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예림
[마담] 마담문집(磨潭文集) 권2 상소(上疏)
목차 2. 상소(上疏) 2-1 청태학복설연명소(請太學復設聯名疏) (623년 12월 05일) 2-2 신의 거취에 대하여 (624년 02월 11일) 2-3 재차 아룁니다 (624년 02월 17일) 2-4 석전대제에 대하여 (624년 04월 08일) 2-5 이번 천거에 대하여 (624년 04월 22일) 2-6 출사에 앞서 올리는 소(疏) (624년 04월 29일) - 2-1. 청태학복설연명소(請太學復設聯名疏) (623년 12월 05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등은 전하께 삼가 아룁니다. 성균관은 조선 최고의 관학교육기관이자 유학의 본산으로 이업(肄業)의 임무를 관장하고 나아가 인재 양성의 바탕이 되는 장입니다. 그러나 성균관이 운영되지 않은지 실로 수년이 지났으니 어찌 면구하지 않겠습니까. 서원과 서당이 있다고 하지만 국학과 그 위엄을 나란히 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아조의 서원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고 각 지역의 서당들은 훈장들이 사망 혹은 사임하며 다시금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성균관이 국학(國學)으로써 마땅히 본을 보여야 할 줄로 아룁니다. 《예기(禮記)》에 이르길,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의를 알지 못한다 하였습니다. 백성들 가운데 수학의 의지가 있는 자들을 뽑아 이들이 명륜당과 비천당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하고 문묘(文廟)에 나가 유교 성현들에 대한 향사(享祀)를 봉행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또한 고례로 세자의 나이가 10세 전후에 이르면 입학례를 치루고 수학하게 함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세자의 나이가 이미 지학(志學)을 넘어 불혹(不惑)을 지난지 오래인데 아직 세자로서 그 어떠한 공식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였으니 이는 전례에 없는 일입니다. 조선은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는 나라입니다. 장차 백성들의 교화(敎化)를 책임져야 할 세자로서 마땅히 세자를 성균관에 보내 수기치인(修己治人)의 도를 익히게 해야 할 것입니다. 조정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자가 책봉례도 마치었고 시강원이 개설되지 않은 작금에 성균관 복설마저 늦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신료들 중에 재주와 덕을 갖추고 학문이 뛰어난 자를 가려 뽑아 성균관의 강의를 맡기시옵소서. 하여 안으로는 세자가 역량을 갖추게 하고 밖으로는 문덕(文德)으로 어리석은 백성들을 계도하여 교화를 일으키게 하소서. 신 등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2-2. 신의 거취에 대하여 (624년 02월 11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삼가 엎드려 전하께 신의 거취에 대하여 감히 아룁니다. 전하께서 직접 해조(該曹)로 하여금 소신의 등용을 추진하라 명을 내리셨다는 것을 풍문으로 듣고 신은 깜짝 놀라 떨리는 손으로 붓을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탕 임금은 중용을 지키며 출신을 가리지 않고 현명한 인재를 널리 등용하였으니 학문에 조예가 깊고 품행이 단정한 자를 뽑아 쓰는 것은 마땅히 장려할 일입니다. 하오나 신은 학식과 덕망이 부족하여 천거되기에 부족함이 많습니다. 소과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격한 것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 천거의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또한 이미 조정에는 위징에 비견될만한 양신(良臣)들이 많습니다. 재주 많은 신료들이 전하의 곁을 든든히 지키고 있는데 굳이 소신이 자리할 필요가 있겠나이까. 미천한 신에게 조정은 과분한 곳입니다. 그렇기에 지난날에도 몇 번 관원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천거에 관하여 간찰을 받았으나 그러함에도 번번이 거절한 것은 소신의 자리에 만족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니 소신의 자리는 조정 관원이 아니라 훈련원 군관이면 족합니다. 신의 출사가 행여 전하의 치세에 누가 될까 두렵습니다. 하명을 거두시어 조정을 번잡하게 하지 마시고 그저 군관의 직임을 맡아 위로는 전하께 충성을 다하고 아래로는 겸직으로 다망(多忙)한 정랑을 도와 정병들을 이끌 수 있도록 하여주십시오. 신이 바라는 것은 오직 이뿐입니다. 삼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2-3. 재차 아룁니다 (624년 02월 17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전하께 재차 신의 거취에 대하여 감히 아룁니다. 전하께서 소신의 처지를 살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오나 소신이 어리석어 품계와 관직을 감당하지 못할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습니까? 그러니 조정에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하여 원하지도 않거니와 재주 없는 자에게 억지로 직임을 맡긴다면 이는 장차 환란을 자초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신이 출사하여 외람되게 분수에 넘치는 직을 차지하고 녹봉만 축낸다는 비난을 세인들로부터 듣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신이 진실로 두려운 것은 조정의 어려운 형편에 어려움을 더하는 것입니다. 