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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대표] <간행> 보덕문집(寶德文集) 17
* 우미화_牛美華 <2> 우미화_牛美華 <2> 그때 유석이 들입다 들통이 난 모양인 채 들어오더니 백 참봉 앞에서 통사정한다. "왜 그런 소문을 내십니까? 세상에 이런 법이 있다 그 말이군요. 한데 왜 그 여자와 결부시켜 저를 난처하게 만드십니까? 네? 그래요, 그 서책을 주운 채 저에게 주려고 한 것인데 노비출신의 자식과 혼인한다손 치더라도 차라리 그 소문을 당하느니 차라리 멀리 뛰어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백 참봉이 그런 조카를 보며, "허허허, 이보게 조카. 자네가 감히 그 여자와 정을 통한 일이 있더냐? 아님 사모를 하게 된 것 아니냐?" "그런 건 결코 없습니다." 아들의 이런 행동에 대해 두 사람은 이내 웃고 만다.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자네 그 집안이 비록 노비였지만 그 여식의 부친인 우구봉이라는 갑부가 장사에는 눈이 트인 사람이니만큼 딸내미를 곱게곱게 귀하게 키웠지 않던가? 그렇게 귀하게 자란 아이를 며느리로 삼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일세. 땅을 치며 통곡할지도." 백 양반은 웃었다. "내 알았습니다. 형님." 의리는 충만한 백씨 형제. 참으로 웃기는 세상이다. 하하하하. 숙종 46년 대왕이 승하하시자 張禧嬪(장희빈) 사이에 낳은 아들인 세자가 왕위에 올랐다. 후에 諡號(시호)를 景宗(경종)이라하였는데 경종이 즉위하자마자 백 참봉이 벼슬길에 나아가게 되었고 백 참봉은 하인들을 거느리기 시작했다. 그 덕은 다 미화 부친인 구봉에게 쏠렸다. 미화는 어느덧 스무 살이 되었다. 미화가 이제 시집을 가야할 때. 백씨집안에서 우씨 집안과 相見禮(상견례)를 갖게 되었다. 이때 미화의 모친은 천한 출신인데 왜 그곳에 가냐고 거절하고 했으나 직접 미화의 시어머니가 직접 그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천하다고 따지지 않으니 편안히 오시구려. 어차피 우리 집안에 들어가면 편안히 살아갈 터인데 왜 그렇게 거부하시는 겁니까?" "지사 마 딸내미 결혼하는 거 보기 싫습니더." "그렇다고 딸이 시집을 가는 것을 보지 않으시다면 근심해지실까 심히 두렵습니다." "아이고, 내사 마 그런 꼬락서닌 못 본다카는데 와 그러나." "어서 갑시다. 미화가 어머니를 기다립니다." 그러자 미화 모친은 마음이 어수선하다. ‘저놈으 가시나가 고자질 하나. 저 가시나가 와 저런 짓을 하노. 내 참 살다 살다 별 꼴을 다본다카이.’ 결국 미화의 청을 들어주었다. "갑시다." 옷을 차려입고 경주정씨의 뒤를 따라 백씨집안에 들어선다. 그는 간질을 앓은지라 하인들의 부축을 받아 걸음을 옮길 수가 있었다. 백씨집안의 주인인 백 양반은 자세히 미화 모친의 동정을 살피듯 안부를 물었다. "저 발이 자꾸 절여갖고 아픕니다." 경상도 말씨의 미화 모친은 그렇게 말을 하였다. 그러자 백 양반의 눈에서 좋지 않은 기운이 돌았다. "청나라에 가심이 어쩌려는지요." "처, 청나라라고 했심꺼!" "가야 합니다. 그것을 방치하면 대병이 생깁니다." 며칠 후 미화 모친을 데리고 자신과 교류하여 지인으로 지내며 청나라 말을 할 줄 아는 역관에게 보내어 청나라에 서양의술이 발달하고 하였으니 가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며 미화모친도 청나라로 같이 보내었다. 그리고 미화는 유석 도령과 혼례를 치렀다. 혼례를 치르는 직후 미화 부친 구봉이 그녀에게 객주를 물려주었고 남존여비가 만연한 세상에서 꿋꿋이 객주를 운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하여 상점과 농장을 마련하게 되는 갑부가 되었다. 그리고는 구봉이 멀리 남도로 길을 떠났다. 아버지와의 이별을 하고 남편인 유석 도령과 정을 통했다. 유석 도령이 그때 술김에 그랬나보다. "나는 당신의 향기가 좋아요." 하며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에게 향낭이 있었고 그 향낭은 미화로 하여금 그를 유혹하기에 이르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던 미화,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나왔다. 