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덕] 보덕의 찗다면 짧은 생각 01
"아, 태평한 시대에 태어나 조정의 대부가 되었으나 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죽게 되니 참으로 애석하다."
호조에 업무가 들어와 확인하니 이런 유서가 적혀 있었다. 어느 관원의 유서였다. 그 유서의 내막을 살펴보니 "허혈로 인한 급사"라고 하였다. 난 이 유서를 보고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음을 느꼈다. 주전공이 국어국문학과인지라 작게나마 두 가지 관점에서 볼 필요를 느낀다. 첫째, 아조 백성들의 활동 저조가 그 예라 볼 수 있다. 근 몇 년간 아조의 전 분야 활성화에 대한 노력은 끊임없이 꾸준히 계속되어 왔다. 내 기억장치 상으로만 헤아려본다면 만민토론도 있고, 각 분야에서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자에게 수여되는 표창제도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장기적일 수도 있고, 한정적일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본인은 그동안 예조와 공조를 수 차례 근무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말해본다. 우선 예조의 예를 들면, 교육기관 활성화라는 것이 있다. 교육기관 활성화는 각 분기별로 아조의 모든 교육기관들에서 진행된 강의가 몇 번 진행되었는지, 수강생 또는 청강생들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하는지 등을 고려해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 와서 보면 다소 미흡한 점이 매우 많다. 강의의 질은 높아가고 있으나, 수강생 또는 청강생들의 호응이 매우 적다. 이 점을 어떻게 고쳐나가고 개선해야 하는지 절실히 고려해야 한다는 한계를 드러낸다.
그 다음은 공조에서의 예로 모임 활성화라는 것이 있다. 앞서 언급한 "교육기관 활성화"와 큰 틀에서는 비슷한 원리이나 각 지역의 모임을 대상으로 각 분기별 활동 보고를 하는 것인데 이 또한 현 실정에 맞춰볼 때 미흡하다. 근래에 들어 느낀 바이지만 내가 일전에 수장으로 있었던 단체에다 후임자를 넘긴 바 있었다. 그런데 단체가 해체될까 근심하여 다른 회원에게 닦달하듯 활동을 부추기는 것이었다. 일종의 착취랄까. 아무리 모임의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저렇듯 가혹하리만치 다그쳐야 할 일인가.
나는 소소하게 나마 아조의 현 실정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걸 요구하는 것이 아닐는지. 되돌아볼 필요를 느낀다.
물론 일부 신진 관리들의 움직임 덕분에 여러 개선점도 속속 드러나고 있어 다소 희망적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다가 자칫 조정의 관원들이 일의 능률은 물론 의욕까지 떨어질까 매우 우려스러울 정도다. 실제로 민국에서는 9급 신입 공무원 가운데 자살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로 있는 실정이고 보면, 이번 아조에서의 사건도 결코 무시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말에게 빨리 달리라고 채찍질하다가 넘어져 다치듯이 아조 백성들 또한 서로 서로 배려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 보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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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鄭炳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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