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화면으로
역사 이야기
사서 이야기
사극 이야기
창작 소설
질문 답변
역사 자료실
사이버 조선왕조처음 화면
사조 - 역사 세상
since 2000.08.15


 
역사 세상 전체 검색 처음 화면으로

www.1392.org - 역사 세상
Copyright 2K-2K22 by www.1392.org. All rights reserved.


창작 역사소설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2022/09/16 (금) 04:40  [인시(寅時):오경(五更)]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qpddnr901230
ㆍ추천: 0  ㆍ열람: 21      
[보덕] 칠삭둥이 제47편

[8]

상당군 한명회, 그는 이제 늘그막에 접어들었다. 자성대왕대비가 금상이 어느새 열아홉에 접어들자 수렴청정을 거둘 뜻을 밝혔다. 그러자 영의정 정창손이
“마마, 아직은.”
주저하자
“원상들과 상의해보세요.”
대왕대비의 간청을 듣고 물러난 정창손의 뒤에서
“대왕대비의 뜻을 새겨들으셔야 합니다, 영상 대감.”
영중추부사 김수온이 다짐해두는 것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짐짓 모른 척하였다.
“겸양(謙讓)의 말씀을 달리 듣지 마시라는 겁니다.”
일전에 광산군(光山君) 김국광이가 온화한 웃음으로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만일 대왕대비전께서 수렴청정을 거두신다고 하시면 매듭을 풀기가 쉽지 않겠지만 궁리를 좀 해보시지요.’
정창손의 깊은 고민처럼 조정 안팎에서는 임금의 친정을 놓고 말들이 많았다. 현석규(玄錫圭)와 임사홍(任士洪) 같은 승정원의 승지들이 적극적으로 임금의 친정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중 임사홍은 임원준의 아들로서 훈구대신으로 대표되는 아버지와 현석규를 대표하는 신진 관료들 사이에 중립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공혜왕후(恭惠王后)가 죽고 난 삼 년 동안, 명색이 좌의정이었으나 뒷방의 늙은이로 앉은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 이극증이 중간 다리 역할을 도맡아 했다. 대왕대비가 수렴청정을 거두는 것을 둘러싸고 정창손이 한명회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대왕대비는 인수왕대비의 사돈인 홍응(洪應)을 은밀히 불러들여 자신이 수렴청정을 거둘 뜻을 내비쳤다.
다음날 대왕대비는 조회에 참석하여
“이 할미는 물러날 것이니 그러는 줄 아세요.”
뜻을 밝히자
“불가하옵니다, 마마.”
하며 명회가 부복하였다.
“주상께서 즉위하신 후로는 천하가 태평하였으니 이는 모두가 대왕대비 마마께서 몸소 전하를 보필하시고 바른 은덕(恩德)으로 이끄신 까닭입니다. 대왕대비 마마께서는 주상에게 정사를 돌리지 마십시오.”
“상당군께서는 덕담(德談)을 하십니다그려. 누구 덕으로 태평성대를 이루었습니까.
마마, 중궁이 비어있는 지금에 와서야 수렴청정을 거두신다면 이는 억조창생을 버리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대왕대비는 당신의 뜻을 기어코 관철시키고 만다.
“주상, 이 할미는 물러납니다. 이 할미는 조금도 섭섭하지 않습니다. 장성하신 모습을 보니 이 할미가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부디 성군이 되세요.”
홀가분한 마음으로 대왕대비는 열아홉의 금상에게 만기를 친정하도록 명했다. 이에 임금은 대왕대비의 간곡한 뜻을 받아들였다. 인수왕비와 한명회의 힘을 입어 열두 살의 어린 나이에 보위에 오르고 자그마치 칠 년 동안을 대왕대비의 수렴청정을 받았다. 이때 와서야 친정을 펼치게 되니 태평성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상당부원군은 대왕대비가 물러나게 되자 비로소 의지가지없게 되었음을 알았다. 이십 년 동안을 누려온 권세에 흠집이 생기게 되었음을 절감하였다. 하루는 한명회를 위로한답시고 한치형이 인수대비의 명으로 보약을 몇 첩 지은 것을 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인수대비와 한치형에게 골탕을 먹은 게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이것들이 병을 주고 약을 주나.’
생각할수록 괘씸하게 생각한 나머지 치형이 물러간 틈에 냅다 마당 한복판에다 보약을 내동댕이쳤다. 그것이 빌미가 되었다. 명회가 인수대비가 하사하신 보약을 내동댕이쳤다는 소문이 도성의 백성들에게 널리 퍼지자 대궐에까지 들리기에 이르렀다. 보다못해 인수대비가 영의정 정창손에게 상당군을 탄핵(彈劾)하라고 종용하였다. 그러나 어디 그것이 쉽겠는가. 하루아침에 한명회를 단죄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교활한 늙은이 같으니라고.’
인수대비는 상당군 한명회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나름 주도면밀(周到綿密)하게 준비하고 실천했다. 자신의 사촌오빠인 치형을 대사헌으로 임명하도록 명하였으나 승정원의 승지들이 가로막아 무산되었다. 그러나 이대로 물러날 인수대비가 아니었다. 당신의 뜻에 따라 당당히 왕대비가 되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이번에는 치형에게 명회를 찾아가 보도록 했다. 치형이 먼저 명회에게 인수대비한테 손을 내밀도록 종용했다. 그러면서
