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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년 기사본말
丙申年 紀事本末
반야하교(半夜下敎)
- 병신년, 2016('625), 1번째 기사
1월 21일에 예빈시정 김관이 대과 일정과 종묘제례 시행에 대하여 계(啓)하며 아뢰기를,
“금월 대과는 1월 24일부터 31일까지 8일간 시행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다음으로 종묘제례에 대하여 아룁니다. 금년의 정월(正月) 상순(上旬)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2월 8일에서 2월 17일까지입니다. 수망으로 14일, 차망으로 14일, 말망으로 11일을 의망합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대과는 25일부터 31일까지 시행하라. 제례는 일단 수망으로 예정한다. 지금처럼 간신히 과거시험을 감당하는 지경이 계속되어서는 곤란하니, 이조는 후임 예조 수장을 인선하여 보도록 하라.”
하였다. 29일에 이조참의 천어가 예조 인사에 대하여 아뢰기를,
“하명하신 대로 후임 예조 수장을 탐문하였으나 마땅한 적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현임 예빈시정 김관을 그대로 수장에 두고 승훈랑 하유를 통례원인의로 삼아 현임 수장을 보필케 하시거나, 신의 성균관 직을 면하시고 통례원우통례로 삼으심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승훈랑을 계목(啓目)대로 사령하라.”
하였다. 2월 4일에 동부승지 임상유가 헌의(獻議)하기를,
“예빈시정 김관의 품계가 이미 통훈대부에 이른 지 4년이 되었고, 그간 본조를 위한 노고와 공이 적지 않으므로 당상 가자를 검토하심이 옳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공신에 책봉되었거나 특별한 사명을 감당하여 완수하지 않았는데 당상관으로 품계를 올린 것은 지난 갑오년(2014) 8월에 천어, 서민교를 가자한 것이 표준이 된다. 비록 예빈시정이 통훈계에 오른 지 오래되었다고는 하나 장기근속이 가자의 충분조건은 아니므로 별도의 검토 절차를 충분히 거쳐야 한다. 이조는 이에 대한 의견을 계하도록 하라.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설 명절을 맞이하여 철조(輟朝)한다. 승정원은 연휴 직후에 대명(待命)하라.”
하였다. 11일에 에빈시정 김관이 제례유사와 제례 헌관 인선에 대하여 계하기를,
“이번 종묘제례에서는 전하께서 친림하신다면 제례유사는 신이 맡으며, 대축관은 동부승지 임상유, 아헌관은 이조참의 천어, 종헌관은 사복시정 이운을 차정하고자 하옵니다. 만일 친림하지 않으신다면 대축관은 사복시정 이운, 초헌관은 동부승지 임상유, 아헌관은 이조참의 천어, 종헌관은 세자시강원보덕 서민교로 차정하고자 합니다. 일찍이 졔례 헌관 차정을 아뢰려 하였으나, 예조수장 후임에 대한 하명과 철조 기간이 겹쳐 이렇게 늦게 아뢰는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이에 대한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지금 계본(啓本)을 올리면서 무슨 친림을 거론하는가. 계본대로 시행하라. 이조는 시정 가자와 관련된 의견 개진을 보류하라.”
