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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춘추(春秋) 제15부
서상안의 시호를 내린 지 이틀 뒤에 왕명이 내려지니, 폐주 때 의정부 인사들을 모두 파직(罷職)시키고 각도 변방으로 유배를 보내도록 명하였다. 서해도에 영의정 박조원과 좌의정 황주를, 강원도에 우의정 장양, 좌찬성 천종, 우찬성 옥색을, 경상도에 좌참찬 옥민, 우참찬 민안, 의정부사인 현청을, 전라도에 의정부검상 배충, 의정부사록 염인, 도승지 대심원을 각각 보내었다. 이들은 모두 폐주의 포악함을 힘써 간하지 않은 책임에 따른 것이었다. 창소원군이 옥좌에 오른 뒤 아우인 영소원군을 대군으로 봉하여 영소대군이라고 부르게 했다. 뒤이어 황태후를 태황태후로 진봉(進封)하고자 했으나 생모인 황태후가 이를 정중히 사양했다. 하여 존호를 의양(宜陽)으로 올리는 것으로 대신하였다. 그리고 왕의 연호를 호양(湖陽)이라고 이름하였다. 2월에 의정부 인사들을 단행하니, 영의정에 남궁일남, 좌의정에 권진, 우의정에 이대로, 좌찬성에 조인, 우찬성에 조덕, 좌참찬에 조성, 우참찬에 임주실, 의정부사인에 문주, 의정부검상에 설덕수, 의정부사록에 강창훈을 명했다. 3월에 의정부 대신들에게 대심원의 아들들인 대선의(大善意), 대주화(大主和), 대홍우(大紅雨)를 부친의 죄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명했다. 당자(當者)들의 죄에서 제외하겠다는 임금의 명령이었다. 이렇듯 관대(寬待)하게 대접하고자 하였다. 4월에 장양의 아들 장계(張啓), 황주의 아들 황봉수(黃封守), 박조원의 아들 박석, 민안의 아들 민송주(閔頌周)와 민덕주(閔德周), 배충의 아들 배동, 염인의 아들 염길(廉吉)을 부친의 죄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명하니, 3월에 내려진 왕명과 같다. 한 달 간격으로 왕의 전교(傳敎)를 통해 자유의 몸이 된 이들은 모두 조정에 일하거나, 또는 내관으로서 나라에 녹봉을 먹는 이들이었다. 5월에 전임 영의정 박조원이 서해도 배소(配所)에서 세상을 떠났다. 왕명에 따라 장사를 후히 치르게 했다. 6월에 황주와 문주가 세상을 떠났다. 문주의 아들 문묘해(文妙海)가 내관으로 나가지 않은 채 초야에 묻혀 살고 있었다. 왕이 그에게 조정에 나갈 뜻을 밝혔으나 가문을 중흥해야 함을 이유로 사양했다. 7월에 설덕수가 세상을 떠났다. 설덕수의 아들들 설예정(薛銳精), 설빈(薛贇), 설승필(薛昇弼), 설성주(薛成周)도 초야에 묻혀 살기를 바랐다. 일부에서는 황주와 문주, 그리고 설덕수가 모두 사공검신의 수하에 의해 독살당했다는 소문이 퍼졌으나 이는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이조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조판서에 주영덕, 이조참판에 유중성, 이조참의에 여규상, 이조정랑에 편상우, 이조좌랑에 제갈을을 명했다. 공조의 인사를 단행했다. 공조판서에 주용덕, 공조참판에 강창훈, 공조참의에 홍흥선, 공조정랑에 남희, 공조좌랑에 양송근을 명했다. 병조의 인사를 단행했다. 병조판서에 양송평, 병조참판에 옥민, 병조참의에 민송주, 병조참지에 현맹길, 병조정랑에 연국안, 병조좌랑에 동문조를 명했다. 이 중 옥민은 왕의 밀지에 의해 사면을 받았다. 8월에 옥민의 따님이자 폐주의 왕후인 연도왕비를 연도비로 부르게 하였다. 그로부터 보름 뒤에 연도비가 세상을 떠났다. 옥민은 이를 견디지 못한 채 자결하니 왕이 장사를 후하게 치르게 했다. 이후 옥민의 자손들은 경기도 김포 인근에 세거하여 향반으로 살게 되었다. 9월에 왕명으로 봉원궁으로 이어하였다. 