며칠 후 미화는 아이를 가졌다. 세상에서 부럽지도 않은 아이를 가진 미화는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는 여자아이였다. "부인." 유석이 웃으며 말한다. 미화가 대답한다. "네." "우리 아이는 딸이오." 그 말에 미소하던 미화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모친의 아픔이 바로 그것이었다. "모친은 살아 돌아올 거요. 걱정 마시오." 유석의 품에 안긴 아기는 웃었다. 그런 딸을 보며 부부는 기뻐하였다. 이 아이의 이름을 英姬(영희)라 지었다. 그의 모습을 보던 미화는 기뻐한다. 축복이 충만한 아이. 이 아이를 굴레에서 해방될 수 있는 그날을 기억하며. 아이를 낳은 지 7년이 되던 날 미화는 아이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하여 그녀가 아이에게 金天澤(김천택)의 시조를 읊어주었다. 그러자 감명을 받은 듯 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조가사는 이렇다. 잘 가노라 닫지 말며 못 가노라 쉬지 마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 쓰라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리라. 이 가사의 내용도 이렇다. 잘 나간다고 방심하여 너무 나대지 마라. 툭 터진 평지에서도 튀어 나온 돌부리가 발목을 잡아챈다. 일이 뜻대로 안 풀린다고 손 놓고 쉬어서도 안 된다. 생각지 않은 데서 일은 풀리게 마련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진득한 마음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경망함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서둘지 말고, 쉬지도 않고, 아까운 시간 아깝게 쓸 일이다. 가다 말면 아니 감만 못하다 했다. 한 우물을 파라. 여기저기 집적거리지 말고 이곳저곳 기웃거릴 것 없다. 영희는 답을 한다. "학문을 배울 적에 온갖 장애물에 부딪칩니다. 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장애물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며 쉬어서는 안 됩니다. 생각하지 못한 일에 풀리게 마련입니다. 우리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진득한 마음입니다. 이랬다저랬다 경망함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있을 수도 없습니다. 뛰지도 말고 쉬지도 말고 오로지 한 우물, 즉 학문에 정진하라는 뜻을 말합니다." 그 순간 미화는 딸 영희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본다. 영희가 이렇게 성숙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자신의 지난 시절을 돌이켰다. 사랑하는 딸이 이렇게 학문에 열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린 시절 처음 보았던 시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저 아이를 낳은 것이 굴레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그렇게 느끼다가 우연히 남구만 선생과 있었던 일을 회상한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어느 날 시아버지 백 양반에게 읊어주었는데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칭찬하시는데 왈, "우리 며느리에게 시를 읊어주다니 약천 선생의 시를 읽노라면 자연에 대한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 음양의 조화로구나." 그 후 자신은 그 시조를 상기시키며 자작시를 쓰기 시작한다. 吵鳥而冬而南向之也 雲之寒風而又雪潠也라. 夜盡而日化也 地霏白光也曜라. 지저귀는 저 새는 겨울이 되어 버리자 남쪽으로 달아난다. 저 구름이 추운 바람과 동시에 눈을 뿜는다. 밤이 지고, 해가 되면 땅에 내려온 눈이 하얗게 빛이 난다. 