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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10화
한율단군 5년 희덕 3년 정월에 헌원씨에 속한 헌원수강(軒轅秀康)이 본국에 귀화하기를 간절히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헌원수강이 말하길, “조선왕의 무능이 하늘을 찌르고 있거니와 우리 헌원씨들이 더는 조선국의 신하가 되기를 거절하였습니다. 이때 본국 국왕 폐하께서 직접 친정하시어 두루 무용(武勇)을 떨치시어 묵은 근심을 덜었나이다. 이에 본국으로 직접 찾아와 폐하의 백성이 되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받아주소서.” 하였다. 왕은 그의 충심에 감복하였다. 의정부 대신들이 극구 만류했으나 돈령부와 중추부, 그리고 오위도총부에서 한목소리로 수강의 귀화를 받아들이도록 권하였다. 이때 왕명에 따라 수강의 귀화를 허락했다. 헌원수강에게 무공랑을 명했다. 유양소의 아들들 가운데 유형(柳亨)을 양주목사로 명하였다. 새로이 옮긴 도읍(都邑)이니만큼 새로운 인사가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곧이어 유기(柳基)를 한성부판윤에 명해 표경궁을 별궁(別宮)으로 삼아다 짓게 하니 한성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자 했던 임금의 마음이었다. 곧이어 양주판관(楊州判官)에 동문사범, 양주교수(楊州敎授)에 우엽을 명했다. 한성부좌윤에 오성만, 한성부우윤(漢城府右尹)에 향소우, 한성부서윤(漢城府庶尹)에 조인, 한성부판관(漢城府判官)에 조덕, 한성부주부(漢城府主簿)에 동방석, 한성부참군(漢城府參軍)에 동방진을 명했다. 2월에 돈령부의 인사를 명했다. 영돈령부사에 여명, 판돈령부사에 여남주, 지돈령부사에 연일근, 동지돈령부사에 황보인겸, 돈령부도정에 최기몽, 돈령부정에 동방길, 돈령부부정에 하서, 돈령부첨정에 노술, 돈령부판관에 궁향산, 돈령부주부에 양송근, 돈령부직장에 궁다경, 돈령부봉사에 궁옥서, 돈령부참봉에 궁가영을 명했다. 3월에 계소의를 통훈대부로, 궁응정을 중직대부로, 계양연을 중훈대부로, 궁수해를 봉정대부로, 궁대유를 봉렬대부로, 궁천강을 조산대부(朝散大夫)로, 가재서를 조봉대부로, 궁길성을 통덕랑으로, 궁경창을 통선랑으로, 궁대운을 봉직랑으로, 궁홍위를 봉훈랑으로 명했다. 4월에 강희왕비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대행왕비(大行王妃)를 왕후로 높여 부르게 했다. 5월에 왕비 추씨에게서 왕자를 두었다. 왕이 지덕군(志德君)이라는 존호를 주고 이름을 고길산(高吉山)이라 했다. 6월에 표경궁주로 봉해진 도씨가 세상을 떠났다. 공주와 왕자들 모두 자신의 슬하에서 벗어나자 혼자 외롭게 살았다. 왕이 도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도 아무런 어명이 없자 의정부에서 한때나마 열성조(列聖朝)에 든 후궁이니만큼 장사를 치르게 하라고 간청하자 왕실의 재정이 궁하다고 하여 소상(小喪)을 치르도록 하였다. 말년에 여러 자식을 앞세운 도씨는 친정인 도씨 문중에 신세를 지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갔기에 그녀의 말년이 더욱 비참했다. 7월, 왕명에 따라 정비 동방씨를 구산대비(龜山大妃)로 봉했다. 그녀의 거처도 따라서 구산궁(龜山宮)으로 부르게 되었다. 8월, 양주 땅 부근 포천 땅에 새로 절을 창건하니 이름을 일엽사(一葉寺)라 하였다. 훗날 이곳을 궁으로 삼게 된다. 9월, 왕비 추씨에게 개천(開川)이라는 존호를 올렸다. 광흥궁에서 축하연회가 열려 조정의 대신들을 비롯해 종친들이 모여와 성대하게 치러졌다. 10월, 조선국 사신이 당도했다. 태황태후의 시해와 관련되어 그 연유를 물었으나 왕이 대답하지를 않았다. 이때 한성 땅에서 첩자들이 활동하는 입장에 있다보니 기밀이 조선에 유출되었다. 선왕이 양주 땅에 천도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11월, 개천왕비가 아들을 보았다. 왕이 왕자에게 주덕군(周德君)으로 봉하고 이름을 고신(高新)이라 했다. 12월, 광해황태후를 죽였다. 자신의 어머니가 후궁의 몸이었던 까닭도 있었으나, 그 소생들이 자신의 보위를 탐할 것이라는 망상(妄想)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뒤이어 태황태후의 시해를 문제삼은 조선국 사신 팽방(彭芳)을 황해도에서 찾아내어 죽였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조선왕이 진노하여 직접 본국을 정벌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국의 대신들이 극구 만류하여 무마되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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