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박준혁
ㆍ작성일	개국634(2025)년 5월 6일 (화) 22:56 [해시(亥時):이경(二更)]

ㆍ추천: 0 ㆍ열람: 48

[山穿] 이틀만의 후기

이틀 전 5월 4일, 연휴가 길게 들어선 주말 아침에도 저는 들떠서 일어났습니다 ㅎㅎ

어딘가를 확실히 구경가는 날 아침이란 그렇게 상쾌하고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법이지요..

같은 날 이 이방께서 다녀오셨던 바로 그곳!! 종묘대제에 저도 부리나케 구경하고 왔답니다 후후...

개인적으로 고궁보다도 종묘와 남한산성을 더 좋아하는데요, 원래도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종묘에서

6년 만에 열리는 종묘제례라니..!! 한껏 기대하고 간 대제는 정말 말 그대로의 '大祭'였습니다 ㅎㅎㅎ

솔직히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습니다. 광화문에서부터 어가 행렬을 쭈욱 따라 걸어 종묘에 도착하니

정오쯤이었는데, 그때 바로 줄을 섰야 했었습니다.... ㅠㅠㅠㅠ 사전에 예약은 못 하고 갔던지라

'현장 접수'를 해야 한다고 듣고 갔는데.. 저는 '접수'라고 하니 어디서 입장권 같은 걸 발급받아야

되는 줄 알고 근처 식당서 냉면을 한 그릇 다 먹고 1시쯤에서야 어슬렁어슬렁 나타나고 말았던 것이죠.. ㅋㅋㅋㅋ

알고 보니 정전 서문에서 그냥 뱀 모양으로 줄을 쫙 세워두고 선착순 300명 들여보내는 게 바로 그

'현장 접수'의 정체였답니다.. ㄷㄷㄷ 결국 1시간 내내 기다렸지만.. 끝내 300명 안에 들지 못했고.. (ㅋㅋㅋㅋㅋ)

대기 줄을 선 채 유튜브 생중계로 바로 옆 정전의 모습을 구경하는, 그런 아러니컬한 상황이 펼쳐졌답니다... 허허허...

다행히도 처음 들어간 300명 중 대제 중간에 나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 자리에 대신 입장할 수 있다고 해서 일말의 희망을 품고

끝끝내 1시간을 더 기다려, 총 2시간 동안의 다리 혹사 끝에 기어코 종묘대제의 장관을 반이나마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ㅠㅠㅠㅠ 그나마 다행인 건 뙤약볕에서 꽃가루인지 뭔지를 2시간 동안 맞아 기다린 보람은 정말 엄청났다는 게지요 ㅎㅎ

대제 중간에 들어가니 막 초헌례를 시작할 참이더군요.. 다행히도 나가신 분들 자리가 정말 괜찮은 자리였답니다. ㅋㅎㅎ

그리곤 대제를 드디어 제대로 관람하는데.... 크으..... 정말 살아생전 그런 장관은 몇번 본 적 없는 것 같습니다...

날씨는 지나치게 화창해서 뜨거웠고, 그래서 모든 게 선명히도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독축과 제례악도 정말

아름답기 그지없었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이게 '실제 제례'라는 것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ㅋㅋㅋㅋ

국가의 지원에 힘입어 황사손 전하를 필두로 황실 후손분들이 실제로 제사를 지내는 것인데, 존경하는 나라님들의

혼령과 제가 같은 장소에 있다는 생각이 드니... 그 실감 자체로 이미 제 다리 고통은 말끔히도 사라졌답니다 ㅎㅎ

그렇게 1시간을 내리 행복해하면서.. 그날 종묘대제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되었고, 저도 5시쯤 종묘를 떠났습니다.

아아, 또 그날 기억에 행복해하면서 글을 마구 써내려가 버렸군요...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쓴 적 있었던가요? ㅋㅋㅋㅋ

뭐 아무튼 결국 제 핸드폰에 설치된 캐시워크는 그 하루 만에 2만 오천 보에 육박하는 신기록을 세웠고..

저는 그 날 하루 종일 뻗어버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해피앤딩!) 주저리 주저리 말이 정말 많았는데 딱 한 줄 요약해 드리자면!!

종묘대제,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봐보세요~!!

山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