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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04화
달문단군 재위 17년 정월에 도방수를 음죽현감(陰竹縣監)에 명했다. 방수는 도원의 아들이다. 도원과 숙부들이 모두 조정에 미움을 사서 죽임을 당한 뒤 몰락하자, 그는 돈령부의 관직을 버리고 세상과의 소통을 멈춘 채 강원도 산골짝에 은둔하였다고 한다. 그는 나라에 원망하는 대신 백성들을 돌보는 데에 몸을 바치겠다고 하였다. 왕실에 자신의 딸을 후궁으로 보내면서도 오로지 검약(儉約)하는 자세를 취하였으니 여러 대신이 그를 우러르게 되었다. 2월에 지방관들을 두루 임명하였다. 어송을 죽산현감(竹山縣監)에, 모선주를 지평현감(砥平縣監)에, 곡원걸을 통진현감(通津縣監)에, 현도웅을 영평현령(永平縣令)에, 유양소를 가평현감(加平縣監)에, 신부평을 교동현감(喬桐縣監)에 명했다. 이들 중 신부평은 도방수를 따라 왕실에 딸을 보낸 까닭에 검약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교동과 강화는 섬이면서도 동시에 바다와 직접 맞닿으니 척박한 땅이었다. 이에 신부평이 강화 백성 이십만 명을 동원하여 논을 만드는 사업을 벌였다. 3월에 설빈을 교하현감에, 백대소를 연천현감(漣川縣監)에, 계양연을 적성현감(積城縣監)에, 온길순을 포천현감(抱川縣監)에 명했다. 4월에 경기도 연천 일대에 호랑이 열 마리가 출몰(出沒)하였다. 연천 백성들이 호랑이 떼한테 물려 죽었는데 백열 명이 죽었다. 백대소가 왕에게 군사 이백 명을 보내도록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여 의흥위 군사 이백 명을 보냈는데 모두 생포하여 칼로 찔러 죽인 다음 그 고기를 백성들에게 고루고루 나누었다. 호피는 사공인을 수장으로 한 사신들을 통해, 조선국 단군에게 진상하여 바쳤다. 5월에 웅비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왕자에게 소자군(昭子君)이라 봉했다. 6월에 웅비가 세상을 떠났다. 소자군을 낳은 뒤 산후에 병을 얻었다. 병이 점차 안 좋아지더니 중태(重態)에 빠졌는데 이때에 이르러 죽었다. 한때 황태후의 노여움을 사 폐위될 뻔했지만 여러 대신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자리를 보전하였다. 황태후가 웅비의 죽음을 두고 돈령부의 인사들을 모두 축출하고자 하였다. 황태후가 왕에게 찾아가 돈령부의 인사들을 모두 내쫓으라고 간청하였다. 이에 왕이 받아들여 원승환, 송진, 송부, 옥강, 천가사, 박정만, 박경상, 제갈라, 공안을 면직시키는 것으로 돈령부파를 축출하였다. 황태후가, “웅비가 오만불손하게 구는 꼴에 맞장구를 치더니 천벌을 받은 모양이구먼.” 이 광경을 보고 앓던 이가 빠지듯이 시원하다며 웃었다. 오죽이나 웅비를 싫어했으면. 7월에 어송의 아들 어범(魚梵)을 상호(尙弧)에 명했다. 8월에 왕명에 따라, 왕의 거처를 호산궁으로 옮겼다. 봉원궁이 매우 낡았기에 중수하고자 하였지만, 용승황태후가 이곳에 거처하기 매우 협소하다며 다른 거처를 옮기자고 명했다. 호산궁은 봉원궁보다 규모가 조금 컸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관리하고 보존한 까닭에 새집이나 다름이 없었다. 9월에 봉원궁에 화재가 일어났다. 왕이 군사 오십 명을 보내어 수습하고자 했지만, 화마(火魔)가 봉원궁을 집어삼키니 결국 봉원궁이 보전되지 못하고 소멸하였다. 봉원궁 주변에 살던 백성들이 봉원궁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왕에게 큰 화가 닥쳤을 거라고 입을 모았다. 10월에 왕비는 호산궁 내전에서 아들을 낳았다. 왕이 이름을 석림대군(石林大君)이라 하였다. 왕비가 대군을 낳은 뒤부터 웅비의 아들을 대하지 않았다. 공공연하게 천한 피가 흐르고 있다며 무시하고 심지어는 다른 후궁들을 투기하는 일이 잦아지자 용승황태후가 발끈하고 나섰다. 웅비 이후로 처첩 간의 갈등이 없기만을 누구보다 바라고 바랐던 황태후였다. 황태후가 왕후의 투기를 처음에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투기가 더하다는 사실만은 전혀 눈치채지 않았다. ‘설마 그럴 리가.’ 황태후는 애써 조심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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