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11화
한율단군 6년 희덕 4년 정월에 호수가 죽었다. 호수의 자손들이 이후에 경기도 교하 땅에서 수거하며 지냈다고 한다. 왕의 폭정이 극에 달하는 와중인지라 백성들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2월, 운종의 시신을 묻은 곳이 훼손될 소지가 있다 하여 한성부좌윤과 동방진이 아뢰었다. 왕에게 간하길, “한성부 서쪽에 자그마한 봉분이 하나 있는데 그곳 사람들이 그 묘를 가리켜 운종대왕의 봉분이라고 하나이다. 신들이 그곳을 찾아가보니 방초(芳草)가 푸르름은 더 말할 수 없고 왕릉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협소하고 봉분이 많이 내려앉았습니다. 근래에는 들에 사는 축생들이 내려와서 묘를 파헤치고 간다 하며 게다가 외세의 침략에 의해 도굴해가는 일이 많으므로 왕릉이 매우 피폐하니 어찌 열성조 앞에 나설 수 있나이까……? 부복하여 아룁니다. 폐하께서 몸소 친림(親臨)하시어 왕릉의 보수를 명하오신다면 신민들이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몸소 운종대왕의 왕릉에 친림하였다. 또 왕이 능행(陵幸) 길을 나서는 김에 한성부 청사에 들러 한성부의 관리들을 위로하였다. 이때 한성부 서부에 있는 운종대왕의 왕릉에 이른 왕이 바라보며 말하길, “왕릉이 이토록 처참하게 버려졌다니. 왕실이 이처럼 내팽개쳐졌단 말인가. 내가 명하노니 운종대왕과 장성왕후의 시신들을 천장(遷葬)하여 넋이나마 편히 쉬게 해드려라.” 는 왕명이 전해지자 “황은(皇恩)이 망극하옵니다.” 같이 능행에 나섰던 조정 대신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 후 두 구의 유해를 수습해 양주와 가까운 포천 땅에 천장하여 장엄하게 왕릉을 조성하고 그곳의 이름을 장성왕후의 ‘성’ 자를 따라 성릉(聖陵)이라 부르고 성릉 부근에다 사당(祠堂)을 건립해 이들의 넋을 기리도록 했다. 뒤이어 장성왕후의 부친인 장보공에게 충렬공(忠烈公)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2월, 광흥궁에다 새 전각을 지었는데 이곳 이름을 옛 궁터의 이름을 따라 창인전이라고 지었다. 이곳이 장차 태자가 살 전각이기 때문이다. 3월, 의소공주가 하세하였다. 왕이 왕실의 웃어른을 여의었다는 슬픔을 표하였다. 그녀의 유해를 경기도 포천 성릉 부근에 묻었다. 4월, 뒤를 따르듯 월소공주가 세상을 떠났다. 왕은 명을 내려 성릉 부근에다 묻었다. 5월, 동방신기와 동방신지를 각각 태정대신과 대아찬이라는 관직을 추증(追贈)했다. 당종대왕의 박해에 희생되었다. 이들은 모두 성릉대왕의 사당에다 위패로 모시게 하였다. 태황태후와 황태후를 처참하게 버린 왕이었으나 종묘를 정중히 모신 것에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이었다. 6월, 왕이 이보고의 행장을 다시 고치게 하였다. 행장을 고치게 한 내용은 이렇다. “알성부원군 이보고는 본래 성정이 쾌활하였고 의협심(義俠心) 또한 남달랐다. 왕실의 존폐가 눈앞에 두었을 때 힘써 왕실을 지키고자 하였고, 조정 대신들과는 쾌활하면서 호탕하기까지 한 성정답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아 사욕에 뜻을 두지 않았다. 이에 새로이 행장을 고치니 천세와 만세에 두루 걸쳐 열성조를 봉사한 넋을 기리는 바다.” 7월, 설승필을 철원도호부사(鐵原都護府使)에 명했다. 8월, 한성부 땅 선보궁의 중건을 명했다. 별궁으로 쓰일 것이기 때문이다. 9월, 설성주를 삼척도호부사에 각각 명했다. 10월, 왕비의 소생들 모두에게 대군으로 진봉하도록 명했다. 이는 의정부 대신들의 간곡한 청에 의해서였다. 11월, 왕비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성덕군(盛德君)에 봉하고 이름을 고송섭(高松燮)이라고 지었다. 12월, 망란황태후를 처참하게 죽였다. 황태후가 자신을 업신여겨 은밀히 다른 왕족들을 꾀어내어 자신의 보위를 찬탈(簒奪)하려 해 보위를 옹립한다는 혐의였다. 그 부친 되는 황효가 황태후를 살리고자 했으나 왕이 “그대가 진정으로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누리고 싶다면 나서지 마시오.” 내린 명령이 하도 지엄하여 황태후를 죽음을 막을 수 없었다. ‘만약 계속 나선다면 그 집안을 몰락시킬 수밖에 없다.’ 는 왕의 경고였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한다는 격언(格言)과 같이 황효는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 목숨을 보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분에 황효의 아들 황우준(黃祐俊)을 간성군수(杆城郡守)에 명하였다. 한율단군 6년 희덕 5년 정월에 왕비의 간청에 따라 후궁을 맞이했다. 추평효의 양녀(養女)이자 추평용의 작은딸인 추기옥이다. 추씨 여인을 혜비(惠妃)로 봉하였으며, 훗날 폐위될 때 포산부인(苞山夫人)으로 격하(格下)된다. 그 아버지 추평효를 왕비의 요청에 따라 포산부원군(苞山府院君)에 봉하였다. 우의정이 이를 문제삼아 형평성을 운운하며 반대하였지만 왕명은 지켜졌다.
|
http://www.1392.org/bbs?history23:447  
|
| 
|
|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 ||||||||||||||||||||||||||||||||
|
정병욱
김애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