하고 동부승지 임상유를 패초(牌招)하여 명하기를,
“최근 들어서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과인이 국정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 못한 탓에 조정에 난맥이 적지 않다. 조정에 관원이 넉넉하지 않으나, 오히려 이처럼 인원이 적을 때 통섭(統攝)하기가 보다 수월하다는 측면이 있으니, 의정부 혹은 비변사 가동에 관한 의견을 빈청에서 수렴토록 하라. 수장급 관원만이 아닌, 백관(百官)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13일에 동부승지 임상유가 차자(箚子)를 올려 아뢰기를,
“군왕의 말씀이 가지는 무게와 영향력이 있을진대 예빈시정의 당상 가자에 대한 이조의 의견 개진을 명하셨다가 3일 만에 철회토록 하시니 황망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제례 헌관 차정이 지연되었다 하여 그것이 전하께서 내리신 명을 스스로 철회할 만큼 큰 결격사유이겠습니까. 계목에도 예빈시정이 부득이한 지연 사유를 간략하게나마 계하고 있어 제례 헌관 차정 지연이 결코 고의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급히 보류(保留)하시는 것은 신하 된 자로서 보기에 전하께서 내리신 어명을 가벼이 여기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이미 통훈 반열에 오른 신하를 욕되게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나아가 예빈시정의 당상 가자는 신이 직접 주청한 것이오니 그리되면 신은 무엇이 되는 것입니까. 전하께서는 덕으로써 신료를 대하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명령을 고친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미진한 부분이 확인되었기에 아직은 가자를 논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그리 명한 것이다. 제례 일자를 재가한 것이 지난달 23일인데, 날짜만 정하였을 뿐 제례유사를 차정한 것이 아니었다. 절목에 따르면 제례 15일 전에는 유사를 차정해야 하는데, 제례를 수망인 이달 14일로 예정하였으니 1월에는 차정이 돼야 했고, 그 제례유사가 헌관, 대축관 등을 의망해야 한다. 제례 3일 전인 11일이 되어서야 겨우 계본이 올라왔으니, 시정이 스스로 죄를 청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소홀한 업무 처리와 관련하여 명을 달리한 한 것이 무슨 신하를 욕보인 것이며 아무런 이유 없이 역정을 낸 것인가. 이러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조처가 없는 것이 오히려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다른 관원들의 마음과 형평을 헤아리지 않는 것이다. 승지가 시정과 일가(一家)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가까운 사람의 도움으로 당상관이 되었다는 말이 돌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주청은 가납할 수 없다.”
하였다. 14일에 사헌부지평 정예림이 아뢰기를,
“임진년(2012) 10월에 전하께서 충청검률 오덕성의 장계에 비답을 내리시기를, '처한 사정이 여의치 못한 상황에서도 조정 일에 충실한 관원이 있다면 크게 치하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징계하거나 허물로 삼지는 않을 것이니, 사정이 시급하면 휴가를 청하는 등의 행동을 취하도록 하라.' 하셨습니다. 이처럼 어떤 관원은 처한 여건을 잘 알고 있다고 하시면서 크게 질책하지 않으시고, 또 어떤 관원은 그렇지 않으니 어이하여 관원들을 대하시는 잣대(尺度)가 다른 것입니까. 현재 조정에 남아 있는 관원들이 모두 민국에서 여유가 있어서 남아 있겠습니까. 모두 생업(生業)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아조를 사랑하고 조정의 형편을 잘 알기 때문에 묵묵히 감내(堪耐)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빈시정의 헌관 차정이 늦어지긴 하였지만 이조의 후속 인사 업무와 어전 재가도 늦었고, 설 연휴가 있었으며, 헌관의 직임을 의사 타진도 없이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어 이를 감당할 관원을 물색하는 것에도 시일이 소요되니 이러한 점들을 감안할 만합니다. 예빈시정이 간략히 사유를 계한 바에서도 알 수 있지만 결코 고의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당상 가자 사안이 결코 작은 일이라 할 수 없고, 또 대사를 그르치진 않았으니, 고의가 아닌 헌관 차정 지연이 추상(秋霜)같은 어명을 철회할 결격사유는 아니라 사료됩니다.”
하니 답하기를,
“지평이 언급한 장계나 사직차에 그러한 전교가 있었던 것은 해당 관원이 그러한 내외 사정을 말하여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개인 사정이 있으면 그 내용을 미리 고시하거나 계하여 상하 관원이 업무에 참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행동의 기본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보통 때처럼 처결하고 처분할 수밖에 없다.
본조의 국체(國體)를 생각할 때 예조가 담당하는 업무 가운데 어떠한 것보다도 가장 앞에 두어야 하는 것이 바로 종묘(宗廟) 제례에 관한 사무이다. 이조에서 예조 수장 적임이 없다고 계한 것이 29일이고, 현행 체제를 보완하는 형태로 인사 문제를 매듭 하여 재가한 것이 2월 3일이며, 철조는 7일부터 9일까지 단 3일이었는데 그 사이에 계할 틈이 없었다고 하겠는가. 전혀 업무를 돌보지 못한 것이 아니고 포상 계본과 윤대(輪對) 참여가 있었음에도 중임인 제례 업무에는 이처럼 소홀하였다. 인사에 관해 후임을 인선하라는 명령이 있었더라도 체직, 면직, 파직이 집행되기 전까지는 그 직책과 소임에 변함이 없는 것이고, 그것을 모른다면 당상관이 될 자격이 부족한 것이다. 다만 어떤 업무를 선후에 두어야 할 것인지에 관해 미진했던 점을 참작하여 이조에 내렸던 명을 거둔 것이다.”
