종의 아우 신두길이 승계되도록 허용했다.
이에 형의 비보를 전해들은 신두길이는 네 아들을 불러들였다. 향후 정국을 알기 위해서. 신두길을 말할 것 같으면 김부동과 같이 군인으로 있으면서도 현실 감각이 무엇보다 뛰어난 장군이었다. 그는 한때 외국에 유학함으로써 선진 문물을 보고 익혀온 까닭에 주위 군관들이 무한한 신임을 얻은 터였다. 그랬기에 무장 신두길은 이 장군이라는 휘하 장군에게,
"이 장군, 자문 좀 구해주오."
하며 부탁한다.
"무슨 자문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그러는 이 장군을 대하며,
"향후에 군부가 어떻게 정국을 장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김부동 정권이 무너질 수 있는 빌미가 있을지 알 수 있으면 좋겠소."
하고는 신두길이 웃으며 요청한다. 그러자 이 장군이 씨익 웃고는,
"있기는 있습니다."
하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게 누구요?"
신두길의 재촉하는 물음에 씨익 웃고는
"내부에 적이 있게 마련이지요."
하고 이 장군은 대답할 뿐이었다.
이 장군의 대답에 답답함을 느낀 신두길은 누구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이 장군의 입에서는 A라는 이름이 튀어 나왔다. A! 그는 누구인가. 그렇다. 황주형의 멘토이며 동시에 독재자 김부동이의 수하다. 그러자 의심의 눈초리로 물어본다. 그 곁에는 아들 넷이 있었다.
"A 그가 은밀히 제게 찾아와서 장군님과 자제들의 정보를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큰 자제분이 미국에 유학한 엘리트이고, 또 나머지 세 아드님도 이 나라의 수재 중의 수재이시니 거리낄 것이 없잖습니까."
하며 이 장군은 신씨와 손을 잡고자 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럼 저는 장군님을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장군님 이 나라에 명운이 달린 일입니다. 장군님의 보배로운 자제분들을 나라의 역량이 되게 하시지요."
하고 신신당부한다. 다음날 이 장군은 신씨 집에 이르러 합의를 보았다. 자식들을 호랑이 굴로 보내는 심정으로 아들들을 김부동의 정권 주요 요직에 앉도록 했던 것이다.
큰아들 신정재는 국무총리 겸외무부장관에, 차남 신경은 내무부 장관, 삼남 신설선은 주렴과 같은 제2비서실장(제1비서실장은 물론 주렴이다.), 막내 신도술은 국방부 장관을 맡게 되었다. 모두 다 A의 계략과 맞물려, 신두길의 네 아들이 위험요소가 없다는 가정 하에 주렴이 적극적으로 추진한 결과물이었다. 결국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탓이다.
 
 
…… 장군님, 이 나라에 명운이 달린 일입니다. ……
 
그리고 A는 김부동이의 품에서 벗어나고자 사직서를 쓰고, 이 장군의 추천으로 신두길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때 황주형이도 A와 같은 편이 되었다. A는 황주형을 자신의 부하로 불러들여 새로운 출발을 이룩하였고, 항상 황주형이 그의 곁에 있으면서, 궂은 일 가릴 것 없이 그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이것이 A로서는 천우신조로 다가오고 있었다. 황주형도 권력에 다시 한 번 접근한 순간이었다. 주렴은 이제 이들에게는 썩은 동아줄과 같았다. 이때 마침 제 자식들을 요직에 앉힌 신두길은 김부동을 축출할 빌미를 찾기 시작하였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쁨을 누린 신두길은 회심의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은 이유는 바로 소위 '언론 플레이'였다. 언론 플레이의 주요 내용은 이러했다.
ⓐ 서울 M로 'A' 살롱 주인 B양과 내연 관계.
ⓑ 서울 S로 'D' 그룹 30만 주식 조작.
ⓒ 서울 D로 호스트 바 여급 'O'양과 성관계.
ⓓ 같은 바 여급 'C'양에게 성추문함.
이 일련의 사건들은 신씨네에게는 더 없는 먹을거리였다. 이것은 은밀히 A가 손수 구한 것들이었다. 알짜배기 정보였다. 이윽고 신두종의 아우 신두길은 다음날 'L' 호텔에서 여러 신문사 기자들을 불러다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무력으로 집권한 김부동을 흠집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기자들은 단순했다. 한낱 가십거리에 불과한 스캔들은 앞으로 김부동에게 몰락의 빌미가 될 것이라는 징조가 될 줄을 모르고.
결국 김부동의 추문들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는 물론이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이슈화가 되어 퍼져갔다. 이를 본 김부동이 펄쩍 뛰었다.
"이것들이 무슨 개수작이야. 나를 흠집 내고, 내 정치 생명에 죽음을 주게 만들어. 이런 고얀 놈들."
그러나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증권가에서 찌라시가 뿌려졌다. 이는 김부동이 신두종이 일가를 직접 총살하도록 지시내린 뒤, 은밀히 이들이 동반자살로 사망했다는 것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여기에 알려지게 되었다.
결국 김부동의 이미지가 실추되어 갔다. 조그만 흠집처럼 보인 진실이 종국에 와서는 큰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김부동은 물론이고 주렴 제1비서실장에게도 파장이 컸다.
김부동은 애꿎은데 화풀이 하듯 주렴에게,
"입들을 막으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경우야!"
하며 악다구니하고 있었다.
항변이라도 하면 좋으련만 주렴은
"죄송합네다."
대답할 뿐이었다.
결국 김은 자신의 권좌를 내리기로 결심을 굳혔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이를 접하도록 직속 비서에게 은밀히 전했다. 그러나 주렴은 이에 대노하며 김의 가는 길을 막았다.
"각하!" 가시면 아니 됩네다!"
울부짖듯 막아선 주렴을 본 김부동은 그 충정에 감복되어 스스로 포기했다. 애초에 시작할 예정이던 기자회견은 그렇게 무마되었다. 이는 국민들에 대한 조롱으로 돌아가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들과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는 강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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