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110강 - 아우토반 건설전의 상황

※ 공지 : 본 강의는 독일사 중에서 다루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던 1930년대 히틀러의 경제공황 탈출 정책에 대한 강의입니다. 전쟁 발발 전에 독일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다루고 있으니 혹시 강의가 어렵다고 생각하시거나 궁금한 점 있으신 분, 그리고 혹시 한국이 F1을 열면서 돈을 못 버는 이유(응??)이 궁금하신 분은 훈장의 자택에 찾아와 이야기해 주시면 성심 성의껏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오늘의 강의 들어갑니다.



  독일의 역사 뿐 아니라 인류사에서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는 계기는 개국 515년인 서기력 1907년, 당시 황제였던 빌헬름 2세가 연 카이저프레이스(Kaiserpreis)를 계기로 만들어진 도로이자 서킷인 아부스(Automobil-Verkehrs- und Übungs-Straße, AVUS)가 그 첫 사례로 기록됩니다. 이곳은 뒤에 아우토반115번이 되는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최초의 자동차 전용 고속도로이자 동시에 서킷으로 활용되는 곳이었습니다.

개국 568년이던 서기 1959년 F1이 열린 경기장 겸 도로인 AVUS. 모든 독일 서킷의 아버지라 봐도 됩니다.

  이 도로를 만들기 위해 카이저 빌헬름 2세(Kaiser Wilhelm 2)의 동생이던 하인리히 왕자(Heinrich von Preußen, Prinz Albert Wilhelm Heinrich von Preußen, Prince Henry of Prussia) 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인사들이 세운 AVUS 유한회사(AVUS G.m.b.H)에서 자동차 전용도로의 시공 계획을 맡아 담당했으며 여러 지역을 물색하던 중 당시 수도이던 베를린이 최종적으로 낙점되었는데 이는 자동차 교통의 장래성과 자동차 경주를 유치하는데 있어서 수도였던 베를린이 가지고 있던 장점이 고려된 것으로 당시 베를린 내에만 3,500대의 자동차가 있었으며 주변지역에 등록된 것까지 포함하면 6,500대가 베를린을 중심으로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독일은 원래 지금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먼저 만든 나라입니다. 고틀리프 다임러(Gottlieb Daimler), 칼 벤츠(Karl Benz)라는 천재적인 두 엔지니어가 각각 만든 회사인 DMG와 Benz&Cie.에서 승용차를 만들었고 니콜라우스 오토라는 인물에 의해서 내연기관이 탄생한 나라인만큼 자동차의 수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이 니콜라우스 오토의 아들인 구스타프 오토는 바로 BMW의 설립자인데 벤츠와 BMW가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겁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태동을 이끌었다 할 수 있는 세 사람. 왼쪽부터 칼 벤츠, 고틀리브 다임러, 니콜라우스 오토 순.

  당초 AVUS는 1907년에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재정상태가 좋지 못한 관계로 개국 521년이던 1913년 6월에 회사를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변환한 후에 착공해 이듬해 가을까지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1914년에 발발한 1차 세계대전으로 중단되었고 전쟁이 끝난 개국 527년, 1918년까지 공사가 종결되지 못했습니다. 눈치 채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시점에 황제였던 빌헬름 2세가 퇴위했고 왕가 역시 모두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다른 나라도 도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건설은 전쟁 중에도 지속되어야 했기에, 독일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전쟁에서 포로가 된 러시아 군, 당시 재정 러시아의 군사들을 이 공사에 투입시킵니다. 그럼에도 안 된 것은 아마도 전쟁에서 포로가 된 러시아 군의 장병들이 독일군 좋은 일에 참가한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라던가 또는 독일의 무리한 총력전도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 AVUS는 전후인 개국 528년인 1919년에 자동차 산업의 발전가능성을 인식한 슈틴네스(Hugo von Stinnes)를 중심으로 한 일련의 기업가들의 재정지원으로 2년여의 공사 끝에 개국 530년, 1921년 9월, 독일 라이히의 두번째 시점인 바이마르 공화국기에 드디어 완공되었습니다. 개통 당시의 총 길이는 약 19km으로 당시로서는 상당히 잘 된 도로입니다만 지금 보면 정말 짧습니다. 이게 남쪽 구간을 몇차례 옮겨서 이런데, 지금 남아있는 길이는 불과 2.6km 뿐입니다.

  그러나 이 도로를 과연 현대적인 개념의 고속도로, 즉 아우토반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즉, 처음에 AVUS 자체가 자동차 테스트 및 경주용 도로로서 건설되었다는 점과 구조적으로 교차로가 없다는 점, 비보호 중앙분리선을 감안할 때 이 도로를 과연 최초의 고속도로라 봐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며 학자에 따라서는 이 도로를 고속도로로 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차라리 서킷이라면 모를까 말이죠. 그러고 보니 이곳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당시에는 사이클 경기장이었다고 합니다. 거 참.


붉은 선으로 그어진 도로가 연방 아우토반 115번으로 이 구간의 일부가 바로 옛 AVUS 구간입니다.

  바이마르 공화국 대에 가면 당시의 재정 악화 및 실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하게 됩니다. 당시의 실업자, 그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실업자인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를 표로 확인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