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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랑을 삭판(削版)하다.
- 임오년, 2012('621), 7번째 기사
8월 24일에 임랑이 황해감영에 자송문을 제출하니 함경검률 이여송이 이조로 이첩하였다. 다음날인 25일에 이조좌랑 정태수가 임랑의 자송문을 봉입하였다. 자송문의 내용 중에 이르기를,
“옛날 주려왕(周厲王)은 비방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이고, 진시황(秦始皇)은 비방하는 자를 죽이고 모여서 얘기하는 자도 죽였는데 여왕은 결국 유배되어 죽었고 시황은 객사하였습니다. 그때 사람들이 말하길 '백성의 입을 막는 것은 물을 막는 것보다 심하다. 물이 막혔다가 터지면 틀림없이 다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처럼 백성의 입 또한 이와 같다.' 하였으니 물을 다스리는 자는 물을 터서 물길을 잘 인도해야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그들을 잘 이끌어 말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이치일 것입니다. 허나 전하께서는 말을 하는 백성들을 겁박하고 죄 주려 하시기만 하면서 어찌 전하의 성수(聖壽)가 천년만년 이르길 바라시는 것입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소신이 함부로 옥쇄연명소(玉碎聯名疏)를 올린 것은 만 번 죽어도 마땅할 만한 죄입니다. 그러함에도 소신이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극간(極諫)했던 것은 오직 전하를 바른길로 나아가게 하고 아조를 수성(守成)하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군주가 바른길을 가고 있다면 신하들은 모든 힘을 다하여 보필해야 합니다. 군주에게 잘못이 있다면 신하 된 자로서 마땅히 잘못을 지적하여 시정하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야 나라는 비로소 안정되고 정사(政事)에 착오가 없을 수 있습니다. 비록 전하께서 귀하여 군주가 되셨더라도 스스로 존대하지 말며, 교만해지거나 뽐내지 말고 오직 자기를 공손히 하며 백성과 신하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태평성대가 어찌 만년이 되지 않겠습니까.”
하였는데 임금이 읽고는 크게 노하여 전교하기를,
“이것은 자송문이 아니라, 자송이라는 이름을 빌려 예전의 상소를 반복해 같은 주장을 한 번 더 늘어놓은 것이다. 과인이 모든 잘못을 신하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느꼈다면 그런 것이겠지만,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면 공론이 행해지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조정에 공론이 사라진 것인가. 자송(自訟) 두 글자의 뜻을 모르지 않을 것인데, 전교와 비답을 듣고도 그 태도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주려왕과 시황제를 운운하며 이처럼 빈정거리는 글을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당시의 처분이 크게 미약했던 탓이다. 이 자는 삭판(削版)하고, 상소에 연명하여 파직되었던 자들은 모두 삭탈하라.”
하였다. 28일에 사헌부지평 라우주가 아뢰기를,
“임랑의 자송문에 대해 처분하시려거든 임랑에게만 처분하시면 되는 것입니다. 헌데 어찌 상소문에 연명한 다른 자들도 처벌하십니까.”
하니 답하기를,
“당시 올라온 상소에서 선위와 옥쇄를 주청하고 차라리 함께 망하자면서 군주를 군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과인은 그래도 신하로 대우하여 당시 처분을 너그럽게 하였다. 그래서 단지 소두(疏頭) 하나를 삭출하고 소하(疏下)를 파직하는 것으로 그쳤던 것인데, 방자한 글월을 자송문이라고 올리는 행동이 이어지고 있으므로, 지금 당시의 처분을 격상하여 다시 조정하는 것을 내외의 경계로 삼은 것이다. 한 번 처분한 후, 일에 거듭될 때마다 원인이 되었던 사건의 처분 강도를 높여왔던 것은 조종조에서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지평 등은 옥쇄연명소의 단초가 되었던 당시 자산군수 김관의 이후 행적을 유심히 살펴보았는지 모르겠다. 한때 문제를 일으켰지만 자숙한 후에 분골쇄신(粉骨碎身) 넉 자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므로, 마침내는 지난날의 과오를 기억하는 자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되어, 지금은 항상 조정의 일각을 당당히 주관하는 자리에 있게 되었다. 진실로 언행이 그와 같았더라면 가납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며, 달리 무슨 하교가 있었겠는가.”
