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제두
[강의] 제236강 : 조선의 전세 제도
- 손실을 조사하여 세금을 감해주다. 1391(공양왕 3)년에 과전법을 시행한 이후부터 조선 건국 초기의 전세(田稅) 제도는 답험손실법(踏驗損失法)이었습니다. '답험(踏驗)'이란 조세를 거두기 위하여 논밭에 가서 농작의 상황을 조사하는 일을 말합니다. 답험손실법에서는 토지 1결당 최대 생산량을 300두로 책정하고, 매해 토지를 답험하여 손실된 정도를 파악한 뒤, 추정한 생산량의 1/10을 세금으로 거두었습니다. 따라서 토지 1결당 최대로 거둘 수 있는 조세는 30두였고, 풍흉에 따가 더 적게 내기도 하였습니다. 답험손실법은 이론상으로는 합리적인 제도였으나 현실에서는 폐단이 있었습니다. 앞선 강의에서 공전(公田)과 사전(私田)을 설명해 드렸을 것입니다. 공전은 국가에서 조세를 거두는 토지입니다. 공전은 관청에서 담험을 하는데 이를 관답험(官踏驗)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사전은 전주(관리)가 직접 담험을 합니다. 이를 전주 답험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답험을 관리이 재량에 맡기거나, 수조권자에게 일임하다 보니, 답험 과정에서 관리가 부정을 저지르는 일이 발생하였고, 사전에서는 흉년이 들어도 전주가 무조건 30두를 거둬들이기도 하여 농민의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 공법 (1444, 세종 26) - 세금 내는 기준을 세분화 하여 백성이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다. 손실답험법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세종은 새로운 조세 제도를 마련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수년간의 준비를 거쳐 1444(세종 26)년에 공법(貢法)이 완성되었고 전라도부터 시행하여 점차 전국으로 확대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성종 대에 이르러서는 전국에 공법이 시행되었습니다. 공법의 시행에 앞서 세종은 중앙과 지방의 관리, 그리고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17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본래 공법을 처음 기획할 때에는 모든 토지에서 1결당 10두를 거두는 방법을 고려하였는데 여론조사에서 전라도, 경상도와 같은 비옥한 토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공법 시행을 찬성하였던 반면에, 강원도, 함길도와 같은 척박한 토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공법 시행을 반대하였습니다. 비옥한 토지를 경작하는 백성에게는 토지 1결당 10두를 내는 것이 부담이 적었던 반면에, 척박한 토지를 경작하는 백성에게는 큰 부담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세종은 풍흉의 기준과 토지 비옥도를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해마다 풍흉의 정도를 아홉 등급으로 나누는 연분 9등법(年分九等法), 토지 비옥도를 여섯 등급으로 나누는 전분 6등법(田分六等法)을 골격으로 하는 공법을 마련하였습니다. ○ 연분 9등법 연분 9등법에 따르면 토지 1결당 조세는 가장 많게는 20두부터 가장 적게는 4두까지 거두었습니다. 15세기 조선은 농사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농업 생산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었기에 세종 대부터는 1결당 최대 생산량을 400두로 책정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상년(上上年)의 조세는 20두로 400두의 1/20입니다. 과전법에서 최대 조세가 30두였던 것과 비교하면 조세에 대한 백성의 부담이 줄어들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상(上上) : 20두 상중(上中) : 18두 상하(上下) : 16두 중상(中上) : 14두 중중(中中) : 12두 중하(中下) : 10두 하상(下上) : 8두 하중(下中) : 6두 하하(下下) : 4두 ○ 전분 6등법 기존에는 토지의 비옥도를 상ㆍ중ㆍ하 3등급으로 나누었지만, 공법을 시행하면서 토지의 비옥도를 1등전부터 6등전까지 여섯 등급으로 나눕니다. 당시 토지를 세는 단위는 결부법(結負法)을 따랐는데 이는 생산량을 기준으로 정한 것입니다. 같은 1결이라도 6등전이 1등전보다 실제 넓이는 약 4배 넓었습니다. 비옥한 토지에서는 좁은 면적에서도 생산량이 많고 척박한 토지에서는 넓은 면적에서도 생산량이 적습니다. 