하였다. 15일에 예빈시정 김관이 사직을 청하며 아뢰기를,
“조정의 중신이자 당상관인 동부승지가 어찌 일가라 하여 신을 두둔하였겠습니까. 조정을 위한 한 신하의 섣부른 생각이었으니 부디 곡해하진 말아 주십시오. 신은 민국에서 개인 사정이 있어 힘들었지만, 어려워진 조정을 두고만 볼 수 없었기에 미천한 재주로나마 조정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습니다. 하오나 성은에 보답하기는커녕, 업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분란을 야기시켰으니 어찌 신이 전하의 용안을 뵐 수 있겠습니까. 전하의 홍복으로 이제 조정에 능력 있는 관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신은 전하의 곁에 있으며 더는 패악을 저지를 수 없기에 사직하여 물러나고자 합니다. 신의 불충을 용서하시고, 윤허하여 주시길 간곡히 청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승지가 차자에서 당상 가자를 직접 주청한 것이라며 스스로 무엇이 되느냐 하였으므로, 국정(國政)은 어느 한 관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결정하고 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해 그처럼 지적하여 주의를 환기한 것이었다. 승지나 시정이 공사를 구분하여 처신하고 있음을 어찌 모르겠는가.
재작년 8월에 이조 수장 직에서 면직하였을 때에 조정 사무의 선후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명시하였다. 이후 심기일전하여 외관직을 거쳐 다시 이조 수장의 직임을 맡게 되었으므로 조정 내외에 실로 바람직한 전례가 되었는데, 오늘날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여 결국 사직을 청하는 형세에 이르게 되었다.
어떤 일로 파직, 삭직 등과 같은 징계를 내리면, 잘못한 일에 대해 응당 내려야 할 처분을 한 것임에도 그 관원을 조정에서 영구히 추방하려는 것이라고 받아들이기도 하며, 어떤 경우는 스스로 평생을 당할 치욕을 한꺼번에 당한 것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세상과 단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군이 되어 팔방의 인재를 살펴 일을 맡기는 데에 어찌 그러한 자세로 임하겠는가. 신상필벌의 적용을 느슨하게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을 뿐이니, 마음을 새로 가다듬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등용하여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시정이 일전에 다시 출사하여 이조를 맡게 되었을 때 조정 관원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치하하였고 문관 포상에 상신할 것으로 명한 결과 근정훈장을 수여하기에 이르렀으니, 이조에서 면직한 것이 필벌이었다면 치하와 수훈은 신상에 해당한다. 어제 이조에 명한 것도 이와 같다. 혹자는 영원히 가자 논의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보류'는 문자 그대로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뤄둔 것이다.
빈청 논의를 하명한 조정 안팎의 형편을 모르지 않을 것임에도 이처럼 사직을 청하였으니 그 뜻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상하의 마음을 헤아려 마지막으로 생각을 가다듬어 보도록 하라.”
하고 승정원과 이조에 명하기를,
“승정원에 명한다. 명일 제188차 윤대는 22일에 개회하고, 승정원 주관의 빈청 논의 결과 역시 그 이후에 계하라. 이조에 명한다. 시정이 앞으로 3일 안에 등청하지 않으면 사직할 뜻이 확고한 것으로 판단하고 면직 처리하라.”
하였다. 동일에 사헌부지평 정예림이 왕언(王言)에 대하여 아뢰기를,
“전하께서 오늘 동부승지에게 하교를 남기시며 일가(一家)라는 두 글자를 언급하셨으니 동부승지가 소신껏 차자를 썼어도 사사로운 이익을 좇았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이와 같은 부분이 염려스러웠다면 승지가 처음 윤대에서 예빈시정의 가자에 대해 주청하였을 때 물리치셨으면 그뿐이었는데, 그때는 이조의 검토를 명하셨으면서 어이하여 이제 와서 일가라는 두 단어를 말미에 덧붙여 승지와 예빈시정의 처지를 어렵게 하시는 것입니까. 왕언은 한번 나오면 사방으로 전파되니 전교하실 때에 혹시라도 미진한 점이 있지 않을까 거듭 살피셔야 합니다. 그러므로 신하를 그르다고 할 때도 신중해야 하고, 옳다고 할 때도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지나치게 염려하고 예단한 마음을 왕언에 나타내셨고 이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두 관원에게는 좋지 못한 혐의가 가해졌고 관원들의 사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떨어졌습니다. 금일 전하께서 내리신 하교가 모두 옳다 하여도 말미의 두 글자는 온당하지 못하니 거두어 주십시오.”
