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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보덕] 암투(暗鬪) 제03화
달문단군 재위 15년 정월에 소비가 아이를 유산했다. 이번 유산을 두고 웅비를 의심하였으나 왕비가 이를 막아주었다. 이때 웅비는 눈물로 은공을 갚겠다고 하자, 그리하라고 했다. 그러나 왕비는 ‘내가 대군을 낳으면 적이 될 수밖에 없어.’ 하고 생각했다. 이것이 훗날 왕비가 황태후와 공모하여 웅비를 죽였다는 혐의를 자아낸 것이라고 실록에 전하고 있다. 2월에 대화창의 형 대화오(大和悟)를 선교랑에 명했다. 뒤이어 왕비에게 태기가 있었다. 황태후 두 사람이 이를 기뻐하였다. 그 뒤 여덟 달이 되어서야 아이를 낳았다. 공주였다. 두 황태후가 몹시 실망하였으나 웅비만큼은 매우 기뻐했다. 왕이 딸의 이름을 지월공주(智月公主)라고 하였다. 같은 달에 대홍우의 손녀들이자 대화오의 딸들인 대홍(大紅), 대홍의(大紅衣), 대수화(大水火)를 궁인으로 뽑아 왕실의 기강을 확립시키고자 했다. 이때 대홍을 상궁에, 대홍의를 상의에, 대수화를 상복(尙服)에 각각 봉하였다. 3월에 영의정 대홍우가 사임하게 되었다. 그 대신 선교랑 대화오를 도승지에 명하였다. 이후 경기도 양천현에 내려가 후학을 지도하였다. 신분의 귀천에 차등(差等)을 두지 않고 오직 학문을 갈고 닦게 하였는데, 홍우가 가르친 것은 역사학(歷史學)이라고 전하며 본국의 역사를 비롯해서 조선국의 역사까지 가르치게 되었다. 그 밑에서 수학한 이로 옹문수음(雍門秀吟)과 국실운(鞠實運)이 있다. 대홍우가 사임할 뜻을 밝히자 의정부의 편에 섰던 웅비의 세력이 다소 위축되었으나 대화오의 딸들이 궁궐에 있는 한, 자신의 자리는 굳건해진 셈이 되었다. 왕은 이어 상기 허씨를 상식(尙食)에 봉하고 태황태후의 국상을 마쳤다. 6월에 대홍우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정무를 누구와 상의한단 말인가.” 하니, 영중추부사 윤기진이 “앞으로 돈령부와 상의하여 국사를 전담하시면 되십니다.” 왕에게 자신의 편으로 끌어 뜰이니,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하루아침에 중덕황태후가 실권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응어리진 한을 풀 듯이 윤기진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벼슬을 주니 첫째 아들 윤금헌(尹琴軒)을 영평현령(永平縣令), 둘째 아들 윤자열(尹子烈)을 용인현령(龍仁縣令), 셋째 아들 윤흥열(尹興烈)에게 진위현령(振威縣令)을 임명하도록 왕에게 직언하니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9월에 부귀황태후가 세상을 떠났다. 비록 실권이 중덕황태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는 왕실의 웃어른으로 존겨을 받았다. 10월에 중덕황태후에게 명승(明昇)이라는 존호가 내려지니 이후 명승황태후, 또는 명승왕후로 부르게 되었다. 곧이어 이튿날에 상식 허씨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그에게 온덕군이라고 지었다. 달문단군 재위 16년 정월에 영돈령부사 조성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판돈령부사에게 돈령부의 수장을 맡겼다. 뒤이어 박경상을 좌승지로 명하고, 윤기진에게 돈령부직장을 명하였다. 일종의 구색 맞추기였다. 2월에 돈령부파의 주청에 따라 과거가 시행되었다. 이때 사백 명이 시험을 치렀다. 대략 보름 동안 시험을 치렀는데, 이때 수석으로 홍기(洪基)가 뽑히었다. 왕이 홍기에게 가평현감(加平縣監)이라는 벼슬을 내리고 임지로 보내니 의정부파에서 시험의 공정성을 시비하였으나 왕이 이 의견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았다. 재시험(再試驗)을 치르지 않았다. 홍기는 홍제의 아들이다. 3월에 임주실의 아들 임동원(任東園)에게 과천현감(果川縣監)이라는 벼슬을 내렸다. 그를 임지로 보내놓고 왕이 말하길, “이미 보력 15년에 과거가 진행된 바가 있다. 이미 조정에 나온 대신들의 자제들만을 간추려서 시험을 치렀다. 그 수석으로 뽑힌 것이니 더는 왈가왈부(曰可曰否)하지 마라.” 라고 하였다. 