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정제두
ㆍ작성일	개국631(2022)년 11월 3일 (목) 23:10 [자시(子時):삼경(三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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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원/정] <교서> 교경상도관찰사겸병마수군절도사이운서

교서(敎書)

왕은 이같이 말한다. 군주가 조종조(祖宗朝)의 기업(基業)을 이어받아 지킴에, 홀로 그 큰 소임을 어떻게 다 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어진 정사를 아낌없이 베풀더라도 땅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고을마다 고르게 펼쳐질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문무(文武)ㆍ내외(內外) 신하들의 도움에 힘입어 공치(共治)의 뜻에 응하고, 방악(方嶽)을 두어 순선(旬宣)하는 소임을 맡기는 것이다.

아, 나는 덕이 부족한 몸으로 임금이 되어 수많은 백성을 떠맡았으나, 다스리는 일은 어렵기만 하고 백성들의 시름과 탄식은 아직 다 그쳐지지 않고 있다. 그때문에 과인은 밤낮으로 나랏일을 근심하고 을병(乙丙)이라도 벌건 눈으로 민(民)ㆍ국(國)의 만기(萬機)를 살피고 있다. 특히 여러 곳의 도수신(道帥臣)과 수령(守令)ㆍ변장(邊將)의 자리가 비어 있음이 오래라 마음 둘 바를 몰랐다. 그러던 차에 마침 경이 스스로 다시 실직에 나와 책임을 감당하겠다고 하니, 한 방면의 걱정을 덜은 셈이다. 경은 기질이 질박하고 순후하며 여러 차례 중임을 맡았다. 이미 호남(湖南) 감사(監司)를 지냈으니, 이제 새로 경상도에 부임하더라도 조리 있게 일을 잘할 것으로 믿는다.

과인이 생각건대, 영남(嶺南)은 국가의 근본(根本)으로 그 예의(禮義)와 문교(文敎)가 조종(祖宗) 이래 우뚝이 으뜸이었다. 추로(鄒魯)의 고장으로 충렬재사(忠烈才士)가 연이어 나온 것은 마치 어둑한 하늘에 박혀 빛나는 별들과 같을 것이다. 경은 백성의 마음을 어루만져 안정시키고 식산(殖産)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그 사방 수백 리 땅이 동로(東路)로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일본(日本)을 마주 대하고 있으니 방비(防備)를 한시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그들을 예로써 대하되 왕래함에는 법을 엄중히 적용하고, 수작(酬酌)할 때에는 항시 떳떳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또 안팎의 간민(奸民)이나 범월인(犯越人)이 몰래 교통함으로 인한 작변(作變)을 경계하여 피차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라. 변정(邊情)의 득실(得失)을 기민하게 살펴서 사고에 대비하여야 함을 명심하라. 유능한 이를 쓰되 반드시 그 실질을 살필 것이요, 백성을 이롭게 하는 일을 시행하고 해로운 것은 없애도록 하라. 편안함을 즐겨 안일함에 빠지지 말고, 쓸데없는 일을 벌여서 폐단을 만드는 일이 없게 하라. 군문(軍門)을 정돈하고 조련하여 미리 장사(將士)를 진작시키도록 하라. 씀씀이를 절약하면 능히 물력(物力)를 저축할 수 있을 것이다. 백성에게 예법을 가르치고 선현(先賢)에 대한 제사를 폐하지 말라.

경을 본도(本道) 관찰사겸병마수군절도사로 삼으니, 사형 및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에 관한 일 외에는 성헌(成憲)과 율문(律文)의 범위 안에서 재량껏 전단(專斷)하라. 아, 경이 당당히 사마(駟馬)를 타고 나아가니 이미 여러 읍진(邑鎭)을 통제할 권한이 경에게 있다. 나의 뜻을 잘 받들고 민정을 헤아려 직무를 살피도록 하라. 이에 교시하는 바이니, 모두 잘 알 것이라 여긴다.

개국631년 11월 3일
국왕
[동지중추부사 겸세자시강원우부빈객 원임규장각직제학지제교 서민교 지음]

전하의 명을 받들어 교서를 내립니다. 전하께서는 곧바로 부임하라고 명하셨으니, 관찰사 영감께서는 사은숙배 없이 속히 감영에 부임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개국631년 11월 3일

훈련원정 정제두

http://www.1392.org/bbs?land83:15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