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병욱
[보덕] 두 명의 여왕 제5편
유월에 전조 관리들을 모두 죽이니, 이십만 명이었다.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다. 칠월에 서해도 변경(邊境)에 배달국왕이 오십만 명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오니, 여왕이 오위는 물론, 의흥위, 용양위의 군사들 총 칠십만 명의 대군을 거느리고 맞섰으나 배달국왕으로부터 패하여 도성으로 달아났다. 구월에 득의양양하게 승전을 거둔 배달국왕이 서해도 전역은 물론이고, 경기도 고양 땅까지 정벌하였다. 도성에 눈앞을 둔 것을 안 여왕이 서둘러 달아나 송파 장흥사에 몸을 의탁했다. 그리고 영의정에게 명하여 종묘와 사직도 같이 모시도록 명하였다. 십일월에 장흥사에 별궁(別宮)을 짓도록 명하였다. 장흥사는 도성 건너에 있는 절이었으니 만에 하나 배달국의 대군들이 쳐들어올 염려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영의정 이하의 대신들을 접견했다. 이에 여범이 영돈령부사에 임명되었다. 십이월에 여왕의 실정(失政)을 문제 삼아 배달국왕이 사신을 보내자 여왕이 대노하여 사신인 인가(印可)의 목을 쳐 죽였다. 덕융 4년 정월에 배달국왕의 군사들이 황봉궁의 나머지 전각들과 창영궁의 모든 전각에 불을 지르니 이 불로 인해 황봉궁의 나머지 전각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후에 황봉궁은 중건하지 않은 채 그 터만이 남았다. 이월에 배달국왕이 여왕의 폐위를 요구했다. 폐위의 사유는 왕실과 귀족들의 생명을 함부로 했다는 것과 향락과 사치를 궁궐의 보수에만 소모했다는 것에 대한 것이었으니, 여왕의 신하들의 반발이 심했다. 삼월에 여왕이 몸소 배달국왕에게 찾아가 용서를 청하니 배달국왕은 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태자와 혼인을 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여왕은 신하들과 의논한 뒤에 의견을 내놓겠다고 하자 대노하였다. 이에 여왕이 “폐하, 이 몸은 선사국의 막중한 정무를 맡은 바 있사와 국왕폐하의 말씀을 따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하오나 태자와의 혼사에 대해 말씀을 하시오니 잠시 말미를 주신다면 사신을 통해 답변을 드리겠나이다.” 청하니 배달국왕은 이를 받아들이고 물러갔다. 이후 두 달에 걸쳐 배달국왕의 태자에게 시집을 보내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오월에 이르러서야 여왕의 의견을 배달국왕에게 전달하니, 신하들의 저항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을 전했다. 배달국왕은 노발대발(怒發大發)하며 다시 정벌에 나섰다. 이들은 어김없이 오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서는 한강을 건너 송파에 이르렀다. 송파의 장흥사에 간자(間者) 이십 인과 군사 오천 명을 보내어 여왕의 목숨을 끊고 올 것을 명하였다. 이때가 이십일 밤이었다. 오월 이십이일 새벽. 장흥사에 잠입한 간자의 뒤를 쫓아 군사들이 들이닥치니 궁녀들은 물론, 내관들까지 모두 죽이고 여왕의 거처에 잠입했다. 내관과 궁녀들의 비명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여왕이 “웬 놈이냐!” 소리치는 것이다. “폐하의 존명(尊命)을 받들어 폐왕(廢王)을 죽이라 시는 명이시다.” 이윽고 간자들 중 하나의 손에 쥐여진 칼에 맞아 여왕이 즉사하였다. 배달국왕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여왕의 직계 가족들을 모두 죽이도록 명하여 영양공주와 선일대군, 연일공주와 방일공주를 찾아내어 모두 죽이고 말았다. 무참히 희생당한 여왕의 시체는 곧바로 적군의 손에 넘겨져 배달국 땅으로 가게 되니 신하들이 갑작스런 소식에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였다. 이후 배달국의 침입은 이어지지 않았다. 유월에 배달국왕의 강압에 의해 보위를 새로 옹립할 사람을 물색했으나, 거절하고 낙하군부인의 딸인 동의공주(東義公主)를 새로이 왕위에 올렸다. 새 여왕이 선왕의 시호는 생전의 칭호 그대로 황하여왕이라 하고, 종묘에 모시게 했다. 연호는 그대로 따랐다. 칠월에 영의정 향랑이 세상을 떠났다. 그 후임으로 영돈령부사 여범을 명했다. 팔월에 생모인 낙하군부인이 하세하였다. 여왕이 연흥군의 무덤에 합장(合葬)하게 했다. 구월에 향염을 서해도관찰사(西海道觀察使)에 명하고, 천목한을 서해도도사(西海道都事), 백두봉을 서해도검률(西海道檢律), 현태를 서해도심약(西海道審藥)에 명했다. 십일월에 서해도 변방에 산성(山城)을 지을 것을 명했다. 배달국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덕융 5년 정월에 여왕이 도성에 돌아왔다. 도성에 돌아와서 창영궁의 전각과 박재궁의 전각을 모두 중건하게 했다. 이월에 영의정 이하의 대신들로부터 수송여왕(壽松女王)에 봉해졌다. 소나무처럼 오랫동안 치세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
http://www.1392.org/bbs?history23:338  
|
| 
|
|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