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부/백성] 감히 아뢰나이다
한성부 백성 이율곡, 감히 아뢰옵나이다.
어떠한 나라이든지 늘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때가 있는 법이오니, 하우(夏禹)께서 밝게 살피셨음에도 하(夏)는 끝내 기울었으며, 탕(蕩)께서 걸(桀)을 몰아내고 천하를 바로 하셨으나 상(商) 또한 만대(萬代)를 이어가지 못 하였나이다. 어사조는 옛 선조들의 정취를, 특히 조선(朝鮮)을 직접 겪게 하여 장차 밝은 전통으로 시대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새 흐름에 크게 부합하는 것이니, 초에는 방정(方正)한 뜻으로 백관(百官)과 만민(萬民)이 스스로 융성을 꾀하였으나, 때가 변하여 그 기세가 꺾이오니 강노(强弩) 또한 그 끝에는 힘이 꺾이듯, 어사조 또한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 하고 휘청거릴 때가 있었나이다. 이 때에 정종 대왕께서 백관(百官)과 더불어 밝게 헤아리시어 어사조를 바르게 하셨으니 그 공덕(功德)은 가히 높은 것이었으나, 후대에 이르러 백성들은 마음을 잃고 떠나갔으며, 관리들은 백성들을 붙잡아두지 못 하였으며 임금을 대신하여 밝은 눈과 귀가 되지 못 하였으니, 조정이 기울어 끝내는 휴조(休朝)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제 감히 살피기에, 조정을 살리고 나라에 화평(和平)한 기운을 되살리시려 하시오면, 무엇보다도 백성들의 신망을 얻어야 할 것으로 사려되옵니다. 몇몇 뜻 있는 지사(志士)들이 남아 지방을 지키고 있을 뿐이나, 선비의 뜻이 곧고 활기차다면, 능히 흩어진 백성들을 한데 모아 다시금 은덕(恩德)을 베푸실 기회가 있을 것이옵니다. 하오니, 조정을 살리기 위한 첫 방책을 백성들의 유치로 삼으시고, 이를 위한 대책으로 뜻 있는 이들을 중용(重用)하시여 나라의 대들보로 삼음이 옳을 듯 하옵니다.
소인이 비록 재주 부족하오나, 무너지려던 조정에 다시금 밝은 햇살이 비치는 듯 하므로, 어리석은 붓을 들어 몇 자 적어 바치오니, 미나리를 햇빛에 말려 진상하였던 정성을 상기하시고 삼가 헤아려 주시기를 청하나이다.
정해년(丁亥年) 5월 24일
한성부 백성 이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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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1
이윤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