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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시대_01 (제4화)
때문에 풍파가 일지 않을 듯 싶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왕실의 어른이 된 명경왕후는 자연스레 대왕대비로서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왕세자빈의 신분으로 청상이 된 조씨에 관련된 것이었다. 김씨들은 조심스러워 입을 열지 못하였으나 그 곁에 항상 김유근 등이 자리해 있었기에 마지못해 대왕대비에게 간청하다시피 하였다. "지금 왕실의 적통을 굳이 따지고 들자면 지금의 금상이 아니겠사옵니까. 그러하오나 언제까지 그 어버이이신 빈궁 마마의 자리를 두어야 할 지 난감할 뿐이옵니다." 그러자 "그래요?" 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대왕대비가 흡족해하며 물으니, "그러하옵니다." 신료들이 일제히 절을 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상감의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하루 빨리 빈궁을 대비에 앉혀야겠습니다." 대왕대비는 다음날로 빈궁을 대비로 올리기 전에, 어린 나이에 요절한 제 아들에게 추존왕으로 봉하여 익종(翼宗)이라 하고, 그 왕세비인 조씨에게 신정왕후(神貞王后)라 하여 왕후의 격을 올려 부르게 하였다. 한술 더 떠서 왕비를 대비에 앉히니 어린 금상의 체통도 체통이지만 왕실의 정통성을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조씨 가문은 안동김씨 가문에 비하면 약소하기만 했다. 엄연히 왕실의 어른인 대왕대비가 안동김씨였기 때문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안동 김씨의 세도에 도전장을 던지지 못하고 입도 뻥긋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천추의 한이었다. 때문에 수렴청정은 명경대왕대비의 소관에 있었지만, 실질적인 힘은 자연스레 김유근 · 김원근 형제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신정왕후는 제 아들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금상은 정사를 다스릴 때 주로 대왕대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보니 정작 왕대비와의 만남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이 때문에 홀로 독수공방하다시피 하며 뼈저리는 눈물을 쏟아내는 데에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아직도 활개를 치고 있는 천주학의 무리들이었다. 이 무리들은 순조의 재위 기간 내내(신유년 이후에), 국법으로 금하고 있었지만 비밀리에 포교를 하여 신도들의 수가 날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김대건 등 이름 있는 선비들이 그들 자신의 신앙심을 굳힘과 함께 조선 전체에 복음으로의 길로 전진할 수 있는 토대가 생겨났다. 이때 공교롭게도 안동김씨 세도가의 중심이었던 김조순의 온건한 대응책이 한 몫하여 공공연히 신앙을 굳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때문에 신도들 중 일부는 김조순의 안동김씨 세도가와 손을 잡는 일이 빈번했고, 이후 김조순이 세상을 뜨고 나서도 그 후예인 김유근 등의 권신들과도 자연스레 손을 잡음으로써 임시방편으로 신앙을 보장받을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던 것이다. 이를 의식하던 조씨 가문에서는 이를 기회로 삼아 하루빨리 서학(가톨릭)의 뿌리를 뽑아낼 궁리를 모색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 왕대비의 사촌오빠인 조병현 등이 이들을 제거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이때 조병현이 직접 대비의 처소에 찾아가, 대비에게 서학 교도들을 죽이고자 함을 내색하자 대비는 질색하며, "온 땅에 피로 적시려고 하십니까?" 주저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지금 아니면 물러날 수 없습니다. 어서 서학쟁이들을 죽여야 합니다. 그 씨를 없애야 합니다." 하며 조병현이 나서니 대비전에 있는 조씨의 입장에서는 난처하기 그지 없었다. 바로 제 코 앞에 철옹성 같이 지키고 앉아 있는 시어머니 명경대왕대비에게 반기를 드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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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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