10월에 왕후를 책립할 것을 당부하는 사공검신의 상소를 거부하였다. 11월에 내관 오백 명과 궁인 천 명을 뽑았다. 사공검신이 대심원, 장양, 주용덕 주신중 형제, 강창훈, 유중성, 여규상, 편상우, 제갈을, 홍흥선, 남웅희(南雄熙), 남기옥(南奇玉), 남무화(南武火)를 잡아들여 모두 죽였다. 모두 폐주를 복위하게 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에서였다. 12월에 사공검신이 양송근, 민안, 현청, 황보중, 황보량 황보국 형제, 배충, 염인, 연국안, 동문조, 초학 초경 형제, 계원충, 계영강 계용남 형제, 백주, 백실, 백설을 폐주 때 부역했다는 죄를 이유로 처형시켰다. 이어 동방길 동방진 동방석 세 형제를 잡아들였으나 동방석이 박해를 피해 조선국으로 망명을 갔다. 황보량의 차남인 황보제는 황보국의 양자로 입적하였기에 생존할 수 있었다. 한 달에 걸쳐 행해진 사공검신의 경장(更張)은 당자의 책임만을 묻고 그 부인과 가솔들에게는 죄를 묻지 않을 뜻을 내비쳤다. 이는 왕이 직접 임명한 인사권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정통성 문제가 드러나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부루단군 52년 호양 1년 정월에 백화의 딸을 왕후로 맞이했다. 이에 왕후를 만향왕비(萬香王妃)라 봉하고, 사공검신을 종부시도제조(宗簿寺都提調)에 명하였다. 2월에 순비 민씨를 청해궁주(靑海宮主)에 봉하였다. 3월에 신흥궁주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종부시도제조 사공검신으로 하여금 장사를 후하게 치르도록 했다. 4월에 사공검신이 왕에게 왕후를 더 들일 뜻을 밝히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백홍의 딸을 명진왕비(明進王妃)라 봉하였다. 부루단군 53년 호양 2년 3월, 부루단군이 온 나라에 토지개혁(土地改革)과 도량(度量)을 통일시켰다. 이때부터 조선국이 날로 부강해졌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이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옥좌를 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황태후가 이를 맹렬하게 반대함으로써 무마가 되었다. 이후 사공검신이 실권을 움켜쥔 순간이었다. 부루단군 58년 호양 7년 3월에 부루단군이 붕어하여, 태자 가륵(嘉勒)이 조선왕이 되었다. 가륵이 사신을 보내니 왕이 사신들을 접견하여 사공검신의 방자함을 고하였다. 가륵단군 1년 호양 8년 2월에 가륵단군이 사공검신을 조선국으로 불러들여 왕을 박해한 것을 크게 책망하여 조선국의 변방인 지금의 솔빈(率賓)으로 유배 보냈다. 2월, 왕이 가륵단군에게 대동군의 지역을 바쳤다. 이에 가륵단군이 매우 기뻐하였는데 조선국의 수도와 매우 가까웠으므로 국방적으로 매우 위협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가륵단군은 귀부대신 안평호(安平護)를 사신으로 보내어 금 오천 냥과 은 이천 냥, 그리고 죽간 오만 권을 하사했다. 3월, 가륵단군이 만향왕비와 명진왕비를 모두 폐위하도록 명하였으나, 황태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4월에 왕이 가재서를 영중추부사에 명하고, 의정부에게 업무를 중단하도록 명하였다. 이후 중추부가 의정부를 대신하여 실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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