하니 답하기를,
“한 단체이지만 그 명칭이 가문이라 이름하고 있으므로 일가라 표현하였으나, 이어지는 문장에서 가족이라 하지 않고 가까운 사람이라 하였던 것은 모임이 가지는 한계를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정의 사직차에 비답한 바를 살핀다면 당초 의도한 바를 헤아릴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필요 이상의 억측을 불러온 것 또한 사실이니, 앞으로 유의하겠다.”
하였다. 같은 날에 또 평시서직장 조예인이 시무(時務)에 대하여 차자(箚子)를 올렸는데 그 대략에,
“요즘의 조정을 보니 배려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전하께서 어전에서 뿜어내시는 격노한 음성이 더욱 그렇습니다. 신이 작년 12월에 올린 통언차에 대해 전하께서 비답을 내리실 때, 신이 조정의 배려와 아름다움을 애써 외면하였다고 하셨으나, 작금에 보니 과연 그런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전하께 신하란 도학 정치를 구축해나가기 위한 조력자입니까, 아니면 전하의 시노비입니까.
대개 군주는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삼가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신하들을 꾸짖는 것을 서슴지 않으시며, 그 처분이나 옥음에 과함이 있다 하는 신하들의 간언에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모두 반려하십니다. 일전에 녹봉에 관하여 인상을 주청하는 말을 윤대에서 아뢰었을 때 전하께서 하교하시기를, '녹봉보다는 품계와 직질이 오르는 것이 관직 출사의 주요한 동기 요인이다.' 하시며 반려하셨습니다. 즉, 출사의 동기는 품계와 직질의 상승이라고 천명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전하께서는 업무상의 작은 실수를 이유로 통훈대부에 이른 자에게 격노를 발하시며 당상 검토 자체를 무르라 하셨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이르신 대로 품계와 직질이 오르는 것이 복무요인이 맞는다면, 더는 올라갈 자리가 없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옳겠습니까. 언제든 미움을 받아 자리에서 쫓겨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가당한 일인지 참으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합니다. 전하께서는 오래 근무하여 조정에 충성한 관원의 긍지를 말 한마디로 꺾으셨습니다. 그리하여 이제는 스스로 사직차를 올리는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습니다. 당상인 승지는 전하의 전교 한 마디에 가족의 편의를 봐주어 당상에 오르게 하려는 자가 되었고, 계궁인 시정은 가족의 덕을 입어 당상의 지위를 얻고자 하는 이가 되었습니다. 본뜻은 그런 것에 있지 않다고 해도, 전하의 말씀 한마디가 참 여러 모양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시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하께서는 그 방법을 택하셨습니다. 참으로 신과 같은 낭관들은 어떻게 처신해야 하겠는지 민망하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조정의 난맥을 이유로 비변사와 의정부에 대해 검토해보라 하시었습니까. 전하께서 신하 대하기를 이처럼 하시는데 비변사와 의정부가 도대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바깥의 가문에서 일어난 일에 대하여는 마치 조정의 한가운데서 난리라도 낸 듯이 엄벌하려 하시더니 이제는 전하의 시종지신마저 욕보이시고, 그 가문을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자로 만들어 버리셨으니 이제 속이 후련하십니까. 신은 이 조정에서 대부가 되는 것을 작은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감히 분수에도 맞지 않게 관품을 높여왔었는데 오늘 전하의 전교를 보니 신의 모두 허사였음을 알겠습니다. 신은 이만 옥홀과 관대와 사모를 모두 반납하고 물러가고자 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시정이 스스로 잘못의 무거움을 잘 알고 있기에 계본에서 불충을 언급하며 벌을 청하였으니, 이에 상응하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이를 두고 아무런 이유 없이 격노한 것이라고 한다면, 시정이 한 말은 그저 수사에 불과한 빈말에 불과한 것이었다는 소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외 문제에 관하여는 시정의 사직차에 비답하였다. 그간 차자한 내용이 다소 과격하였어도 신진의 기개를 보이는 것이라고 이해하였지만, 오늘 이처럼 차자한 내용을 보니 어전에서 작은 논란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기회와 단서로 삼아 한 방향으로 귀결되는 주장을 한다는 말을 피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는 전적으로 과인이 신뢰를 잃은 탓이다. 차자 말미에서 반납 운운하였으니, 그대로 사직을 허락할 사안이 아니다. 파직한다.”
