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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05-2화
달문단군 재위 19년 (이덕 4년) 정월에 우참찬 황봉수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아들이자 유일한 혈육인 황효(黃孝)가 조정에 나서지 않고 집안의 중흥(中興)을 도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재물을 끌어모아 조선국과 무역을 도모하였다. 황효는 평소 유물을 많이 모았는데, 이미 멸종된 공룡(恐龍)의 뼈들을 전국에 수소문해서 모아 토기들을 만들 재료로 쓰고자 가루로 빻아 만들었다. 실제 기록에서는 쓰이지 않았으나 공룡의 체격이 매우 큰 것이므로 미루어 짐작한다. 이 가루로 토기를 만들고 구워내어 각 도에 두루 유통하고 심지어는 조선국과 주나라로 수출하니 황효의 집에는 연일 재물을 모으고 있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심지어는 서해도 땅 일부를 차지했다. 세간에서는 서해도에서 나라를 세워 왕 노릇을 할 징조라고 수군대고는 했다. 2월에 삼덕 황태후가 하세했다. 왕이 보름 동안에 조정의 일을 쉬게 하였다. 삼덕왕후는 곧 예공의 부인이다. 3월에 왕명으로 새로 왕비를 간택하였다. 새 왕비는 금교도찰방 황보인의 딸이다. 왕은 왕비에게 덕원왕비(德源王妃)라고 봉했다. 이로써 왕후가 두 분이 계신 것이다. 4월에 조선왕이 황태자비에게 소생이 없으므로 측실을 맞이하고자 했다. 왕이 서수복의 딸들을 보냈다. 서향매(徐香梅), 서화(徐華), 서금정(徐禁井), 서영신(徐永新)이 바로 이들이니 모두 자색이 뛰어났다. 5월에 성인공이 세상을 떠났다. 세간에서는 황태후가 은밀하게 독살시켰다는 소문이 났지만 평소 지병이 있었기에 병사했다. 6월에 원승환의 장남 원언지(元言志)에게 상훤(尙)을 명했다. 7월에 원승환의 차남 원아소(元阿蘇)에게 상경(尙更)을 명했다. 8월에 죽은 성인공을 증대아찬(贈大阿飡)으로 추증했다. 9월에 원승환의 삼남 원교봉(元敎逢)을 종사랑에 원의 사남 원경화를 호분위장으로 명했다. 10월에 의정부검상 김도서가 세상을 떠났다. 11월에 의정부사록 김강서가 왕이 곧이어 의정부 인사를 명했다. 영의정에 원승환, 좌의정에 송진, 우의정에 송부, 좌찬성에 도방수, 우찬성에 옥강, 좌참찬에 천가사, 우참찬에 박정만, 의정부사인에 박경상, 의정부검상에 제갈라, 의정부사록에 공안을 명했다. 엄충이 이때 병환이 있다는 이유로 사임했다. 12월에 호구조사를 마쳤다. 한성부는 이십만 구천 명, 경기도는 오십만 명, 충청도는 사십만 명, 강원도는 삼십만 명, 전라도는 육십만 명, 경상도는 칠십만 명이었다. 북방의 영토는 조사에서 제외되었다. 북방의 영토가 오랑캐의 침입을 빈번하게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달문단군 재위 20년 (이덕 5년) 정월에 전 의정부사인 엄충이 세상을 떠났다. 2월에 황효를 상약(尙藥)에 명했다. 이에 황효를 중용한 것과 관련해 승정원에서 들고 일어났다. 이에 왕이 그 연유를 물으니, “황효가 평소에 축재(蓄財)에 관심을 보이므로 왕실의 재산을 넘을 정도로 부를 쌓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서해도 땅을 사사롭게 차지하였으니 이 얼마나 통탄한 일입니까?” 하였다. 이에 황효가 서해도 땅 오십 결을 비롯해 자신의 재산 오천 냥을 왕에게 바치자, 왕이 그 허물을 덮었다. 3월에 한성부에서 원인 모를 역병이 돌았다. 한성부에서만 이백 명이 죽었다. 이때 영의정 원승환도 희생되니, 이후에 역병이 잠잠해졌다. 세간에서는 자신의 재산을 털어 백성을 구제하다가 제 한 몸을 버린 까닭이라고 했다. 4월에 왕이 광해왕비에게 투기를 부추긴 죄를 물어 안도비와 소비를 함께 사사했다. 