다만 신이 생각하기로 태학이 복설되었으니 무품으로 입학하여 학문을 닦아 유생으로서 졸업증을 받는 광영을 누리고, 군관으로 훈련원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이는 옥을 다듬어 그릇으로 만드는 것이라 할 만 합니다. 이러한 이후에야 소신은 재야에서 더 원하는 바가 없을 것이며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전하의 명을 받들어 출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소신의 품은 뜻이 현재는 이와 같으니 전하께서 하해와 같은 은혜를 베푸시어 등용을 늦추어 주시고 소신이 유생으로서 성균관에서 수학하고 훈련원에서 정병들을 이끌 수 있게 윤허하여 주신다면 훗날 제 스스로 기꺼이 전하의 부름이 없더라도 먼저 조정에 나아가 산관(散官)이라도 받을 것이며, 분골쇄신하여 견마지로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소신의 지극한 심정이 이러하니 감히 천총(天寵)을 모독한다 하여 죄를 주시어도 전하의 성은에 감읍하며 달리 할 말은 없을 것이나 그저 이를 불쌍히 여기시어 가납하여 주시기를 엎드려 바랄 뿐입니다. 삼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2-4. 석전대제에 대하여 (624년 04월 08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삼가 석전대제에 대하여 아룁니다. 석전(釋奠)은 국가적 차원에서 봉행하는 의식으로써 오례 중에 길례에 해당하는 대제(大祭)입니다. 태조대왕께서 성균관과 문묘(文廟)를 처음으로 세우신 이래 역대 대왕들께서는 모두 석전을 친행(親行)하시거나 섭행(攝行)하셨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종사제례는 섭행하시면서도 석전만은 친행하시기도 하였습니다. 석전은 단순히 유생들로 하여금 앞서간 성현들을 본받고 제례의식을 익히라는 교육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는 성균관의 행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조선은 유학을 국시(國是)로 삼는 나라입니다. 석전은 유교 이념을 널리 알리고 풍속을 교정하며 예로써 백성을 다스린다는 뜻이 담긴 통치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조(本朝)에서 문묘가 가지는 위상이 종묘나 사직과 비교할 때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은 사실이며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작금의 아조(我朝)에서 석전은 조선시대의 형식을 이어 명맥이 끊기지 않게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종사제례는 때가 되면 반드시 시행하는 제례이지만 석전은 성균관의 개설 여부와 상황에 따라 시행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사전에 전하의 재가를 득한 후 시행이 되기도 하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 3월에 시행된 석전을 포함하여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절대 석전례의 위상이 가벼워서가 아닙니다. 조선시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상 공간이라는 아조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전하께서 달리 관원들을 치죄(治罪)하지 아니하시고 하해와 같으신 은혜로 조정의 상황을 살펴 너그러이 넘어가셨기 때문입니다. 전하께서 석전례 헌관에게 종사제례 헌관에 준하여 은전(恩典)을 베풀고자 해조(該曹)에 명을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진작에 시행되어야 할 일이었으나 그렇지 못하였으니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전하께서 혜안으로 살피시어 이제라도 틀린 것을 바르게 고치고자 명을 내리시니 소신은 전하의 영명(英明)하심에 그저 탄복할 따름입니다. 다만 이번을 기회로 하여 앞으로는 석전례도 종사제례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대제로써 이어질 수 있도록 종사제례와 차등을 두지 마시고 관원들을 독려하여 주십시요. 또한 성균관이 조정의 형편으로 폐청이 되면 모르되 개청이 되었음에도 석전례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종사제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엄히 꾸짖어 일벌백계로 삼아주십시요. 소신이 생각하기로 석전례는 나라의 대사(大事)이고 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한 일인지라 충심(忠心)으로 붓을 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일개 미천한 백성의 신분으로 어전에서 논의되는 일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정도에 지나친 일이라고 하신다면 소신을 벌하여 주십시요. 삼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2-5. 이번 천거에 대하여 (624년 04월 22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삼가 이번 천거에 대하여 아룁니다. 이미 전하께서 매 해 연두교서에서 그리고 윤대에서 여러 번 하교하셨듯이 작금의 조정은 관원이 부족하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러나 모두 조정에 사람이 없다는 것에 탄식만 할 뿐 문제를 해결하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누차 천거나 직부 등에 대해 때로는 엄히 때로는 망극하게도 간절히 하교를 하셨으나 이를 제대로 받들어 이행한 신료는 몇 없었습니다. 