하였다. 예빈시정 김관, 평시서직장 조예인, 사헌부지평 정예림이 올린 일련의 차자들에 대하여 임금이 비답을 내린 시각이 15일 자시(子時)였다. 다음날인 16일에 사헌부지평 정예림이 사직을 청하자, 사복시정 이운은 정예림의 사직차를 반려하기를 청하였다. 또 예빈시정 김관은 조예인의 구명을 청하였고, 동부승지 임상유도 차자를 올려 모든 관원에게 아량을 베풀어 주기를 청하였으나 모두 비답을 내리지 않았다.
17일에 임금이 종묘에 전알(展謁)하기 위해 이조참의 천어를 강녕전(康寧殿)으로 패초하여 하교하기를,
“조신(朝臣)이 강녕전에 이른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지만, 시임(時任) 중에서 참의가 가장 먼저 출사하여 과인이 즉위한 해부터 10여 년간 조정과 고락을 함께하였으므로 특별히 이처럼 전교하여 대전(大殿) 앞뜰에서 명을 기다리게 하였다. 채비를 갖췄으면 어가를 종묘로 이끌도록 하라.”
하고 종묘에 행차하여 열성조에게 고하기를,
“효증손(孝曾孫) 사왕(嗣王) 신 모(某)가 삼가 열성조의 신위 앞에 술잔을 올리나이다. 올해는 본조 창국(昌國) 제16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며, 열성의 유업(遺業)을 지켜 계승하는 데 어두운 신의 즉위 제12주년입니다. 세초(歲初)에 전배(展拜)하오니, 흠향(歆饗)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전알을 마치고 주변에 말하기를,
“오늘 간소하게나마 태묘(太廟)를 찾아 전알하니, 유감(遺憾)을 일부라도 덜게 되었다. 채비를 갖추는 대로 환궁한다.”
하고 환궁을 완료한 뒤 전교하기를,
“참의가 출사 이래 12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오로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봉직하였고 오늘 과인의 종묘 전알을 배종하기에 이르렀으니 선인들이 말한 이른바 사직지신(社稷之臣)에 가깝다고 하겠다. 참의를 소명(召命)하였던 것은 단지 시임(時任) 관원 가운데 사판(仕版)의 가장 앞줄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궐내 가까이 승정원에 먼저 당상에 올랐던 승지가 있음에도 참의를 부른 것은, 참의가 예조의 직분을 겸직하여 전장(銓長)의 직임을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니, 그래서 하교한다.
향리로 돌아가고자 하는 지평의 청을 허락하니 그 직을 면해 주도록 하라. 앞으로 편전에 올려지거나 이조에 제출되는 사직서는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재가를 기다리지 말고 참의가 위임 전결로 처결하여 모두 그날로 면직하고, 병조에서도 이를 잘 이행케 하라. 만약 병조 수장이 처결을 늦추거나 스스로 사직할 뜻을 비쳐 무관 가운데 인사를 처리할 관원이 없으면 이조에서 맡아 집행하라. 오래도록 관직에서 소임을 다해왔던 것처럼, 명(命)을 간직하여 잘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노고가 많았다. 이만 퇴궐토록 하라.”
하였다.
22일에 윤대를 열어 그날 반야(半夜)에 하교를 내렸다. 【이날 하교가 본조약사(本朝略史)에 '반야하교(半夜下敎)'로 기록되었다.】 먼저 승정원에 명하기를,
“16일 이후부터 지금까지 어전에 올라온 차자, 계목 등은 승정원에 보관해 두도록 하라. 당상관으로서 상하의 조화를 위해 노력하였던 동부승지의 모습을 아름답게 여긴다. 예정대로라면 오늘 연두교서를 반포하고 전반기 정기 포상을 시행해야 하나, 교서는 폐기하고 포상은 잠시 유예한다.”
하고 하교하기를,
“지난 15일 밤늦게 편전에 들어 비답하고 하교한 것은 평소 정무를 재결하던 시각과 다른 것이었는데, 낮에 처결한 뜻과 달리 상황이 급히 진행되는 듯하였으므로 좌우를 진정시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처럼 심야에 결행하였다. 그러나 하교하면서 윤대 일정을 음력 정월 15일인 오늘로 연기하는 등의 명을 아울려 내렸으니, 비답을 말하는 와중에 일정 주기로 거듭 반복되는 일에 체념이 겹쳐 국정을 돌볼 의지가 거의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튿날 참의를 소명(召命)하여 종묘에 전알한 후, 환궁하여 문무관 인사 처리에 관한 당부의 명을 내렸었다.