새비 허씨를 자애부인으로 격하시켰다. 5월에 구화궁과 자애궁의 터를 새로 마련해 집을 짓도록 명하였다. 이때 나라의 백성들이 돈이 궁핍하다고 한탄했다. 이를 강행한 왕을 두고 원망하는 목소리가 드높았다. 훗날 왕이 죽을 때 두 궁궐이 불에 타 없어졌다고 기록에 전하고 있다. 6월에 땅에 대한 혜안이 깊은 어떤 승려 하나가 한성부 땅에 재화(災禍)가 많은 까닭으로 도성을 새로이 마련하는 것이 옳다 주장한다는 소문이 떠돌자, 백일이 승려를 수소문하여 자기 집에 불러들였다. 승려가 그 말을 한 까닭을 물으니, “근자에 들어 원로대신들이 줄이어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이것은 곧 수많은 고관대작과 백성들이 목숨을 잃은 터이기 때문입니다. 그 죽은 사람들의 피가 오늘까지 풍기니 결코 상서롭지 않을 징조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한다.” “소승(小僧)이 이르는 대로만 하옵시면 화(禍)는 어느 정도 잠잠해질 것이옵니다.” 백일이 승려에게 그 방법을 물어보자 “한성부 부근 양주 땅에 도읍을 정하신다면 재화는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양주 땅은 본래 광흥사가 있던 곳으로써 불토(佛土)가 번창한 땅이 아닙니까.” “그렇게만 한다면 저어할 까닭이 없겠는가. 내 임금께 이를 고하겠네.” 백일이 이를 받아들여 다음날로 임금을 알현하였다. 승려가 이르는 대로 도읍을 옮길 뜻을 밝히자 임금이 이를 받아들였다. 그날로 조정 대신들을 불러들여 도읍을 옮길 뜻을 천명하자 의정부와 돈령부 대신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였다. “해괴(駭怪)한 말로 민심을 현혹(眩惑)시키는 중을 찾아내어 국법(國法)으로 행해야 합니다.” 그러자 백일이 나서서 자세한 사정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대신들은 그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백성들에게 고통을 떠안게 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7월에 도방수가 죽었다. 그 아들 도정하는 동북도로 달아났다. 8월에 송진이 죽었다. 그 아들 송성덕은 멀리 서해도로 달아났다. 9월에 송부가 죽었다. 그 후손은 조정에 나오지 않고 경상도로 터를 잡았다고 한다. 10월에 공안이 죽었다. 그 아들 공강은 송성덕의 뒤를 따라 서해도로 달아났다. 도정하, 송성덕, 공강 이들은 왕의 후환이 두려워 화를 피하고자 은거하였다. 같은 달부터 왕이 의정부와 중추부, 오위도총부의 인사를 명하니 옥강을 영의정, 천가사를 좌의정, 박정만을 우의정, 박경상을 좌찬성, 제갈라를 우찬성, 추화윤을 좌참찬, 추사윤을 우참찬, 안신을 의정부사인, 길윤상을 의정부검상, 호지를 의정부사록에 명했다. 11월에 호영원을 영중추부사, 허천음을 판중추부사, 허장화를 지중추부사, 서수복을 동지중추부사, 정일을 첨지중추부사, 신부평을 중추부경력, 온소홍을 중추부도사에 명했다. 12월에 온길순을 오위도총부도총관, 온길수를 오위도총부부총관, 손훈을 오위도총부경력, 편청완을 오위도총부도사에 명했다. 곧이어 광해왕비가 딸을 낳았다. 이에 왕이 옹혜공주(邕惠公主)라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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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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