하였다. 동일에 승정원주서 한명회가 차자(箚子)를 올렸는데 그 대략에,
“개별 사건들의 당위(當爲)를 떠나서 조정 신료들이 연이어 소를 올릴 때마다 지적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근자에 관리들이 아뢰고, 걱정하고 또는 믿으면서도 의구심을 가지는 것이 무엇입니까. 이것이 조정의 공론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매번 일각에서 아뢰는 말에도 귀를 기울이시기를 청합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본인 각자가 직접 관계된 것에 민감한 마음과 지난 일을 아름답게 여기는 마음을 배제한 상태에서, 그동안 이어진 정사(政事)의 면면을 차분하게 하나하나 살펴본다면 과인의 즉위 이래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조정에는 공론이 없는 것이 되었고 그로 인하여 나라가 파탄 났으며 과인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는데, 고금(古今)에 충언과 진언임을 자청하면서 이러한 글월을 올리는 경우가 있었는가. 그 어느 순간이라는 것이, 과연 조정의 형세가 진실로 그러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뜻이 좌절된 몇몇 사람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할 말과 하지 못할 말을 구분하지 않은 체 극언으로 주장한 때부터인가. 이번 일은 군신 사이의 강상(綱常)에 관계된 것이다. 공적인 의리와 사적인 의리 사이에는 구분되는 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정이다.”
하였다. 삭판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경상도 죽돌세가에서 임랑의 부고가 전해졌다.
이운의 삭출을 거두고 불서용을 해제하다.
- 임오년, 2012('621), 8번째 기사
9월 15일에 이운이 임금에게 자송문을 올렸는데 그 대략에,
“지난해 신이 연명하였을 때의 뜻은 전하를 더욱 잘 모시고자 하는 의도였는데 상소의 문장이 격하여 원래 신이 전하고자 하는 뜻이 전하께 온전히 전해지지 못해 송구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신은 무자년(2008)에 출사한 이래로 전하를 섬기며 조정에 봉직한 것을 늘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런 신이 감히 다른 마음을 품어 전하께 불충하고자 하였겠습니까. 이는 신이 생각한 뜻과 전혀 다른 것입니다. 신은 그저 신하 된 도리를 다하고 전하를 섬기는 것만으로 만족합니다.”
하니 병조에 명하기를,
“통훈대부 이운의 삭출 처분을 정지하고 불서용을 해제한다. 여건이 되는대로 다시 관직에 의망하도록 하라.”
하였다.
회방(回榜) 제도를 시행하다.
- 임오년, 2012('621), 9번째 기사
5월 중순 윤대에서 전교하기를,
“조종조의 전통 가운데 회방이 있다. 소과나 대과 과거에 합격한 지 한 회갑(回甲)이 되는 60년에 이르러 물품을 내리거나 연회를 열어주고 정조 연간부터는 특별히 한 자급을 올려주는 것을 정식으로 삼았다. 본조의 대소(大小) 과거가 조종조와 달라 회방 기간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한 간지(干支)가 돌아오는 12년이 적절하리라 생각된다. 마침 본조가 창국된 해가 경진년(2000)이고 올해가 임진년이므로 과거를 재개한 지 12년째 해가 된다. 회방 제도를 지금 조정에서 시행하는 문제에 대하여 각 관원은 의견을 말해 보도록 하라.”
하니 관원들이 대부분 찬성하였다. 30일에 전교하기를,
“금년 창국기념일에 회방 제도를 정식으로 시행한다.”
하였다.
12월 30일에 본조 최초로 회방연을 열었는데 대상자는 남원군 양지원이었다. 회방연에서 남원군이 아뢰기를,
“신이 대과에 처음 급제한 지 한 간지(干支)가 돌아왔음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풀어 주시니, 참으로 일생에서 경사스러운 날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이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장종대왕께서 종묘에 나아가신 일이 떠오릅니다. 대왕께서는 언로(言路)를 자유롭게 열어 언제나 백성이 청하는 바를 들을 것이며, 언제나 마음을 새롭게 하여 백관(百官)들과 함께 국정에 임할 것임을 종묘에 고하셨습니다. 이러한 뜻으로 나라를 다스리시어, 나라가 흥성(興盛)하고 만 대에 길이 남을 성군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前병판 서양갑의 치사를 허락할 때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듯하다. 선유교서를 듣고 즉시 복명하여 문무(文武)의 수장으로 조정을 이끈 관원 가운데 무반에서는 당시 병조참의였던 치사봉조하가 있었고 문반에서는 당시 이조참판이었던 남원군이 있었다. 특히 남원군은 선왕 시절의 일을 기억하고 있는 창국원훈(宣武元勳)이고, 회방 제도의 첫 당사자라는 사실이 증명하는 것처럼 급제 햇수가 본조의 창국 햇수와 같으니, 실로 나라와 운명을 함께 하였다. 지금 말한 남원군의 그 간절한 마음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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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두
하곡기술(霞谷記述) 제2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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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관안(度官案) 권4 
티모시에게 
제112차 소과 생진시 방목 
교육등록 제5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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