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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덕] 시대_01 (제12화)
“어째서 왕대비가 이렇게 아침에 문안을 드리십니까.” “그러잖아도 주상께서 하도 제게 마마의 문안을 대신 드리라고 성화를 부리시기에.” 손자에게 섭섭한 대왕대비는 가면 갈수록 자신을 멀리하려는 태도가 보이자 내심 괘씸하기 그지없었다. 보통내기가 아닌 탓도 있지만 무슨 배짱이 있어선지 저렇게 자신을 만만히 보는가. 생각수록 분이 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상감에게 행여 뒤통수를 맞을까 두렵기까지 하였다. “상감이 아주 드러누우시진 않았나요?” 상감의 병환 때문인 것이 아니냐며 넌지시 떠보는 대비의 태도를 모를 리 없는 왕대비다. “네.” 그제야 대왕대비는 얕은 헛기침을 하며 외면을 하였다. 문안을 받았으니 그만 물러가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기로 대왕대비의 문안을 마치고 왕대비가 물러가자 두 모자의 태도가 더욱 괘씸하여 가슴을 쥐어짜댔다. 덕온공주(德溫公主)를 시집보내고 외로운 나날을 보내기 힘든 자신의 처지도 서러운데 며느리와 손자가 쌍쌍이로 자신을 소홀히 하다니. 상감의 태도가 너무나 야속하기 그지없다. 흥선군의 집은 운니동에 자리해 있다. 여느 양반집과는 다르게 초가로 지은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빈곤한 살림이었다. 남연군이 선왕의 신임을 얻어 벼슬을 했다손 치더라도 왕실의 재정이 말이 되지 않도록 부족하고 한데다 삼정의 문란까지 맞물려 안동김씨의 비호에 의해 제 잇속에만 탐을 내는 일부 관리들의 부패가 한몫을 하여 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은 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흥선군에게 유일한 낙이 있었다. 바로 난초를 그리는 일이었다. 먼 친척뻘인 김정희(金正喜)의 가르침을 받은 까닭에 실력은 그 어느 누구의 타의를 추종해도 충분했다. 그런 만큼 흥선군의 난초 그림은 서울 장안뿐만이 아니라 조선의 온 강산에도 ‘석파란’이라는 이름의 이 그림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이것은 마침낸 상감의 귀에까지 들려와 아랫것, 아랫것이라야 봤자 내시 하나 뿐이다. 어쨌거나 내시 하나를 불러내어 상감이 명하길, “흥선군의 난초 그림을 보고나서, 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내게 일러야 할 것이다.” 과연 흥선군 이하응의 실력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그 경지를 시험하기 위한 상감의 의중이 담겨 있는 대목이었다. 내시는 상감의 명을 거스를 수 없어 흥선군의 난초 그림을 수소문하여 찾아보았다. 상민에서부터 하다못해 천민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보니 하나같이 흥선군의 난초 그림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이를 있는 그대로 내시가 고한 걸 들은 상감은 그를 앞세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몰래 대궐을 빠져나와 흥선군 이하응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운니동 이하응의 집 앞에 내시가 살며시 안에다 묻는다. “계시오?” 그러자 안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뉘시오?” 안에 웬 여자인가? “저 뭐 좀 묻겠소이다.” 내시는 아랑곳없이 나선다. “말씀하시지요.” “여기가 혹시 이하응의 집이 아니오?” “아니, 우리 영감을 어찌 찾으시고 웬일이시오?” 안에서 소스라치게 놀라자 “대궐에서 왔소이다.” 마지못해 내시가 바른말을 하니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두 남자가 보니 그 여자는 바로 흥선군 이하응의 부인 민씨였다. 칭얼대는 갓난아기를 뒤에 업히고 마당가를 서성였던 모양이다. 내시는 그제야 본색을 드러내었다. “지금 상감마마께오서 오셨소.” 속삭이듯 말하는 그의 말에 민씨는 혼비백산하여 대감이 머무는 사랑으로 가는 게 아닌가. 부군에게 “대감, 궐에서 상감마마께서 오셨사옵니다. 서두르시지요.” 상감의 출두 소식에 이하응이 서둘러 버선발로 상감 일행을 맞이하였다. “아니, 이리 누추한 곳까지 어인일이시옵니까.” 흥선군은 상감의 거동을 보고 기쁨을 감출 길 없었다. “하하하하” 파안대소(破顔大笑)하며 상감이 이하응에게 부탁한다. “그대의 그림 솜씨가 타의를 추종한다기에, 이내몸이 용상에 올라앉은 이상 그 그림을 보고프지 않을 수 없기에 이리 찾아온 게요.” 상감의 부탁에 이하응은 몸 둘 바를 모르고 그저 “누추하지만 소인의 방으로 납시지요.” 하며 방 안으로 안내하기 시작한다. 때는 마침 한창 추위가 맹위(猛威)를 떨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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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식 628('19)-01-13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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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있게 보았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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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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