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111강 - 독일 내 아우토반 건설 계획

독일 전도 중 짙은 녹색이 바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입니다.

  그럼 왜 하필 이 지역에서 고속도로 공사가 처음 시작된 것인고 하니, 그것은 공업 중심지인 루르지방과 서부 독일 최대의 수상운송로인 라인강이 연계된 지역이라는 점이 작용했던 것으로 이 지역의 지방도로는 당시 증가하는 교통량을 소화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도로 포화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서유럽의 젖줄이라 할 수 있는 라인강. 스위스, 프랑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오스트리아, 이탈리아등을 지납니다.

독일 공업의 상징지대인 루르 지방입니다. 산업 혁명 시기에 이 동네가 석탄산지로 유명했습니다.

  사실 AVUS 건설 직후에도 민간경제인들을 중심으로 계속되었으나 대부분이 재정조달의 문제와 능률적 조직을 달성하지 못해 실패했으며 각 지역에서도 자동차 전용도로 건설계획이 존재했지만 이들 역시 건설자금 조달과 도로 유지를 위한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계획단계에 머무는 수준이었습니다. 돈이 없으니 뭐가 되겠습니까?

  어쩌면 이 상황은 당연했을 것입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독일 제국이 전쟁에서 패한 상황에서 1,320억 마르크라는 살인적인 배상금은 전쟁에서 패배한 독일의 경제 회복능력을 옥죄는 중요한 카드였고 살인적 인플레이션까지 겹친 마당에 어떠한 일도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독일인이었어도 아마 당연히 싫어했을 겁니다. 이게 뭡니까? 정말. 너무 비싸죠.

  이 당시에 아헨에서 쾰른을 잇는 도로와 뮌헨에서 라이프치히, 베를린, 뮬라이벨을 잇는 도로, 라이프치히에서 할레, 프랑크푸르트에서 바젤을 잇는 도로는 경제 여건의 악화로 실현되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후술하겠지만 프랑크프루트에서 바젤을 잇는 도로는 단순히 만들어지는 도로가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만들어지는 도로라는 점에서 단순히 넘길 문제는 아니라 할 것입니다.

  어쨌든 본에서 쾰른을 잇는 도로와 쾰른에서 뒤셀도르프를 잇는 도로는 실업보험청과 주정부에서 건설비용을 마련했고 개국 541년인 1932년 8월에 본과 쾰른을 잇는 구간이 당시 쾰른시장인 콘라드 아데나워가 참가한 가운데 개통되었으며 쾰른과 뒤셀도르프를 잇는 도로는 이듬해인 1933년(개국 542년) 9월에 개통되었습니다. 각각 이 도로가 지금의 연방 아우토반 555번과 연방 아우토반 3번의 일부구간입니다.



초장거리를 자랑하는 연방 아우토반 3. 독일 북서부에서 남동부를 가로지릅니다.

최초의 현대적 아우토반인 연방 아우토반 555번입니다. 위의 것과 총 길이는 어느 정도 차이 날까요?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우토반은 나치에 의해 지어졌다'

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일까요? 아닙니다. 이미 위에서도 보았듯이 나치가 정권을 잡기 이전에 이미 어느 정도 고속도로 건설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돈이 없어서 문제였지 말이죠. 헤르만 울펠더(Hermann Uhlfelder)와 빌리 호프(Willy Hof)가 이탈리아의 아우토스트라다를 시찰하고 돌아온 뒤에 1925년 11월에 사회 저명인사들과 함께 ‘한자도시-프랑크푸르트-바젤 자동차전용도로 건설 준비 위원회(Verein zur Vorbereitung der Autostraße Hansestäte–Frankfurt–Basel, 이하 HAFRABA)’를 설립하고 1931년에 그에 따른 아이디어를 냈는데 독일 북부의 항구도시들(뤼벡, 브레멘, 함부르크)과 프랑크푸르트, 스위스의 바젤을 연결하는 총 880km의 자동차전용도로 건설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구간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실텐데, 지금으로 치면 연방 아우토반 5번과 연방 아우토반 7번의 북부구간을 합친 거리입니다. 거 참... 상상이 잡히시나요?

  어쨌든, 1927년에 첫 보고서를 낸 이후 계속해서 조사와 연구를 한 후, 1931년 여름에 도로건설에 적용 가능한 기술원칙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관심을 얻지 못하자 협회 차원에서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 사이의 구간에 대한 세부계획서를 작성하기에 이릅니다.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뭐라도 해야죠! 당연한거 아닌가요?

  또한 협회는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1932년에 4년 전부터 발간된 이들의 협회지 이름을 기존의 『HAFRABA 협회지(HAFRABA-Mitteilungsblatt)』에서 『고속도로(Die Autobahnen)』로 이름을 바꿔 1934년까지 간행되었는데 이는 독일 아우토반 건설의 초기 역사를 밝혀주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 강의를 하는 훈장 같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볼 자료입니다. 현대에 고속도로를 의미하는 아우토반이라는 용어의 사용도 철도를 의미하는 ‘아이젠반(Eisenbahn)’이라는 용어의 유추개념으로서 1929년 HAFRABA가 당시에 사용되던 ‘자동차전용도로’(Nur-Autostraße)라는 용어를 대체하면서 처음 사용 이후에 일반화 된 것입니다.

  1930년 이들의 활동 기록을 골자로 한 법 개정 청원서가 의외에 올라갔으나 당시에 공산당과 나치당의 반대를 이기지 못하고 의회에서 부결, 계획 자체는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불과 3년 후, 나치가 의회 다수당이 되고 히틀러가 정권을 잡게 됨에 따라 나치의 계획으로 전용되어 실현되기에 이릅니다. 그거 참... 아이러니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