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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女性時代 제11화
미국이란 나라는 매우 자유롭다는 것을 무화는 비로소 깨달았다. 한국인 여성들의 지식이 조선 국내의 여성들보다 한층 더 앞섰다. 그랬기에 무화는 이를 악물고서라도 조선이라는 나라를 하루빨리 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리라. 며칠이 지났을까. 몇 달이 흘렀을까. 무화는 이윽고 조선에 돌아왔다. 물론 전송하는 이 없이 홀로 서울로 상경했다. 상경하자마자 찾은 집은 바로 절친한 친구인 주옥화의 집. 집 앞에서 친구 이름을 부르자 버선발로 주옥화가 친구를 맞이한다. “무화야.” 하는 친구의 목소리에는 목이 메는 듯, 떨리는 듯 감격에 겨운 소리를 내었다. 울먹이는 친구를 껴안은 김무화의 눈에도 금시에 눈물이 보이었다. 이런 두 사람을 바라보던 무옥의 눈시울에도 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만천하(滿天下)에 그녀의 행보를 보도한 신문기사를 두고 경찰 당국에서도 그녀를 요시찰인(要視察人)으로 내보여지기 시작했다. 기어이 언니의 뒤를 따라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던고. 순간 세 사람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볼 뿐. 아무런 얘기도 못했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이애, 무화야. 사실 너를 보고 무척 놀랐단다. 무어라고 말해야 할지. 희옥이가 네가 미국으로 간다는 얘길 듣고서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던지 모르겠더라. 게다가 김 비서라는 부일관료의 자제가 미국으로 간다고 하니 망명이 아니고 무엇이겠냐면서 어찌할까 하던 판이니 속을 태울 만도 했지. 그랬는데 신문에 네 기사가 보도되고 나서부터 서울 장안이 네 이름 석 자로 드높아졌지 뭐니. 그러니 경찰에서도 눈엣가시로 여길 수밖에. 그래서 너를 지목할 수밖에 없었다구.” 그러자 무옥은, “그러니 무화야. 나랑 같이 산사(山寺)에서 불공을 드리며 중이 될 수 없겠니? 이 세속에서 네가 살 자리는 없을 것 같아.” 하며 간절히 무화의 손을 잡는 것이다. “민향아(무옥의 속명(俗名)),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했음 미국에서 진작에 자결이라도 했을 거야. 이미 엎질러진 물. 내 뼈가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두 세속에서 살다가 죽을 거야.” 무화의 굳은 다짐에 두 여자는 말이 없었다. 훌쩍거리며 흐느낄 뿐이었다. 다음날 낮이었다. 김무화에게 한 통의 편지가 배달되었다. 보낸 사람은 노재원. 주소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집사가 그 편지를 무화에게 전하니 무화는 정인(情人)의 편지에 손을 뻗었다. 편지 봉투를 뜯는 무화의 눈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 안의 편지를 꺼내 펼쳐 읽었다. 친애하는 무화 양. 친애하는 무화 양이라는 서두(序頭)가 무화의 가슴에 파도처럼 울렁거렸다. 나는 지금 연해주에 있소. 연해주에 있는 동안 당신의 행보를 먼발치에서 바라보았소. 나는 당신의 그 당찬 모습에 기쁨의 눈물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소. 조선의 여성들에게 계몽을 해주지 못하는 열악한 사회상을 폭로하고, 하루빨리 선진적인 문물을 수용해야 한다는 무화 당신의 주장에 나는 금시로 눈시울이 붉어졌소. 그랬기에 나는 하루빨리 무화 그대를 보고 싶어서 머나먼 서울로 곧장 가고픈 마음이 간절하오. 가게 되면 무화 당신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고 또, 조선의 여성들을 우리 힘으로 가르쳐주고 싶은 것이 무엇보다 간절한 바람이 된 지 오래되었소. 그러니 무화. 내가 돌아올 때까지 부디 몸조심하시구려. 그럼 이만 줄이오. 편지를 다 읽은 무화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흐느껴 울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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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