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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仙] 대동(大同) <8>
<8> 세력확장 강원도 금강산 '죽도 선생' 여립은 수하들에게 대동계를 잠시 맡겨두고 강원도 금강산으로 왔다. 왜적을 소탕한 이후에도 대동계의 활동은 활발했다. 대동이라는 이름 아래 양민의 피를 빠는 토호들과 아전들은 모조리 쫓겨나고, 착취받은 백성들을 구휼하였다. 전주 부윤 남언경조차 이런 대동계를 함부로 대할수가 없었다. 민심이 정여립쪽으로 강하게 쏠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런 대동계를 뒤로 두고 여립은 강원도에 서산대사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만나러 온 것이다. "계주님, 저희들도 따라 나서겠습니다." "아니다. 나 혼자로도 충분해. 너희들의 맡은바 중임을 수행하라. 백성들을 구휼하는 일 말이다." 이렇게 수하들의 동행을 뿌리치고 홀로 나선 길이기에 어쩌면 더 가볍고도 외로운 여정이었다. 이곳 강원의 백성들의 삶 또한 넉넉치 못하였던 것은 사실이었다. 곳곳에 사람살지 않는 폐촌들이 있었으며, 굶주린 백성들의 통곡소리가 울려왔다. 아마도 이곳 현감 역시 인두껍을 쓴 금수같은 자일 것이다. 백성들의 처참한 삶을 보며 여립의 가슴 또한 아파왔다. 마침내 금강산에 이르렀을 때, 여립은 서산대사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금강산 인근 마을에 그의 제자인 사명당과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인근 마을의 한 초막집 앞 서산대사가 잠시 은거하고 있다는 초막집 앞에서 여립은 대사의 모습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서산대사로 보이는 한 스님이 마침내 여립의 앞에 나타났다. "허허, 안녕하십니까? 시생, 서산노사를 찾아 전라도 진안에서 이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음... 누구시더라... 면식은 있는듯 하오만은?" "예전 한양에서 뵈었지요. 전 수찬 정여립입니다." "아, 인백 나으리십니까?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이쪽은 나의 제자인 사명당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소승의 법명은 유정, 호는 사명당이라 하옵니다." 여립은 이미 서산대사와의 면식이 있었다. 서산대사는 당대의 유명한 승려였는데, 여립이 조정에 있을 때 한양에 들른 서산대사를 찾아뵈어 세상일을 논한적이 있었던 것이다. 당시 서산대사는 여립의 능변을 칭찬하고 아꼈지만, 그의 과격함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았던 바가 있었다. 여립은 늘, 시국을 개선할 방책으로 탐관들을 모조리 징벌하자는 강경책을 제시한 반면 서산대사는 스스로 생명의 소중함을 일러 백성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목민관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 말했던 것이다. 이제 나라를 걱정하던 젊은 여립과의 대면은 과거가 되었고, 혁명을 꾀하는 중년의 여립과의 대면이 현재로 다가온 것이다. "빈도 또한 누굴 만나러 이곳 금강산을 찾았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대사께서 만나려 하시는 분이라면 필시 비범한 분이겠지요. 시생 대사를 따르겠습니다." "자 그럼, 갑시다." 서산대사는 죽장을 짚어 길을 나섰다. "인근에 유점사란 사찰이 있는데 가는 길 언저리에 한 선비가 은거하고 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그 명성이 꽤 높지요." "혹시 그분이 누군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정수찬께서도 아실 분이겠군요. 전 사헌부 장령 허봉입니다." "아 그분이 이조 좌랑 시절 조정에서 한두번 본 적이 있습니다. 헌데 인근의 백성들의 삶이 매우 피폐해 보였습니다. 대체 어찌된 것입니까?" "이 고을 현감이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어들인다는 명목으로 재산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세금을 충당할 여유가 없는 자는 죄없는 식솔들이 관아에 끌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저런 도적놈들을 봤나? 이미 우리 전라도에서는 이런 탐관들의 씨를 말리고자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생이 조직한 대동계라는 모임이 이미 전라 인근의 탐관들의 죄를 징취하고 있지요. 내 힘을 길러 팔도의 탐관들을 모조리 박살낼 것입니다." "정수찬의 기개는 여전하시군요. 허나 그 기백은 장하나 스스로에게 화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시지요." "허허, 대사께서는 십수년전에 하셨던 그 말씀을 또 하시옵니까?" "빈도는 정도에 따를 뿐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어느덧 저녁 무렵이 되어서 허봉의 초막 마당에 다다랐다. "이보시오. 하곡 안에 계시오." 그때 안에서 농민의 행색을 하고 있는 한 선비가 나와 맞이했다. "허허, 하곡 오랜만입니다. 초당대감의 자제분께서 이런 누추한 살림을 꾸리고 계시옵니까?" "아니 대사가 아니시옵니까? 저야 백성들의 삶을 느끼고자 이리하는 것이지요. 백성들의 고통에 비할바는 못되옵니다. 이보게 손곡, 여봐라 균아, 서산대사께서 오셨으니. 나와서 인사 드리게." 허봉의 뒤에는 약관의 나이쯤으로 보이는 청년과 하곡의 또래즘 되어 보이는 또 한명의 선비가 서 있었다. 허균, 자는 단보, 허봉의 아우로 아직은 관직에 나아가지 않은 몸이었지만, 겉으로 보기에도 총기 넘치는 인물이었고, 손곡 이달이란 사람은, 그 허균의 시스승이라는 사람으로 여유 넘치는 인상이었다. 여립은 허균의 눈을 쳐다보았고 허균의 시선 여립을 향했다. 일세의 풍운아끼리의 만남, 추후 또 한번의 혁명을 일으키게 되는 혁명가 허균, 난세를 평정하고 백성을 구제하려는 이상가 정여립. 둘사이에 무언가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 본 8부는 드라마 '천둥소리' 8회분을 참조하였습니다.  이찬형 12/21[08:08] 잘 보고 갑니다 ^^ 이의방 12/22[02:03] 잘 읽었습니다.....허균의 등장으로 자못 새로워지는군요~~ |
http://www.1392.org/bbs?history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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