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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선안] 시대(時代)_04 (제9편)
오랫동안 태평성대가 이어지고 태화 18년, 길안 20년 정월 초에 왕이 덕의여왕을 당종(唐宗)이라는 시호를 내렸다. 일전에 숙종이라는 시호를 내린 바 있었으나 예흥여왕의 행적과 비교해볼 때 행실이 매우 좋지 않음을 들며 왕이 말하길, “이를 교훈으로 삼아 더 이상의 불행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호를 새로이 내리는 것이니 경들은 깊이 헤아려보라.”하였다. 이에 신하들이 왕명에 따랐다. 뒤이어 장차 원자를 황태자로 옹립할 뜻을 내비치고 인현궁 안에 동궁을 따로 짓도록 명했다. 2월에 덕흥황태후가 하세했다.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였다. 3월에 원자인 선산군을 황태자로 삼아 책립(冊立)하고 그 배필을 백자영의 딸로 맞이했다. 왕은 이에 그치지 않고 그녀에게 문비(文妃)라는 칭호를 내렸다. 이후의 왕들에 의해 황태자비를 맞이할 때 그 칭호를 내리는 것이 관례로 이어졌다. 이들 내외를 갓 지은 인현궁 동궁에서 기거하도록 했다. 4월에 황태자로 책립한 지 한 달 뒤에 왕이 병석에 누웠다. 이에 태자가 왕을 태상왕(太上王)으로 올리고, 태상왕의 정비를 황태후에 봉하였다. 뒤이어 황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온 신하가 이를 기뻐했다. 5월에 배달국왕이 태상왕을 덕공(德公)이라 봉하였다. 이것이 관례가 되어 선왕이 살아있거나 죽거나 관계없이 공(公)에 봉하게 된 것이다. 6월에 태상왕이 하세하여 왕이 덕종(德宗)이라는 시호를 내렸으나 신하들이 일제히 다른 시호를 내릴 뜻을 아뢰자, 왕이 이를 받아들여 덕조(德祖)라는 시호를 내렸다. 7월에 왕이 배달국왕에게 직접 찾아가 덕조대왕의 종(宗)으로 올릴 것을 청하였다. 이에 배달국왕이 흔쾌히 받아들여 덕종으로 시호를 올려, 덕종길안대왕(德宗吉安大王)이라 하였다. 8월에 왕명에 따라 문비를 밀호왕후(謐湖王后)라 봉하였다. 뒤이어 그 아버지가 되는 백자영을 흥부부원군(興富府院君)에 봉하였다. 9월에 황태후의 존호를 안순(安純)이라 올렸다. 10월에 안순태후의 간청에 따라 보국사에 불공을 드리도록 허락했다. 11월에 배달국왕으로부터 신공왕(神功王)으로 봉해짐에 따라 연호를 신공이라 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태화 19년, 신공 1년 정월에 주나라 의왕이 하세하여 태자가 왕위에 올라 효왕(孝王)으로 즉위했다. 부왕과는 다르게 주나라 왕이 온화한 성품인지라 용산군에 이르러 몸소 항복하겠다는 친서를 본국으로 보내왔다. 이에 왕이 크게 기뻐하며 친히 용산군에 찾아갔다. 용산군에 다다른 왕의 일행을 보고 효왕이 몸소 무릎을 꿇어 항복하였다. 왕이 이를 받아들여 서로 우호를 가지자고 다짐한 뒤 두 나라의 국교를 약속했다. 2월에 왕이 영의정 이하의 대신들을 주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었다. 배달국왕이 공연한 트집을 잡을 것을 우려해 채형을 배달국의 특사로 파견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태화 20년 신공 2년 정월에 영의정 궁희종이 하세했다. 왕이 봉열을 영의정에 앉혔다. 좌의정에 최병도, 우의정에 옥선, 좌찬성에 초정술, 우찬성에 초금, 좌참찬에 초보, 우참찬에 제길, 의정부사인에 향부, 의정부검상에 향일, 의정부사록에 향국을 명하였으며 영돈령부사에 향호를 명했다. 2월, 배달국왕이 사신을 통해 주나라와의 국교를 받아들인다는 답서를 보내왔다. 이후에 다른 임금들에 이르기까지 주나라와 무역을 권장하기도 했다. 3월, 동주의 오랑캐들을 일괄 소탕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왕이 이를 기뻐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4월, 왕이 몸소 복색(服色)을 정비하게 하였다. 조정의 관리들은 모두 백색(白色)을 차려입게 하고, 백성들에게 회색(灰色)을 차려입도록 정했다. 5월, 왕실의 복색도 정비하도록 명했는데, 황태후와 왕후 이하의 명부들, 그리고 공주와 옹주의 복색을 주황(朱黃)으로, 왕의 복색을 흑색(黑色)으로, 황태자와 왕자들의 복색은 녹색(綠色)으로 정했다. 왕이 말하길, “한 달에 걸쳐 실시한 복색제도는 배달국의 제도가 문란함을 한탄함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대소 신민들에게 밝힌다.”하였다. 신하들 이하의 백성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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