가장 비옥한 토지인 1등전이 실제 넓이는 가장 좁고 가장 척박한 토지인 6등전의 실제 넓이는 가장 넓은 것은 이러한 원리 때문입니다. 전분 6등법에 의해 토지의 비옥도를 조사하는 양전 사업(量田事業)은 시일이 상당히 오래 걸렸고 이는 한참 후인 성종 대에 이르러 공법에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유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생산량을 기준으로 미리 토지의 결수를 책정하여 놓았기 때문에 1등전 1결에서의 생산량과 6등전 1결에서의 생산량은 같습니다. 따라서 조세를 거둘 때도 토지의 등급에 상관없이 1결이면 같은 조세를 거두었습니다. ※ 관수관급제 (1470, 성종 1) 앞선 강의에서 세조 때 직전법이 시행되어 현직 관리에게만 토지를 지급하도록 하였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직전법의 시행 이후 관리가 현직에 있을 때 더 많은 재물을 챙기려고, 수조권을 과하게 행사하게 되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직전법을 시행한 이후에도 세종대왕의 공법이 여전히 살아있기는 하나, 권력을 쥔 관리들이 백성들을 살기 좋게 나뒀겠습니까. 조세는 어차피 관리가 거두는 것이므로 새로운 법을 마련해놓아도 결국 부정이 발생하죠. 이러한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1470(성종 1)년에 관수관급제가 도입됩니다. 관리가 수조지에서 조세를 지나치게 거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관청에서 대신 조세를 거두고 그것을 다시 관리에게 지급하는 제도가 바로 관수관급제(官收官給制)입니다. 관에서 거두어서 나눠준다는 말이죠. 일시적으로 토지에 대한 국가의 지배권이 향상됩니다. 그러나 명종 때 직전법마저 폐지되면서 관수관급제의 효과는 얼마 가지 못합니다. ◎ 영정법 (1635, 인조 13) - 세금을 정액화하다. 세종 대에 제정된 공법은 백성에게 이로움을 주기는 하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유명무실해졌습니다. 연분 9등법과 전분 6등법은 과세 기준이 총 54단계로 매우 복잡하고, 전분 6등법은 20년 마다 시행되는 양전 사업으로 운영되기는 하였지만, 연분 9등법은 매년 작황을 파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제대로 적용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하중(6두) 또는 하하(4두)로 조세를 책정하는 것이 관행이 되었습니다. 1635(인조13)년에 이러한 관행을 법제화하여 만든 법이 영정법(永定法)입니다. 풍흉에 관계없이 전세를 고정시키고, 토지는 비옥도에 따라 9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마다 정액화된 조세를 납부하도록 하였습니다. 가장 높은 등급인 상상전(上上田)에는 20두, 가장 낮은 등급인 하하전(下下田)에는 4두의 조세를 징수하였는데, 하삼도(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의 토지가 대부분 하하전으로 분류되었기에 사실상 전세가 4두로 고정된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세종의 공법과 비교하면 상당히 전세가 감면되었죠? 그러나 대부분의 농민들은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전 강의에서 명종 때 직전법을 폐지한 이후로 지주전호제가 확산되어 대부분의 농민이 소작농으로 전락한다고 설명해 드렸습니다. 인조 때 이미 농민의 대다수는 소작농이었고, 전세 감면의 혜택은 농민이 아닌 지주가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전세를 감면하면서 국가 재정이 부족해지자 각종 수수료, 운송비, 자연 소모에 대한 보충비 등의 부가세를 징수하였는데 원래 지주가 내야 할 이 부가세를 소작농에게 전가하였기에 오히려 농민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됩니다. |
http://www.1392.org/bbs?laed51:350  
|
| 
|
![[1]](./data/board/member/img/1/a_army.gif "[1]")
최준 627('18)-02-09 12:46
|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이제서야 알게되네요. ;;; 당시나 지금이나 토지에 대한 문제점은 항상 따라다녔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지에 대한 대책이 더 시급하고도 중요할 것입니다.
|
|||||||||||||||||||
|
||||||||||||||||||||
정제두 
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