이 시를 읊던 미화의 표정을 보던 딸 영희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그때 때마침 백유석이 장원급제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중앙에 벼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거다. 그리하여 일가는 모두 한성부 북부로 옮겨갔다. 북부에 넓디넓은 기와집이었다. 그 기와집에 들어선 일가는 한성 생활이 낯설어질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게 되었고 미화는 그 까닭에 낯선 생활을 적응할 수 있게끔 하였다. 그 후 하인들은 원만히 한성 생활을 할 수가 있었고 아이들도 많이 생겨났다. 그 아이들은 영희를 포함해 네 남매가 태어났다. 영희의 뒤에 아들 英煇(영휘), 작은아들 英煥(영환), 막내아들 英豪(영호)를 낳았다. 이런 미화의 생활을 보던 사람들이 놀라 미화의 선함에 반해 백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퍼지다 구중궁궐에 이르렀다. 백유석의 벗인 한 관리가 영조 임금에게 다가가 이르길, "전하. 한성부 북부 숙정문 아래에 살고 있는 백유석의 처 우씨부인이 굶주린 백성들을 위하여 남편의 바라지를 하면서 쌀을 주고 있사옵니다. 그리고 글귀도 모르는 자들에게 언문을 가르치기도 하였고 하인들과 동등하게 자신을 낮추어 하인들을 비롯한 賤人(천인)들을 보살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시어머니 뒷바라지를 하는 孝婦(효부)요, 烈婦(열부)이옵니다. 그는 본래 남구만 대감의 하인의 딸로 태어나 면천 받고 객주를 운영한다 하옵니다." 영조 임금의 귀에 들려오고 임금이 말하였다. "그 사람은 몇 살인고." "갓 마흔을 넘었사옵니다." "그러하더냐." "네, 전하." 그때 영조 임금은 상궁에게 명하길, "중전을 부르도록 해라." 몇 분이 흐른 뒤 中宮殿(중궁전)에서 온 왕비 정성왕후가 들어섰다. "중전 오셨구려. 자리에 앉으시구려." "전하, 무슨 일이십니까." "내 백유석이라는 자에 대해 자세하게 아느냐." 관리에게 영조는 질문하였다. "예. 말씀드리옵니다." 그러고 난 후 이야기를 꺼내길, "그는 본래 지방관으로 부임하였사온데……" 하면서 관리의 상세한 내용을 들은 영조 임금은 웃으면서, "참으로 파란만장하더구나. 미화라는 이름의 부인이 남구만의 식솔이었던 가족을 만나다니. 이게 무슨 인연이란 말이던가." 미소하며 중전에게 말하였다. "중전." "네, 전하." "내외명부잔치를 치르도록 하시구려." 그리하여 중전은 모든 내외명부의 부인들을 불러들였고 그리하여 미화도 그 자리에 끼었다. 중전이 연회가 베풀어지는 동안 부인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웃음도 내기도 한다. 그리고 중전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길, "한성 북부에 살고 있는 청백리 백유석의 부인은 어디 있느냐." 청아한 목소리로 미화를 찾는 소리에 놀라 미화가 벌떡 일어선다. 순간 중전이 고개를 돌려 미화를 응시하며 말하길, "그대의 이름이 우미화요?" 미화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중전은 미소하였다. "마마, 그러하옵니다." "내 듣고 보니 백 모 대감의 며느님이라 들었네만." "예." 중전이 미소하며 미화에게 말하길, "어디 한번 시를 읊을 수가 있소?" 순간 미화가 당황스러워했다. 다정스레 웃던 우미화의 눈으로 본 중전마마의 모습. 그 모습에서 미화는 점점 소심해져간다. 결국 말을 더듬거린다. "마……마……마마, 신첩은 말할 길이 없나이다." 그 소심함에 중전마마는 호탕하게 웃으신다. "아하하하……" 그러고서는 중전마마께서 구전으로 말하시길, "뭐 그렇게 머뭇거린단 말인가. 자네가 文才(문재)가 뛰어나다고 들었거늘, 이렇게 나약해 질 리가 없잖은가. 부담 갖지 마시게나." 그때 주위의 부인들은 일제히 입을 가리면서 호호호,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한 부인이 미화를 보고서 말하길, "마님께서 그렇게 소심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래도 부담 갖지 마시고 시를 한 수 읊어보시지요. 주제는 자유입니다." 이에 중전마마께오서 말씀하신다. "백공의 부인이 이리도 소심해서야 되겠나." 