“세간에 떠도는 소문도 못 들으셨습니까. 상당군 대감의 재산이 왕실을 능가하고도 남는다고 합디다.”
“나는 눈곱만큼도!”
발뺌하고 보는 한명회였다. 자신을 약 올리는 게 못마땅했다. 이즈음에 좌찬성 노사신(盧思愼)이 찾아와서는 인수대비가 대왕대비의 조카이자 윤사흔의 아들 윤계겸(尹繼謙)을 대사헌으로 삼게 하여 명회의 재산을 샅샅이 뒤져 조사하도록 한다는 말을 전했다.
“마음대로 하라지.”
“그렇게 말씀하실 일이 아닙니다. 상당군 대감.”
“수빈이 내가 한사코 나를 죽이려고 하는데 내가 뭘 어쩌겠나.”
“수빈이 아니라 인수대비십니다. 현실을 인정하시는 것이.”
“수빈이 사촌 오라비를 내세워 날 협박하고 있네.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내놓고 모든 재산을 바치라.”
명회가 공연히 심술이 났었나 보다.
“상당군 대감. 대비마마와 대감께서는 서로 화해하셔야 합니다. 이제 전하께서 친정하시게 되었는데 두 분께서 서로 등을 돌리시면.”
노사신이 나름 위로랍시고 뱉었는데
“그만큼 빌었으면 그쪽에서 물러나야지. 나는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네.”
배 째라며 우격다짐으로 덤비고 보는 명회였다. 자신의 덕으로 대비의 자리에 오르고도 배은망덕(背恩忘德)으로 들이대는 인수대비의 처사가 못내 괘씸하였다.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단 말인가. 노사신이 설득하고 보채는 통에 할 수 없이 향이를 시켜다 땅문서를 몇 장 가져다가 인수대비에게 직접 바치게 했지만
‘소실을 보내 땅문서를 내놔. 그 늙은이가 직접 찾아와 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오히려 인수대비가 코웃음을 쳐댔다. 그도 그럴 것이, 좌의정의 몸으로 사사로이 재산을 축적한 것을 빌미로 사헌부와 사간원의 관리들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바람에 대전의 책상에는 상소문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이를 보다 못한 임금이 피혐(避嫌)을 하도록 권하였다. 상당군이 독대를 청하여 좌의정을 사직하겠다고 나섰다.
“그저 다시는 전하의 용안을 가까이 뵙지 못할 줄 알았는데, 오늘 이렇듯 가까이서 보니 하세하신 공혜왕후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라.”
“장인. 내 손으로 장인 되시는 어른을.”
한때나마 장인이었던 명회를 차마 내쫓고 싶지 않았다. 금상은 안타까워하였다.
“대비마마께서 ‘임금은, 임금의 잣대가 따로 있다.’ 하시었나이다. 부디 신의 사직을 받아주시옵소서.”
물러간 뒤에 명회는 우연히 유자광을 마주쳤다. 그에게
“네 은 천년 묵은 악귀야.”
대놓고 저주를 퍼부었다. 자신의 자리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향이는 명회에게 다시 땅문서들을 인수대비에게 내놓도록 다짐하였다. 명회는 그제야 인수대비에게 찾아갔다. 왕대비전(王大妃殿)을 찾아간 명회는 부복하여 용서를 청하는 것이었다. 한치형이 웃으면서
“상당군 대감, 왜 이러십니까. 그만 일어나시지요.”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환 시켰다.
“마마, 대비마마. 신의 사죄를 받아주시옵소서. 신 한명회, 대비전에 머리를 조아리고 마음속에 우러나는 통한과 죄송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뭐라 하셨습니까. 내게 사죄하신다고 하셨습니까. 내일 아침엔 해가 서쪽에서 뜨겠습니다.”
그러자 명회는 제품에서 땅문서들을 모두 내놓았다. 알토란 같은 재산이라면 재산이었다. 그러자 공신들이 전횡(專橫)한 일들을 대성일갈(大聲一喝)로 갈구는 인수대비의 노기(怒氣)를 눈앞에 본 순간 그동안에, 자그마치 이십 년을 넘게 누려온 세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
“상당군 대감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더는 넘보지 마세요.”
다짐하듯 인수대비는 상당군에게 경고를 날렸다. 이윽고 명회는 자신의 육신이 쇠약함을 절실히 느꼈다. 새로운 세대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느새 상당부원군의 세도는 캄캄한 어둠을 향하고 있었다. 왕대비전을 물러 나온 상당부원군은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멍한 표정으로 본댁에 들어왔다. 목욕을 마친 명회는 본댁 대청마루 기둥에 기대어 앉은 채 석양빛을 묵묵히 받았다. 이윽고 저 해지는 모습처럼 자신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음일까. 명회의 생각이 여기까지 미칠 때, 따듯한 햇살에 취하였는지 자신도 모르는 새 졸음이 쏟아져서 그만 꾸벅꾸벅 조는 것이다. 어느덧 햇살은 상당부원군이기 이전의 인간 칠삭둥이 한명회를 따뜻하게 어미 품처럼 비춰주고 있었다. 칠삭둥이의 입가에는 엷은 미소가 피어났다.
<끝>
http://www.1392.org/bbs?history23:427 게시물 링크 (클릭) 게시물 주소 복사하기
답글 서찰(메일) 수정/삭제 : 제한 (작성자 본인 아님)     윗글 밑글     목록 쓰기
[1] 김시습
631('22)-09-17 00:54
잘 읽었습니다
   
