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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시대_01 (제6화)
기분은 매우 언짢겠으나 어쩌겠는가. 고집을 꺾지 못한다. 어른들은 모두 돌아가시고 없으시니. 별 수 없는 노릇임을 안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경청만 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에 김유근의 집에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이 전해진 건 우연히 문안 인사를 드리게 된 김좌근(金左根)에 의해서였다. 김좌근은 다소 조심스러운 눈으로 대왕대비마마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마, 아뢰옵기 송구하옵니다만." 대왕대비는 아랫동생인 좌근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말씀하시오." 하고 태연히 경청하는 자세를 취했다. "지금 큰형님께서 두문불출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두문불출이라니요?" 눈이 둥그렇게 떠지며 대왕대비가 묻자, "요 근래에 와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는 소식이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다니." 이윽고 근심하는 대왕대비의 비위를 거스리게 하고 싶지 않지만 좌근은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풍이 들었다고 하는데, 입술이 돌아버려 입을 쉽게 벌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옵고, 사지는 마비가 되어 거동이 불편하다고 하더이다." 이때 대왕대비는 당혹함을 감출 수 없었다. "풍이 들다니, 풍이 들다니요." 이 궁리 저 궁리로 대왕대비는 자리에서 들썩이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의원에게 보이기는 했으나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합니다." "그럼 살기는 얼마나 살 수 있답니까." "그 또한 알 수 없다 하더이다." 아무런 방도가 없다는 아우의 말을 들은 대왕대비는 이내 손끝으로 이마를 짚으며 눈을 찡그리며 감고 말았다. 유근이 없다면 자신의 세도는 문을 닫게 되고 심지어 장차에 풍양조씨 네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런 풍파를 만났던고. 근심은 나날이 갈수록 더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심은 근심대로 늘어나고 유근의 병세는 더욱 악화될 대로 악화되어 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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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