중전마마는 내외명부의 모든 부인들에게 시제를 낸다. "이번 시제는 前朝(전조 : 고려)의 충신이었던 圃隱(포은) 鄭夢周(정몽주) 선생의 시조를 읊을 줄 아는 거요. 부인들 가운데 시조를 읊을 줄 아는 부인들은 말하셔도 괜찮소." 부인들은 일제히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렵게 생각하였다. '아니 중전마마께서 난데없이 시조를 읊으라니.' '나는 정몽주 시를 읊을 줄도 모르고 언문만 알다 뿐이지만.' 찜찜한 듯 인상을 찡그리는 부인들도 있었다. "왜 일제히 웅성거리시는 게요?" 또 다른 부인이 말하기 시작했다. "중전마마, 신첩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신첩들이 어찌하여 그 시제에 답한단 말입니까. 꽤 어려운 것이옵니다. 신첩들이 어째서 글귀를 읽는단 말입니까? 遺法(유법)에 七去之惡(칠거지악)이라고 하여 말하기가 어렵사옵니다." 중전마마의 얼굴에선 어김없이 밝은 표정이었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미화가 순간 나섰다. 중전마마는 그녀의 자태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시를 읊었다. 白骨(백골)이 塵土(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一片丹心(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를 듣던 부인들은 당황하였다.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놀라움에 사로잡힌다. 그러는 동안 중전마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시길, "아하하하, 소심하다던 일개 부인이 어떻게 그 시를 잘 읊어댄단 말이오?" 하며 중전마마는 讀解(독해)한다. "이 몸이 죽고 또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티끌과 흙이 되어 영혼이 있거나 말거나, 임 향한 일편단심의 충성심만은 변할 줄 알겠느냐." 다시 미화에게 시를 읊어달라고 명한다. 그리하여 미화는 고려의 大將軍(대장군)인 崔瑩(최영)의 시조를 읊었다.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을 들게 갈아 둘러메고 장부의 위국충절을 세워볼까 하노라. 이에 중전마마는 독해한다. "준마를 기름지게 먹여서 시냇물로 깨끗이 씻어 타고, 보검을 잘 들게 갈아서 둘러메고 대장부의 나라를 위한 충성스러운 절개로 위업을 세워볼까 하노라." 그러면서 중전마마께오서 미화에게 명을 다시 내리셨다. "백 대감의 부인에게 시를 읊는 모습을 보고 싶구려." 미화는 마음을 가다듬고 시를 읊었다. 금수강산을 구경하노라면 하루 이틀 지나가건만 공기는 하염없이도 맑구나. 푸른 하늘아래 자유로운 한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그곳에 가노라면 화려한 名利(명리)보다 더 부러울 것 없어라. 덧없이 살다 덧없이 가버리는 인생길. 그 길을 거닐 노라면 하염없이 슬퍼지는 나의 마음 그 마음을 당신을 알고 계시는 게요. 덫에 걸린 한 마리의 사슴처럼 노루처럼 자유를 짓밟힌 나의 그 영혼이 병들어가는 내 가슴을 치면 무얼 하겠소. 자연만물의 사랑, 내 그 사랑을 갖고자 태어났지 않았소? 세상의 만물을 손수 만드시는 創造主(창조주)여 제발 사람들의 자유를 허락해주시구려. 물론 이 시를 읊어내는 것은 大逆罪(대역죄)에 해당되는 거였지만 중전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미화의 그 파란만장한 삶 때문에. 미화의 그런 모습에 부인들은 일제히 울음바다를 이루었다. 이에 중전마마께서 말을 내리시길, "백 대감은 참으로 며느리를 잘 두셨구려. 이런 문재에 능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소. 과연 申師任堂(신사임당)과 許蘭雪軒(허난설헌) 더불어 파란만장한 삶을 사셨던 듯합니다. 그 마음이 참으로 화려하오. 내 궁궐로 다시 한 번 오시구려." 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던 부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미화의 곁에 다가가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며칠 후 청나라에서 어머니가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던 미화는 백 양반네 집에 잠시 머물게 하였다. 