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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27(2018)년 3월 25일 (일) 12:30  [오시(午時)]
ㆍ추천: 0  ㆍ열람: 92      
[문학회지] 제100호
 

 
 
경기도 조선문학회 발행 - 단체 발행 소식지 제100호 - 개국627(2018)년 3월 25일
 
 
제목
 
 - <소설_01> 독재자獨裁者_16 (봉당 작)
 - <소설_02> 청년들이여 제42화 (선안 작)
 
 
소설_01
 
독재자獨裁者_16
- 봉당 작
그날 밤. 삼우제―부인의 삼우제―까지 지낸 그날 밤. 장남 준, 차남 지, 삼남 숙, 사남 중, 오남 백, 서자 명과 길 들이 동방순의 저택에 속속이 모여들었다. 제 처를 괴한의 손아귀에서 잃어버린 그는 비분강개로 울분을 토하였다.
"너희들은 어미가 비명에 죽은 걸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그가, 그 살인마가 내 수하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믿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틀 전에 경찰에서는 물릴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슬프고 기막힌 일이냐."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자식들에게 훈시를 내린다.
"인제 너희들은 정신 차려야 한다. 어머니의 죽음을 한시도 기억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에 다 너희들 자리를 뺏길 수 있다. 그러니 더욱 조심하고 자중해라. 그리고 견디고 견뎌라."
이제 침착한 자세로 임한 독재자 동방순은 자식들에게 마지막 말을 남겼다.
"이 아비는 누릴만큼 누렸다. 나라를 잡았고 내가 이루고자 한 일은 다 이루었다. 다만 그 달콤한 부귀영화에 취하여 아둔하게 내 마누라와 수하를 잃어버린 것이 천추의 한이다."
"……."
"그리하여 나는 다음과 같이 너희에게 말한다. 이 아비는 호랑이 굴로 들어갈 것이다. 가서 사생결단으로 내 업보를 거두려 한다. 그러니 다시는 나를 찾지 마라!"
말을 마친 동방순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 이것이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아들들의 눈에서는 당혹스러움이 묻어 나온다. 화무는 십일홍이라고 했다. 순식간에 파멸의 길에 접어든 동방순의 몰락은 자신과 그 가족까지 몰살 당하는 일련의 과정, 아니 찰나의 순간이다. 일련의 일들을 다 겪은 동방순 일가는 순간 울음바다가 되었다. 동방순은 마지막 인사를 했다.
"나는 간다. 이 아비는 더 여한이 없다. 그러나 내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으니 너희들도 더 이상 전철을 밟아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아버지의 말에 자식들은 울면서 말이 없다. 이윽고 집을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터덜터덜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한마리가 된 듯 걷고 있었다. 그때,
"아버지 가지 마세요!"
동방순의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동방준이 오열했다. 그러자 다섯 아들이 모여들어 가는 길을 막았다. 그러나 서자 둘은 망연히 제 자리에서 울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동방순은 터덜터덜 집을 나섰다. 정든 집을 떠나는 동방순. 그는 비서 몇 명을 대동하고 집무실로 향했다. 통치자로서의 정치 생명을 마치게 된 동방순은. 그곳에서 새벽 4시 30분. 다음날 새벽 4시 30분 경. 동이 트기 전에 "간나 새끼." 하며 비웃는 주렴에 의해, 수행비서 몇 명과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이것은 다음날 오전께에 신문 1면에 장식되었다. 황주형도 그 소식을 접했다. 신문 타이틀은 화려했다.
"유일무이한 독재자 동방순 사망."
"위대한 영도자 동방순 총리 각하 서거."
"동방순 각하, 파란 많은 생을 마감하다."
"유일무이한 권력자 동방순, 그는 누구인가?"
갑작스런 비보에 국민들은 동요되었다. 이 낌새를 눈치 챈 주렴은 김부동이에게 찾아가 이렇게 권했다.
"동방순이네 아그들은, 그 씨를 말려야 하지 않갔시요?"
그러자 신중한 태도로 임하더니, 김부동이 피식 웃으며,
"그럼 그래야지."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렴은 제 수하들을 시켜서 죽은 동방순의 아들들을 찾으려고 혈안 되어 있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서자 빼고 정실 손 여사의 아들들이 역모를 꾀하였다. 그리하여 짚으로 굴비 엮듯이 이들을 연행하였고, 재판에 다다라서 모두 총살형에 처하였다. 순간 이들 동방순의 아들들은 와신상담할 겨를도 없이 이를 갈아대며 치를 떨었다.
'네 이놈 주렴이. 저승에서 만나거든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
그렇게 다섯 아들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주렴은 김부동이에게 실권을 줌으로써 무한한 신뢰를 얻는다. 한편 주렴은 김부동이의 다음 가는 실권자가 되어 있었고, 그 바람에 동방순의 서자들을 제 집무실로 불러들여 놓고,
"이제 지나간 과거지사는 툴툴 털어 버리구, 나와 손을 잡아보자우."
이북 말씨의 주렴을 동방의 서자들은 반신반의하며 마지 못해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대가가 따랐다. "내래 그대들은 30억 씩 줄테니까네, 내가 하라는 거이 거저 충심을 다하여 일해주기 바라갔어. 알간?"
그러자 동방명, 동방길이 일제히
"네!"
하며 대답했다. 그렇게 동방순의 세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소설_02
 