왕이 말한 시험은 조선(곧 이성계가 세운 나라)의 알성시(謁聖試)와 유사하다. 다만 왕이 언급한 역사적사실(歷史的事實)은 그 어느 실록에서도 실려 있지 않았다. 이것은 고의(故意)든지 실수(失手)든지 기록을 누락(漏落)했다거나, 아니면 외부에서건 내부에서건 있는 사실을 날조(捏造) 또는 왜곡(歪曲)시켰다든지, 외세의 침략으로 인해 소실(消失)되었을 것이다. 어쨌든 왕이 이렇게 말함으로써 두 세력을 고루 쓰고자 하였음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4월에 홍제가 세상을 떠나자, 왕이 좌찬성에게 의정부의 수장을 맡겼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우유부단(優柔不斷)하였다. 곧 의정부의 수장으로서 물망에 오르기는 하나 그 실세는 엄충이 움켜쥐었다. 하여 엄충에게 그 수장을 맡겼다. 일이 이렇게 되자 웅비는 엄충의 힘을 빌리고자 은밀하게 자신의 처소에서 밀담(密談)을 주고받았는데 명승황태후가 이를 동시포착하여 두 사람에게 책임을 추궁하였으며 황태후전의 명으로 웅비에게 금족령(禁足令)을 내렸다. 그러나 웅비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6월에 웅비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아들에게 금진군(昑晋君)이라고 지었다. 7월에 상식 허씨가 딸을 낳았다. 딸의 이름을 추인옹주(酋寅翁主)라 지었다. 10월에 판돈령부사 임주실이 죽자 지돈령부사에게 돈령부의 수장으로 명했다. 11월에 왕의 존호에 따라 연호를 이덕으로 삼고 원년으로 정했다. 달문단군의 허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2월에 소비 공씨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아들에게 국일군(國一君)이라고 지었다. 달문단군 재위 17년 이덕 1년 정월에 장계의 아들이자 천화부인의 오빠인 장춘(張春)을 금천현감(衿川縣監)으로 명하니, 전례에 따라 임지로 보냈다. 장춘은 보력 16년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조정에 나서지 않았다. 2월에 장계가 세상을 떠나고 의정부의 수장으로 민송주를 명했다. 3월에 강덕상의 아들 강규(姜珪)에게 양성현감(陽城縣監)으로, 민송주의 아들 민조순(閔助淳)을 양지현감(陽智縣監)으로 명한 뒤 전례에 따라 임지로 보냈다. 4월에 보국사성전을 폐지하도록 명했다. 옛 제도를 이용하여 윤기진 일가가 부를 축적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국사의 재산을 사유화했기 때문이다. 좌승지가 이를 문제 삼으니 왕이 직접 윤기진을 친히 불러들여 이를 추궁하였다. 그러자 윤기진은 한사코 자신의 혐의(嫌疑)를 부인(否認)했다. 보다못한 명승황태후가 간청하여 폐지를 막았으나 왕은 이를 모른 척하였다. 5월에 조부부령을 조부령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6월에 모선주를 조부령으로, 추화윤을 전주부윤으로 각각 명했다. 7월에 민송주가 세상을 떠났다. 뒤이어 민덕주로 하여금 그 수장을 맡겼으나 보름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세간에선 황태후전에서 윤기진과 공모하여 독살하였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우참찬 황봉수로 하여금 의정부의 수장을 맡겼다. 그러나 엄충이 의정부파의 수장으로서 권세가 막강했다. 8월에 왕비가 아들을 낳았다. 왕이 아들에게 진빈대군(晉斌大君)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9월에 상식 허씨를 새비(賽妃)로 삼았다. 10월에 명승황태후가 경기도 여주 땅에 절을 창건하니 성덕사(盛德寺)라고 불렀다. 이 절의 주지로 월하(月霞)를 삼았으며 황태후의 법명은 보련화(寶蓮花)다. 11월에 완인부인의 칭호를 정화부인(貞和夫人)으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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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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