물론 아버지는 남도에 있지만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었다. 그리하여 미화 모친은 편히 靜養(정양)하기도 하여 미화와 유석을 중전마마와 전하께서 궁에 오라는 청을 듣고 謁見(알현)하였다. 이때 미화부부는 전하 내외분이 계시는 곳에 들어섰다. 그러자 왕비가 미소하였고, 전하께서는 고개를 드신다. "전하, 소첩이 직접 이야기했던 그 여인이옵니다." 영조임금의 얼굴에선 웃음이 피어올랐다. "절하시구려." 부부는 절을 하였다. 마치 전하 내외분은 이 부부가 자식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 "이름이 미화라 했는가?" 전하의 말씀에 미화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째서 詩(시)에 능하였는고." "제 어린 시절 한때 어머니께서는 남구만 선생의 하인으로 일하셨고 면천을 받아 객주를 운영하여 부를 축적하였사옵니다. 그래서 그 인연으로 제 지아비를 만나 결혼하게 된 겁니다." 영조는 이 말을 듣고 끄덕였다. 큰 밥상을 내오게 하여 가져온 밥상 앞에서 같이 먹도록 이르시고는 편안히 먹으라고 이른다. 밥상을 먹으면서 정세를 비롯해 온갖 雜談(잡담)을 나누었다. 밤이 되어서야 궁을 나섰다. 이로 말미암아 며칠이 지난 후 미화를 정경부인에 봉하여 유석을 성균관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며칠 후 어머니는 아버지가 사시던 남도로 갔다. 이 소식이 한양에서 벗어나 남도에까지 퍼지게 되었다. "형님!" 하며 헐레벌떡 나그네가 우구봉의 집에 들어섰다. "와 그러노." "형님. 딸내미가 정경부인에 봉해졌더구먼요." 이때 소일로 집 근처의 강에 낚시를 하던 우구봉은 놀라지도 않는다. "정경부인이 뭐가 대수냐." 하고 우구봉은 계속 낚시질하였다. 그러나 속으로 구봉은 속삭였다. '미화야, 네가 진정 정경부인이 되었구나. 장하다, 나의 딸.' 계속 낚시질에 열중해있는 와중 나그네에게, "이보게, 우리 집에 가서 술이나 마시세." 물고기를 한두 마리 잡고 나그네와 함께 집에 들어섰다. 초가집이다. "임자!" 하는 구봉의 소리에 문이 열리고 거기에 미화 모친이 나왔다. "와 그라요." "임자, 형남이 왔인께 전 부치소! 그라고 막걸리 주고." 부인이 속으로 말했다. '저놈으 영감탱이! 또 시키고 난리네 으이그!' 그러면서 감자전을 부치고 막걸리를 차려놓는다. 감자전이 다 되면서 그릇 얹는다. 주안상을 두 장정에게 차려놓는다. 가을이 아닌 봄인데 시원한 바람이 이마에 있는 땀방울을 말려준다. "형수님, 고맙습니다." 나그네는 맛있게도 전을 먹는다. 구봉이 나그네에게 말하길, "내 여태까지 했던 객주를 정리해야 될 듯싶으이." "형님, 그기 참이요!" "응." 하며 구봉은 끄덕인다. "그라면 우짤긴데예?" "미화가 남편 보필하였으니 당연히 처분하는 것이 이익이지. 그런께 형남이 네가 가서 미화를 만나그라." "지가 한성으로 간다고 했우? 와 그리로 가야 하는데요?" "네가 안 간단 말마라! 야 이놈아! 어여 가라고! 내일 어여가 응! 어색해도 할 수 없응께!" 구봉이 신경질적으로 명령했다. "따님한테 뭐라고 그래유?" "내 딸헌테 가거들랑 객주를 어떻게 헐 것인지 서찰로 써보라 이르게나. 언문으로 쓰라고 이르고." 그렇게 윽박질러 보낸 구봉의 표정은 좋지만은 않다. 걱정거리가 가득하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양에 도착한 나그네는 미화의 집에 이르렀다. "이리 오너라!" 문이 열리자 어떤 머슴 한 명이, "무슨 일요?" 하며 묻기에 나그네가 왈, "작은 마님께 찾던 참이었소." 그리하여 머슴이 허락하자 나그네는 그녀의 집에 들어섰다. "작은 마님!" 그러자 미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누구요?" "내 구봉 형님하고 아는 사람인데." "구봉이라면 내 아버지." "그래요! 마님 아버님!" "돌쇠는 그만 물러가거라." 머슴이 물러간 후 나그네를 방으로 들였다. 방에 들어선 미화는 나그네에게서 아버지가 전하라 하신 말씀을 들었다. 찻상을 내오라고 하인에게 일러 찻상을 가져오고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하였다. "마님의 부친께오서 소인에게 심부름을 하셔서 오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전하라고 하시던가." "객주를 정리한다고 하셔서." "객주를 정리한다." 