 
  다른 아이콘 비공개 설정 사조 백과사전 맞춤법 문법 검사기 0
2000
저장(입력)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427| 칠삭둥이 제47편   잘 읽었습니다 김시습 09/17-00:54
|413| 춘추(春秋) 제18부   주신중이 아닌 주영덕임을 밝힘. 정병욱 08/16-03:38
|401| 춘추(春秋) 제15부   오래 기다렸습니다 ^^+1 김시습 07/04-08:52
|401| 춘추(春秋) 제15부   * 춘추 16부입니다. 정병욱 07/03-23:55
|313| 종이꽃 제30편   * 이 작품은 제31편입니다. 정병욱 09/14-00:44
|291| 진정(眞正)한 폭군(暴君..   잘 보았습니다. 태황태후, 황자, 대군, 궁..+1 김신 05/19-01:17
|232| 시대_01 (제12화)   재이있게 보았습니다. 김일식 01/13-12:45
번호 분류  문서 제목  이름 작성일 열람
418 [선안] 사무엘 제03화 정병욱 2022/11/16-17:04 6
417 [선안] 사무엘 제02화 정병욱 2022/11/03-04:01 8
416 [보덕] 암투(暗鬪) 제01화 정병욱 2022/10/29-08:38 27
415 [봉당] 춘추(春秋) 제24부 정병욱 2022/10/16-01:08 28
414 [선안] 사무엘 제01화 정병욱 2022/10/01-01:31 23
413 [봉당] 춘추(春秋) 제23부 정병욱 2022/09/30-01:13 24
412 [봉당] 춘추(春秋) 제22부 정병욱 2022/09/19-20:02 24
411 [보덕] 비구니(比丘尼) 정병욱 2022/09/17-19:08 15
410 [보덕] 칠삭둥이 제47편 [1] 정병욱 2022/09/16-04:40 21
409 [보덕] 칠삭둥이 제46편 정병욱 2022/09/15-17:08 12
408 [보덕] 칠삭둥이 제45편 정병욱 2022/09/13-09:06 12
407 [보덕] 칠삭둥이 제44편 정병욱 2022/09/12-02:43 16
목록다음쓰기 1234567891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