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덕] 시대_01 (제5화)
김유근 집은 본래 김조순이 생전에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이었다. 그래서 김조순이 죽고 나자 자연스레 장남인(다른 집에 양자로 갔지만) 유근에게 상속되어 지금까지 살고 있는 거다. 어쨌든 유근의 처는 상배한 동서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인들에게 시켜 주안상을 내오도록 명하였지만, 김원근의 부인은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래서 다과상으로 준비하였다. 이윽고 별당에 세 사람의 부인들이 모여들었다. "형님은 정말 적적하시겠어요." 좌근의 처가 바로 윗동서인 원근의 처에게 넌지시 떠보았다. "적적할 새가 있나. 어린 아들 하나가 있으니." 웃음기가 띤 미소로 아래 동서의 드센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동서는 참 마음이 넓으이. 동서를 점잖은 말로 납작하게 만들구." 평소 수다스럽기로 소문이 난 김유근의 처는 넓은 도량을 가진 원근의 처를 칭찬하고 있었다. 이들이 모인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보다 원근의 아들인 병지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 혈육이라고는 하나 밖에 없는 병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한 의논이었다. "여기 온 건 다름이 아니라." 원근의 처에게 유근의 처는 의중을 떠보기로 하였다. "말씀 하시어요." 원근의 부인은 묵묵히 듣는 태세를 갖추었다. "병지 문제일세." 다소 의아해할 것만 같던 원근의 부인이 어느 순간 당연한 수순이라는 식의 태도로 묵묵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자 두 부인네들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왜 놀람을 드러냈는가. 하지만 이를 지나치고 유근 부인이 물었다. "비록 아버지를 잃었다 하더라도 엄연히 우리 안동김씨의 핏줄일세. 그렇기에 우리들도 그걸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물심양면으로 도울 심정이라네. 그리고 병지가 벼슬길에 나가지 않는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지 말게. 어차피 조정에 오면 따놓은 당상일세. 그러니 굳이 힘들여서 공부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나. 응?" 그러나 당연하게 그리할 줄 알았던 모양인지 원근 부인은 미소띤 어조로 윗동서에게 정중히 말한다. "형님, 형님 말씀이라면 고맙습니다만 정중히 사양하겠어요. 형님의 신세를 더 끼치고 싶지 않고, 또 제 손으로 우리 아들을 번듯하게 키우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너그러운 아량으로 받아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본래가 너그럽기로 유명한 원근 부인의 고집을 결국 두 부인네는 꺾지 못하고 다과를 파한 뒤에 각자 돌아갔다. 결국 원근 부인의 승리였다. 후에 원근의 아들 병지는 훗날 철종 때에 와서야 조정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원근은 아버지를 여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뿐만 아니라 주위 어른들의 보살핌을 받아가면서 유복한 삶을 살며 공부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
http://www.1392.org/bbs?history23:224  
|
| 
|
|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 ||||||||||||||||||||||||||||||||
|
정병욱
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