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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8/17 (수) 06:47  [묘시(卯時)]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21      
[보덕] 칠삭둥이 제37편

정난공신의 수장 격인 한명회가 옛 동지인 양정을 참수한 일을 겪은 정국은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고 있었다. 임금이 새 술을 새 부대에 붓듯 임영대군의 차남 귀성군(龜城君) 이준(李濬)과 도승지 신면 등의 젊은이들을 중용한 것이다. 그것은 곧 세자 해양대군을 보좌하게 하려는 동시, 정난공신의 횡포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는 임금의 암묵적 선언이기도 했다.
금상은 틈만 나면
‘한명회의 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고 탄식할 정도였다. 그런 금상이 맏며느리의 간청에 못 이겨 한명회를 영의정으로 삼은 것이다. 경덕궁직 칠삭둥이 한명회가 정란을 도모한 지 십이 년 만에 영의정에 앉은 것이다. 명회가 영의정에 오른 지 얼마 안 되어 자신의 막내딸을 자산군의 배필로 보냈다. 자산군은 훗날의 성종대왕이시고, 그 배필인 한씨부인이 훗날의 공혜왕후이시다. 몰락한 왕손의 체면을 헤아려서 치른 혼사이니만큼 내심 기대도 컸으리라.
혼사를 치른, 그날 밤. 명회의 사랑방에 김질과 홍윤성이 들어 있었다.
“우참찬께서는 겸병조사가 아니신가?”
명회가 김질에게 물어본다. 김질은 이때 우참찬으로 있었다.
“그렇습니다. 상당군 대감.”
“병판(兵判)이 누구시던가?”
김질이 대답하니 명회는 만족스러워하며 재차 묻는다.
“김국광(金國光)이 아니 옵니까.”
“믿을만합니까?”
“내 말이라면 짚을 지고 열 길 불 속이라도 뛰어들 사람입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김질의 대답을 듣고 명회를 곁눈질하며 만족스러운 듯 쳐다본다. 명회는 인사권까지 움켜쥐고 있기에 자신의 권세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게 아닌가.
“나 손가락 까닥하지 않을 것이니 그리 아시오.”
윤성이 못마땅하게 여겼다.
“인산군께서는 전하의 속을 모르시겠나.”
홍윤성이 기가 차서 웃는다.
“아, 그러니까. 힘을 합하자는 게 아닙니까.”
“상락군(上洛君)은 무슨 걱정이신가. 육신의 역모를 고한 일등 공신이 아니신가.”
김질이 멋쩍어하며,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있습니다. 전하께서 귀성군을 무던히 총애하시는데 우리가 죽게 생겼어요, 그러니 이것저것 가릴 계제가 아니란 말씀이지요.”
윤성을 다독인다.
“속이 좀 풀리셨는가.”
명회가 만족의 빛을 띤다. 병으로 인해 만기(萬機)를 다스릴 힘이 없었다. 본래부터 불심이 깊었던 임금이라서일까. 자신의 핏줄과 조카, 그것도 모자라 이들의 편에 빌붙었다는 혐의를 씌워, 조정의 대신들을 노소를 막론하여 죽였다. 패륜이라고나 할는지. 자신의 업보(業報)를 혼자 짊어지기에 매우 버거운 것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정난공신이든 좌익공신이든 간에 조정 안팎을 장악하는 판국이니만큼 만나는 대신마다 거리를 두듯 믿지 않고 의심하기만 하니 대신들은 모두들 상감이 공연히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귀성군과 신면을 중심으로 새로이 친위세력을 만들려고 하는 전하의 의중을 파악한 순간부터, 모든 대신은 또다시 자신의 생존권에 위협받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중 한 사람이 김질이었다. 김질이 누구인가. 홍윤성의 말마따나 집현전의 같은 동료들을 팔아버린 대가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는 이가 아닌가. 이렇듯 김질을 위시하여 구치관과 최항, 박원형 등 좌익공신들은 정난공신인 한명회에게 은밀히 연락을 취하였고, 명회가 중재자로 나서 윤성과 김질을 불러놓고, 화의(和議)한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금상이 자신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기에 이를 대비해두자는 차원에서였다.
