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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춘추(春秋) 제12부
부루단군 39년, 인흥 37년 5월, 대행대왕이 승하하였다. 이에 시호를 문종인흥대왕(文宗仁興大王)이라고 정하였다. 뒤이어 태자에 봉해진 소출군이 보위에 올랐다. 부루단군은 금상에게 봉직을 내리는 것이 관례였으나, 외교관계가 경직되어 있던 까닭에 책봉례(冊封禮)를 거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연호만큼은 새로 정하여, 연호를 태평(太平)이라 정하였다. 이 소식을 조선왕에게 보고하니 조선왕 부루단군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안덕황태후를 태황태후로, 문치왕후와 신숭왕후(信崇王后), 그리고 영실왕후(英實王后)를 황태후로 봉하였다. 왕비를 연도왕비(燕都王妃)에 봉하였다. 이후에 금상(今上)의 부인을 왕비로 책봉되는 것이 관례가 되었으며 사후에나마 왕후에 봉하도록 대전(大典)을 개정하도록 명했다. 아드님이 세상을 뜨자 태황태후는 진종일 우는 것으로 소일을 삼았다. 아들을 앞세운 것이 죄라면서. 6월에 추문산의 딸인 추한매(秋寒梅)와 추방화(秋芳花)를 각각 상궁과 상의로 봉하였다. 왕이 이 두 사람을 승은(承恩)하여 후궁으로 삼는다는 어명을 내렸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40년, 태평 1년 정월에 좌의정 추문산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우의정 향보서에게 직무를 일임하였다. 그러나 향보서가 병을 이유로 직무를 일임하기 어렵다고 하여 사임을 청하자 왕이 이를 받아들이고 좌찬성 안천에게 직무를 담당하게 했다. 7월에 봉원궁의 중수를 명했다. 8월, 왕이 몸소 충무위를 제외한 사위(四衛)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북방을 토벌하였다. 이번 토벌에서 지금의 합이빈(哈爾濱)에까지 영토를 확장하였다. 이 소식을 듣고 조선왕 부루단군이 자신의 영토를 침범할까 매우 우려하였다. 9월, 조선왕 부루단군이 인부대신 안평일(安平壹)을 사신으로 하여 보냈는데, 북방의 영토를 더 확보하지 말라는 칙서와 함께 청동(靑銅)으로 만든 칼을 왕에게 하사했다. 10월, 왕이 정백의 자손들에게 나랏일을 맡기고자 조정에 출사하도록 권하였으나, 정중히 사양하니 왕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정백의 자손들은 경기도 중림도 땅에 은거하며 향반으로 대대손손 세거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41년, 태평 2년 정월에 문치왕후의 아버지이자 좌의정 향보서의 아들인 향소우(香蘇祐)를 강릉대도호부사에 명했다. 당시 향소우는 내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렇듯 내관 출신의 관리들은 중앙관청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직에서 활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과거제도의 유명무실함이 여실히 드러났으며 왕권의 확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2월, 향소우의 아버지 향보서를 대광보국숭록대부에 봉하였다. 이것은 영의정에 맞먹는 명예직이었다. 3월, 중궁에게서 아들이 태어났다. 왕이 군호를 월안대군(月安大君)이라고 하였다. 4월, 좌찬성 안천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우찬성 길중이 임명되었으나, 길중이 병을 이유로 직임을 맡는 것을 마다하였다. 하는 수 없이 왕이 좌참찬 호성기로 하여금 직무를 일임하게 했다. 5월, 수재 서문홍을 삼척도호부사(三陟都護府使)에 명하였으며, 수재라는 관직을 혁파하도록 명했다. 수재는 전조의 관제로서 유명무실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강릉대도호부의 행정 관할 문제가 심하므로, 강릉대도호부사가 직접 왕에게 상소하니 왕이 이를 수락했으며 서문홍으로 하여금 목민에 힘쓰게 하였던 것이다. 6월, 우찬성 호성기를 보국숭록대부에 봉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42년, 태평 3년 정월에 호성기의 아들 호지(好地)를 대사헌에 명했다. 호지는 내관으로 있었다. 6월, 상궁 추씨가 왕자를 낳으니, 왕이 왕자가 후궁의 소생임을 고려하여 군호를 오가군(吾家君)이라 하였다. 7월, 의정부와 중추부에 법전을 개정하도록 명하니, 왕실의 상제(喪制)를 태황제(太皇帝) 또는 태황태후의 대상(大喪)을 삼 년, 상황(上皇) 또는 황태후의 대상을 이 년, 왕 또는 왕비의 대상을 일 년으로 정하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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