청년들이여 제42화
- 선안 작
연평이의 갑작스런 이혼 소식은 너무나 당황하고 경황 없는 터인 자옥에게 자그마한 충격이 되어갔다.
그런데 오영범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자옥이로 하여금 분노로 뻗친 기폭제가 되어갈 줄은 미처 몰랐다.
`괘씸한 사람 같으니라고.`
이내 치가 떨리기 시작했다.
연평과 헤어진 그날 밤. 오영범이 집에 들어왔다.
"나 왔소."
그러자 박자옥은 안에서 문 열고 지아비를 맞았다. 그러자
"찰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범으로서는 처음 당해본 일이었다. 어째서 제게 뺨을 때리는가. 오영범이 자신으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느 안전이라고 내 뺨을 때리나?`
하며 노려보는 것이었다.
영범은 홧김에 얻어 맞은 뺨을 어루만질 새 없이 자옥을 때리려 하여 손찌검이 올리고 내리치려던 찰나였다. 자옥은 양손으로 영범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영범은 비로소 제 처가 맹랑하다고 느꼈다.
"당신은 남의 여자를 가로채서 제 잇속만 챙기더니 이제는 밖에서 애를 두어?"
항상 정숙할 것 같던 박자옥이었다. 그런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 게 사람의 심사인가보다. 가녀린 여자의 손에서 힘을 받은 영범의 눈초리는 서서히 흔들린다.
"어째서 나를 의심하나. 애 낳게 하고파서 낳았나?"
그러나 영범은 발뺌하는데 여념없었다. 한심스런 남편의 뻔뻔스런 모습에 자옥은 염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당신은 남의 여자를 가로채서 제 잇속만 챙기더니 이제는 밖에서 애를 두어?"
 
논산댁의 신신당부로 결혼은 했다지만 막상 결혼하고 보니 이이는, 아니 남편이라는 작자는 후안무치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제 정인인 안연평과 대립각을 이루고, 심지어는 제 처가의 돈에 눈이 먼 나머지 거금을 횡령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어디 그뿐인가 그 돈으로 일제에 아부하는 열렬한 변절자가 되어 있었으니 왜놈들이 불신지옥으로 가자고 하면 가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오늘 안연평 씰 만났어요."
"그래서?"
쌀쌀 맞은 박자옥의 입에서 연평이 얘기를 하자, 영범은 쓴맛을 겪은 양 이맛살을 찡그리고 있었다.
"연평 씨가 당신의 아이를 서울로 데려와서는 곧장 제 집으로 오려고 하다가 창수 씨네 집에 맡겼다더군요. 그래서 얘기하는데 당신, 당신 손으로 직접 딸아이를 데려오시겠어요? 갓난 아기를. 강보에 싸인 갓난 아기를."
영범은 질색하는 표정을 짓고 박자옥은 의기양양해 있었다.
"당신 누구의 뱃속에서 나왔는지 잘 알겠죠? 성씨라는 여자."
집요하게 접근하는 자옥의 알 수 없는 태도에 영범은 비밀이 탄로난 사람처럼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뿌린 씨는 당신이 거두세요. 더 이상 아쉬울 건 없으니."
"아, 아쉬울 건 없다니."
"연평 씨가 퇴기나 다름 없는 기생 숙향이와 이혼했다더군요. 우리라고 이혼 못할성싶나요?"
이혼이라는 말에 영범은 기가 막히다 못해 치가 떨렸다.
"이런 맹랑한 계집."
영범은 치를 떨었다. 그 곁을 지켜본 논산댁은 곧장 며느리에게 달려가서는,
"아가씨. 가지 마시오. 우리 아들이 철이 들 들어서 그런거니."
자옥은 참았던 한이 터지고 말았다.
"철이 들 들었다구요? 한두 살 어린 애가 아니고, 한 가정의 가장이에요. 그런 이가 어떻게 가정을 이끌겠나요? 어머님. 저 차라리 이혼하겠습니다. 오씨 집이라면 지긋지긋합니다."
정당한 자옥의 말에 영범이 모자는 할 말을 잃었다. 순간,
"이 불효막심한 놈아, 이놈아! 응? 안씨 집안과 인연을 끊게 하드니 이제는 왜놈의 앞잡이가 돼? 이 철면피 같은 놈아!"
영범의 등을 쥐어박아가며 논산댁이 오열한다. 그러자 영범은 벌컥 문을 박차고 집을 나가 버렸다. 그 후에 영범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논산댁이 자옥의 처지를 생각하여, 영범과의 이혼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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