천거방목의 기록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절목과 지침 등에 천거에 대해 명시가 되어 있으나 현재 천거제는 몇 년 간 거의 유명무실한 상태였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정에서는 궤(櫃) 속에 숨겨진 진주가 저절로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는 것처럼 가만히 앉아 뜻이 있는 재야의 선비들이 과거장으로 몰려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의 조정의 모습은 그간의 문제가 누적된 결과라 하겠습니다. 오늘날의 조정의 형편이 한가롭게 대과 급제자만 기다려 인력을 충원할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데 어찌 인재를 구함에 과거(科擧)에만 의존할 수 있겠습니까. 인재는 과거가 아니라 천거(薦擧)로도 등용할 수 있습니다. 아조(我朝)에서 과거는 그저 문필(文筆)을 검증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문필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장에서 이름을 드높였다 하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알량한 글재주만 믿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사람보다는 글재주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언행이 일치하여 정직하고 강직하며 실천궁행(實踐躬行)에 힘쓰는 사람이 오히려 더 조정에 필요한 인재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상사회라는 아조의 특성상 정말 중요한 활동력이나 행정에 대한 감각적인 이해 등은 시권을 통해서는 알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과거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바로 천거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 천거를 담당하는 주무관청인 예조에서는 피천거자 하유에 대하여 관리로 입사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아뢰면서도 조정다운 조정을 만들고,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중차대한 일이니 소과에 입격한 후 천거를 다시 진행하자고 합니다. 신은 조정다운 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또 다른 중차대한 일인 과거는 문필 이외에 다른 능력은 검증할 수가 없는 제도임에도 일주일이 되지 않아 시권에 대한 채점과 감시가 끝납니다. 홍패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품행이나 자질은 살펴보지 않고 급제자를 조정에 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반면 천거는 과거제와는 다른 잣대를 적용하여 상대적으로 더욱 오랜 시일을 소모합니다. 백성들의 활동 의욕과 관련된 업무이기에 시관이 일주일 이내에 채점을 완료하지 않으면 이유를 불문하고 파직되는 과거제와 대비됩니다. 천거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피천거자의 문필과 더불어 그 외에 다른 능력들을 살펴볼 수 있음에도 피천거자를 조정에 들이는데 저어합니다. 조정에 신인을 들이는 일은 천거뿐만 아니라 과거 또한 역시 중요한 것이고 백성들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데는 과거뿐만 아니라 천거도 중요한 업무인데 이 두 제도 사이에 차이가 있으니 신은 도무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또 예조에서는 그의 능력을 믿지 못함이 아니라 전례가 그러하니 조심하자고 합니다. 그저 활동력만을 믿고 입사를 시켰다가 전처럼 혹여 잠적이라도 한다면 조정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다며 염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경험적으로 증명된 주장이 맞는 것입니까. 소과에 입격하고 잠적한 선비들이 부지기수이며 심지어 대과까지 급제했음에도 출사하지 않거나 도중에 물러난 자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소과에 입격한 것을 천거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예만 하더라도 지금 조정을 떠받치고 있는 두 당상인 동부승지와 공조참의는 각각 소과에 입격하기 전에 천거를 받아 출사하였고 소과에 입격하기 전 활동 내역만으로 은생원(恩生員)의 자격을 얻었으며 이후 문필을 증명하였습니다. 지금의 예조에서 내세우는 기준을 적용한다면 오늘날의 두 당상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문필은 출사 이후에 증명을 하게 하여도 늦지 않습니다. 또 일단 등용한 후에 교육을 시키면 될 것이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내리면 그 뿐입니다. 예조의 예단과 염려가 시세(時勢)를 앞서는 듯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피천거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떨어질 조정의 위신보다 관료가 없어 현직 관원들의 사직은 생각할 수조차 없고, 겸직이 빈번한 것이 별 일이 아니며, 중앙에서 지방관조차 제대로 차송하지 못하는 현재 눈앞에 보이는 조정의 위신을 염려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재주를 알아보고 그에 맞게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쓰는 것도 위정자가 할 일입니다. 준마는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어도 밭을 갈 때는 소보다 못합니다. 