과인은 본래 아무런 재능이 없는 보통의 사람으로서, 대행왕께 후사가 없는 상황에서 선왕의 아우라는 이유만으로 세제(世弟)에 책봉되고 창졸간에 지존의 자리를 물려받아 근 10여 년간 국사를 감당하였다. 그러나 제신(諸臣)이 익히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도량과 식견이 작은 규모의 단체조차 이끌기에 부족하고 사리에 매우 어두워 국사를 어긋나게 하고 잘못 이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국정이 잠시 흔들리는 지경이면 차라리 다행이라 하겠으니, 과인의 잘못으로 차마 기록할 수 없는 말이 나오고 왕실과 조정이 비웃음을 당하여 그 욕됨이 열성조에게까지 이르는 지경이 되고 보면 더는 편전에 들어 정무를 보기가 어렵다고 여기게 되었다. 그런 마음이 예전부터 있었기에 몇 년 전부터 대리청정에 대비하여 절목을 마련하고 시강원을 구성하였으며 최근에는 의정부, 비변사 등에 관한 논의를 명하기도 하였다. 청정의 단계를 넘어 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세자 역시 지금까지 아무런 훈육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저자의 아무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기에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600여 년 종사(宗社)의 명운이 걸린 마지막 기회를 그런 식으로 소진할 수 없으므로, 현량한 인재들이 제왕학으로 세자를 잘 이끌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보도(輔導)한 이후를 기약하는 것이 마땅하다.
본조(本朝)의 정체(政體)를 버리면 본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이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성리학적 사회질서 체계에 기초한 군주제를 간직하고 있으며, 부족한 능력이지만 조정 안팎의 많은 제도를 가능하면 전통의 법령, 전례, 역사적 사실 등에 바탕을 두어 예전 조종조의 체제에 가깝게 재현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창국 초기 시절을 비롯해 많은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 조정과 민간이 활기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짧은 세월이지만 약 1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어찌 보면 현대의 시대가 더는 본조의 정치 체제나 이상 구현을 용납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왕조(王朝)가 머물러 있는 환경이 민국(民國)이기 때문이다. 과인과 같은 불민하고 아둔한 인사가 왕위에 올라 국사를 책임지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본조의 국체를 생각할 때, 스스로 자격이 되지 못한다고 해서 선양(禪讓)하거나 스스로 폐위할 수도 없다. 과인의 나이가 어느덧 69세에 이르렀으므로 설령 약간의 의지가 있다고 해도 더는 종전처럼 자리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나 창국의 뜻과 창국 이래 본조의 역사를 감안할 때, 무작정 조정을 닫아 궁궐과 관청에 풀이 자라도록 내버려 둘 수도 없는 일이다. 하여 명한다.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를 유지하는 상태로 조정 체제를 크게 개편하려 하니, 이에 관해 의견을 말해 보도록 하라. 의정부, 비변사 논의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겠다. 수장 이외에 관원들도 할 말이 있거든 나와 계하라.”
하였다.
이후 한 달 동안이나 윤대를 지속하여 의논한 끝에 비변사를 개청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변사는 당상관을 부제조, 당하관을 낭청으로 삼아 구성하고, 부제조 가운데 1원이 유사의 직을 예겸하기로 하였다. 【이때부터 조정은 '최소한의 재가 사무와 관직 업무를 유지하는 상태'로 명맥을 유지하게 되었다.】
3월 16일에 승정원에 명하기를,
“별명(別命)이 있을 때까지 모든 상소, 차자를 승정원에 보관해 두도록 하라.”
하고 3월 25일에 전교하기를,
“재개를 명할 때까지 윤대 시행을 보류한다.”
하였다.
5월 15일에 비변사운영절목을 최초로 제정하였다.
이듬해인 정유년(2017) 2월 24일에 전교하기를,
“별명이 있을 때까지 과거 시행을 보류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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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역사 
전기 
태학 
정제두
하곡기술(霞谷記述) 제33권
전체 241
탁관안(度官案) 권4 
티모시에게 
제112차 소과 생진시 방목 
교육등록 제5책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