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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09화
3월에 열산씨(烈山氏)라는 부족이 조선국의 변방, 곧 아방(我邦)의 북단이었던 삼화 땅에 살았었는데 이곳이 워낙 척박하다 못해 농사가 잘 지어지지 않으므로 살기가 어렵다고 하여 아국(我國)으로 귀화하기를 청했다. 그 대표인 열산화(烈山和)가 귀화한 것에 그치지 않고, 선무랑에 명하였다. 4월에 옛 도성 한양 땅에 궁궐들이 모두 불에 태워져 사라지고 말았다. 한양 백성들이 모두 양주 땅으로 도읍을 옮겨간 것에 대한 분풀이였다. 이때 모든 대궐이 화염에 휩싸였다. 어떤 사람이 이 광경을 두고 노래를 읊었다. “옛 도읍(都邑)을 버젓이 두고 새로이 터전을 옮기더니, 기어이 피를 함빡 뿌리어 화려강산에 두루 불에 휩싸이고 백성들 원망하는 소리가 높도다.” 엄남이 지난날 왕이 태황태후를 타살한 것을 두고 부당함을 극력(極力)하게 아뢰자 왕이 그를 서북도에 유배시켰다. 5월, 석공우를 조부령에 명했다. 석리와 석공우가 같은 친족이었으나 공우가 나이 어리므로 석리의 양자로 입적되었다. 6월, 시성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7월, 운실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8월, 천동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9월, 나봉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10월, 백균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11월, 연홍대군이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왕실의 웃어른으로 대접을 받았다. 이렇게 지금까지 후궁의 소생들로서 대군의 지위를 받은 사람이 모두 사라졌다. 12월에 왕비 동방씨에게 강희왕비(康熙王妃)로 봉한다는 전교가 내려졌다. 한율단군 4년 희덕 2년 정월, 추영재의 딸을 왕비로 삼는다고 명했다. 본래 동방씨가 정비(正妃) 자리에 있었으나 동방씨와 가까이하지 않았다. 3월에 강희왕비에게서 왕자를 얻었다. 왕이 이전의 전례를 깨고 월령군(越令君)으로 봉하였다. 그리고서 이름을 고홍(高弘)이라 했다. 4월에 조선국에 신농씨(神農氏)가 정변을 일으키므로 조선왕이 병사 이천을 파병하도록 본국에 요청하였다. 왕이 이를 받아들여 조선국 병사와 함께 이천의 군사가 신농씨를 토벌하니 신농씨가 절반의 군사를 잃었다. 5월에 조선국에 헌원씨(軒轅氏)가 정변을 일으키자 조선왕과 함께 이천의 군사가 헌원씨를 토벌하였다. 6월에 조선국에 진운씨(縉雲氏)가 정변을 일으키자 조선왕과 함께 이천의 군사가 진운씨를 토벌하였다. 7월에 조선국에 소호씨(少昊氏)가 정변을 일으키자 조선왕과 함께 이천의 군사가 소호씨를 토벌하였다. 8월에 조선국에 하후씨(夏侯氏)가 정변을 일으키자 조선왕과 함께 이천의 군사가 소호씨를 토벌하였다. 9월에 이번에는 유웅국(維雄國)의 국왕이라는 자가 조선왕에게 반기를 들었다. 유웅국은 조선국의 변방에 있으며, 본국처럼 조공을 바치는 처지였다. 그런데 지난날의 본국처럼 조선국에 대들며 조공하기를 멈추었으며 직접 군사를 일으켜 아사달(阿思達) 근처에까지 침입했다. 이에 불안을 느낀 조선왕이 이번에는 본국 군사 오천 명을 파병하도록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때 출정한 오천 명의 군사는 오위의 군사들을 간추려 조직되었다. 이때 정이대장군을 오위 군사들의 수장으로 삼았다. 유웅국을 상대로 조선국과 본국의 연합군이 열심히 싸웠으나 정이대장군을 비롯해 오위 군사들이 모두 전사했다. 왕이 이에 분개하자 권강국이 나섰다. 권강국이 나서서 말하길, “나라에 이바지하지 못하옵고 녹봉만을 축낸 채 늙어왔으나 나라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마음에 피가 절로 끓습니다. 하오니 이 노신(老臣)을 저 고토에 보내주신다면 그 은공을 길이길이 갚겠나이다.” 피 끓는 열변을 토하여 금상을 설득하였다. 왕이 흔쾌히 받아들여 나가 싸우게 하니, 조선과 본국의 군사들 모두 승전을 거두었다. 다만 권강국이 열렬히 싸우는 도중에 전장에서 전사(戰死)하니 왕이 이를 기리고자 장렬공(壯烈公)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이후 권강국의 자손들은 충청도 율봉(栗峰) 땅에 세거하여 살았으며 유웅국은 조선국의 변방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10월에 제홍씨(祭紅氏)가 조선국에 정변을 일으키자 조선왕의 부탁에 따라 오위 군사 삼천을 파견하여 토벌하도록 했다. 11월에 소전국(昭殿國)의 국왕이라는 자가 군사를 일으켜 조선왕에게 반기를 들어 옛 인수 땅을 침범하니 조선왕이 군사를 파견하도록 청했다. 왕이 이번에는 친정하여 오위 군사 육백을 거느리고 조선국의 군사 이천 명과 함께 싸우니 이내 전승을 거두었다. 소전국 또한 유웅국과 마찬가지로 조선국의 변방을 면치 못하였다. 12월에 왕비 추씨에게 왕자를 얻었다. 왕이 왕자에게 대구군(大邱君)으로 봉하였다. 그리고서 이름을 고소(高紹)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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