닭의 울음소리를 잘 내는 사람과 개의 흉내를 잘 내는 좀도둑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인사(人事)가 이러할진대 피천거자 하유는 이미 다른 방면에서 특출남이 입증되었고 출사의 의지가 있음에도 문필이 증명되지 않아 쓰이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소신은 문필이 관료의 자격에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천거에 관한 조문에 소과 입격은 천거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아니라 그저 피천거자의 관직과 품계를 결정하는 데에 참고할만한 자격이나 경력 중의 하나로 명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하여 소신 감히 예조의 계본을 가납하지 마시고 소신 이외의 다른 피천거자도 전하께서 다시 살펴봐주시기를 청합니다. 특히 피천거자 하유는 지난 2월 27일에 천거를 받았으나 그간 예조의 사정으로 지금까지 일이 미루어졌으니 더욱 늦출 수는 없는 일입니다. 관계 관청이 천거 업무를 조속히 이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여 주십시오. 소신이 일개 미천한 백성에 불과하지만 사사로이 다른 뜻을 품은 바는 없고 그저 조정의 안위가 염려되어 아뢰는 것이니 부디 소신의 상소를 물리치지 말아주십시오. 삼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2-6. 출사에 앞서 올리는 소(疏) (624년 04월 29일) 경상도 생원 신 정예림, 신의 출사에 앞서 삼가 아룁니다. 신은 본래 포의지사로 재야에서 논밭이나 갈고 책이나 읽으면서 겨우 목숨이나 부지하여 학문에만 전념하고자 하였을 뿐 출사하여 천하에 이름을 알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하오나 전하께서 신을 미천하게 여기지 아니하시고 출사를 권하셨으며, 신이 두 번이나 소를 올려 천총(天寵)을 모독하였으나 죄를 주시기는커녕 거듭하여 신의 처지를 살펴주시고 성균관에서 수학하는 것을 윤허하셨습니다. 더하여 입사의 증표까지 내리는 은전을 베푸시니 신은 이에 감격하여 마침내 전하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그 뜻에 응하였습니다. 옛말에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주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고 하였습니다. 아조의 부흥과 전하의 성세를 위하여 신을 부리십시오.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라 하시어도 전하와 아조를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명을 받들 것입니다. 만약 신이 태만하고 부족하여 녹봉만 축내면서 조정에 누가 된다면 신의 죄를 엄히 다스려 일벌백계로 삼아주십시오. 하해와 같은 은혜를 받았는데 몸이 가루가 된다 한들 어찌 보답하겠으며 뼈에 새긴들 감히 잊을 수 있겠습니까. 신이 받은 크나큰 은혜에 감격을 이기지 못하여 눈물이 나 뭐라 말을 이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엎드려 생각하건대 요즘과 같이 조정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더욱더 재야에 은거한 인재들의 출사가 절실합니다. 흔히들 현량한 신하를 가까이하고 소인을 멀리한 나라는 흥하고 소인을 가까이하고 현량한 신하를 멀리하는 나라는 난망(亂亡)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이 생각하기로 사람은 제각기 장단점이 있으니 인사를 잘못하면 군자라도 일을 그르칠 수 있고 반대로 소인이라도 적소(適所)에 기용되면 큰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하물며 여남은 집이 있는 작은 고을에도 반드시 충신(忠信)한 사람이 있고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도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하였는데 아조에는 일말의 재주도 없는 자들만 있겠습니까. 신이 재야에서 살펴보건데 능히 조정의 한 축을 맡을 만하나 다만 출사의 때가 맞지 않아 아깝게 그 재주를 썩히고 있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조정이 합심하여 인재를 구함에 힘을 아끼지 않고 주저하지 않도록 관원들을 끊임없이 먼저 권면하여주십시오. 또한 임금과 신하의 사이는 소원(疏遠)하지 아니하며 미더워야 하고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순 임금이 성군으로 불리는 까닭은 묻기를 좋아하며 이언(邇言)이라도 개의치 않고 살피셨기 때문입니다. 천근(淺近)한 말이라도 살펴야 하는 것인데 신하들의 말이야 이를 것이 있겠습니까. 전하께서 귀담아 들어주신다면 백관들은 모두 감격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고 뜻을 털어놓고 아뢰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질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더불어 사방의 일을 두루 알게 될 것이니 이를 꺼려하실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군신 간에 생각과 뜻이 서로 통해 일치단결한다면 그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마땅히 헤아리시어 후대에 길이 남는 성군이 되십시오. 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은 오직 이 뿐이니 소신은 그저 그런 전하의 곁에서 미력하나마 말석을 차지하고 있어도 일생에 더없는 광영일 것입니다. 삼가 물러나 전하의 하교를 기다리겠습니다.
|
|||||||||||||||||
마담(磨潭)
정예림(鄭藝林)
예림이! 그패 봐봐. 혹시 장이야? 
http://www.1392.org/bbs?moim01:3330  
|
| 
|
유수정
조예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