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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반정(反正) 제06화
4월, 촉산씨 수장 만유의 아들 촉산득(蜀山得)이 본국에 귀화하기를 간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촉산득에게 나라의 일을 도맡게 하였으나 한 나라의 백성으로 평범하게 살기를 소원했다. 이때 촉산득에게는 아내와 늙으신 어머니, 그리고 자식 넷과 열 명의 자손들이 귀화하였다. 5월, 형조의 인사를 명하였다. 형조판서에 사공인, 형조참판에 안기진, 형조참의에 길숙목, 형조정랑에 호수, 형조좌랑에 서아일, 율학교수에 정백호, 율학훈도에 온어를 명했다. 뒤이어 예조의 인사 또한 명했다. 에조판서에 서연, 예조참판에 현덕구, 예조참의에 남궁강, 예조정랑에 손심향, 예조좌랑에 이성덕을 명하였다. 봉상시도제조에 동방신을 명했다. 6월에 금운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왕족 출신 가운데 천수를 누렸으나 슬하에 자손이 없다. 왕이 가운의 아들이자 가문서의 아버지인 가재서에게 상주로서 예를 갖춰 빈소를 모시게 했다. 7월에 보름 동안 장마가 내려 혜종대왕의 왕릉이 유실되었는바, 조정에서 혜종대왕과 그 배필인 숙헌왕후의 유해를 찾는데 애를 썼다. 관민들을 비롯해 오위의 군사들이 합세하여 두 유해를 찾았다. 그 이튿날에 사람들이 보니 우려한 것과 다르게 두 개의 운구가 온전하게 가지런히 놓여 있었으며 다만 오랫동안 흙에 파묻혀 살짝 부식되어 있었다. 이때 온 사람이 두 분의 유해에 큰절을 하며 기뻐하였다. 왕명에 따라 하늘의 뜻에 큰 은혜를 입었다는 뜻의 ‘천혜(天惠)’라는 능호를 지으니, 그 자리에 다시 안장하고 이름을 ‘천혜릉(天惠陵)’이라고 지었다. 8월에 사공승을 봉상시도제조에 명하고 동방신을 자헌대부에 명했다. 9월에 윤금헌의 두 아들을 조정에 불러들였다. 윤의 장남 윤검선(尹儉善)을 상탕(尙帑)에, 윤의 차남 윤검수(尹儉守)를 상문(尙門)에 명하니 죽은 후궁 윤씨의 오빠이자 남동생이다. 왕이 두 사람을 측근에 둔 것은 각 관청의 신설에 따른 행정이 산더미처럼 쌓였던 까닭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 모두 민심을 깊이 파악하고 있는지라 민생을 챙길만한 적임자로 여긴 탓이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왕명을 받고 의정부 대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내관의 전횡이 일어날까 걱정하여 상소문을 올렸다. 이때 윤금헌이 집안에 아들 둘을 불러놓고 말하길, “너희들 누이가 죽은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느냐? 너희에게 누누이 말한다. 너희가 항상 몸조심하고 겸손해야 한다. 아무리 민심에 눈이 밝더라도 어디까지나 한 부분만 바라볼 뿐이다. 저 민가에 하찮은 사람들 가운데 한쪽 눈을 잃고도 물정 모르는 사람이 있다. 그 눈을 보면서도 마치 세상을 다 보았다며 으레 머쓱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잘못 본 것이다. 세상을 잘못 본 것이다. 저 연못의 거대한 파문을 보거라. 파문이 한번 일면 두루 퍼져 잔잔히 뻗어나간다. 너희도 그런 동량이 되어야 하는데, 폐하께서 외눈으로 바라보실까 매우 두렵구나. 나는 후궁의 몸으로 보낸 누이의 마지막 모습을 잊지 못한다. 왕실에서 수많은 왕비와 후궁을 모략하는 모습을 본받다가 화를 자초하지 않았느냐. 너희는 폐하의 눈이 되어야 할 사람이다. 그만큼 책임 또한 막중하니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조심해야 한다. 겉만 보고 아는 척하지 말 것이며 깊은 속까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대신이 된다. 너희는 이를 깊이 상량(商量)해라.” 산전수전을 겪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던 두 아들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두 사람은 그렇게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 뒤 아버지의 엄명대로 각 지역을 두루 돌아다니며 민심을 챙기고자 노력하니 모든 백성들이 기뻐하며 두 사람의 이름을 부르니 칭찬하는 소리가 드높았다. 10월에 사공승의 딸 사공현아(司空顯兒)를 조선왕의 후궁으로 보내니 조선왕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흑말[黑馬] 암수 백여 필(匹)을 하사하였다. 왕이 강원도 원주목에다 따로 목장을 지어다 키웠다. 11월, 연일근의 장남 연옥근(淵玉根)에게 무공랑을, 동문사범의 장남 동문가화(東門嘉和)에게 계공랑을 명했다. 12월에 봉상시도제조 사공승이 봉상시의 인사가 없다며 인사를 추천하게 하여 임명하기를 상소했다. 이에 왕이 봉사이의 인사를 명했다. 봉상시제조에 계소의, 봉상시정에 궁응정, 봉상시부정에 계양연, 봉상시첨정에 궁수해, 봉상시판관에 궁대유, 봉상시주부에 궁천강, 봉상시직장에 가재서, 봉상시봉사에 한호웅, 봉상시부봉사에 설관옥, 봉상시참봉에 설서양을 명했다. 한율단군 22년 조림 2년 정월에 왕비가 공주를 낳았다. 이름을 서희공주(瑞姬公主)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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