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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두
[강의] 제235강 : 과전법
1391(공양왕 3)년에 실시된 과전법은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토지 제도이며, 권문세족의 경제적 기반을 송두리째 뽑아내고 새 지배층이 된 신진 사대부의 경제 기반을 마련한 제도입니다. 관리에게 근무의 대가로 수조권을 지급하고 죽거나 반역죄를 지으면 반납하도록 하며, 지배층의 경제 기반을 마련해준 제도라는 점에서 과전법과 전시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전시과는 전국의 토지를 대상으로 하였고, 과전법은 경기도 지역의 토지만을 대상으로 하였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전시과에서는 향리에게 주는 외역전이 있었지만, 조선은 향리에게 토지를 지급하지 않았고, 고위 관리에게 주는 공음전, 직업 군인에게 주는 군인전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시과의 마지막 버전인 경정 전시과에서는 현직 관리에게만 토지를 지급하였지만, 과전법에서는 전ㆍ현직 관리에게 모두 토지를 지급하였습니다. ○ 과전 과전(科田)은 문ㆍ무 관리들에게 지급하는 토지로 전시과처럼 18등급으로 나누어 최고 품계인 정1품에게는 최고 150결, 최하 품계인 종9품에게는 최하 10결을 지급하였습니다. ○ 수신전과 휼양전 원칙적으로 과전을 받은 관리가 사망하면 토지를 국가에 반납해야 했으나 유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수신전과 휼양전이라는 것을 지급하였습니다. 수신전(守信田)은 믿음을 지키는 것에 대해 보답한다는 의미로 과부에게 지급하던 토지였습니다. 자식이 있으면 지급 받았던 과전의 전부를, 자식이 없으면 과전의 절반을 지급하여 생계를 꾸리도록 하였습니다. 만약 과부가 재가(再嫁)하면 수신전을 몰수하였습니다. 과전을 지급받은 관리가 사망하고 그 부인마저 사망하였다면 그 어린 자식에게는 휼양전(恤養田)을 지급합니다. '휼(恤)'자는 '불쌍한 사람을 구휼한다.'라고 할 때의 휼자입니다. 휼양전을 지급받은 자식은 20세가 될 때까지 전객(田客)이 바치는 조세로 생계를 보장받습니다. 그런데 원칙적으로는 관리가 사망하면 반납하여야 할 토지를 이렇게 수신전이나 휼양전의 명목으로 지급하고, 전ㆍ현직 관리를 모두 챙겨주다 보니 점점 관리에게 지급할 토지가 부족해집니다. 그래서 1466(세조 12)년에 현직 관리에게만 토지를 지급하는 직전법(職田法)를 실시하였고, 수신전과 휼양전을 폐지하였습니다. ◎ 직전법 직전법은 현직 관리에게만 토지를 지급하고 관직에서 물러날 때 토지를 반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아울러 수신전과 휼양전을 폐지하여 관리가 사망하면 바로 과전을 회수하도록 하였습니다. 점점 관리에게 지급할 토지가 부족하여 이러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직전법을 시행한 뒤에도 점점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관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전에는 은퇴 후에도 받은 과전으로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은퇴하면 토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현직에 있는 동안 최대한 이익을 챙기려 합니다. 직전법이 시행되자 현직 관리들은 토지를 소유하려는 욕심을 부려 농민의 토지를 빼앗거나 헐값에 사들여 지주가 되려고 합니다. 이와 더불어 수조지의 농민을 압박하여 조세를 더 많이 내도록 강요합니다. 현직에 있을 때 최대한 뽑아먹으려는 심산이었던 것입니다. ◎ 직전법의 폐지 직전법을 시행하긴 했지만, 관리들에게 지급할 토지는 점점 부족해졌습니다. 16세기 중반 명종 대에 이르러 마침내 직전법마저 폐지됩니다. 이제 관리들에게는 녹봉만을 지급할 뿐 토지는 지급하지 않습니다. 직전법이 폐지되면서 수조권이라는 용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수조권을 관리에게 지급할 때에는 토지를 국가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받는 급료라고 여겼고, 공적인 개념으로 인식하기도 하였지만, 직전법의 폐지 이후 토지는 사유화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관리의 토지에 대한 소유욕이 점점 심화되어 토지의 사유화가 급속히 진행됩니다. 양반 지주들은 빈농으로부터 토지를 헐값에 매입하여 점점 사유지를 늘려나갔고, 고려가 그랬던 것처럼 지주전호제(地主佃戶制)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병작반수가 성행하게 됩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농민은 토지를 잃고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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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