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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부] 왕권 vs. 신권
조선 시대의 경우만을 놓고 보자면, 주로 왕권 강화파는 개혁파에 속했다고 볼 수 있고, 신권 강화파는 개혁 보다는 기득권 층에 속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상 태종 대왕이나 정도전이나 당시로서는 고려 말의 부패한 사회를 혁파하려는 목적을 가진 개혁파로 볼 수 있지만, 후기로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왕조와는 달리 조선의 왕정체제는 왕의 독재나 일인 통치라기보다 양반이 다스리는 관료사회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 등극한 왕의 성공 여부는 왕권 강화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많은 피를 흘렸기에 성군으로 불리기는 어려웠울 지라도 태종대왕은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는데 성공하여 조선왕조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고, 성군 세종대왕의 치세를 위한 훌륭한 기반을 닦았다. 성종 대왕 역시 비록 즉위 초기에는 정난 공신들의 생존과 수렴청정이 있었기에 본격적인 개혁을 이루기는 어려웠지만, 후기 공신 세력이 점차 나이들어 죽고 성종 대왕의 친정이 이뤄짐에 따라 홍문관등을 설립하여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었고 경국대전을 완성하는등 성군이라 불릴 정도의 치세를 이룰 수 있었다. 당시엔 왕의 개혁에 힘을 실어준 사림의 관료 및 학자들이 개혁파였고 왕권 강화파였으며, 공신들을 비롯한 훈구세력들은 신권유지파이자 기득권층이라고 볼 수 있다. 이후 시대에도 역시 비슷한 양상이 이어진다. 영.정조 시대 탕평책을 비롯해서 대동법, 균역법등 임금의 주도하에 실시된 민생 개혁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쪽은 대부분 임금의 왕권 강화를 지지한 당시 야당 세력이었다. 집권 노론 세력은 오히려 강한 신권을 유지하기를 원하는 기득권 층이었고, 대동법 등의 시행에 오랫동안 반대하였던 세력이다. 신권이라 하면 으레 왕의 일인 독재를 견제하고 공론에 의한 정치를 추구하는 것처럼 비춰지기에 참으로 매력적인 것임에는 틀림없으며, 왕권을 강화한다고 하면 오히려 반개혁적이고 왕의 독재를 합리화 시키는 권력의 주구인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실상 조선 시대에 있었던 왕권과 신권, 그리고 왕권 강화와 신권 강화의 세력 대립 측면에서 보면 그 반대의 양상을 띄는 것이 흥미롭다. 왕권과 신권의 강화를 둘러싼 통념에 반한 이러한 괴리가 오히려 지난번 경상도에서 있었던 논쟁이 어느정도 헛도는 느낌을 주게 된 원인이 아닌가 한다. 당시 경상도 대구도호부사 서양갑 장군은 "신권은 있다"라는 글을 통해 신권 강화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당시 조정에서 경관직에 제수받았었지만, 주상전하의 어의를 거스르고 외관직을 청하여 관철시킨 직후였기에 이 발언이 더욱 파장이 컸을 것이다. 그의 글에서 흥미로운 점은, 지금은 사조를 떠났다는 박심문, 김도민, 두 이름을 언급하면서 "생각해 보면 신권파들만 사라졌다." "경직된 사조의 획일성은 신권의 상실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라는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사이버 조선왕조의 양사의 기틀을 다졌다는 사람들의 말이기에 더더욱 그 발언이 흥미롭다. 그 발언들을 보면, 사조 내에서도 신권 vs. 왕권의 논쟁이 꽤 오래된 것인 듯 하다. 본기자의 입조 경력이 짧아서 그 오래전의 일을 알 수 없음이 안타깝다. 당시에 서양갑 장군이 전하의 어의를 거스르고 외관직 제수를 강력히 요청하여 기어코 관철시켰던 때였기에, 그가 주장한 신권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서양갑 장군이 주장한 신권이 임금의 어의를 거스리고 뜻대로 관직을 정하는 것을 뜻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제 신념은 이어질 것이니 신권을 억압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나라가 시끄러워질 것입니다."라고 한 것이 오히려 오해의 빌미가 되었을 것 같다. 그가 말한 신권이 꼭 왕권과 대립하는 신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조 내의 상황이 예전 조선 왕조의 상황과는 같지 않기에 그 때와 같은 개념으로 신권과 왕권이라는 표현을 이해한다면 서로의 진의를 오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얼마전 사망 후 재호적신고를 했었고, 출사하여 관북 암행어사로도 활동한 김종서는 꼬리말에서 현재 '사조의 획일성은 신권이나 왕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하며 "서양갑부사님께서 외직을 가겠다 할 때 한결같이 비난하고 들고 일어나 죄를 주어야 한다는 사람들은 국왕전하가 아니라 신하들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상의 신권 vs. 왕권 논쟁을 살펴보면 사조 양사의 기틀을 닦았다는 두 분을 비롯하여 서양갑 장군이 주장한 신권이 왕권을 견제하고 대립하는 의미에서의 신권이 아니었던 듯 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한 '신권'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데, 아쉽게도 대여섯명의 선비들이 참여했던 논쟁에서는 그 부분이 명확이 밝혀지지 않은 채 끝을 맺었다. '신권'의 정의가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사조의 획일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들 동의한 듯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논쟁에 참여했던 쟁쟁한 선비들이 서로 힘을 합쳐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해결되지 않는 지방의 위축및 고질적인 활동저하의 문제를 어찌 해결해 나갈 것인가? 획일성에 대해 의견을 냈던 선비들이 모두 사조의 기둥이라 할 쟁쟁한 선비들이었으니 좋은 결론이 나오길 기대해 마지 않는다. / 사회부 기자. 조병옥. - 개국 613년 (2004년) 8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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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