걸핏하면 윤대(輪對)와 경연(經筵), 하다못해 조당(朝堂)에 납시지 않는 등, 변덕을 심하게 부리는 통에 젊디나 젊은 종친인 귀성군과 신면을 필두로 한 젊은 관리들만을 불러들이는 처사가 괘씸하게 여기는 터다. 게다가 단지 총애한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은 자신의 환후(患候)를 숨기게 하고 젖비린내나는 젊은 인사들만을 대궐로 불러들이고는 문을 굳게 잠가놓을 정도이니 공신들은 금상의 진심을 알 수 없었다.
‘까딱하다가는 우리의 목숨이 추풍낙엽처럼 지겠구나.’
명색은 세자를 호위하고자 은밀히 젊은 인사들을 중용(重用)하는 것이었으나, 실상은 공신들을 깊은 수렁에 빠뜨려 축출(逐出)하려는 것이었다. 예전에도 성삼문과 박팽년과 같은 젊은 신하들을 통해 이들을 견제하려 했었으나 이들의 역모를 일찌감치 간파했던 공신들이다. 그런 공신들이니 영악하기는 한량없었다. 정국이 이러한데, 갑자기 수빈이 동아줄처럼 사돈을 맺자고 조르는 게 아닌가. 그것도 자신의 차남 자산군의 장인으로 삼고자 하였다. 그뿐인가. 이번에는 대놓고 영의정이라는 떡밥을 던져주는 게 아닌가. 이번 화의를 계기로 명회는 살 길을 모색할 기회를 포착하였다.
그날 밤, 대궐에서는 변덕스러운 임금의 병환을 매우 근심한 나머지 중궁전(中宮殿)에서
“전하의 병은 마음에 드신 병입니다.”
하며 근심하며 한숨을 쉬니, 자신의 뒤에 그림자처럼 따르는 지부사(知府事) 김수온이 듣고
“망극하옵나이다, 마마.”
하고 답하였다.
“지금 당장 내불당(內佛堂)으로 가서 공작기도재(孔雀祈禱齋)를 행하세요. 그래야 전하께서 나으실 겁니다.”
공작기도재란 병마를 굳건히 이겨내기 위한 의식이다.
“나무 관세음보살.”
수온이 합장(合掌)을 하고 물러난다.
대전 안에 병석으로 누운 임금은 귀성군을 은밀히 불러놓고는,
“네 주위에 믿을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고?”
요모조모 묻기 시작한다.
“도승지 신면이 믿을만합니다.”
“신면은 신숙주의 아들이 아닌가.”
“하오나 생각하는 바와 소신과 같습니다.”
“크고 작은 일을 아비와 상의하지 않겠는가.”
“신면은 새 임금을 모시고 낡은 정치를 행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죽기 살기로 세자저하를 보위(保衛)하기로 신과 굳게 맹세하였으니 믿을만 하나이다.”
“그다음에는?”
“유자광(柳子光)이 있나이다.”
“유자광?”
“신분은 서출(庶出)이오나 그 지모가 상당군에 못지않은 인물입니다.”
“서출이라.”
“소인이 전하께 공신들을 제압하는 계책을 올린 일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그 계책이 모두 유자광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또 누가 있느냐.”
“유자광이 말하길, 셋이면 충분하다 하나이다. 전하, 전하께서는 한명회 권람과 더불어 정란을 도모하셨나이다. 대세를 장악하면 하나인들 부족하리까.”
이들의 밀담이 오고 가는 사이 도승지 신면은 제 아비인 숙주를 찾아가서, 한명회를 치고자 하니 상당군 명회와 거리를 둘 것을 직언했다. 젊은 세력들은 이렇게 은밀히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신면은 별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나라 종묘사직(宗廟社稷)이 내 손에 달려 있단 말이지.’
깊은 한숨을 쉬며 새삼 막중한 책임을 느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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