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이는 퍽 꽤 되었으니, 오늘은 짤막한 문장을 중학교 수준에서 다뤄보고자 합니다. 바로 논어의 첫문장,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입니다.
사실 논어에서 가장 첫단어가 학이(學而)라는 점은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여기서 되도록 느끼시도록 몸풀이를 꽤 해보았으니, 이 문장의 진미를 맛보시려면 和平人文 01, 02를 보시며, 학이(學而) 딱 두 글자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두 글자만 머릿 속에 집어넣고, 머릿 속에서 이리 굴렸다 저리 굴렸다 하시며, 논어에서 가장 첫단어로 오는 학이의 그 의미심장함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학이(學而)라는건 결국 몇가지 경우에 있어서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스승의 솜씨를 부분적으로 배웠다는걸 뜻합니다. 그때문에 사실 상당수의 학문적 지식이라는 것은 아주 엄밀한 의미에서는 온전하지 못 하고, 온전하지 못 함으로써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고난을 통해 적어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준다는 의미에서는 완전해질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역설적으로 좋은 스승이란 일부러 빠뜨리고 주는 스승입니다. 너 해보겠다는데 어디 한번 겪어서 해봐라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것이 스승의 자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란, 스승의 거대한 지식을 부분이나마 수습하며 배웠다가, 어떤 "계기"로써 시(時)를 만나 그것을 직접 써먹으며 해보는 것을 통해, 자기것으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여러 즐거움이 많은데 이게 무슨 고된 일이냐 싶겠지만 이 또한 하나의 즐거움이 아니겠느냐며 웃음짓는 공자의 말씀은 덤입니다.
김애당
[강의] 제412강 : 和平人文 03
박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