그리고 곰곰이 미화는 생각해본다. "아버지께 전하시게." "언문으로 쓰라고 하시는데요." 그래서 미화는 하인을 불러 먹을 갈라 일러 하인이 文房四友(문방사우) 중에 먹을 갈고 있는 와중에 붓으로 글을 써내려갔다. 아버님. 소녀 이렇게 글을 씁니다. 소녀는 부친께 물려받은 객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여 제 명의로 객주를 운영하고 있사온데 이렇게 정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보니 가슴 한편이 막막합니다. 아버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하니 가슴이 아프옵니다. 아버님. 제 서방님, 아니 제 시가숙부께서 운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러하니 며칠 후에 고향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서찰을 봉투에 넣어 봉하고 주면서 아버님께 전하라고 이른 후 잠시 하루 묵으라고 일러주어 방에 잠시 쉬게 하였다. 다음날 해가 뜬 아침이 되어 미화는 백 참봉과 같이 하인들을 대동하여 나그네를 따라 남도로 향했다. 남도를 향하는 길이 참으로 미화에게는 연민이었다. 가는 길에 거지들이 미화가 타던 가마에 에워싸여 구걸하고 있었다. 신음하는 소리와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가마를 멈추어라." 가마를 멈추어 문이 열려지자 미화는 준비한 금은보화를 꺼내었다. 그리고 거지의 곁으로 가자 어떤 하인이, "마님." 하며 당황해하였다. 그들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하길, "하늘의 뜻에 달려 있으니 걱정은 마라." 하며 금은보화를 주어 등을 토닥거리며 안심시켰다. 다시 가마에 오르는 미화의 모습에 거지들은 절하면서, "고맙습니다!" 하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순간 미화는 눈물을 뿌리고야 말았다. 가혹한 世上事(세상사)가 어디 있더란 말인가. 하늘도 무심하구나. 자고 가는 저 나그네의 넋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나그네야 저 가엾은 넋을 위로해주려무나. 서둘러 길을 떠난 지 몇 시간이 되어서야 도착한 고향. 백 참봉이 집에 이르러 왈, "이보게 구봉이―!" 우구봉의 늙은 모습을 바라보니 친구였던 백 참봉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노쇠하지 않았고 강직한 말투도 여전했다. 무뚝뚝하게 대했다는 이유로 백 참봉은 말했다. “날 기억하지 않나?” 하고. 그러나 구봉은 호탕하게 웃으면서 “내가 그렇게 무뚝뚝했나? 어서 오게나.” 딸이 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세 사람은 방에 들어섰다. “네 어머니는 어떻게 되었느냐.” “조만간에 어머니를 보내드릴 겁니다. 그렇게 이상한 징후는 없답니다.” 이에 백 참봉도 거들었다. “자네 염려는 말게나. 우리한테 중요한 생계수단인데 객주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구봉은 한숨을 쉬었다. 구봉은 아이가 힘들어하지 않나 하고 숨을 깊게 내쉰다. 참으로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더니 속으로 그에게 말했다. ‘이 아둔하고 박복한 사람아. 그까짓 걱정을 왜 사서 하누. 제발 하지나 말게나. 이보게, 친구야.’ 그렇게 백 참봉의 착잡한 마음을 아는 모양인지 구봉을 두고 이를 허락해주었다. 아, 이 친구야. 정말 고마우이. 하며 백 참봉은 격려해주었다. 그 후 객주 정리는 없었던 일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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寶德 善安 奉堂
정병욱(鄭炳旭)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리스도 말씀) 
http://www.1392.org/bbs?moim09: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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